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10년 전, 10년 후 드림합작]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5. 13. 22:04

드림 [10년 전, 10년 후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트리거 워닝 - 이혼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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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의 교문 앞. 아직은 앳됨이 가득한 학생들이 차례대로 나오고 있다. 그런 교문 근처에 척보아도 학생들과는 분위기도, 나이도, 국적도 틀린 남성이 무서운 표정을 지은채 서 있다. 거기다 나오는 학생들의 얼굴들을 확인하고 있어, 누군가가 봤으면 신고했을지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헌데 누구도 그에게 시선을 주지도, 존재자체도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렇게 몇 십분이 지났을까, 남성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된다.

 

 

"문방구에서 미술도구 살건데, 같이 갈래?"

"응, 어차피 나도 샤프심 사야하니까."

"난 노트랑 검정색 펜."

 

 

3명의 여학생에게 고정된 시선. 아니 3명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여학생에게 꽂힌 시선은 어딘지 진지했다. 그 여학생의 모습은 평범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 어디하나 고치지 않은 듯한 단정한 교복, 턱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 주변의 학생들보다 하얀 피부. 어디를 보아도 평범한 학생인 소녀는 딱히 눈에 띄는 외형이 아니었다. 그리고 푸른 눈동자의 남성은 점점 멀어지는 소녀를 뒤따라 간다.

 

 

"분식점은 갈거야?"

"간다면 나는 떡볶이."

"나는... 용돈이 없어서 안되겠다."

 

 

문방구란 상점에서 나온 3명이 바로 그 옆에 있는 분식점을 보며 얘기를 나눈다. 나머지 2명은 사려는 가운데, 소녀만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빠진다. 친구들이라 여겨지는 2명이 분식점에서 사는 동안 소녀는 멍하니 하늘을 구경한다. 남성은 그런 소녀로부터 살짝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면서도, 주위를 살펴본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와는 엄연히 틀렸다. 신이 사는 세계와 비슷하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지만, 너무도 틀린 풍경은 사실 그에게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그저 인간들이 사는 세계라는 것 밖에 없었다.

 

 

"딱히 무엇도 없는 곳이군."

 

 

겨우 열린 입에서 나온 목소리의 톤은 낮았다. 별 감흥이 없다는 느낌이 팍팍나는 목소리의 주인인 신은 다시 소녀를 본다. 여기서는 누구도 '사유라'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소녀를 그는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보러왔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온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말하지 않는 여성에 토토는 결국 보러 와버렸다.

 

 

"이때는 좀 더 살이 붙어 있었군. 거기다 혈색도 더 좋고."

 

 

소녀의 모습을 모형정원에서 보던 그녀와 비교하는 그는 의문을 품는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인간에게 있어 짧지 않은 시간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작은 일에도 많은 변화를 보이는 시기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녀에게서는 무언가를 느끼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음식을 산 친구들이 주는 분식을 먹고 작게 웃는 모습은 평범했다.

그 후, 소녀는 놀이터에서 수다를 꽤나 오래 수다를 떨었다. 학교, 숙제, 수업, 노래, 책 등 그리 특별할거 없는 내용의 시답잖은 수다. 처음이다. 그녀가 누군가와 아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언제나 여성의 대화 속엔 동등한 위치라는 느낌이 없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다른 신들과의 대화도 그랬다. 반드시 그 안에는 숨겨진 거리가 있었는데, 친구들과 얘기하는 소녀에게서는 느끼지 못한다.

 

 

"그럼 내일 보자."

"응, 아 맞다. 내일은 꼭 말해준 노래 들려줘야 해."

"알았어. 알았어."

 

 

꽤나 시간이 지나서야 소녀는 친구들과 헤어진다. 2명이 뒤돌아 가고, 소녀도 집 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이다. 그녀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토토는 목격한다. 귀에 이어폰을 꼽는 소녀는 이미 무표정으로 바뀌었고, 벽을 세운다. 방금까지 친구들을 향해 짓던 옅은 미소는 지워져 있었다. 부드러움이 지워져, 무감정이라는 딱딱함으로 몸을 감싼다. 토토는 내심 놀랐다. 그저 지인이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도 소녀의 심적변화가 클 줄은 몰랐기에.

