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 [ 장기합작 시즌4 ] 에 참여한 신들의 악희의 >메릿사< 드림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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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의 날씨였다. 아무런 특별한 느낌이라고는 없을 언제나의 모형정원의 맑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어째서 였을까. 메릿사는 가만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진흙인형이 아닌 몸이었기 때문일까. 아니, 그렇다면 그 몸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르기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면 되었을 거다. 그것이 더욱 이유다운 이유였을 거다. 더욱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 거다.
 그럼에도 문득 들판이 떠올랐을 뿐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들판으로 가고 싶어졌었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그 녹빛으로 싱그러울 넓은 들판이 보고 싶어졌었다. 만들어진 세계의 한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졌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으로 갔을 때 보인 존재에 혼자가 되고 싶었단 생각이, 목적이 사라져 버렸던 그였다.


 "으음~ 사유라인가?"


 아직 조금은 거리가 있을 쯤에 보인 색. 생각보다 길게 자라지 않은 풀들에 가려지지 않은 옅은 파랑색은 제법 익숙한 색이었다. 어딘가.. 아니, 확실하게 제멋대로인 어디의 신과 같은 교사로서 일을 받은 인간이었던 여성이 입는 제복의 색. 그 색과 제복으로 메릿사는 인물을 추정한다. 아니, 확신한다. 
 평소 만나면 제법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번이고 밤의 술자리를 가졌었다. 그렇기에 피할 생각도, 방해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진 그였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진 그였다. 혼자란 목적을 잊어버렸던 진흙인형이었다. 
 

 "사유라~"
 "......"
 "어라? 자고 있네."


 들뜬 마음으로 다가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곤히 잠든 여성. 부름의 대답없는 비밀의 친구였다. 비록 '그녀'가 기억하는 순간이 적을지라도 말이다. 사유라 본인이 원한건지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상관없을 정도로 메릿사에게 있어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몇 번의 밤들을 떠올리던 메릿사는 지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인간도 신도 따라하기 힘들만큼 부드럽게 바람은 진흙인형과 사람을 지나친다.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얼굴에 닿지 않던 머리카락이 자신의 콧잔등을 간지럽혀 메릿사는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긁는다. 
 문득 잠든 교사도 간지럽지 않을까 란 궁금증이 들어 다시 바라본다. 거기엔 여전히 곤히 잠든 여성이 있다. 언제나 귀 뒤로 넘기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렸다. 그것은 너무도 작은 흩날림이었으나 몇 가닥은 제 주인의 볼을 충분히 간지럽히고 있었다. 
 상냥하고도 마음씨 좋은 진흙인형은 그걸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 자신의 콧등의 간지러움을 해소시켜준 손을 움직인다. 조심조심히 하얀 볼에서 확연하게 보이는 검은색의 생명의 실에게 다가간다.
 허나 그 손은 이루려던 바를 이루지 못한다. 감겨있던 눈꺼풀이 뜨였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의 간지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바람의 부드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메릿사는 무언가 아쉬웠다. 동시에 그보다 더 궁금하고도 기대되었다. 일어난 그녀가 자신을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상냥하게 인사를 해줄 것에 대한 기대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부서진다. 


 "사유라, 안..."
 "아아...!"


 인사를 하려 했다. 허나 말이 끝나기도 전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끊겨진다. 처음이다. 그 감상이 메릿사에게서 생겨났다. 그런 자신을 모른 채 메릿사는 사유라의 다음 반응을 보게 된다. 누워있던 상반신을 일으켜 앉더니 제 손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는 두 손 중 하나는 자신의 가슴을, 다른 하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 다음은 무너졌다. 일으켜 세운 상반신을 지면에, 엎드리다가 어울릴 만큼 숙인다. 곧 그 몸은 떨리기 시작한다. 곧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그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하였다. 괴로움이 고스란히 베어든, 그러면서도 참아내는 울음소리였다. 몇 번의 둘만의, 비밀의 밤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다. 보면 안 되는 모습이었을 수 있는 '사유라' 였다. 그러한 그녀에 메릿사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다가가지도, 손을 뻗지도 못했다. 모처럼 그녀와 같은 인간의 모습인데도, 그녀와 같은 체온을 가졌음에도 메릿사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그때 바람이 되돌아 왔다. 인간도, 신도 만들어 낼 수 없을 듯이 한 없이 부드럽게 바람은 그들을 다시 지나쳐 지평선으로 돌아갔다. 그 부드러움에 이끌린 것일까, 무너진 몸이 천천히 일으켜진다. 물방울이 아직도 흘러내리는 연갈색의 눈동자가 드러난다. 물기에 젖은 시선이 바람의 뒤를 쫓아갔다. 툭툭- 감정이 없는 눈물이 이미 젖어버린 풀 위로 낙하하여 부딪힌다. 눈물에 젖지 않은 그녀의 손으로부터 희미한 비릿한 피의 비릿함이 퍼진다. 
 메릿사는 그런 사유라의 모습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바라보았다. 허나 입은, 마음은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한 인간이 된 진흙인형이다.


