카미아소/합작

[연말합작] 토토사유 - 크리스마스 축제 준비

サユラ (사유라) 2016. 12. 24. 00:51

드림 [연말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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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에도 학원 앞의 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선 학생들의 대화가 끊기지 않는다. 거기에 평소 길을 밝히는 정도의 등만 켜지던 장소였지만, 지금은 많고도 여러가지의 빛으로 환하다. 이곳저곳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하아 하고 숨을 내쉬면 하얀김이 보일만큼 춥다. 허나 그럼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열로 가득하다는 착각이 든다.

 

 

"라라! 여기 판매 물품들 목록!"

"고마워요, 아폴론. 위험한 것들은 없었죠?"

"물론. 나랑 츠키토가 다 체크했는데 문제는 없었어. 시와가리."

"음식들은 아직이지만, 목록들을 체크한 시점에서는 문제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손에 넘겨받은 몇 장의 종이들을 살펴본다. 쭉 아래로 이어진 물품들은 여러가지다. 음식이나 장식품, 장난감등을 읽으면서 학생회 멤버들과 얘기도 나눈다. 확실히 순조롭고도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정도면 당일엔 볼만한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분에게 보고해도 지적할만한 내용도 없다.

 

 

"네, 이것으로 오늘의 체크는 마치겠습니다. 열심히 크리스마스 축제를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늦은 시간까지의 야외 작업은 자제해주세요."

"에~ 그치만 빨리 만들어야..."

"아폴론. 지금은 인간의 몸인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감기는 좋지 않아요."

"그렇구나! 그렇구나! 맞아, 나 지금 인간의 몸이었지!"

 

 

태양. 눈앞에서 일일히 큰 반응을 보이는 청년은 눈부시고도 따스한 태양이다. 어린아이와도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그에게도 문제가 있기에 여기에 있는 것이겠지. 하지만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고도, 허락된 일은 극히 적어. 얼른 1년이란 기간이 지났으면 좋겠다. 남은 기간이 어느 정도였더라...

 

 

"시와가리 사유라."

"네?"

"당신은 당일날 무엇을 할 예정입니까?"

 

 

놀라버렸다. 츠키토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아아 이게 변화란거구나. 그렇게도 감정이 옅던 존재가, 주어진 일에만 생각하던 신이 바뀌다니... 바뀌지 않을 나와는 무척이나 틀리구나. 하지만 기쁘다. 졸업식이 기대가 되어버린다. 내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한 기대와 틀린 기대심이 생겨버린다. 모두가 떠나는 날은 분명 멋진 날이 되겠지. 그러한 기대심에 나는 츠키토에게 미소를 지은다. 일그러진 내 소망을 감추고 감추어서.

 

 

"그날은 축제를 돌아다니면서 순찰을 할 것입니다."

"순찰 뿐 입니까?"

"그렇습니다만..."

"에~!! 라라는 즐기지 않는거야? 않는거야?!"

"무슨 문제라도..."

"있어! 있어! 있다고!!"

 

 

뭔가 이상한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문제는 아무것도 없을텐데. 내가 축제를 즐길 이유는 없을텐데... 그것에 관하여 아폴론이 의문을 품는다. 일단은 넘기자. 그 편이 가장 좋을테지. 그 날이 되면 모두 즐기느라 나를 신경쓰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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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씨, 준비 보고 입니다."

"수고했다."

 

 

책을 읽고 있던 신이 책을 덮는다. 그러더니 내게로 시선을 돌린다. 나는 그에게 들고 있던 종이들을 건내드린다. 기다란 그의 손가락으로 인해 종이들이 넘겨진다. 내가 걸렸던 시간보다 훨씬 단시간에 전부 읽어버리신다.

 

 

"문제점은?"

"현시점에서는 없습니다. 학생회의 분들에게서도 보고 받았습니다."

"알았다. 내일도 보고 하도록."

"알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물..."

 

 

바로 물러나려고 했다. 허나 도서관 책상 위에 쌓인 어느 물건에 말문이 막혀버렸고, 시선이 빼앗긴다. 모습은 똑같지만 크기가 두 가지인 미이라 인형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 도서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그 이전에 토토씨가 허락할리 없을 물건이다. 어째서 이런 인형들이 있는걸까하고 의문을 품는데, 인형 뒤에서 누군가가 얼굴을 드러낸다. 아아 그런거구나. 하고 이해한다.

 

 

"카바라! 바라!!""수고가 많네. 아누비스."

 

 

들려온 것은 분명 귀여운 언어인데도,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어서와! 사유라!' 라고 인식한다. 신기한 느낌.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누비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누비스는 그런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아누비스는 내게 들뜬 목소리로 인형들을 자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누군가를 떠올려 버린다.