집으로 돌아가는 도중, 소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인채로 묵묵히 걷고 걸어 어딘가로 향한다. 그런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서 따라간 토토다. 이윽고 도착한 곳은 2층으로 이루어진 단독주택이다. 붉은색의 벽돌로 이루어진 주택은 자세히 보면 이곳저곳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들어간 소녀를 맞이해주는 인물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상관 않고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가 바로 나오는 그다. 꽤나 한참 후에 방에서 나온 그녀의 복장은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모습이다. 누가 봐도 평범한 모습은 미래에 신이 만든 모형정원에 와 신화가 이루어질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본인도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그 어느 인간이 자신이 신이 될거라 여기겠는가. 과거라면 모를까, 현대에서는 없다고 여기는게 맞을거다. 허나 기적인지, 불운인지 소녀는 후에 신이 될 운명을 가졌다.

 

 

"내일은 국어, 수학, 과학, 음악이니까... 이거랑 이거..."

 

 

가방을 정리하며, 다음날 수업을 챙기는 소녀의 모습에서 신과 관련된 낌새는 조금도 없다. 그 뒤, 텔레비전을 보는 모습은 그저 인간이면서도 약간 신선했다. 책을 읽는 모습이나 음악을 듣는 모습은 곧 잘 보았지만, 역시나 모형정원이라는 환경이기에 미디어매체를 보는 모습은 목격한 적은 없었다. '지금'과는 다르지 않는 연브라운 색의 눈동자에 비쳤다가 사라지는 여러가지 색들은 인공적이며, 눈에는 좋지 않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신이었으나 아무런 제재를 주지 않는다. 얼만큼 그렇게 지켜봤을까, 무언가를 떠올린 것인지 옷장을 여는 그녀다. 무엇을 찾는지에 대한 의문은 체육복이라고 중얼거린 작은 목소리 덕에 해결된다.

그렇게 이곳저곳 뒤적거리던 두 손이 일순 멈추더니, 어떤 종이를 꺼내든다. 그 후, 소녀는 한참이나 종이를 바라본 채 움직이지 않는다. 뒤에서 지켜보던 토토는 곁으로 다가가 종이를 들여다 본다. 거기에 적힌 언어를 읽어낸다. 어떠한 서류인 종이엔 여러가지의 단어들과 함께 누군가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신은 자신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얘기했던 여성의 말을 떠올린다.

 

'아, 전 부모님이 어릴 때 이혼하셔서 사실 엄마의 손맛이란건 몰라요. 안다면 오히려 할머니의 손맛이에요.'

 

현대에 들어 이혼을 하는 남녀가 늘었다는 것은 신도 알고 있었다. 실제로 재판을 받는 인간들의 심장이 고하는 죄에 이혼과 관련된 내용도 증가했다. 당연하게도 죄로 고해지만큼 그 내용은 그리 좋은 내용은 아니었다. 그때마다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혀를 찼다. 물론 이혼자체가 지적당할만한 일은 아니다. 그것도 앞으로의 일을 위한 선택지 중 하나다. 그렇기에 토토는 이혼이란 행위 자체에 그리 어떠한 감흥도 없었다. 허나 지금 소녀의 모습에 처음으로 알게 된다. 당사자가 아닌 다른 이에겐 바라지 않던 선택지일 수도 있으며, 잊지 못할 아픔이 될 수 있는 사실을...

 

 

"엄마, 아빠는 정말로..."

 

 

소녀의 고요한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서서히 부서지는 눈동자는 이내 미약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직 성장이 멈추지 않았을 작은 몸은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아직도 종이를 쥔 두 손은 창백해져간다. 그녀의 여러가지가 바스러진다. 마음과 함께 몸도 바스라져 간다고 신은 확신한다.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알고 있었는데, 왜 이제와서 이런걸..."

