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CC합작]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6. 21. 04:49

드림 [CC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캐 의인화 + 현대배경


*합작 공개 소식이 없어 공개합니다.





 


 

 

 

 

 

 

 

 

"토토씨, 교수님에게서 책 받아 왔어요."

"수고했다."

"오늘은 이쪽에 쌓인 책을 정리하면 될까요?"

"그래."

 

 

짧은 대화가 오고 간 후, 서로 말이 없어진다. 이것이 나와 이 녀석의 기본적인 대화다. 묵묵히 책들을 옮기며,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는 수수한 여자의 이름은 '시와가리 사유라'. 내 여자친구다. 정확하게는 여자친구인 척을 해주는 여성이다.

 

 

"네코."

"네?"

"이제 완전히 익숙해졌군. 이렇게 불리는거에."

"... 아무리 부탁드려도 토토씨가 계속 부르시니까, 어쩔 수 없는거에요. 그리고 저 그것 때문에 더 유명해졌어요."

"네 주제에?"

"네, 학사가 되실 유망하고도 우수한 토토씨 덕에 제 주제에도 교수님이나 학생들 사이에 더 유명해졌답니다."

 

 

부를 이유나 용건은 없었다. 그럼에도 한번 부르니, 바로 반응하는 모습이 마음에 든다. 그녀는 동양쪽에선 흔한 머리색이나 눈동자 색을 가졌지만, 미묘하게 이곳 나라의 사람들과는 틀린 분위기를 지녔다. 물론 나도 이곳 일본인들과 다른 외견을 지녔다. 그래봤자, 다 똑같은 인간인건 변함없다. 아아 이게 아니지. 내 말에 꽤나 잘 얘기하는 이 녀석은 이곳으로 교환학생으로 온 한국인이다. 참고로 나도 어느정도 비슷하다.

 

 

"유명해져서 기분이 좋으냐?"

"전혀요. 전 원래 눈에 띄는거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이 자료실의 알바를 희망 했던거냐?"

"그것도 있고, 여기서의 생활금도 벌 겸요."

"너는 방과 후, 놀지도 않는거냐."

"원래부터 방콕이었거든요. 거기다 다른 알바도 있으니까, 쉴 수 있으면 집에서 쉬는게 좋아요."

 

 

높이가 올라가지 않던 그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이 이야기에서 웃을 포인트가 있었던 걸까. 아니, 없다. 저건 무언가를 감추는 미소다. 그 증거로 눈은 웃지 않고 있다. 연갈색의 눈동자는 다시 그 속에 책을 담아낸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또 나를 볼까. 저 둔하고도, 조심성이 많은 네코는 어떻게 해야 내게 더욱 다가올까.

 

 

"네코, 이쪽으로 와라."

"이 책보다 더욱 중요한 용건이면 갈게요."

"쯧, 요즘 너도 많이 건방져 졌군."

"이것도 당신 덕분이죠."

 

 

여유롭게 피해가는 네코. 아아, 부지런할 뿐이지 저건 고양이다. 그 마음을 완전히 붙잡을 수 없고,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의 마음이 놓이는 곳에만 정착하는 고양이. 거기다 겁도 많은 녀석이면서 태연한 척은 잘한다. 꾀어낼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 저 녀석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이 품 안에 가두어서 목울림을 들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고롱고롱거리며 안긴 녀석의 모습은 꽤나 가치가 있을텐데. 아아 됐다. 오늘 받은 책이나 읽는게 더 효율적이다.

 

 

 

 

*

 

 

 

 

"토토씨."

"뭐냐."

"책 정리 끝났어요."

"그래서."

"용건이 있어 아까 부르신게 아니신가요?"

 

 

생각보다 두께가 있는 책의 절반 정도를 읽었을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답한다. 녀석은 알까, 보통은 누가 불러도 독서 중에는 무시하는 나란걸. 아아, 알고 있을거다. 다만 자신의 부름에 바로 반응하는 나를 모를 뿐이겠지. 거기다 아까의 일을 기억해, 정리가 끝나자마자 나한테로 온 녀석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나도 모를거다. 어쩌다가 이 녀석에게 이렇게 빠져버린 건지. 역시 그 날인가. 우연히 책을 읽으며 울던 이 녀석을 봤을 때인가.

 

 

"받아라."