 "사유라."


 어째서였을까. 메릿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불러버렸다. 그에 따라 바람의 잔재를, 꿈 어쩌면 자신만의 무언가의 잔재를 바라보던 그녀가 움직인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움직여 인간이 되고픈 진흙인형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낸다. 아까의 바람보다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메릿사는 보게 된다. 또한 듣게 된다. 그 부드러움만큼 위태로운 목소리를.


 "안녕."


 아아 어째서 이렇게 슬픈 인사일까. 라며 메릿사는 그리 생각하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음을 참아낸다. 
 그는 처음 보았다. 처음 들었다. 인간이, 누군가가 이다지도 슬픈 인사를 하는 모습을. 자각하지 못한 허세 덩어리인 인사임에도 한 없이 위태롭고도 다정한 인사와 미소를 진흙인형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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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ユラ (사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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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 장기드림 합작 시즌4 ]에 참여한 영원한 7일의 도시의 >우류< 드림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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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의 고국에선 인사를 어떻게 말하니?"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다. 아니, 방금 전에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으니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뜬금없다는 감상이 남아버려 사유라는 질문자를 말없이 올려다본다. 거기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햇살을 자신의 몸으로 가려주는 나무 아저씨가 있다. 햇살은 그의 뿔과 나뭇잎, 머리카락 틈새로 내리쬐어 더욱 하얀빛으로 보여 왔다. 나뭇잎이 무성한 커다란 나무 아래에 있는 착각을 일으킨다. 


 "문득 네가 너의 고국의 언어를 쓴 모습을 본 적이 없다는게 떠올라서 말이지."
 "그랬던가요?"
 "혹시 쓴 적이 있었니?"
 "... 아뇨, 없어요."


 낮지만 묘하게 높은 톤의 목소리가 얘기한 이유는 그리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 안에 숨겨진 마음은 상냥함이 담겨 있을 터다. 그래서일까,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답한 그녀다. 정확하게는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형식이지만 그것으로 답변으로는 충분했다. 그에게 자신이 고국의 언어를 했었다는 기억이 있는 것 같다 란 답으로 들리기엔... 
 그렇기에 자신에게로 미미하게 놀람을 담은 채 건네진 질문에 사유라는 확실한 답변을 드린다. 다정한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미안함을 가지지 않도록, 자신을 걱정하지 않도록. 지금의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리며 흔들림 없이 답한다. 


 "그럼 알려줄 수 있을까?"
 "물론이죠."


 사락하고 나뭇잎끼리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유라는 그에 미소를 담아 답할 뿐이다. 그러자 내려오는 미소에 눈앞이 핑 돌아 눈꺼풀을 한 번 깜박인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미소가 존재하여 자신도 미소를 만든다. 눈앞에 내리쬐는 햇살로부터 지켜주는 미소에 취하지 않기 위해.


 "음, 무엇부터 말할까요. 우선 저희는 딱히 시간에 따른 인사가 다른게 없어요."
 "그러니"
 "물론 좋은 아침이나 저녁등 시간을 구체적으로 넣기도 하지만 일상에서 사실 그렇게 쓰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해요." 
 "헤에, 그럼 무어라 인사를 나누니?"


 자신이 살아오며 배운, 들었던, 사용했던 지식이나 경험들을 급하게 정리하며 그녀는 침착하게 얘기한다. 우선 지금 자신이 있는 접경도시와 알기 쉬울 정도로 다른 차이를 기준으로 시작한다. 확실하지 않은 데이터임에도 알고 있는 범위에서 완벽하게 틀리지 않는 수준으로 알려드린다. 사실 자신은 그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지식이나 경험도 없는 미숙한 인간일 터인데,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어주는 그가 흥미가 서린 표정과 목소리를 보여줌에 묘한 기분이 된다. 자신보다 연상인 그가 귀엽다는 감상을 숨기며 입을 열려 할 때였다.


