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

토토사유 - 잔인한 너

サユラ (사유라) 2018. 4. 1. 00:47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조금은 드문 날이라고 토토는 생각하고 있다. 자신의 옆에 네코가 있기에. 아니, 정확하게는 네코라 부르는 여성이 얌전히 있다. 사각사각, 자신이 준 펜으로 시험지의 채점을 행하는 모습은 조용했다. 펜소리와 팔을 움직일 때의 옷깃이 스치는 소리만이 들렸다. 이런 상황은 그리 없기에, 더욱이 그녀가 나서서 일을 도우는 일이 적어 신은 내심 속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이런 날은 좋은 일보다는 무언가 그녀에게 일이 있던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토토씨, 다 되었어요."

"..."

"토토씨?"

"수고했다."



언제나의 톤. 언제나의 시선. 변함없는 모습으로 자신에게로 채점이 끝난 시험지를 주는 여성. 그런 그녀에 신은 언제나와 같은 느낌으로 받아낸다. 더불어 수고의 말도 곁들인다. 그러자 보여온 작은 미소. 이건 조금 다르다. 아니, 예전보다는 좋아졌다였다. 사유라란 인간이 토토란 신에게 좀 더 익숙해진 반응이다. 작으면서도 큰 변화에 조용하던 신의 심장이 멋대로 빠르게 뛰어댄다. 



"......"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냐."

"감히 말을 해도 괜찮을까요."

"허락한다."



연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지긋히 바라봄에, 시선이 마주친 것에 토토는 두쿵하고 심장이 뛴걸 느낀다. 그로인해 떨릴뻔한 목소리를 눌러내 묻는다. 사유라는 그런 신을 모른 채 조심스레 허락을 구한다. 고고한 신은 인간에게 허락을 내린다. 위대한 존재의 허락을 받아낸 작은 존재는 작은 미소를 지어낸다. 들릴리 없는 '감사합니다.'란 목소리가 신에게 들려온 듯 했다. 



"꿈을 꾸었습니다."

"무슨 꿈인데, 내게 말하는 거지."

"토토씨가 나오는 꿈이었답니다."



꿈. 설렘보다는 불안함이 다시 신을 언습한다. 사유라란 인물은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다. 아니, 보통의 인간들이라면 얘기할까. 아무래도 좋다. 신은 그렇게 생각한다. 문제는 꿈을 언급하는 인물이다. 눈앞의 여성은 언제나 자신을 시험한다. 그 어떠한 소재로도 시험에 들게 한다. 꿈은 특히나 강렬하다. 그 안에 담긴 사유라란 존재의 무의식이나 과거가 보여서. 그걸로 그녀가 얼마나 흔들지 신은 가늠하지 못한다. 

쿵. 심장이 비정상으로 크게 뛰었다. 아니, 가슴 전체가 뛴 감각을 신을 느낀다. 꿈에서 자신이 나왔다 란 내용은 생각지도 못 했기에. 아니다. 자신이 나왔기에 그녀가 얘기를 꺼낸거다. 라고 토토는 납득한다. 불안함이 자리잡은 가운데 설렘이 고개를 들었다. 바보같을 정도로, 혹시나란 기대심이 신의 안을 긁어낸다. 손가락으로 살살 긁어내듯한 그 감각은 간지러워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호오, 무슨 내용이었지?"

"...... 토토씨가 행복하게 웃고 계셨어요."

"내가? 무엇 때문에?"

"당신의 곁에 있던 어떠한 여성의 대화로 웃으셨던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그건."



애써 언제나의 윗시선적인 태도로 토토는 묻는다. 하지만 곧 그건 바뀐다. 작은 입에서 나온 말에 신의 목소리 톤이 바뀐다. 여유있던 목소리는 정색하게 바뀐다. 그걸 어떻게 해석한 건지 받아들인 건지 여성은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입을 다시 움직인다. 연갈색의 눈동자가 힐끗 창문 너머를 본다. 천천히 원래의 방향으로 돌라온 시선은 신을 바라본다. 언제나보다 부드럽고도 빛난다고 신은 상황에 맞지 않는 감상을 해버린다.



"토토씨가 예쁜 여성과 함께 대화를 나누셨어요. 내용은 모르지만, 정말 즐겁다는.. 행복하다는 느낌이었어요."

"그 여성은 누구지?"

"모르는 분이었답니다. 그저 좋은 분 같았어요."

"겨우 그런걸 말하기 위해 내 허락을 받은 거냐."

"... 아뇨. 이걸 말하고 싶었답니다. 토토씨가 누군가와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답니다."