"... 이 책은..."

"그 책을 내게 읽어주면 된다."

"네?"

 

 

작은 책상에 올려져 있던 책 한권을 그녀에게 내민다. 책을 받아든 네코의 얼굴엔 한 순간 미소가 번진다. 아까와는 틀린 미소를 기억에 담아두며, 나는 용건을 말한다. 즉석에서 만들어낸 용건에 미소가 지워지고, 거기엔 당황함이 담긴다. 아니, 이 경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 더 맞겠군. 얼빵한 표정이란 말도 어울리는군.

 

 

"저기 토토씨, 읽어 주다니... 제가요?"

"너도 가끔은 내가 읽는 책을 듣지 않나. 너도 한번쯤은 해줘야 공평하다고 생각한다만. 틀리나?"

"...... 그래도..."

"거기다 가끔 내가 네 녀석의 공부도 봐주고 있으니, 너는 거절할 입장이 되지 못하지."

"......"

 

 

퇴로를 모두 차단한다. 아무리 도망치기가 능숙하던 네코라도 이번엔 빠져 나가지 못할거다. 표정만 봐도 이건 도망칠 수 없다는 생각이 뻔히 보여온다. 또 당분간은 잡아둘 구실이 생기겠군.

 

 

"알겠습니다. 단, 저는 읽어주는 것에 대해 서투르고, 토토씨 만큼 빠르지도 못해요."

"상관없다."

"근데 이거 한국어로 된 버전인데 괜찮으세요?"

"문제없다. 설마 이 내가 네가 온 나라의 언어도 모를거라 여기는거냐?"

"그렇네요. 토토씨는 정말 우수한 사람이니까요."

 

 

가끔 이 녀석은 평소 보이는 무표정에 비해 순수하달까, 사람을 너무 좋게 본다. 다른 인간들이 질투나 시기, 짜증을 담아 비꼬아 건내던 말들과 틀리다. 타지에 혼자 와서 산다는데, 괜찮은 걸까, 이 녀석... 제 딴에는 똑 부러지게, 얕잡아 보이지 않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만, 내가 보기에는 위태위태할 때가 많을 뿐이다. 만약 내가 이 녀석이 곁에 있게 된다면 조금은 더 안정적이 되지 않을까.

 

 

"지금부터 읽어야 하나요?"

"당연하지."

"... 알겠습니다."

 

 

희미한 한숨소리가 들려왔지만, 모른 척 한다. 곧 이어지는 목소리의 행렬은 생각보다 나긋하다. 중간중간에 호흡이 흐트러지거나, 흐름이 흔들려도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팔락하고 종이가 넘어가는 작은 소리와 어울린다. 처음이다. 이렇게 타인이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가 좋다고 느낀 적은... 저 작은 입에서 나오는 선율이 어느 노래보다 좋게 느껴진다. 만약 자신이 신이라면 이 공간, 이 시간을 폐쇄했으리라. 오직 자신만이 소유했으리라.

 

 

"그녀는 눈을 감았다. 닫혀진 눈커풀 아래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신은 말 없이 지켜본다."

"......"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물어진 입술 사이로 아무런 흐느낌도 나오지 않는다. 신은 그것 또한 말 없이 지켜본다."

"......"

"그녀는 눈을 뜬다.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신은 알아내려 한다. 허나, 소용없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가면이란 미소로 모든 것을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얼마나 내용이 흘렀을까, 고요하던 눈동자에 일렁임이 보였다. 목소리에 미미한 억누름이 느껴진다. 아아 여기서 한번 멈춰야겠군. 그녀의 목도, 평정심도 한계다. 다음의 내용은 내일로 미루자. 즐거움을 내일로 이으자. 내일도 그녀를 독차지하기 위해.

 

 

"됐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

"그런가요."

"이제 맘대로 하도록."

"네."

 

 

노래와도 같던 독서를 멈추게 하자, 이번에도 희미한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인가. 역시 이쯤이 적당했던거군. 커피라도 한잔을 줄까, 아니면 따뜻한 우유 한잔이 좋을까. 어느 쪽이 네코의 마음을 더 붙잡을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까. 흐음- 우유가 더 낫겠군.

 

 

"네코, 이거 먹..."

"......"

".... 이 녀석 바보인건가."