 "아, 우류 선생님이랑 사유라 누나가 데이트 한데요!"
 "응?" 
 "에?"


 높고도 밝은 남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뀌고 둘의 시선이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향하게 된다. 거기엔 창문에 한 남자아이가 흥미진진하고도 장난기 어린 눈동자로 둘을 보고 있었다. 더불어 그를 중심으로 다른 아이들의 머리가 퐁퐁 나와 보는 시선이 늘어나는 모습에 사유라의 동공이 커진다. 남성이 그 모습을 보고 아이에게 무어라 말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너희들! 방해하면 안되잖아. 곧 저녁시간이니까 장난감 정리 해."


 이번에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은 듯 엄하게 말한다. 남자아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순순히 '네' 하고 답하더니 창문에서 하나 둘 모습이 사라진다. 마지막 아이가 창문으로 사라지자 뿅하고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그리고는 무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여주더니 슉하고 사라진다.


 "미안, 분명 나쁜 의도도 아니었을 거.."


  그리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들에 두 어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둘 중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보육원의 원장이다. 귓가에 들린 말씀에 사유라는 무언가 얘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입을 열지 못한다. 스스로도 알 수 있을 만큼 더운 목과 얼굴, 사고가 이어짐에도 엉망인 머릿속, 기도하듯 쥔 두 손, 그리고 무언가를 억누르듯 다물어진 입술 그 모든게 발언을 방해했다. 이런 자신의 상태에 그가 끝까지 말하지 못했음을 알아도 결국 입을 열지 못한다. 
 그저 적당히 흘러 넘기면 됐을 터다. 그저 아이의 장난이라며 웃어넘기면 됐을 터다. 그럼에도 자신의 몸은, 마음은 허락하지 않는다. 기쁨에 뛰는 심장의 고동이 귀 안에 울려 다시 알려준다. 자신이 미숙하다는 사실을, 어찌할 도리 없이 우류란 존재에게 연모하고 있음을. 


 "사유라."


 부드러운 음성이 심장의 고동을 뚫고 들려왔다. 동시에 등에 닿는 미미한 무게감에 정신을 차린다. 허나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른 채, 떠올리지 못한 채 굳어버린다. 그러한 자신의 등을 무언가, 아니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쓸어내리며 쓰다듬어 준다. 그 감촉과 짙어지는 온기에 손에서 힘이 풀어져 갔다. 
 '하아-'
 다물어져 있던 입에서 얕은 숨이 뱉어진다. 그제야 사유라는 자신이 숨을 참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 사실에 다시 숨을 멈춘 자신의 등을 계속 쓰다듬어 주는 우류에 멈춘 자는 다시 숨을 쉬게 된다. 깊지는 않지만 한 번, 두 번, 세 번... 천천히 숨을 쉬어 긴장한 몸이 풀려갔다. 병에 걸린 것 마냥 뜨거웠던 얼굴과 목은 식혀지고, 귀에 울리던 고동은 미약하게 진정이 되었다.


 "이제 괜찮니?"
 

 너무도 차분하고도 다정한 목소리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린다. 그러자 거기엔 자신의 시선 높이 맞추어 허리를 숙여 준 우류가 있었다. 흔들림이 없는 갈색의 눈동자엔 그저 따스함만이 담겨 있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눈빛이었다. 사유라는 어디서 본 것인지 떠올리지 못한 채 입을 움직인다. 


 "네, 이제 괜찮아요. 그... 죄송합니다."
 "괜찮아. 너무 당황하거나 놀라면 그럴 수 있으니까."
 

 상냥하다. 너무도 우류란 남자다운 반응이다. 많은 이들이 호감을 느끼는 그의 당연한 모습이었다. 그런 당연한 사실에 사유라는 아까의 눈빛이 어디선 봤는지를 떠올리게 된다. 보육원의 아이들을 볼 때의, 모두의 나무아저씨일 때의 눈빛이었다. 
 가려주는 이가 없어 햇살이 환하게 내려온다. 그에 따라 끊겨버린 꿈과 선명한 현실이 내려온다. 사유라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는다. 눈꺼풀을 살며시 내리고, 잘 올라가지도 않는 입꼬리를 움직인다. 지독하도록 베여버린 습관으로 그에게 미소를 보인다. 부디 그가 이 습관을 알아차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입을 연다.