 

 

울음소리와 책망을 억누른 앳된 목소리가 작은 입에서 새어나왔다. 알고 있던 진실을 서류란 형태로 확인한 소녀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눈물을 흘리며, 손에 잡힌 진실에 대하여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는 결국 그 자리에 무너져 앉아, 조금은 긴 시간동안 소녀는 울었다. 토토는 그 곁을 함께 있어준다. 설령 그녀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뒤의 일들도 신은 모두 지켜봤다. 무너졌던 소녀는 다른 방에서 들려온 뻐꾹이라는 소리에 바뀌었다.. 마치 그것이 슬픔의 시간의 끝이라는 알림이였다는 듯이 멈추지 않을 듯 했던 눈물이 멈췄었다.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것 같던 몸을 일으켜 어디론가로 가더니 깨끗한 얼굴로 돌아왔었다. 언제 눈물을 흘려다는 듯이 무표정인채로 외출준비를 했던 소녀. 그러더니 서류를 원래 자리에 놓고는 하교 때와는 다른 가방을 들고 나갔다. 뒤를 따라간 곳은 학원. 소녀는 거기서 언제나의 자신으로 교육을 받았었다. 그리고 학원이 끝났어도 소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모습으로 지냈다.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그녀는 슬프거나 괴로운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었다.

 

 

"불 끈다?"

"응."

 

 

하루의 모든 일과가 끝나고 취침에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 된다. 소녀는 이미 이불 속에 들어간 남동생을 살펴보더니 전등을 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토토는 그대로 그녀가 잠들거라 여겼다. 허나 신의 예상은 틀렸다. 십 여분의 시간이 지나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닿아왔다. 소리의 발생자는 소녀다. 이미 깊게 잠든 남자아이와 달리 그녀에게서는 졸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허나 짙은 주황색의 가로등에 의해 밝혀진 얼굴은 지쳐 보여 온 신이다.

소녀는 되도록 소리를 내지 않고, 옷장에서 낯에 봤던 서류를 꺼낸다. 가로등 불빛이 있다고는 하나 종이에 적힌 글씨를 보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것에 미미한 짜증을 느낀 신과 달리 소녀는 지친 시선으로 서류를 본다. 바꿀 수 없는 진실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녀의 눈에서는 낮과 달리 눈물 하나 흘러내리지 않는다. 허나 토토는 그 모습이 더욱 지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도 괴로워 했음에도 누구에게도 상담하지 않았던 소녀는 이제 슬퍼할 기력도 잃어버렸다.

 

 

"알고 있었어. 그리고 이게 두 분의 선택이었을거야."

 

 

귀를 기울지 않으면 몰랐을 만큼의 작은 목소리의 중얼거림. 자신의 슬픔과 어리광보다 부모님에 대한 납득과 이해를 우선시한 모습. 그게 신은 이해가 되면서도 되지 않았다. 낮에도, 지금도 소녀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는 상황인데도 타인을 향한 원망이나 책망을 말하지 않았다. 책망을 말했다면 그 상대는 서류를 찾아낸 운명이나 소녀 자기자신이었다. 그녀는 진정으로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드러내지 않았다. 결국 자신의 가슴 속에 묻어, 납득과 이해를 선택했다. 설령 그로인해 자신의 슬픔과 아픔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말이다. 토토는 '지금'의 여성과 다르지 않은 모습에 짜증을 느낀다. 너무도 답답해 들릴리 없을 말을 내뱉으려던 찰나...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소녀가 자신을 올려다 본다.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소녀가 자신에게 말해왔다.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을 알고있던 토토라도 한 순간 그 사실을 잊어버린다. 짙은 주황색의 가로등 불빛에 물들여진 눈동자가 똑바로 바라봐 신은 말을 삼킨다. 한 번도 자신에게 보인 적 없는 종류의 미소와 시선에 지고한 신은 무엇도 하지 못한다.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그러니 내일도 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낼 수 있어요. 달님."

 

 

달님, 그 단어에 토토는 정신을 차린다. 소녀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녀는 자신이 아닌 등 뒤의 창문 너머에 있는 달을 향해 시선과 말을 건낸 사실을 알아챈다. 분명 꽤나 민망한 상황일텐데도, 그것보다 서운함과 씁쓸함을 느낀다. '사유라'라고 이름을 댄 여성은 과거든 현재든 자신을 향해 진정한 의미로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란 사실에 말이다. 설령 지금은 그것이 당연한 상황이더라도 그는 가슴에 퍼지는 감각을 어찌할 수 없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달님."