 

 

"있지! 사유라, 이거 내가 전부 만들었다. 아누비스 미이라 만드는거 잘하니까."

"잘 만들었네. 거기다 귀엽고."

"진짜? 진짜?! 그럼 이거 줄게! 선물이야~"

"줘도 괜찮아?"

"응응!"

 

 

아누비스가 내게 준 미이라 인형은 무척 커서 내 품 안에 가득 찼다. 마음 속으로 갖고 싶었지만 언제나 포기했던, 커다란 인형들이 떠올랐다. 솜이 가득 찬 것인지 푹신하다. 베개와는 틀린 푹신함이 마음이 치유되어 버린다. 마음에 들어버린다. 곤란함과 기쁨이 섞이는 감각에 아무런 말도 못했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간신히 아누비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었다. 그런 내게 아누비스는 와와하고 기뻐하더니, 토토씨에게 자랑하러 가버린다. 그 사이 나는 인형을 지긋히 바라본다. 다시는 받을 일이 없을 선물. 귀엽고도 푹신한 커다란 인형. 한번 꼬옥 안아본다.

 

 

"잘 부탁해."

 

 

작고도 작은 목소리로 인형에게 속삭인다. 분명 1년도 되지 않는 기간이겠지만, 나와 함께 지낼 아이. 그렇기에 인형의 이마에 몰래 입맞춤한다. 부드러운 감촉이 입술에 닿아와 절로 미소가 지어져 버린다.

 

 

"네가 인형을 그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군."

"토,토토씨."

"여기서 잠시 기다려라."

 

 

뒤에서 들려온 낮은 목소리. 애써 놀란 것을 티내지 않으며 뒤돌아 보았다. 거기엔 언제나보다 기분이 나쁜 지혜의 신이 서 있었다. 클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할말만 하고 어디론가 가버리시는 토토씨. 나는 어찌할 수 없이 서 있는다. 조용한 도서관. 아누비스는 어디론가로 가버린 듯 했다. 노래를 듣다가 신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되기에 그저 서 있는다. 품안의 인형을 내려다 보던 도중, 가까운 창문에서 빛이 보여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자, 그것이 운동장에서 뻗어온 빛임을 알 수 있었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운동장에선 학생들이 열심히 가게나 출시물품들을 만들고 있다. 간간히 익숙한 인물이 보이면 절로 시선이 따라갔다.

 

 

"아직도 하는구나."

 

 

밖은 무척 추울텐데도 학생들은 분주히 움직인다. 아까까지만 해도 자신이 있던 장소인데도, 마치 화면너머의 풍경 같다. 나와는 관련이 없는 풍경 같다. 내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곳 같다. 나는 저 축제 준비 속에서도, 이 모형정원에서도 이질적인 존재란 생각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당연한 사실인데도, 익숙한 감각인데도 가라앉는 기분에 인형을 꼭하고 끌어안아버린다.

 

 

"그 인형은 적당히 안고 있어라."

 

 

다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품안의 인형이 위로 쏙 빠져나간다. 허전해진 품 안에 당황하며 뒤를 돌아보자, 아까와 같이 무척 기분 좋지 않은 신이 계신다. 인형을 돌려달라는 말이 절로 삼켜져버린다. 그가 왜 이렇게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인형을 안고 있던 모습이 신경에 거슬렸던 것일까... 나이에 맞지 않는 모습이라서? 모르겠다. 설마 아누비스가 자신 이외의 존재에게 호의가 있다고... 아니 이건 아니지. 그럴리는 없지. 그럼 대체 왜일까?

 

 

"무슨 얼빠진 표정인거냐."

 

 

무표정일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보다. 그리고 말을 되도록 하지 말자. 잘못하면 큰일이 날테니까. 이러한 생각들을 하는데 팔목이 잡혀 당겨진다. 곧 얼굴에 금속의 매끄러움과 피부의 부드러움이 동시에 전해진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 빠져나오려고 했다. 허나 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굳어져 버린다.

 

 

"흠- 괜찮군."

"토토씨 이건..."

"목걸이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만."

 

 

내게서 살짝 떨어지는 그로 인해 시야가 넓어진다. 나를 내려다 보는 지혜의 신은 방금까지와 달리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그의 손이 무언가를 만지고 있어 고개를 숙여본다. 금색의 테두리 속엔 동그랗고도 납작한 유리구슬이랄까 렌즈와도 비슷한 무언가가 있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그 유리 속에는 검은 고양이가 있다. 악세사리에 대해 아는 것은 없으나, 쉽게 만들었다고 볼 수 없는 물건이다. 왜 이런 목걸이를...