 "우류씨, 죄송해요. 저 급한 용건이 떠올라서 가 봐야할 것 같아요."
 "그래?"
 

 눈에 뻔히 보이는 화제 돌리기인데도, 거짓말이 아니지만 거짓에 가까운 말에도 그는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안함이 깃든 시선을 준다. 정말로 사람이 너무 좋아서 문제다란 문구가 떠오를만한 인물이다. 사실은 그가 모든 것에 너그러운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사유라는 그리 생각하게 된다. 살짝 내리 깔은 눈꺼풀 안쪽의 어둠을 의식하며 그녀는 입을 계속 움직인다.


 "가기 전에 아까 물어보신 것에 답해드릴게요."
 "다음에 알려줘도 괜찮은데."
 "괜찮아요. 금방이니까요."


 급하다면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시간이 있다는 모순. 다시 뻔히 보이는 것에 우류는 미약한 미안함을 보이며 다음을 기약하려 한다. 허나 그녀는 거절한다. 다음으로 기약하기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정말 짧고도 보잘 것 없기에. 
 사유라는 고국의 언어를 떠올린다. 그 안에 담긴 뜻을 시야 한 구석에 떠올린다. 새삼 그 단어의 뜻은 상냥하다는 걸 깨달으며, 그러면서도 어딘지 조금은 짓궂은 장난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왜냐하면...


 "안녕(安寧)"
 "안녕?"
 "네, 저의 고국에선 편안 사이끼리 그렇게 인사를 나누었답니다."


 단 한 번도 그에게 쓴 적이 없는 단어를 읊는 입이 조금 어색했다. 자신을 따라 그가 읊는 단어는 한없이 다정하여 온전한 단어의 뜻과 같이 전해져 왔다. 어찌 이리도 순수하고도 진심 같을까 라고 생각한다. 비록 그가 뜻을 모른다 할지라도 말이다. 이런 비틀어진 생각을 하는, 거짓이 아니지만 물어본 것에만 대해 알려주는 자신에게 그가 고맙다며 미소를 짓는다. 사유라도 그에 따라 의식하여 미소를 만들어 낸다. 
 곧 그와 헤어지며 보육원의 작은 정원을 지나친다. 참으로 비겁하구나 라는 비웃는 문장을 일부러 목 안에 머물게 한다. 자신이 알려주지 않는 '안녕'의 다른 쓰임새를 그 몰래 썼기에. 다시 정말로 짓궂다는 감상을 내린다. 왜냐하면 그 하나의 단어는 , 인사는 만날 때와 반대의 상황에서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려주지 않는다면 모를 쓰임새도, 그 이유도 사유라는 우류에게 말하지 않았고 알려주지 않을 생각이다. 어차피 다음의 그는 떠올리지 못할 것이며, 분명 자신은 몇 번의 7의 반복 동안 그와 만나지 않을 거다. 깨져버린 꿈이 아른 거려서, 선면하고도 위태로운 현실이 던져졌기에.  그렇기에 안녕을 고했다. 작별의 인사를 그 몰래 한 거다. 
 보육원의 문을 지나칠 때였다. 우연히 보여 온 이름 모를 하얀 꽃에 잠시 걸음을 멈춘 사유라. 그리고는 꽃에게 작은 목소리로 단 하나의 단어를 읊조리고는 떠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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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ユラ (사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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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아..."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허공에 퍼진다. 아니, 그건 한숨이 아니었다. 기분이 좋음에 나온 일종에 감탄의 표현이었으며, 목소리의 주인은 연인과 여행을 온 사유라다.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본인도 그러한 자신의 상태를 자각하고 있었다. 언제나 가지고 있는, 일상이기에 미미하더라도 가지게 되는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감각에 어깨서부터 허리까지의 힘을 뺀다. 그로인해 절로 상체가 뒤로 기울어짐에도 개의치 않는 그녀의 등을 무언가가 받쳐준다. 등에 닿는 무언가에 놀라기는커녕 제 머리를 편히 기대기까지는 여성의 귓가에 목소리가 내려온다.

 

 

  "네가 온천을 이만큼 마음에 들어할 줄은 몰랐군."

  "저도 이렇게 마음에 들 줄은 몰랐어요."