 

 

서류를 원래 자리보다 더욱 깊숙이 넣은 소녀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눕는다. 몸과 마음의 피로감이 쌓인 소녀는 금방 잠에 들었고, 신은 그 옆에 앉는다. 모형정원의 있을 여성보다 작은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본다. 부드러운 감촉은 '지금'의 커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리고 감촉 말고도 여러 부분도 다르지 않음에 한숨이 나올 듯 했고, 신은 자신이 이번에 여성의 과거를 보러 온 것이 잘한 일인지 고민하게 된다. 호기심과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온 과거는 예상보다 엉망이다. 운이 좋은건지 아닌지 그녀에게 있어 커다란 사건이 있던 날에 와버렸다.

 

 

"그 모습은 시간이 지나 덤덤해진건가."

 

 

토토는 다시 한번 덤덤하게 얘기하던 네코라 부르는 여성을 떠올린다. 정말 아무렇지 않은 느낌으로 말하던 모습에선 슬픔이나 괴로움은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말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는 신이다. 왜냐하면 이곳에서 본 소녀는 이미 감추기에 익숙해져 있었고, 실제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거기다 자신의 슬픔을 억누르다 못해 뒷전으로 했다. 좀 더 누군가에게 기대도 되었을 소녀는 기대지 않았다. 약한 소리도 하지 않았다. 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 소녀가 10년 후에는 변했을까...

 

 

"확실히 알 수가 없군."

 

 

그 의문에 대한 답을 그는 알 수가 없다. 자신이 본 그녀는 결국은 일부분이다. 과거의 소녀도, 모형정원의 여성도 그는 전부를 본게 아니다. 그렇기에 바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바뀌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바뀌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결국 신은 한숨을 내쉰다. 꽤나 깊은 한숨은 고요한 밤공기 중에 퍼진다. 그 안에 담긴 복잡한 마음을 토토는 잠시 뒷전으로 하고 말없이 내려다 본다. 옆으로 몸을 조금 둥글게 말아 잠든 소녀. 그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움직여 작은 손을 잡아준다. 자신이 본 시간동안 누구에게도 한번도 닿지 않았던 손은 미미하게 따스했다. 그 온기를 기억에 새겨둔 신은 눈을 감는다.

 

 

 

 

 

 

다시 그가 눈을 뜨자 익숙한 풍경이 보여온다. 책들로 꽉 채워진 책장들이 넓은 공간에 서있거나 벽으로도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모형정원으로 돌아온 것을 인지한 토토는 어디론가로 향한다. 곧 그의 발이 멈춘 곳은 누군가의 작은 둥지. 거기엔 둥지의 주인이 자신의 오른손을 보며 만지고 있었다. 귀에 꼽혀진 이어폰 때문인지 아니면 나름의 깊은 생각 중인지 신이 온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주인이, 사유라가 알아차린 것은 토토가 바로 옆까지 다가가서다. 놀라서 였을까, 눈에 보일 정도로 몸이 들썩인 그녀는 급히 이어폰을 빼며 신을 올려다 본다.

 

 

"토토씨, 무슨 일로..."

"왜 손을 만지고 있는거지? 몸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보고하라고 했을터다."

"아, 그런게 아니에요. 그냥 예전의 꾼 꿈이 떠올라서..."

 

 

여성은 자신의 질문을 무시하고 오히려 질문한 신에게 불평 하나 가지지 않고 답한다. 익숙해진 일방적일 수 있는 대화는 둘에게 있어 익숙하다. 토토는 손을 내밀었고, 아주 잠시 망설였던 사유라는 그 위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린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것이 확인한다는 의미로 손을 달라는 제스처임을 이제는 알게 된 그녀다. 그리고 어차피 자신에게는 거부권이 없기에 내버리게 된다. 실제로도 손에는 문제가 없고, 거부하지 않는 편이 신의 기분을 거슬리게 하지 않을거라고 판단한거다.

 

 

"진짜 문제없군."

"그렇다면 이제 손을..."

"그래서 꿈이란게 뭐냐."

 

 

토토는 하얀 손을 주물주물거리며, 진단을 한다. 저번에 검진을 했을 때와 차이 없는 상태에 내심 안도한 그는 가볍게 그녀의 부탁을 무시하고 묻는다. 몇 번이고 반복된 일에 사유라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연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이상한 꿈을 꿨어요."

"네 꿈 얘기는 들을 때마다 이상하다만."

"그럴지도요. 그 꿈에서 저는 낯선 곳에 있었고, 수 많은 사람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저는 어딘가에 갇혀 꼼짝도 못했어요. 저 혼자만이 그 공간에서 구경거리이며, 이질적인 느낌이었어요. 몸의 어느 곳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저 투명한 유리인지 모를 밖만을 바라봤어요."

