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인외드림 웹진 멜리진 ]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9. 10. 31. 23:20

* 드림합작 [ 드림웹진 멜리진 ]]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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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의, 그 순간은 분명 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었어. 인간뿐만 아니라 신이라도 그 순간은 기적이라고, 다시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순간이라고 말할 거야. 그리고 그 순간에 만난 두 존재, 본래의 순리에 따라 그러한 형태로 만날리가 없을 두 존재가 만났다면... 그 순간을 타존재들은 무어라 할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건 분명 기적이라 말하며 운명이라고 쓸 거야.

 

 

 그 날은 무척 맑은 날이었지. 아아, 바람은 불긴 불었어. 그렇다 해도 잔잔한 정도였지. 허나 겨울이란 계절에 맞게 추운 날이라고도 할 수 있었지. 더군다나 밤이었으니 숲의 동물들은 추위에 몸을 웅크리며 잠을 잤어. 그럼에도 맑은 하늘의 달은 그 빛을 밝으면서도 은은하게 비추었지. 마치 누군가의 길을 비추기 위해서 라는 듯이 말이지.

 

 그렇게 추위가 신이 나고, 달빛조차 온기가 없는 듯한 겨울의 밤이었어. 정말 숲의 존재들도 조용한 밤이었지. 그러한 밤인데도 생명은 숨쉬고, 죽어가고, 시간에 잠식되었지. 한 그루의 나무가 그걸 증명했지.

 

 나무는 자연의 흐름에 맞도록, 자신이 살아감을 증명하도록 그 가지에 맺었지. 다만 조금은 그 해는 조금은 특이했었어. 겨울임에도 남아있는 나뭇잎과 겨울임에도 이른 꽃을 가지에 매달아 놓았었어. 그 모습은 어찌 보면 신기하지만 우스꽝스런 광경이었지. 메마른 나뭇잎이 흔들거리고, 싱그러운 꽃이 함께 한 모습이었으니까. 어찌 보면 바보거나 미쳐버린 나무였지.

 

 암튼 그 나무는 밤이 깊어감과 달빛을 느끼며, 제 가지에 걸린 다른 두개를 지켜보았지. 그때였지. 무슨 타이밍이었을까, 아니면 바람의 장난이었을까. 보름달이 밤하늘 가장 높이 오른 순간. 바람이 강하게 불더니 아슬아슬하던 마른 갈색의 나뭇잎이 떨어졌지. 아직 생기가 돌던 하얀 꽃 한 송이가 꺾어졌지. 그리고 둘은 1초도 되지 않는 시간의 차이로 하얀 눈 위로 나란히 곱게도 떨어졌지.

 

 그 순간 숲과 공기가 진정한 정적을 만들어냈지. 동물들은 더욱 숨을 죽이고, 장난 가득하던 겨울의 바람도 어딘가로 숨었어.

 

 아아, 그때였지. 그때였어. 나타난 거야. 두 명의 신이.

 

 그 해의 마지막으로 떨어진 잎새를 거둬들이는 신.

 그 해의 처음으로 떨어진 꽃잎을 거둬들이는 신.

 

 메마르고 냉철한 신, 토토 카도케우스.

 싱그럽고도 따스한 신, 시와가리 사유라.

 

 본래라면 만날 수 없는 두 신이 만난거야. 마지막과 처음을 관장하는 두 신이 만난거야. 그 넓은 세계에서 상반대는 순간을 나타나는 두 신이 만난거야.

 

 잎새를 거둬들이기 위해 온 신은 달이 지는 방향에서.

 꽃잎을 거둬들이기 위해 온 신은 달이 떠오르는 방향에서.

 

 나는 그 순간을 보았지. 그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아니, 불러야만 할 순간을 보았어. 두 신의 시선이 교차하는 순간을. 언제나 보다 밝은 달빛 아래에 이뤄진 아름다운 만남의 순간을. 그때 착각이었을까. 나는 무언가 방울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 같았어. 바람 한 점 불지 않음에도 말이지. 나뭇잎들이 스치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둘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어. 그저 자신들이 가져가야 할 존재를 손에 들었지. 우아한 손길로 둘은 잎새와 꽃을 각각 손에 쥐고, 감쌌어. 그리고는 자신들의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걸어갔지.

 

 잎새를 거둬들인 신은 달이 떠오르는 방향으로.

꽃잎을 거둬들인 신은 달이 지는 방향으로.