 

 

 착각인지 평소보다 희미하게 촉촉한 듯한 연인의 말에 사유라는 미소 대신 목소리에 웃음기를 담은 채 답한다. 그것도 좋은지 수건으로 감아올린 머리에 부비는 보로스에 결국 풀어져 잘 올라가지 않는 입꼬리를 올리게 된다. 지금 자신이 연인의 품안에서 온천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 뭔가 신기한 그녀다. 더불어 아까 전에 먹었던 호화로운 저녁을 떠올린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만큼 호화로운 식사는 처음이었다.

 

 

 "아까 너무 먹었나 봐요. 아직도 배가 부르네요."

 "확실히 평소보다 많이 먹기는 했지. 나는 그게 좋았다만."

 "그래도 결국 남은 게 많았잖아요. 보로스가 전부 먹어주신 건 고마운데 괜찮나요?"

 "괜찮다. 그 정도 양은 거뜬하니까. 마음만 먹으면 소화도 금방이기도 하고. 그리고 네가 남기는 건 아깝다고 하지 않았나."

 "... 뭐, 그랬죠. 그렇다고 정말 다 먹을 줄은 몰랐어요."

 

 옷 대신 커다란 타올로 감싸여진 배를 문지르며 아까의 맛있었던 음식을 떠올리는 사유라. 처음 보는 음식이나 맛있음에 평소보다 많이 먹어버린 자신에 대해 아직도 좀 더 살이 붙었으면 하던 그가 노골적으로 좋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불어 자신의 걱정 어린 물음에 의기양양하면서도 다정한 답변에 커다란 밥상 위에 있던 호화로운 만큼 남달랐던 양의 음식들을 떠올리는데... 분명 2명만이 왔던 자신들에게 적게 잡아도 8인분의 음식이 차려졌었다. 여관주인께서 감사함에 최고의 저녁을 챙겨준 사실은 고마웠으나 서민적 감상으로는 남으면 너무도 아깝고도 좋은 음식재료들의 낭비라고 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헌데 그걸 자신이 먹은걸 빼도 7인분의 음식을 모두 먹어준 그. 들어오기 전과 자신에 허리쯤에 닿는 연인의 배는 언제나와 전혀 변함이 없음에 새삼 그의 체질이 신기하면서도 고맙기도 했다.

 이런 저런 혼자만의 생각을 하는데 바람이 불어왔다. 그에 드러난 어깨와 얼굴이 추워 반사적으로 부르르 떨게 된다. 생각해보니 그냥 자신들이 지금 있는 곳이 노천온천이니 바람은 당연한 것이다. 누군가가 온천에 담근 몸은 따스하고 위는 서늘하거나 추운 것이 노천온천에 특징이라고는 했지만, 이 부분은 조금 미묘한 사유라다. 목까지 물에 담글까하고 고민하던 찰나 두꺼운 팔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왔고, 곧 그게 걱정 많고도 자상한 연인의 팔임을 알게 된다.

 

 

 "추우면 돌아갈까."

 "이거면 충분해요. 거기다 몸 담그기까지 조금 고생했는데 금방 나가기엔 아깝잖아요."

 "네가 뜨거운 물에 약한 걸 고려하지 못한 온천 쪽이 잘못이다."

 "음 그건 아닐 거예요. "

 


 자상한 물음에 답하는 자신에게 이번에는 어딘지 이기적인 의견이 들려옴에 사유라는 기쁨과 곤란함이 교차하는 미소를 지어낸다. 비록 온천에 전신을 담그기 위해 온천물에 익숙해지기까지 10분은 걸렸다지만 그렇다고 온천의 관계자들에게 따지는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이 대다수의 사람보다 뜨거운 걸 참지 못하는 것뿐이기에.

 그러한 생각을 하며, 온천의 따스함과 보로스의 따스함을 만끽하는 그녀다. 혼자였다면 이렇게 평온하고도 행복한 여행이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정답은 NO. 애초에 혼자라면, 아직도 혼자였다면 자신은 분명 이러한 여행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그게 공짜라 하더라도 말이다. 만약 보로스를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지금쯤 어땠을 지에 대해 상상이 되었으나 사유라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대신 눈을 감아 더욱 깊이 그에게 기댈 뿐이다.

 

 

 "사유라, 역시 피곤하면 잠자리에..."

 "괜찮아요. 아직 좀 더 이렇게 있고 싶어요."

