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한복합작]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1. 28. 01:20

드림 [한복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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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을 비출 수 있는 큰 거울 앞. 사유라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있다. 몇 년만에 입는 옷에 그리움보다는 어색함을 느껴버린다. 옅은 분홍색의 저고리. 그리고 마치 밤이 찾아오는 하늘과 같은 짙은 남색의 천. 그 천에 새겨진 작은 하얀색의 점들은 마치 별들과도 같았다. 그녀는 밤하늘이란 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몇번을 보아도 틀렸다. 방송이나 책을 통해 봤던 것과는, 어릴적 입었던 옷과는 분위기가 조금은 틀리다. 분명 자신이 살았던 나라의 전통복과 같지만 약간 틀리다. 전통의 미(美)도 있지만, 현대에도 입기 좋도록 개량한 옷. '아아 그래, 이런 한복을 개량한복이라고 했었지.' 라고 사유라는 타인의 일처럼 생각해버린다.

 

 

"뭐가 이리 오래 걸리는거냐."

"아..."

 

 

잠시 생각에 빠졌을 때, 문이 열린다. 노크도 없이, 불평과 함께 들어온 인물은 평소와 확연히 다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 머리엔 검은 갓을 쓰고, 하얀 한복 위엔 살짝 옅은 회색의 도포를 두르고, 또 그 위에 짙은 남색의 답호를 입고 있었다. 자료를 뒤적이며 알아낸 이름들과 함께, 언제인지 모르난 텔레비전에서 본 사극 드라마를 떠올려버린다. 이상하리만치 선비옷이 잘 어울리는 모습에 사유라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더불어 토토도 그녀를 말없이 바라본다. 잠시 후, 먼저 입을 연 쪽은 지혜의 신이었다.

 

 

"나쁘지 않군."

 

 

들려온 말에 한번 더 말을 잃어버리는 그녀다. 칭찬이라고 말하기엔 힘들지만, 원래 칭찬이나 비슷한 말도 거의 하지 않는 그로서는 칭찬에 가까운 말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사유라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곤란했다. 단 한가지만은 분명했다. 기쁨은 없었다. 기쁨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기쁘고 싶지 않은 자신이 있어 그저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간신히 입을 연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허전하군."

"네?"

 

 

마음을 잡아 눈을 뜨고 고개를 들자, 바로 앞에 서 있는 그. 그리고 뻗어오는 커다란 손. 짙은 갈색으로 덮힌 두손이 얼굴을 지나 뒤로 넘어간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는 손길에 사유라는 굳어버린다. 빗을 대신하여 긴 손가락들이 몇번이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빗어낸다. 감각이 없을터인 머리카락인데, 한가닥 한가닥에 그의 손길이 느껴지는 착각이 드는 사유라다.

 

 

"일단 산발인 머리는 이정도로 하면 되겠군. 거기에...."

"제가 할 수 있.."

"가만히 있어라."

 

 

길어봐야 1분의 빗질이 끝났을까, 멀어지는 손길에 안심하던 그녀. 허나 어디서 꺼낸 것인지 갓과 비슷한 무언가를 자신에게 씌울려고 해서 당황한다. 거절하려고 했으나, 신의 한마디에 얌전히 있을 뿐이다. 끈을 자신의 턱에 묶어주는 손길에 숨을 잠시 참아서 일까. 사유라는 자신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감각을 느낀다.

 

 

"이제야 완벽하군. 자 봐라."

"이건 뭔가요?"

"전모라고 하는 모자와 비슷한거다. 네 녀석에게 어울리는 느낌으로 고른거다."

 

 

매듭을 묶자 멀어지는 손. 안도한 순간 거울을 향해 돌려지는 자신의 몸. 사유라는 그제서야 자신의 머리에 씌워진 물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갓과 비슷한, 가벼운 나무의 틀에 종이를 붙여 만든 모자. 희미한 연하늘색의 배경에 그려진 벚꽃. 너무도 화려하지 않은 분위기가 자신의 마음에 쏙 들어버려, 오히려 난감할 뿐이다. 거기다 자신과 어울리게... 어째서란 의문이 나올 것만 같음을 참고 입을 연다.

 

 

"예쁘네요."

"원래는 기생이라는 신분의 여자들이 쓰던 것이다만, 딱히 상관없겠지."

