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연재

[카미아소 드림] 토토사유 - 시력상실 (3)

サユラ (사유라) 2017. 1. 28. 02:10

*카미아소 (신들의악희) 드림글

*<토트 카도케우스>와의 드림이며, 연성자가 '토토'로 굳혀져 글에서의 표기를 '토토'로 합니다.

*드림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 해석이 있습니다. 세계관은 본편과 인피니트(팬디) 섞어 놓은거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리 팬디 내용은 없습니다.


*드림주와 드림캐는 커플이 아직 아닙니다.


*소재 제공자 - ㅎ님











다시 사유라가 눈을 떴을 때, 아니 정확하게는 정신을 차렸을 때에도 눈은 그대로였다. 허나 본인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정신 차린거냐."

"... 토토씨 인가요?"

"어디까지 기억이 나는지 말해라."



새하얀 세상 속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했다. 잘 아는 목소리에 반응하는 그녀. 신은 다짜고짜 묻는다. 아니, 명령한다. 깨어난 사유라는 딱히 불만을 토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내려진 명에 따라 기억을 뒤적인다. 가장 최근의 기억을 회상해본다. 



"현기증이 나더니 눈이 보이지 않게 되었고, 토르씨를 만나서..."

"꺽다리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하나?"

"... 저를 방으로 데려달란 얘기만 했던 걸로 기억해요. 혹시 제가 그 뒤에 바로..."

"정신을 잃었다. 그런 네놈을 나에게 꺽다리가 데려왔었다."



들려온 신의 말을 여성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 죄악감이 자신의 가슴에 자리를 잡는 감각을 느꼈지만, 토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힘이 제대로 먹힌 것에 오히려 안심한다.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어제의 절망을 보이지 않고 있기에...



"토토씨... 여긴 보건실인가요?"

"내 방이다."

"... 저.. 저는 제 방으로 가도 될까요? 토토님에게 방해가 될테고, 시력이 돌아올 때까지 방에서 얌전히..."

"여기 있어라. 앞으로 2,3일 안에 시력이 돌아올 듯하니."

"하지만..."

"여기가 안전하다. 그리고 너의 눈을 진찰하러 나보고 거기까지 가란 말이냐. 뭐 네가 자신의 방을 자랑하고픈 마음이라면 기꺼이 가줄 수 있다만."

"죄송합니다. 얌전히 있겠습니다. 하지만 하다못해 도서관에 있게 해주세요."

"... 허가하지."



최대한의 선에서 합의를 보았지만 사유라의 마음은 편치 않을 뿐이었다. 동시에 무언가 가슴이 답답했다. 아무런 꿈도, 일도 없었을 터인데 가슴 속이 언제나보다 공허했다. 마치 무언가가 있었다는 듯이... 기억을 몇번이고 떠올려보지만 소용이 없다. 혹시 꿈을 꾼 것일까. 기억나지 않는 악몽이라도 꾼 것일까.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냐."

"아뇨 없습니다."

"몸에 이상이 있다면 바로 말해라. 너 같이 천천히 신화를 하는 녀석은 처음이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저는 정말 신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요?"

"자각이 없는거냐. 아니면 바보인거냐."

"......"



자신이 신이 되어간다. 신이 된다. 결코 상상할 수 없었고도 있을리가 없을 일이었다. 헌데 갑자기 신이 되어간다고 얘기를 들었었다. 그로부터 시간도 조금은 지났지만, 사유라는 커다란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이곳에 와서 바뀐 것이라고는 늘어난 악몽과 간간히 아파오는 몸, 많아지는 수면의 시간. 하지만 이것들이 신의 힘이 생겨난다는 체감을 주지 못한다. 결국 자신은 힘이 없던 인간시절과 별 다를게 없다.



"너의 지금 그 눈도 신화로 인한거다."

"......"

"네 몸은 조금씩 신의 힘에 견디도록 바뀌고 있는거다. 인간의 몸은 신의 힘을 견딜만큼 튼튼한게 아니니. 거기다 네 녀석은 처음 봤을 때부터 몸도 그리 좋지 않았다."

"....."

"더불어 몸을 관리할 마음도 없으니 잘 나가야할 신화의 진척도 느린거다. 추가적으로 아픔이나 지금처럼 일시적인 시력상실도 일어난다."

"......"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신의 몸을 더욱 소중히 해라."



신의 잔소리, 아니 설명에 당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초점이 잡히지 않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엔 반성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양 듣는 모습이다. 토토는 그녀가 전혀 진지하게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건 자신에게 일어날 일이 아니라는 안일한 태도와는 틀렸다. 그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자신의 몸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는 태도다. 그렇기에 진지하지 않은거다. 스스로를 소중히 여길 마음이 없는거다.



"네 녀석은 정말이지. 다른 의미로 버거운 녀석이다."

"... 죄송합니다."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좀 더 몸을 챙겨라."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거짓말이다. 저 목소리도, 저 자그마한 미소도 거짓이다. 신은 확신한다. 아직은 인간에 가까운 존재는 감히 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천벌이라도 줬을지도 모른다. 허나 저 거짓말은 악의로 가득한 거짓말이 아니기에 신은 분노하지 않는다.



"나는 수업을 하러 갈거다."

"그럼 저는 도서관에..."

"데려다 주지. 그 작은 둥지면 되나?"