 


 피곤함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걸 알아차린 연인의 걱정 어린 말에 사유라는 언제나 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한다. 어리광이라면 어리광이라고 해도 좋았다. 풀어진 몸 때문일까, 마음 또한 풀어진 듯한 느낌에도 그녀는 저항감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역시 아깝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와 모처럼 여행을 왔는데 일찍 자기엔 너무도 아깝다고 솔직하게 욕심을 부린다.

 여행을 오면 싸우거나 더 솔직해진다고 하더니 자신은 후자 쪽이구나. 좋은 일인 걸까. 라며 소소한 걱정이자 궁금해 하던 사유라. 그런데 왠지 보로스가 조용하여 슬쩍 눈을 뜬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연인의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거기엔 한 손으로 입을 가린 모습의 그가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지 몰라 바라보자, 시선을 알아차린 것인지 다른 곳을 보던 푸른 눈동자가 자신에게로 돌려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순식간에 푸른 눈동자가 자신으로 가득 차는 모습은 이제는 익숙해졌어도 신기하다는 감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보로스 왜 그러고 계세요."

 "네가 너무 귀여워서 덮칠 것만 같아서다."

 "......"

 

 

 질문에 대한 답변에 사유라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묻는다.

 '이제 와서요?'

 물론 그가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하는 횟수보다 더욱 많은 순간들을 참아주고, 아껴줬다는 사실을 사유라는 알고 있다. 허나 이 순간 그가 참아낼 타이밍인가에 대해서 따지자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하나도 느끼지 않게 된 것은 아니다. 분명 입 밖으로 꺼낸다면 부끄러울 것이며, 시선을 피해버릴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오늘 아직 한 번도 하지 못한 행위가 떠오르고도 하고 싶은 그녀다. 또 예전 자신과 달라진 스스로 변화에 칭찬과 자그마한 조롱을 날리며 사유라는 입을 연다. 목소리를 내기도 전 부터 몰려오는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하며 말이다.

 

 

 "새삼 참을 필요 없잖아요. 거기다 저도.. 아까 저녁 전에 못한 키스를 하고 싶어요."

 "......"

 

 

 점점 목소리가 작아짐을 자각하면서도 사유라는 끝까지 전부 말했다. 이렇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린 사실에 웃음이 나왔지만, 부끄러움에 압도되어 웃을 수 없었다. 온천에 의한 게 아닌 감정으로 인한 더위가 올라오는 감각을 느끼며 조심히 다시 연인을 바라보는 연갈색의 눈동자. 거기엔 저녁밥으로 방해되기 전의 욕망어린 푸른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온천의 수증기 덕분인지 그 시선이 묘하게 농염했다. 이번에는 누군가의 방해에도 절대로 멈추지 않을 애탐이 노골적으로, 직접적으로 전해져 왔다.

 커다란 손이 턱을 잡아왔다. 오늘로 두 번째로 잡힌 턱을 따라 고개를 더욱 올린다. 자신에게로 내려오는 그의 고개에 이어 이마에 입맞춤이 내린다. 다음은 오른쪽 눈의 눈꺼풀, 다음은 왼쪽 눈의 눈꺼풀, 다음으로는 콧등, 다음은 오른쪽 볼의 순서로 느릿하고도 짙은 입맞춤이 내려진다. 이제는 정말 돌이킬 수 없구나 라는 문장이 떠오를 때 보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유라, 키스해주길 바란다만."

 "덮칠 것만 같다면서요?"

 "오늘의 첫 키스는 왠지 너에게서 받고 싶어졌다. 그러니 내게 키스를..."


 

 뜬금없는 부탁. 그래서 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의한 반동일까 사유라는 저도 모르게 조금은 짓궂게 질문을 건넨다. 허나 보로스는 부끄러움 하나 없이 진지하고도 애타게 부탁해왔다. 언제나 이렇다. 보로스란 존재는 부탁에 따른 부끄러움을 가지지 않는다. 매번 이러한 부탁에 그는 당당하거나 진지하거나 가슴이 떨릴 정도로 애타고도 간절하다. 그는 매번 사유라가 부정할 수 없도록 사랑을 주며, 갈구한다. 그렇기에 결국 사유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게 된다. 이번처럼...