"....."

"영문도 모른채 있는데 갑자기 세상이 어두워졌어요. 그리고 저는 어째서인지 갇혀 있던 곳에서 빠져 나와 있었어요. 그걸 인지하더라도 무엇도 못하겠더라고요. 새까만 세상 속에서 들려오는건 사람들의 발소리와 비명과 외침뿐이었어요. 갇히지 않았어도 저는 그저 무기력하게 바닥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어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눈 앞의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고 토토는 알아차린다. 그녀는 곧잘 눈 앞의 것이 아닌 다른걸 본다. 그것이 대부분이 과거임을 신은 알고 있다. 이곳에서 '시와가리 사유라'라는 이름으로 지내는 여성은 많은 것들이 과거에 묶여있다. 인간이든 신이든 과거에 묶여있는 부분은 있지만, 그녀는 조금 심하다고 느끼는 그다.

 

 

"그때 누군가가 제 손을 잡아줬어요.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어요."

"겨우 그거냐?"

"네, 이게 끝이에요. 아직도 잊지 못한 꿈 중 하나죠."

"그 꿈이 너에게 의미가 있는거냐?"

"..... 의미... 아뇨, 딱히 없어요. 그저 그때 제 손을 잡아준 감각이 너무 선명해서 잊지 못하고 있어요."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사유라. 신은 아직도 제 손 위에 있던 손을 감싸쥔다. 꿈보다 더욱 선명한 감각을 자신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자신도 잊지 말라는 의미로 하얀 손을 꼭하고 잡아준다. 손은 10년 전 소녀보다 조금 커졌지만, 여전히 자신에게는 작다고 생각하는 그의 시야 안으로 물방울이 낙하하는 모습이 보여왔다. 놀라 고개를 움직이자, 거기엔 조금은 놀란 표정인 채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가 있다.

 

 

"왜 우는거냐."

"... 떠올랐어요. 그 꿈을 꾼 날의 일을..."

"떠올랐다고?"

"그 날은 알고 있던 진실을 다시 봤던 날이었어요. 중학생 때인데, 분명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투명한 눈물들을 닦지 않는 그녀. 그저 알아차린 사실을 얘기하며, 그것에 신은 속으로 조금 놀라고 있다. 언제나 자신의 눈물을 감추었던 여성이었다. 아주 가끔 '누군가'일 때를 제외하고는 사유라는 자신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헌데 지금 그녀는 눈물을 보일 뿐만 아니라 속마음도 얘기하려 한다.

 

 

"... 저는 그날 괜찮지 않았나 봐요. 그래서 꿈에서 제 손을 잡아준 누군가의 손을 잊지 못했나봐요."

"그럼 역시 의미가 있는거냐."

"이제서야 알아차린게 바보 같지만... 누군가는, 그는 저를 단 한 순간이더라도 구해준 존재였어요."

 

 

여성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퍼진다.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오직 소녀였던 그녀를 구해준 존재를 향한 것이다. 자신에게와는 다른 태도, 다른 목소리. 그게 하나하나 가슴에 가시가 되어 박힌다고 신은 생각한다. 따스한 손길을 주려해도 거부하던 여성에게 토토는 한번 더 용기를 낸다. 아직도 울고 있는 사유라를 그는 품에 안는다.

 

 

"인간은 누군가와 있음으로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하더군."

"....."

"특별히다. 평소의 수고를 생각해, 곁에 있어주마. 그러니 더 울어도 된다."

"...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한번만..."

 

 

작은 고개가 가슴 안으로 미세하지만 파고든 감각을 신은 느낀다. 그리고 어떠한 말을 삼킨다. '앞으로도 계속 곁에 있어줄 수 있다.'라는 말을 그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 분명 거절당할 것이며, 아주 조금 좁힌 거리가 멀어질 것이기에... 조바심은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신은 바란다. 혹시 소녀였던 그녀의 꿈속에 나온 존재가 자신이길 바란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잠들었던 소녀를 한 순간이더라도 구해준 존재였음하고 바란다. 특별해진 존재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토토다. 그렇게 바라며 신은 아직도 제 손 안에 있는 작은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