 

 그렇게 허무하게 기적의 순간이 허무하게 지나는 건가 조마조마했지. 그런데 아니었어. 아니었던 거야. 또 무슨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바람의 오지랖이었을까. 바람이 세차게 불어 여신의 손에 있던 꽃을 날려버렸어. 인간들의 말을 빌리자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는 일이었지.

 

 꽃은 자신이 떨어졌던 자리로 다시 떨어졌어. 여신은 놀라 뒤를 돌아봤어. 하지만 곧 바로 꽃을 주우러 갈 수 없었지. 왜냐하면 그녀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청안 때문이었어. 아직 햇병아리에 가까운 여신은 오랫동안 존재해온 신의 강렬한 시선에 움직이지 못했던 거지.

 

 그러한 여신을 두고, 다른 신은 갔던 길을 되돌아갔어. 소리가 없는 발걸음에 눈 위에는 아무런 발자국도 남지 않았지. 허나 그가 꽃을 주우러 간 것은 사실이었어. 꽃을 주운 남신은 다시 걸음을 움직였지. 보이지 않는 여신의 발자국을 하나 둘 자신의 발자국으로 다시 겹치며 말이야.

 

 이윽고 그가 그녀의 앞에 섰어. 여신은 조용히 남신을 올려다보았고, 남신은 여신을 내려다보았지. 아아, 그때의 내 두근거림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 크흠, 실례. 잠시 흥분했네. 암튼 두 신은 한참을 서로를 바라보았어.

 

 먼저 움직인 쪽은 누구일까. 바로 꽃을 주운 신이지. 그는 꽃을 여신의 귀에 꽂아주었어. 그리고는 천천히 볼까지 내리며 손끝으로 훑었지. 여신은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않았어. 그저 그의 손길을 받았지. 볼까지 내려온 구릿빛 손끝은 이윽고 손전체로 하얀 볼을 감싸버렸지.

 

 그들은 그때 알았을까. 둘이 서로 반대의 느낌이라는 걸. 색도, 맡겨진 일들도. 나는 특이 짙은 푸른 눈동자가 연갈색의 눈동자가 서로 비추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어. 다른 여신들이 보았다면 최소 몇십 년은 두런두런 나눌 장면이었지.

 

 크흠, 실례. 약간 이야기가 빗나갔군.

 

 그 다음은? 아아, 그러니까 아무 일 없었어. 응? 무슨 말이냐고? 하하, 그게 말이야. 도망쳤거든. 여신님이. 하필이면 눈의 신이 다가오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와 놀란 여신이 도망가 버리셨어. 귀에 꽃을 꼽은 채 말이야. 남겨진 다른 신은 그 자리에 잠시 있더니 생각보다 별 반응 없이 가버리셨어.

 

 자, 이걸로 오늘의 이야기는 끝. 뭔가 불만스런 얼굴이구먼. 그 뒷이야기를 원한다고? 이봐, 나는 단지 그 자리에 있던 구경꾼이야. 감히 내가 신들을 따라다닐 수 있겠어. 다만, 뭔가 보고 싶다면 조금만 이 자리에 있어봐. 좋은걸 구경할 수 있을 테니까.

 

 매년 이 시기에 찾아오는 분들이 계시거든. 한 쌍의 부부의 연을 맺은 신들이야. 냉철하고도 까탈스럽지만 아내를 아끼고 집착하는 푸른 눈의 신. 상냥하고도 낯가림이 심하지만 남편에게는 기대면서 어리광도 부리는 연갈색 눈의 신. 그 둘은 말야, 정말 봐도 질리지가 않는단 말이야. 다만 조심해라, 남편이신 신이 엄청 질투랑 독점욕이 강하니까.

 

 그게 뭔 상관이냐고? 다음이나 얘기해달라고. 나참, 힌트를 줘도 모르다니. 그럼 힌트 하나 더. 여신은 귀에 꽃을 한 송이 꼽고 다니시지. 하얗고도 귀여운 꽃인데 특이한 점이 있어. 꽃잎이 한 장 없다는 점이야.

 

 자자-, 내 이야기는 진짜로 여기까지. 이제 곧 눈부신 신들이 내려오실 테니까. 그러니 내 가지 위에서 조용히 있으라고. 기념일마다 찾아오는 신들의 알콩달콩한 데이트를 방해하지 말도록. 그리고 나는 내 할 일을 해야지. 새하얀 꽃들을 뽐낼 테니까. 기적에서 그치지 않고 운명으로 만든 두 신이 웃으실 수 있도록 말이지.

 

아 아- 정말이지. 그 두 분의 미소가 얼른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