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히어로빌런 합작]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12. 23. 01:03

드림 [히어로빌런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원작의 배경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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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방 안. 한 남성이 의자에 앉아있다. 거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잘생긴 얼굴에는 미간이 잡혀 있었다. 누군가가 봤다면 절로 자리를 피했을 법한 정적이 노크소리로 잠시 흐트러진다. 짙은 푸른 눈동자가 문 쪽을 본다.

 

 

"토토씨, 사유라입니다."

"들어와라."

 

 

문 너머에서 들려온 여성의 목소리. 토토란 이름의 남성은 사유라라 칭한 자의 입실을 허락하다. 그러자 천천히 열리는 문과 방문자의 모습이 그에게 보여 온다. 별다른 특별함은 보이지 않는 젊은 여성이었다. 거기다 수수했다. 그 나이의 여자들이 할 법한 악세사리나, 화장 등을 하나도 하지 않은 모습이다. 허나 그것은 그리 문제가 아니었다. 여성은 꽤나 볼품없는 상태였다. 그의 기억이 맞다면 그녀가 자주 입고도 좋아하는 하늘색의 와이셔츠. 무엇에 베인 것인지 이곳저곳 베여져 꽤나 너덜너덜 해지고 피로 물들여져 있었다. 바지는 검은색이기에 붉은색이 티가 나지 않았지만, 잘린 천의 안쪽으로 붉은 상처가 보여 왔다. 얼굴에도 몇 개의 상처가 있다. 그의 미간이 더욱 좁혀진다.

 

 

"늦었다."

"죄송합니다. 오는 도중에...조금 사건이 있어서."

"그놈의 오지랖으로 멍청한 놈들을 구해주고 오느라 인가."

"알고 계셨군요."

"뉴스에서 아주 열심히 얘기했으니까. 얼른 와라."

 

 

그의 말에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사유라. 토토의 가시 돋힌 말이 전부 알고 있다는 것을 알린다. 사유라는 역시나란 눈빛을 짓는다. 이미 틀킨 것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한 반응에 그는 알게 된 경위를 얘기해준다. 그리고는 다가오도록 명령한다. 고압적인 태도와 말투에도 그녀는 불평없이 그에게로 다가간다. 자신의 앞까지 온 여성에게 토토는 입을 연다.

 

 

"벗어라."

"......"

 

 

앞뒤가 없는 명령. 보통이라면 기겁했을 말. 허나 그는 진진했고, 그녀는 놀란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잠시간 둘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이윽고 그녀는 와이셔츠의 단추에 손을 댄다. 톡, 하고 첫 번째 단추가 풀러진다.

 

 

 

 

 

 

 

 

 

"전부 합해서 26개의 상처. 상체에 18개, 하체에 6개, 얼굴에 2개. 잘도 이렇게 많이도 다쳐 오는군."

"죄송합니다."

 

 

낮은 목소리가 화를 꾹꾹 눌러 담아 결과를 알린다. 덤으로 비꼰 문장을 하나 더 얻어준다. 그런 그에게 여성은 그저 사과할 뿐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아까와는 확연히 달랐다. 너덜해진 옷이 아닌 허벅지까지 덮을 만큼 커다란 검은색의 와이셔츠를 입은 몸. 드러난 제법 하얀 팔과 다리 이곳저곳에는 붕대와 거즈로 치료되어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꽤나 깊은 상처였다만, 이유가 뭐지?"

"어린아이를 감싸다가 그만..."

"참으로 정의감이 투철한 영웅이군. 고작 네코 주제에."

"......"

 

 

토토가 그녀의 유난히 넓게 붕대를 두른 왼쪽 팔을 보며 묻는다. 여성은 다쳤던 때를 떠올리며 이유를 댄다. 그러자 들려온 것은 칭찬이 아니라 비꼬인 말. 애초에 들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막상 예상한 말을 들으니 씁쓸했다. 거기다 고양이들에게도 미안해졌다. 그가 멋대로 부르는 별명과도 같은 거지만, 아무 잘못 없는 고양이들도 좋지 못한 말을 듣게 한 것 같기에. 무엇도 반박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다물고 있자, 턱이 잡힌다. 잡혀진 턱은 위로 올려지고 절로 고개도 들어지게 된다. 눈앞에 그의 얼굴이 있다고 인식한 순간 입술이 무언가로 덮힌다. 놀라 도망가려고 했으나 어느샌가 허리에 둘러진 팔로 실패한다. 결국 그대로 키스가 이어지고, 조금은 긴 시간 후에 떨어지는 두 입술이다.

 

 

"너무 걱정시키지 말란 말이다."

"......"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도록. 알았나?"

"네..."

 

 

아까까지와는 다른 목소리. 질책이나 나무라는 느낌이 아닌... 그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와 푸른 눈동자에 사유라는 답한다. 웃는 듯 하면서도 어딘지 우는 듯한 표정. 기쁨과 미안함이 섞인 눈동자에 토토는 상냥하게 품안으로 끌어 안아준다. 히어로이기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던 여성은 따스한 품안으로 파고든다. 유일하게 자신의 나약함도, 히어로를 하는 이유를 아는 존재의 자상함에 어리광을 부린다. 언젠가 모든게 끝날 때를 상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는 자신을 그리며, 사유라는 눈을 감는다.