 

 

잠시 자료실에 마련된 작은 휴게실에 다녀오니, 거기엔 앉은체로 잠든 녀석이 있다. 마실 것을 준비하고 온 짧은 시간동안 잠에 져버린 네코에 기가 막힌 뿐이다. 거기다 남자가 있는 공간에 졸다니... 왜 이럴 때는 위기감이나 경계심을 가지지 못하는 건지. 나라고 자제심이 현자만한 인간이 아니란 말이다. 이 네코야.

 

 

"어이, 일어나라."

"....."

"일어나지 않으면, 확 잡아 먹어버린다."

"으음..."

 

 

평소의 녀석이라면 아주 정색을 하며, 반응했을 텐데 소용이 없다. 이거 제대로 방전이 되었군. 책을 읽는게 그렇게 체력이 들던가. 평균으로 따지면 아니지만, 평소 이 네코의 체력을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나, 이 녀석이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드는 녀석이었던가. 하아- 어찌됐든 깨워야...

 

 

"......."

"좀 더 냅두는게 좋겠군."

 

 

어차피 이곳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바로 다른 곳으로도 일을 하러 갈 것이다. 그럼 조금은 쉬게 해두는게 좋을테지. 내 책임이 조금도 없는 것도 아니니. 네코의 옆에 앉는다. 슬쩍 흘러내린 옆머리를 만져보아도 일어나지 않는다. 볼을 건드려 보아도 반응이 없다. 자신의 어깨에 고개를 올릴 듯이 옆으로 숙여진 고개. 왠지 아까 책을 읽던 때와 비슷한 각도로 보인다. 그리 짙지도, 길지도 않은 속눈썹이 보인다. 그리고 문장을 읊조리던 작은 입술이 눈에 들어온다.

 

 

"나보고 어쩌란 건지."

"......"

"... 깨지마라."

 

 

내가 이리도 성욕이 있던 남자인가. 아니, 성욕보단 지식에 대한 욕구가 높았다. 헌데 눈앞의 여자는 그걸 무너뜨린다. 아아 이건 성욕보다는 그저 닿고 싶다는 욕구다. 그녀는 매번 이런저런 핑계로 도망치고, 서로의 편함을 위해 가진 거짓된 연인관계는 결국 장애물이다. 처음부터 꼬여진 관계로 인해 가까이 다가갈 기회가 몇 번이나 무너졌었다. 그렇기에 유혹에 져버린다. 가는 턱을 잡아 조심히 올려, 작은 입술에 내 입술을 살며시 겹친다. 닿아온 온기에 심장의 박동이 거세진다. 그로인해 가슴이 울리는 감각이 싫지 않다. 오히려 중독된다.

 

 

"좋아한다..."

"... 정말로요?"

 

 

입술을 떼자,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마음.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당혹감을 느낀다. 설마 깬건가? 언제부터? 잠든 것은 연기였던건가? 아니 그전에 왜 물어본거지? 혼란 속에 소리가 되지 못한 질문들이 입안에 맴돈다. 바보 같은... 언제나의 침착함을 바로 되찾아야 한다. 하지만 감겼던 눈커풀이 열리며 보인 눈동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몇 초인지, 몇 분인지 모를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서로의 눈동자에 상대방에 담겨있다. 길게 느껴지던 시간이 지나자, 눈커풀이 닫힌다. 그녀의 닫혀진 눈커풀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다물어진 작은 입에선 아무런 흐느낌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본다. 아아 이것은 마치 아까의 책의 내용과 같다. 그렇다면 이 다음은...

 

 

"사유라..."

"......"

 

 

그 책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결말도 알고 있다. 신은 인간 여성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여성은 신에게 마지막 순간 웃어준 뒤 끝을 맞이했다. 그 내용이 떠오르자, 불안함이 들어버린다. 그렇기에 이름을 불러버렸다. 제발, 그 책의 여주인공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허나 보여온 것은 미소다. 한순간 떠졌던 눈동자에서 나는 무엇도 읽지 못하였고, 그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지독할 정도로 책 속의 여성과 같이 똑같이... 아아- 그렇구나. 나는 그 신과 같이 너의 마음을...

 

 

"저도 좋아해요."

"뭐?"

"저도 토토씨가 좋아요."

"......"