"하긴... 저는 그리 높은 신분과는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자신은 서민이다. 그렇기에 사유라는 토토의 말에 납득한다. 한편으로 옛날 기생이었던 분들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해버렸다고도 자각한다. 그리고 예쁜 전모는 자신과 어울리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것에 작게 웃자, 뒤에서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온다. 다시 몸이 돌려지는 그녀다.

 

 

"상관없다고 내가 말한걸 잊은거냐?"

"토토씨?"

"내가 이걸 고른 이유는 너와 어울려서다. 다른 이유는 없다."

"......"

"네녀석은 정말이지,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을 좋아하는군."

 

 

화가 난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사유라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계를 창조하는데 관여한 신, 무수한 지식을 가진 신. 원래대로라면 자신과 연이 없을 뿐더러, 만나지도 못했을 존재가 화가 난 이유를 그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왜 그가 자신에 대해 하나씩 파헤치는지. 그럼으로 인해 흔들리는 자신을 인지한다.

 

 

"오해 입니다. 저는 그저 제 자신의 위치를 알고, 제 분수를 아는 것 뿐입니다."

"그럼 네 위치는 어디라는거지?"

"...... 그건 당신이 잘 알거라 여깁니다. 당신은 지혜의 신이니까요."

 

 

흔들리던 내면이 급속하게 침착해진다. 아니, 차가워진다. 한순간 허락해버릴 뻔한 달콤함을 짓밟아 버리고, 누구보다 현명할 신을 올려본다. 동등해질 수 없으며, 가까워져도 안되는 존재. 딱 자신들이 입은 옷에 맞는 상황이라고도 여긴다. 자신이 기생이고, 그가 높은 가문의 선비. 아주 잠깐의 상상을 해버리는 사유라를 토토는 아무런 말도 바라본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을 조금 집어 입술을 맞춘다.

 

 

"그래, 잘 알지. 허나 너는 모른다. 제대로 보고있지 않다."

"......"

"너는 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와 가깝다는 것을 모른다. 나에게 닿을 수도 있다는 것도."

"......"

"하지만...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점은 인간답군. 어리석은 인간다워."

 

 

그렇게 말한 토토는 말없이 문쪽으로 가버린다. 문을 닫기 전, '수업에 늦지마라.' 라는 말을 한다. 그녀의 대답이 없음에도 상관하지 않고, 그는 가버린다. 방에 다시 혼자가 되어버린 사유라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다.

 

생각지도 못한 말. 반박하고만 싶음에도, 멀어지고 싶음에도 사유라는 꼼짝하지 못했었다. 언제나 강하고도 흔들림이 없던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달라 보였기에. 미세한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괴로움이 담겨 있었다. 아니 자신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는 신이다. 신이 모두 강할거라 여기지 않는다. 완벽한 존재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결코 자신의 앞에서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거라, 그녀는 생각했다. 하고 싶다.

 

 

"착각이야. 그럴리가 없잖아. 그는 내가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존재가 아니야."

 

 

그렇기에 그녀는 외면해버린다. 못본거라 여긴다. 자신에게 건낸 말들도, 머리카락에 내린 입맞춤도, 흔들리던 푸른 눈동자도. 그 모든 것을 사유라는 외면한다. 부정한다. 다시 그에 대한 의미를 새긴다. 지혜의 신, 달의 신, 세계를 창조한 신. 자신과는 지금 이상의 깊은 연도 없을 것이며, 가까워지지 않을 존재. 오히려 더욱 멀어지길 바라고, 절대로 손에 닿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 특별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되는 존재. 그리고 자신을 잊을 존재 중 한명.

 

 

"수업... 늦으면 안되니까. 이제 가자."

 

 

마음을 억지로 정리한, 다시 도망친 그녀는 다음 수업을 떠올린다. '각 나라의 전통의상'이라는 주제로 각자 전통의상을 입기로 했었다. 전통의상 입기를 거부했던 토토가 그 자리에 없었던 자신도 입는다란 조건으로 입기로 한 내용도 떠올린다. 허나 그걸로 인해 아까의 일이 생겨버렸다. 다시 무거워질려는 마음. 더불어 서서히 두통도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때, 문이 열린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소녀에 사유라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사유라씨, 혹시 무슨 일 있으셨나요?"

"아니, 아무런 일도 없었어."

 

 

걱정스레 묻는 물음에 태연하게 답한다. 정말로 어떠한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스스로에게 세뇌하며, 그녀는 그렇게 방에서 나온다. 문을 닫기 전에 보인, 거울에 비친 고운 한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못 본척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