 

 

 

 

 

 

 

 

연인이 잠든 후, 토토는 사유라를 침실에 침대에 눕힌다. 깊게 잠든 그녀의 볼을 살짝 손가락으로 훑는다. 고른 숨소리가 들려와 기분이 좋아지는 그다. 이대로 시간이 멈춰도 나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시답지 않은 생각이군."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얼굴은 왠지 즐거움이 자리잡혀 있었다. 계속 조용한 시간이 이어질 것 같던 순간 흔한 핸드폰의 벨음이 들린다. 토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방금까지 있던 미소는 지워진다.

 

 

[토토! 토토! 나쁜 인간 잡았어! 잡았어!]

"잘했다, 아누비스."

[헤헤헤, 토토에게 칭찬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남자의 것이다. 청년이라고도 소년이라고도, 어느 쪽이라고 정하기 어려운 목소리의 주인의 보고에 그는 칭찬한다. 아누비스라 불린 남자는 그것에 기뻐한다.

 

 

[유라를 상처 입힌 나쁜 녀석이지? 아누비스가 너덜너덜하게 해도 돼?]

"정당히 해라. 죽이지는 말도록. 나중에 실험에 쓸 거다."

[네~!!]

 

 

어린아이 같이 순수하고도 밝은 목소리였다. 허나 그 내용은 어딘지 평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토토의 대답으로 확실해진다. 아누비스는 그의 말에 크게 답하고는 전화를 끊는다. 토토는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은 뒤, 아직도 곤히 잠들어 있는 사유라를 바라본다.

 

 

"흠, 이번에도 수면제가 잘 들었군."

"......"

"무리할 때마다 이렇게 잠재워 하다니. 손이 많이 가는 네코라니까."

 

 

그의 입에서 나온 말 중에서 그녀가 놀랄만한 내용이 들어있다. 토토는 약이라고 먹인 수면제의 효과가 잘 나와 안심한다. 속으로 슬슬 수면제 배합을 바꿔 내성이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그의 얼굴은 웃고 있다.

 

 

"네 녀석은 내 정체를 절대 모르고 있겠지. 그리고 내가 꾸미고 있는 일도."

"......"

"너에게 위협이 될 만한 빌런, 그리고 쓸모없는 인간들을 죽일려는 내 계획을."

 

 

토토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상냥했다. 그녀의 볼을 쓰다듬는 손길도 상냥했다. 허나 그의 계획은 상냥함과는 멀었다. 일반인이 생각할 법한 일은 아니었다. 마치 히어로와는 반대의 존재, 누군가를 불행으로 빠뜨리는 존재와 같은 말이었다. 누군가가 들었다면 물어봤겠지만, 아쉽게도 그 이외에 깨어나 있는 이는 아무도 없기에 불가능했다.

 

 

"내 정체를 알면 네 녀석은 어떤 반응일지가 궁금하군."

"..."

"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나를 죽이려 할까."

"......"

"뭐, 어느 쪽이든 나는 너를 놓아줄 생각은 없지만."

 

 

독점욕과 소유욕이 가득한 목소리가 방에 짧게 울린다. 그 목소리는 그녀에게 닿지 못하지만, 토토에게는 상관없다. 닿지 않을 걸 알고 내뱉은 말들이기에. 대신 연인의 이마에 짧게 입맞춤을 내린다. 그가 살아오며 가진 적이 없는 마음을 가지게 해준 사랑스런 존재. 한 없이 인간스러움에도 사랑스러운 존재. 비뚤어지고 가치가 떨어지는 인간들 중에서 감춰진 빛을 품은 존재. 토토에게는 사유라란 존재가 그렇게 보여 온다. 그렇기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너는 복수를 이루면 날 떠나갈 생각이겠지. 하지만 놓아줄까 보냐."

"......"

"겨우 찾아낸 사랑스런 존재다. 그러니 나는 널 놓아주지 않을 거다."

"......"

 

 

토토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세계를 상상해본다. 많은 인간들과 빌런들이 사라진 안전하고도 조용한 세계에서 그녀와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그려본다. 그것은 무척 기분이 좋아지는 상상이라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정의라고 하지는 않는다. 세계와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라지만, 많은 목숨들을 사라지게 하는 계획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빌런이라 칭하고 생각하는 그다. 어중간한 정의나 방법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토토 카도케우스란 남자의 나름에 책임감이다.

 

 

"좀 더 조용해진 세상에서 함께 행복해지자."

"....."

"미쳤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를 사랑한다. 사유라."

 

 

빌런은 히어로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한다. 이별을 생각하는 그녀를 잡아두기 위해, 좀 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조용했던 악은 사랑을 위해서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존재가 희망이자 행복으로 바라보는 사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