 

 

지금 내가 무엇을 들은거지? 좋아한다고? 네가? 나를? 나는 지금 환청을 들은건가? 아니면 백일몽? 아아 이건 꿈이다. 네가 나를... 라고 나는 또 혼란에 빠진다. 바라고 바랬던 상황이 막상 일어나자, 내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때 입술에 닿는 온기에 나는 책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

 

 

 

"저기 토토씨."

"뭐냐."

"이 책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당연한걸 굳이 묻는 의도를 모르겠군."

"그야, 이 책의 결말이..."

"배드엔딩이지."

 

 

내 말에 노골적까지는 아니나, 내키지 않다는 생각이 담긴 시선을 지으는 네코. 이런 표정도 참 볼 맛이 난단 말이지. 질리지가 않는달까, 계속 보고 싶어질 뿐이다. 내 이런 생각을 모른체,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는 다시 입을 연다.

 

 

"저 이거 끝 부분에서 울지도 몰라요."

"안다."

"...... 토토씨, 가끔 생각했지만... 성격이 조금 나쁘세요."

"호오- 꽤나 담력있군. 네코 주제에..."

"그치만 알고도 읽게 하는 사람보고, 이런 말 하는게 보통이라고 생각해요."

"감히 내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인간들은 없었다. 너 말고는."

 

 

내 말에 네코는 '그야, 토토씨의 그 고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못 말한거겠죠.' 란 표정을 짓는다. 최근 이 녀석의 표정에서 감정이 더 짙어져서인지, 아니면 경계심이 줄어서인지 생각을 읽어내는게 수월해졌다. 이건 이것대로 유쾌하다. 무엇도 알 수 없던 때보다 훨씬 좋다.

 

 

"걱정마라. 울면 품 정도는 빌려 줄테니."

"필요 없어요."

"그럼 억지로 안는게 좋은거냐?"

"성희롱이에요."

"나는 네 남자친구인데도 말이냐?"

"그래도 신고할 수 있어요."

"어차피 너는 신고하지 않을걸 안다."

"........"

 

 

내 말에 그녀가 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거기다 소리는 내지 않지만, '우으-' 라는 소리가 그 표정에 덧씌워진다. 정말이지, 이 녀석과 있으면 지루하지 않아. 팔을 뻗어, 내 옆에 서있는 네코의 손목을 잡는다. 그리 힘을 주지 않고 당겼음에도, 가녀린 몸은 쉽게도 내 무릎 위로 내려앉는다. 당황하며 벗어날려는 모습 또한 고양이와 닮았다. 이러다가 할퀴면 어쩌려나. 아, 그래도 괜찮을려나. 어차피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애교같이 느껴질 테니까.

 

 

"누가 오면 어떡할려고요?"

"왠만한 녀석들은 여기에 오지 않는다. 설령 봐도 나는 딱히 상관없다."

"저는 있어요."

"뭐가 말이지?"

"알면서 묻지 마세요. 정말 토토씨는 사람 놀리는걸 너무 즐기세요."

"알고도 날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나?"

 

 

하나하나 따지던 네코가 입을 다문다. 시선을 옆으로 흘기는 그 얼굴은 붉다. 곤란한데... 그날 이후로 너무도 솔직한 반응들을 보이는 이 녀석 때문에 내 자제력이 통제를 잃어간다. 이렇게 일일이 귀엽게 반응하면 매번 참는 쪽이 얼마나 힘든지, 이 네코는 절대로 모를거다. 아아 놀리고 끝내려고 했는데, 안되겠군.

 

 

"네코, 무슨 짓이냐. 손 치워라."

"치우면 키스할거잖아요."

"그거 말고 뭐가 있지?"

"여긴 학교고, 저는 일을 할 시간이라고요."

"내가 여기 담당자이자, 어느 의미로 너의 상사다만? 그런 내가 괜찮다고 정한거다."

"토토씨도 일단은 학생이잖아요. 대학원생. 학교에선 건전하게 지내세요."

"알까보냐."

 

 

키스 할려고 고개를 숙이니, 자유로운 손으로 내 입을 막는 네코. 거기다 이미 저번에 키스도 했는데 건전하게 라니. 키스 정도면 건전한거 아닌가? 대체 이 네코는 평소엔 꽤나 순순히 말을 들으면서, 이럴 때는 빡빡하단 말이지. 이렇게 내가 반항하는 네코와 신경전을 벌이는 도중, 조용하던 문이 열린다. 거기엔 한 젊은 교사가 서 있다. 보여진건가. 예상하지 못한 우리 둘의 모습에 교사는 멍하니 있더니, 이내 크흠하고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는 '한창 때라 사이가 좋은건 알겠다만, 적당히 하도록.' 이라고 말하더니 간다. 괜한 참견이군.