 

 

"가게에 낼까 고민하던 물건이다."

"그럼 축제날에..."

"됐다. 그 녀석들에게 줘 봤자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하지만 저에게도 이런 목걸이는..."

"이제 이건 너의 것이다."

 

 

나의 것...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게에 내놓지 않게 되었다고 내가 가질만한 물건은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가 내게 줄 이유도 없다. 이런 목걸이는 그에 어울리는 사람이 하는 법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아니다. 오히려 평소 기특하게 자신의 일을 하는 유이에게 주는 것이 합당하다.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만약 이 목걸이를 만든 인물이 눈앞의 신이라면, 나는 더욱 받고 싶지 않다.

 

 

"네 녀석. 설마 싫다는 것은 아니겠지? 내가 만든 물건을 거절할 만한 이유가 있다면 말해봐라."

"저에겐 어울리지 않..."

"네코인 너 말고, 이게 더 어울릴 인물이 있다는거냐?"

"유이라던가..."

"헛소리. 이건 네거다. 정해진거다. 거절은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토토씨, 저는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받으면 안된다. 이런 물건은... 아누비스의 인형까지는 괜찮다. 하지만 이 목걸이는 안된다. 너무 과분하다. 거기다 절대로 내가 두려워하는 일을 일으켜 주시지 않을거 여긴, 조금은 제멋대로의 믿음을 가진 이 신에게 받을 수는 없다. 믿음이 흔들린다. 두려움이 더욱 커져만 간다.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받고 싶지 않다. 허나 지혜의 신은 나의 이런 두려움을 모르신체, 목걸이를 푸르려던 내 손을 저지한다.

 

 

"네거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의 것이다."

"......"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냐?"

"... 네."

 

 

아니다. 이유가 있어도 받고 싶지 않다. 거절하고만 싶다. 너무도 이기적인 이유로 나는 거절하고 싶은거다. 도망치려 하는거다. 허나 말할 수 없다. 이것을 말하면 나는 더욱 나약한 존재로 여겨질거다. 또 그게 두려운거다. 아아 정말이지. 나란 존재가 진절머리가 난다. 이렇게도 한심한 내 자신이 진절머리가 난다.

 

 

"그럼 상이다."

"예?"

"요 며칠, 네 녀석은 축제준비에 따른 여러가지 일을 해주었다. 그에 대한 상이다."

"......"

"자, 이제 됐지? 얌전히 받아라."

 

 

이게 뭘까. 상이란게 이렇게 주는 거였나? 아니 그 이전에 반은 협박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다 나는 상을 받을만한 일을 한게 아니다. 나는 그저 내게 주어진 일을 한거다. 내가 바라는 이기적인 소망을 위해 움직인거다. 그럼에도 뭘까. 이 사치스러운 상은...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유는 이유다. 나는 뭐라고 반박하지 못한다. 내 생각을 신에게 말해봐야 소용없다. 그는 감히 내가 대들 수 없는 존재다. 포기하자.

 

 

"... 감사합니다."

"웃지 않는거냐."

"네?"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물러가라."

 

 

받은 것은 받은거다. 그렇기에 감사의 말을 한 내게 토토씨는 무어라 하였다. 잘못 들은걸까하고 반응한 내게 그는 또 다시 자신의 할말만 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잠시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도서관을 나왔다. 복도를 지나, 문을 나오자 운동장이 보여온다. 어둠 속에서도 빛이 가득한 운동장엔 활기가 넘쳐 흐른다. 곧 크리스마스 축제다. 다들 기대하고 있다. 허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내게 기대심 따위 없다. 복잡한 마음에 빛을 외면했다. 일부러 어둠 속을 걸으며 기숙사로 향했다. 목에 걸려진 목걸이가 거슬린다. 얼른 벗고 싶다. 서랍 깊숙히 넣어두고 싶다.

 

 

"그래도 축제 당일날 받지 않아 다행이야."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보다 먼저 입에서 말이 흘러나온다. 진심이다. 만약 이 목걸이를 축제날 받았다면 나는 다른 의미로 무너졌을 테니까. 보통의 특별함과는 틀린 특별함이 새겨져 버린 목걸이. 내게 있어 저주가 걸린 듯한 이 목걸이를 축제 준비 중에 받은건 오히려 행운이다. 허나 내일도 축제준비 기간이다. 축제 준비에 대한 보고하러 갈 생각에 무거워지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인다. 부디 내일도, 축제날에도 아무런 일도 없기를...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