 팔을 뻗어 그의 목에 둘러 안는다. 바로 키스하기엔 부끄러워 우선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허리를 둘러 안는 연인의 팔을 알면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사유라는 마음의 준비를 한다. 키스를 하면 분명 이어질 행위는 처음이 아니더라도 낯선 장소에서 하게 될 상상을 하니 긴장이 되어왔다. 그런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이름을 나직이 부르는 연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달남에 의한 부름이란 걸 알기에 귀엽다는 감상이 생긴다. 허나 귀엽다고만 하기엔 그 목소리가 너무도 낮으면서도 매혹적이라 치사하다고도 생각하게 된다. 잠과도 비슷한 현기증이 일어날 만큼 말이다. 열기가 더욱 올라오는 감각에 사유라는 눈을 감는다. 눈을 뜨면 그에게 키스하자라고 결심한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정말 괜찮은 거냐. 무리해서 집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지 않나."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자신을 한 없이 걱정하는 보로스에 답하며 사유라는 미소를 짓는다. 허나 속은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도저히 웃을 수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온천에서 결국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일이라면 자신이 온천의 뜨거움에 결국 쓰러졌다 라는 일은 일어났었다. 그대로 다음날까지 푹 자버린 자신과 그런 자신을 걱정하며 밤을 샌 보로스에 사유라는 어딘가에 잠시 숨고만 싶은 심정이다.

 난생 처음으로 목욕 도중 쓰러진 일에 정말로 자신의 체력이나 관리도, 자각도 소홀하다는 점을 뼈가 아프게 알게 된다. 실망을 했을 법한데도 자신의 몸을 걱정하는 보로스에 사유라는 그의 팔에 머리를 기댄다. 참고로 지금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이다. 본의 아니게 어제와 비슷한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는 생각을 할쯤 시선을 느낀 그녀는 시선을 올린다. 아직도 걱정 가득한 연인이 보여 오자 살풋 미소를 지어낸다.

 

 

 "집에 가면 푹 쉬자. 역시 온천도 하루 쉬고 갔어야 했다."

 "이번에는 반론할 수 없네요. 저도 거기서 쓰러질 줄은 몰랐으니... 모처럼 여행이었는데 기차 시간 맞춘다고 서둘러 나오느라 제대로 구경도 못했네요. 죄송해요."

 "괜찮다. 다음에 다시 가도 좋으니. 난 네가 무사하면, 곁에 있다면 어디든지 좋다."

 


 어제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이번에는 그를 안심시킬 수 없었다. 자신의 한심함으로 인해 망쳐진 모처럼의 여행에 보로스에게 한없이 미안해진다. 사실 그가 이 여행을 꽤 기대하고 있던 걸 잘 알고 있던 사유라였다. 분명 아쉬울 터인데도 걱정해주는, 기쁘게 해주는 말을 속삭여주는 연인에 그녀는 기대었던 고개를 뗀다. 그러한 자신의 행동에 아쉬움과 걱정이 교차하는 시선을 주는 사랑스러운 존재의 목에 팔을 뻗어 두른다. 그리고는... 쪽하고 짧은 입맞춤을 한다. 순식간에 끝난 입맞춤이 끝나고 사유라는 보로스를 살피는데.

 

 

 "한 번 더."

 "안돼요. 여긴 기차 안이에요."

 "이미 했으니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나."

 "이번만이에요. 더 이상은 안돼요."

 "사유라."

 "안돼요."

 

 

 너무도 그 다운 부탁이자 어리광이 들려왔다. 그에 사유라는 딱 잘라 거절한다. 다시 대형견으로 돌아온 그에도 먼저 규칙을 깬 당사자는 완고하게 안된다고 할 뿐이다. 그러자 풀이 죽는 연인을 그녀는 잠시 말없이 바라본다. 역시 그 말밖에 없겠다 란 마음 속 중얼거림을 읊은 뒤, 입을 연다. 또 어제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이 다시 재현될 모습에 미소를 만들어내며 말이다.

 

 

 "그럼 집에서 하면 되잖아요."

 

 

 비록 둘만의 첫 온천여행은 어이없게 끝났더라도 둘이서 함께라면 분명 즐거울 거란 사실을 이제는 잘 아는 사유라는 보게 된다. 기대에 차서 미소 짓는 연인의 모습을. 그 미소에 안도하며 다시 듬직한 팔에 머리를 기댄다. 기차의 미미한 덜컹거림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집에 돌아가면 어쩌면 큰일이 날지도 모르나 그건 그때 생각하자며 사유라는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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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ユラ (사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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