사유라가 웃는다. 웃음소리 하나 없는 미소가 웃음으로 신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웃음소리가 섞여있는 것만 같았다. 잔인하다. 신이 눈앞의 있는 여성에게 느낀 감상이다. 기대와 설레임으로 두근거렸던 심장이 찢어지는 감각이 인정사정 없이 신을 괴롭힌다. 우월하고도 고고한 신은 감정에 의한 아픔에 미간을 찌푸린다. 오랜 시간 가지지 않던 감정은 토토를 무너뜨릴 것만 같이 날카로웠다.

보기 좋았답니다. 거짓이 없던 부드러운 목소리가 토토의 머릿속에 여전히 울린다.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그는 알고 있다. 그때의 미소도 무엇을 말하는지 지혜의 신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사유라는 토토란 존재가 다른 이와 행복함에 다행이다란, 좋았다란 감상만을 내놓았다. 그 이외의 감정은 없었다. 그것을 안 토토는 속에서 무너진다. 울화가 치밀었다. 



'너는 내게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거냐! 나는 네가 누구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 질투하고 아픈데.. 왜 너는 조금이라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주지 않는거냐! '



그의 안에서 거친 감정이 휘몰아쳤다. 언제나 알아주지 않는 여성에 신은 날로 무너져만 간다. 지쳐간다. 그래도 신은 사유라에게 아픈 감정을 토해내지 않는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알기에 내뱉지 않는다. 그저 언제나의 미소를 지어낸다. 훗하고 가벼운 코웃음을 낸다.



"... 너도 속 편한 인간이다. 그런 꿈을 꿨다고 헤벌레 웃다니."

"좋은 장면이었기에 저도 모르게..."

"그것보다 그렇게 웃었다면 적어도 너는 나를 호감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인가."

"네. 토토씨는 위대하시고 멋지시니까요. 거기다 저는 언제나 토토씨에게 신세를 지기만 하니까. 토토씨가 행복하다면 좋답니다."

"...... 흥, 너도 쿠사나기 못지 않은 태평한 부분이 있군."

"유이만큼은 아니지만...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함없는 사유라. 오히려 토토가 속으로 안달이 났다. 답답하고도 스물스물 울화가 울컥했다. 그래도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사실에 희미한 기쁨을 느낀다.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던 -물론 아누비스는 좀 틀린지만- 자신이 이렇게도 속이 엉망이 된다. 오랜 시간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토토는 눈을 한 번 깜박인다. 끼익, 의자를 밀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제부터 일이 있다. 알아서 정리해라."

"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실제로 일이 있기에 토토는 도서실에서 나간다. 사유라는 신의 외출을 마중한다. 탕, 제법 두꺼운 도서관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넓은 공간에 퍼졌다. 곧 그 울림은 사라지고 고요함으로 덧칠해지는 도서관에서 그녀만이 남는다. 

투둑, 툭. 고요할 터인 공간에 빗소리가 울린다. 실내에서는 없을 소리의 근원지는 인간 여성이다. 사유라는 아까와는 다른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앉아 있다. 무표정으로 살짝 눈커풀을 내리깔은 표정은 눈물을 흘릴거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허나 그녀의 눈동자에서 떨어지는 것은 분명 물방울들이었다. 물방울들이 눈동자에 매달렸다가 무거워져 책상 위로 추락하기를 반복했다. 



"웃을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절대로 못 말해요. 그 꿈을 꾸고 몇번이나 이렇게 울고 있다는걸. 그리고 그렇게 얘기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었다는 걸."



울음에 잠긴 목소리가 무표정과는 어우러지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툭툭하고 떨어지는 눈물들 만큼은 떨림이 담긴 목소리와 어울렀다. 사유라는 자신의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들과 아픔들에 연기도 힘들었다. '사유라'로 유지하기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감정에 너무도 괴로웠다. 



"어째서 당신이었을까요. 왜 토토씨가 꿈에 나와서 그런.. 그런... 제발 알아주세요.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못한 존재라는 걸."



사유라는 끝내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는다. 터져나올 것만 같은 비명과도 같은 오열을 참아냈다. 가슴 안부터 올라오는 무수한 말들을 삼켜낸다. 꿈을 하나로 자신의 내면을 봐버려서, 감정의 이름이 너무도 선명해져 괴로운 그녀였다. 그래서 일부러 신에게 진심이자 거짓을 고했다. 스스로의 목을 잘라낼듯한 말을 일부러 고했다. 그렇게 사유라는 한참동안 어지러운 가슴을 정리했다. 눈물이란 수단으로... 자신의 안에서 생겨난 질투를 눈물로 씻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