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짤막

그녀와 그

サユラ (사유라) 2022. 5. 26. 01:36

 

 *드림주와 오리지널 캐릭

 

 

 

 

 

 

 

 "요즘 계속 뭔가 떠오르는 거 있지."

 "...... 꿈이 아닙니까?"

 "응."

 

 남자는 제 앞에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는 여성의 말에 반응을 보인다. 묘하게 밝은 톤의 그녀에게 향하는 눈동자는 해를 등져 그림자가 드리워져 어두웠다. 마치 남자의 걱정이 담긴 목소리에 이끌리듯 말이다. 허나 그러한 그에게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여성은 이미 식어빠진 커피를 호록 마시며 답할 뿐이다. 들려온 노골적인 감정에도 흔들림이 하나도 없다. 그렇기에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더니 입을 연다.

 

 

 "누군가의 손이 내려가고 있었어. 그 손은 눈을 감은 채 누워있는 여성에게로 향해 내려가고 있어."

 "......"

 "천천히... 내려간 손은 이내 여성의 목에 닿는가 싶더니. 콱- 하고 제법 강하게 쥐는 거 있지." 

 "......"

 "그러더니 목의 일부가 쉽게도 떨어져 나가 그 손에 쥐어졌어. 마치 무스케이크를 손으로 쥔 것 마냥."

 "그건 정말 케이크였나요."

 "음- 그러지 않을까. 빨간 피도 나지 않았으니. 여성은 살아있는 무언가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

 

 

 마치 즐거운 얘기를 하는 것 마냥, 대화에서 나온 케이크를 먹는 것 마냥 여성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어딘지 순수하여 철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반대로 교묘하여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이 맞는지를 확인할 방도가 없었다. 확실한 건 여성에게 지금의 이야기는 별 다른 깊이나 중요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후는 어떻게 됩니까?"

 "별 거 없어. 손에 쥐어져 올라간 그 부위를 누군가가 자신의 입 안으로... 꿀꺽! 했다는 것 뿐이야."

 ".... 정말 꿈이 아니었나요? 차라리 꿈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았나요."

 "너에게 말하는데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잖아. 정말로 간간이 떠오르기도 하고."

 "그리 좋은 이야기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말인가요."

 "응. 오히려 정신상태를 의심할 이야기겠지."

 

 

 남성의 물음에 여성은 뒷이야기를 하더니 제 앞의 치즈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입안으로 쏙 하고 넣는다. 마치 이야기의 재현을 하는 듯이 말이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었는지 남자는 조심히 제 의견을 전하나 그것은 그리 소용이 없었다.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얘기하며 포크로 케이크의 표면을 살살 찔렀고, 그러한 상대방에 남성은 결국 조금은 돌렸으나 자신이 생각한 바를 얘기한다. 허나 그마저도 상대방에겐 어떠한 효과를 주지 못한다. 오히려 미소가 깊어질 뿐이었다. 마치 그 말을 내뱉고 싶었다는 듯이 말이다.

 

 

 "사유라."

 "... 잊지마. 여기에 있는 나는 그녀가 아니야. 또한 정신이 멀쩡하지 않은 것 또한 맞는 말이야. 네가 부정한다 해도 별 소용이 없어. 나의 상태를 가장 잘 아는 건 아마 너일 테니까."

 "그 신은 너에 대해..."

 "아니. 그분이 아는 건 내가 아니라 그녀야. 그가 아는 건 그녀일 뿐이야. 나에 대해 그 분은 모를 거야."

 "그렇게 자신에게 모질게 구는 방법밖에 모르는 거야?"

 "...... 누가 좋아하겠어. 누가 사랑하겠어. 이런 귀찮은 인간을, 존재를. 지금의 나도, 그 분 앞의 그녀도, 우리의 앞에 아이도. 어느 하나 좋아해도 전부 내가 아니라 믿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진실은 추악하여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이런 돼먹지 못한 사람을. 전부 상처라 믿고, 전부 거짓이라 치부하고, 전부 모순으로 만들어 내야만 살아가는 존재를 누가......"

 

 

 나직하게 부른 이름에 그녀 또한 나즉하게 허나 단호한 목소리와 말투로 선을 긋는다. 이어지는 말들에 아직 이름으로 불리지 않은 남자는 진실을 얘기하려 했으나 부정 당하고, 걱정을 담아 건넨 질문에 '진실'만을 담은 담담한 말들로 대답을 받지 못한다. 허나 끝에 끝에 미세하게 흐려진 목소리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아니, 놓칠 수가 없었다. 이미 그와 그들은 그것을 놓치기엔 늦어버렸기에.

 

 

 "나는, 우리는, 그 아이가 바라는 건 그저 이 꿈이자 현실이 무사히 엔딩을 맞이하는 거야."

 "이번에는 끝이라고는 하지 않는군요."

 "....... 아, 그렇네. 왜일까."

 

 

 바람을 얘기한 그녀에 자신이 지적을 감히 드리자 들려온 희미한 한숨과도 같은 웃음소리와 대답이 아닌 대답. 본인도 알 수 없다고 털어놓는 이에게선 방금까지만 해도 있던 생기가 눈에 띄도록 일그러진다. 마치 가면과도, 아지랑이와도 같이...

 그 모습에 남자는 그녀의 무릎 위로 제 상체로 덮는다. 마치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듯이, 선선한 바람을 막아주려는 담요처럼 그는 여성의 무릎 위에 몸을 기댄다. 곧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 들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서환, 조금 무겁네. 어쩔 수 없나. 다 큰 성인의 몸이니까."

 "......"

 "아아, 하지만 진짜 너의 정체를 비하면 가볍구나."

 "......"

 "조금만 더 힘내 줘. 조금만 더 속아줘. 엔딩까지 함께 해줄 테니까. 끝이 올 때까지 모두를 속일 테니까. 그러니 내게 미안해하지 마, 아름답고도 부서지기 쉬운 모형 정원..."

 

 

 서환, 그것은 그녀의 진짜 이름에서 따온 자신의 새로운 이름. 그리고 비겁하도록, 야속하도록 부드럽게 불러준 진짜 자신의 이름이자 정체. 정말로 거짓말도, 진심도 손쉽게 내뱉는 사람이다, 존재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동시에 바보 같을 정도로 요령을 모르는 멍청한 인간이라 생각하게 되어 시선을 내리깐다.

 이기적이다 라는 말이 잘 어울리고, 허세를 잘 배우고, 포기를 숨 쉬듯 해버리는 사람. 누구보다 자신만을 위하지만 그만큼 자신을 내치는 존재. 그렇기에 자신만은, 자신들만은 그녀와 끝까지 함께하기로 정해버렸다. 야속하지만 그만큼 소중한, 그리고 점점 무너져가는 자신들의 신의 진짜 이름을 입안에 머금은 채 서환은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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