 

 

"거봐요! 진짜로 누가 왔잖아요!"

"그래서?"

"놓아주세요."

"싫다면?"

"절대로 책 읽지 않을거에요."

 

 

이 네코는 진심으로 이게 협박이라고 생각하는건가. 역시 순진하군. 어차피 내가 어떻게든 읽게 만들텐데, 나름 협박이라고 하다니. 거기다 부끄럽다고 울면 더욱 하고 싶어지게 만드는걸 모르겠지. 먼저 이 손을 치워야겠는데, 효과적인 방법이...

 

 

"알았다. 알았어. 관두마."

 

 

내 말에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떼는 네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입술을 맞춘다. 겹쳐진 입술 너머에서 '우우웁!'이란 소리가 들려왔지만, 상관않고 얌전해질 때까지 탐해준다. 잠시 후, 얌전해지다 못해 축 처진 그녀를 확인하고, 입술을 뗀다. 그리 강하게 나가지도 않았는데 뻗어버리는군.

 

 

"네 녀석은 좀 더 경계심을 갖도록. 이 정도로 속으면 살기 힘들거다."

"으으..."

 

 

한마디 하자, 네코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어버린다. 그리고는 분함과 부끄러움이 섞인 목소리를 낸다. 이제야 도망칠 수 없다는걸 깨우친 모양이군.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녀석도 없단 말이지. 아누비스가 훨씬 쉬웠었지. 어느 정도 그렇게 있었을까, 진정이 된 듯 조용한 그녀. 슬쩍 내려다 보니, 잠들어 있다. 역시 네코다. 한번 볼을 만져보려는 찰나, 다시 문이 열린다. 이번엔 제대로 방해를 받아 절로 짜증이 담긴 시선을 지어버리는데, 거기엔 아까의 교수가 서 있다.

 

 

"무슨 일이지?"

"아까 깜박하고 전해주지 못한게 있어서 다시 왔다네."

 

 

그렇게 말한 교수는 내 쪽으로 오더니 서류봉투를 하나 내민다. 힐끗하고 움직이는 시선이 네코에게 닿기도 전에 얼굴을 가린다. 쉽게 보여줄까 보냐. 봉투를 받아든 나는 녀석을 바로 보내 버린다. 그 후,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한다. 몇 장의 서류들을 훑어본다. 거기엔 그녀가 다니던 한국의 대학의 이름과 함께 해외, 교사, 턱별, 위임 등이란 단어들이 적혀있다. 문제는 없을거라 여겼지만, 제대로 통과가 되었군.

 

 

"이걸로 너와 함께 네 고향에서 지낼 수 있겠군."

 

 

네코에게 얘기를 해보지만, 반응이 없다. 딱히 반응을 원한게 아니니 문제없다. 그래도 내년 가을쯤 이 녀석과 함께 이 대학에서 벗어나, 한국이라는 나라로 갈 날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날 뿐이다. 쉽게 놓아줄까보냐. 네가 어쩔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쫓아가면 그만이다. 거기서도 너를 독점하고, 사랑해줘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 모든 것은 나를 이런 불완전한 감정에 중독시킨 너의 잘못이다.

 

 

"사랑한다. 사유라."

 

 

잠든 네코의 이마에 살며시 입맞춤한다. 나중에, 어떤 타이밍에 이걸 알려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때의 이 녀석의 반응이 얼마나 귀여울지가 기대된다. 큰일이군. 나 답지 않게 너무 들떠버리는군. 이 네코 때문에 나란 존재가 얼마나 바뀔런지. 뭐 상관없나. 한번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러자 들려온 으음이란 소리가 왠지 고양이들의 갸르릉 같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볼 줄이야. 앞으로의 인생은 지루하지 않을 것 같군. 그리고 그 책의 내용대로 되지 않아 정말 다행이군. 사랑하는 존재를 결국 영원히 잃어버린 그 어리석은 신과 같이 되지 않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