"혼자.......... 무리군요. 죄송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작은 둥지. 사유라는 자신이 도서관에서 곧 잘 이용하는 작은 공간을 떠올린다. 어느 순간부터 도서관의 주인은 그 공간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어울리다면 어울리기에 불만은 없다. 다만 그럼 자신이 마치 작은 동물인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허나 그부분도 넘어간다. 어차피 평소 네코(고양이)라 불리는데, 이제와서 따지는 것이 이상하다. 또 다시 포기해버린다. 이제는 습관이라고 그녀는 몰래 생각하며 침대에서 내려와 일어선다.



"손 내밀어라."

"...?"

"쯧. 얼빠진 표정을 짓지 말고 손을 내밀어라."

"......"



갑작스런 명령. 왜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하였지만, 혀를 차는 소리에 이은 다시 한번의 명령에 사유라는 오른손을 내민다. 그러자 무언가가 손을 감싸쥔다. 곧 그것이 토토의 손임을 알고 순간적으로 빼내려 했다. 허나 꽉하고 쥔 커다란 손은 놓아주질 않았다. 



"도망치지 마라. 데려다 준다고 한걸 그새 잊은거냐."

"죄,죄송합니다."

"그 말도 이제 지겹다. 잘 따라오기나 해라."

"네."



신은 생각보다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것에 안도해버린다. 손을 당기는 힘에 발을 내딛는다. 새햐얀 세상 속에서 손을 이끄는 힘과 온기만이 이정표였다. 보이지 않음에 불안감은 있다. 시력은 인간들에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그 사실은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되도록 누군가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던 자신인데, 가장 만나기 두렵던 상대의 도움을 받고 있다. 



"거기 책상이 있다."

"네."

"이제 모퉁이를 돌거다."

"네."

"거의 다 왔다."

"....."



간간히 들려오는 목소리의 톤이나 높낮이는 언제나와 같다. 냉정하고도 마이페이스적이며, 윗시선적인 목소리. 그런데도 이상하게 묘하게 상냥함을 느껴버린다. 혹시 그는 지금 나름의 걱정이나 친절을 주는걸까? 하고 사유라는 생각한다. 허나 이내 부정한다. 그저 자신이 지금 보이지 않는다란 공포심으로 인해 그렇게 들린다고 착각한다. 커다란 손의 듬직함도 따스함도 결코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그녀는 단정지은다.



"여기서 얌전히 있어라. 내 일을 늘리지 말도록."

"네."

"믿음이 가지 않군. 이녀석을 놓고 가도록 하지."

"라!"

"라?"



신의 도움으로 겨우 작은 공간 속 지정석에 앉은 사유라. 그녀의 대답에도 토토는 완전히 믿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의 일들을 돌이켜보면.. 그렇기에 제복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자신의 귀에 들려온 귀여운 목소리에 그녀는 절로 따라해버린다. 그리고 "줄테니 양손으로 받아라."라는 말에 순순히 손을 내민다. 곧 무언가 작은 무게감이 손위에 놓여진다. 조심조심 한손으로 만져보니 부드럽고도 말랑한 작은 무언가다. 마치 인형과도 같은...



"아누비스가 만든 미니 미이라다."

"......"

"그냥 인형이다. 쿠사나기가 데리고 있는 녀석과 비슷한거다."

"아아 미군과..."

"라!"



미이라란 말에 순간 굳어버린다. 미이라 안의 내용물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것을 간파한 것인지 설명해주는 신. 사유라는 가끔 유이와 함께하는 작은 보락색의 미이라 인형을 떠올린다. 미~미~하고 생각보다 굵고도 낮은 목소리로 우는 귀여운 인형.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손 위의 인형을 상상한다. 모양도 크기도 비슷한 것 같은데, 목소리와 우는 소리가 틀리다. 귀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를 영상케 하는 목소리로 '라'하고 밝게도 답한다.



"여자아이인가요?"

"성별은 굳이 따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치지."

"그럼 라쨩이면 되려나."

"라! 라!"



그리 이름을 붙이는 센스가 없기에 유이를 따라 호칭을 붙이니, 손 위에서 폴짝폴짝 뛰는 느낌이 들었다. 그 감각이 왠지 모르게 귀여워, 보이지 않음에도 그녀는 작게 웃어버린다. 



"암튼 그녀석이 널 감시할거다. 그러니 허튼 짓은 하지마라."

"네."

"... 다녀오지."

"다녀오세요."

"라~!"



자연스럽게 사유라는 그의 말에 반응한다. 가족 중 누군가가 외출할 때 쓰던 말을 내밷어버린다. 너무도 오랜만에 쓴 마중인사인데,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거기다 라쨩도 같이 인사를 한다. 허나 곧 자신이 괜한 말을 했다고 자각한 그녀는 속으로 당황한다. 그래서 그가 얼른 가길 바라는 순간, 머리 위에 무언가가 올려지더니 슥슥하고 쓰다듬는다. 그건 겨우 몇초의 일이었고, 훗이란 코웃음와 함께 사라진다. 또각또각... 그의 굽소리가 멀어지는 소리와 끼이익 쾅하고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뒤는 고요였다. 



"나 머리 쓰다듬 받은거야?"

"라~"



믿기지 않은 일에 쓰다듬 받은 그녀는 중얼거린다. 혼잣말에 가까운 질문에 밝게 답해주는 라쨩. 그것으로 진짜임을 다시 자각한 사유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모습도, 두 볼이 희미하게 붉어지는 모습을 라쨩은 보았다. 동시에 들어버린다. 작고도 울음기 섞인 목소리를... '얼른 끝이 왔으면 좋겠어.'란 애타는 목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