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증후군 합작] 토토사유 - 금잔화 (金盞花)

サユラ (사유라) 2017. 3. 19. 18:46

드림 [증후군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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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우울증으로 심하면 자살까지 생각하게 되며,

'숨겨진 우울증'이라고도 불리는 증후군



 

 

 



 

 

 

모형정원에 온 후, 사유라는 한가함이 남아 돌았다. 자신의 수업은 일주일의 한번이며, 매일 학교에 가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일을 한다해도 도서관의 주인의 일을 도울 뿐, 딱히 교사같은 일을 하지도 않는다. 학생들과 어울린다? 아니 그것도 기회가 적다. 혹시나의 일이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어, 되도록 피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녀가 가지는 한가함은 많았다. 허나 그걸 없앨 수단은 한정적일 뿐이었다. 무어라 해도 지금 그녀가 존재하고 있는 곳은 모형정원이다. 핸드폰이 있으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도 없고, 주어진 오락환경도 많지도 않다. 물론 찾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은 있지만, 애석하게도 사유라란 인물은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늘은 무슨 책을 읽을까."

 

 

그런 그녀라도 도전하는 모험은 있다. 독서라는 모험 말이다. 사실 모험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소심한 모험은 새로운 책을 읽는거다. 물론 읽던 종류의 책들에 한해서. 주로 소설을 읽는 그녀로써는 언제나 비슷한 자리의 책장 앞에서 서성인다. 물론 오늘도 말이다.

 

 

"이건 저번에 읽었고... 이 책은 처음 보는 책이네."

 

 

조금은 들뜬 목소리는 학생들 앞에서의 차분한 임시교사 때와는 틀렸다. 하얀 손이 책을 꺼내, 몇 장을 넘긴다. 천천히 넘겨서일까, 종이는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넘겨진다. 몇 장의 종이를 넘겼을까, 연브라운 색의 눈동자에 흰색과 검은색이 아닌 다른 색이 비쳐진다. 샛노란 꽃이다.

 

 

"여기에도 있네."

 

 

조심히 그녀는 책 사이에 끼어져 있던 꽃을 꺼낸다. 줄기까지 있는 꽃은 잘 건조되어 있다. 그럼에도 색은 생생하게 남겨져 있다. 드라이플라워. 꽃을 오래 보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떠올리며 사유라는 5번째로 발견된 꽃을 살펴본다. 작은 꽃이다. 얇고도 가는 꽃잎들로 이루어진 샛노란 꽃. 식물에 대해 그리 잘 알지도, 관심도 없던 그녀로썬 꽃의 이름을 알 수가 없다. 물론 먼저 발견한 4송이의 꽃들은 상냥한 명부의 신에게 부탁해 알아냈지만 말이다.

 

 

"국화...라기엔 조금 틀린데."

 

 

독특한 생김새라고 보기 힘들었다. 들판에서 흔히 볼법한 느낌이 드는 꽃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을 줘, 그녀는 이름 맞추기를 도전해본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을 알아낼 수 없었고, 그걸 확인할 방도도 손에 없다. 슬슬 책을 든 손이 힘들어짐에 나중에 알아보자고 결론을 내리는데...

 

 

"금잔화다."

"......"

"그 꽃의 이름 말이다."

 

 

갑자기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사유라는 꽃에서 시선을 뗀다. 언제 온 것인지 자신의 바로 옆까지 다가온 신의 말에 다시 꽃을 바라본다. 기억 속 금잔화와는 색이 달라 알아보지 못한 그녀였다.

 

 

"제가 아는 색과는 틀리네요."

"알고 있기는 했던거냐."

"어쩌다가요."

"이름의 유래도 알고있냐."

"... 이 색이 보름달과 무척 닮았다고 한다면 답이 될까요?"

 

 

자신이 책에서 봤던 금잔화를 떠올린다. 그의 질문에 건낸 답과는 어울린다고 힘든 색인 주황색이었던 그림 속 금잔화. 허나 손에 쥐어진 드라이플라워는 그 이름의 유래와 어울리는 샛노란 색이다. 별이 없는 밤하늘에 떠오른 보름달과 무척 닮았다. 괜시리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밤도 달을 보러 나가보자고 작게 들뜬다. 부서지지 않도록 조심히 책 사이로 돌려놓는 하얀 손을 짙은 갈색의 손이 저지한다.

 

 

"그런걸 다시 책에 돌려 놓지마라."

"이 꽃도 도서관의 소유가 아닌가요?"

"아니다."

"... 그럼 제가 가져도 될까요?"

"마음대로 해라."

 

 

책에 꽃이 끼워진게 싫었던걸까, 금새 좁아진 토토의 미간을 본 사유라는 생각한다. 먼저의 4송이의 꽃도 도서관의 물건이라 여겨 책에 돌려놓았었다. 허나 도서관의 주인이자, 지식과 책의 가치를 누구보다 아는 신이 아니라고 한다. 신도 좋아하지 않고, 도서관의 물건도 아니라면 자신이 가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자, 작게 가졌던 바람을 신에게 조심히 건낸다. 그리고 돌아온 허락에 사유라는 절로 '감사합니다' 라고 답한다. 그제야 토토는 그녀의 손을 놓아준다.

 

 

"다른 꽃들도 있으면 네가 가져가라."

"네. 근데 이 꽃은 누가 놓았을까요."

"알까보냐."

"이렇게 예쁘게 잘 말려졌는데, 놓은 분에겐 고맙네요."

"그런 꽃이 마음에 드는거냐?"

"꽃은 싫어하지 않으니까요."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지만요'란 말을 그녀는 굳이 꺼내지 않는다. 좋다, 싫다로 구분한다면 좋아한다. 허나 굳이 자신이 노동하거나 돈을 들여 곁에 둘만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자신을 그는 모를거라 여기며 사유라는 한 번 더 미소를 띄운다.

 

 

"어울리는군."

"네?"

"그 꽃, 네 녀석과 잘 어울린다고 한거다."

"....."

 

 

순간 사유라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어느 존재든 자신보다 아래로 보는 신이 자신에게 건낸 말은 믿기 힘들었다. 허나 떠오른 무언가에 납득해버린다. 그런거라면 자신과 금잔화는 잘 어울린다고 납득한 그녀는 미소가 아닌 웃음을 지어낸다. 언제나의 작은 미소가 아닌 후후후후 라고 조금은 길게 웃은 사유라를 토토는 본다. 한순간 그의 푸른 눈이 커졌던 것을 그녀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웃어버려서."

"꽃과 어울린다는 말이 그렇게도 좋았던거냐. 네가 그렇게 웃을 정도로."

"네, 좋았습니다. 거기다 토토씨에게 듣다니 영광일 따름이죠."

"만약 그 말 속에 비꼬임이 있었다면, 너는 무사하지 못했을거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신이시니까요."

 

 

어찌보면 등골이 오싹할 말일 텐데도 사유라는 미소를 지어낸다. 언제나의 자그마한 미소로 돌아온 그녀를 토토는 잠시 바라본다. 마치 무언가를 알아낼려는 듯한 푸른 눈동자에도 연갈색의 눈동자는 피하지 않는다. 어떠한 거짓도, 비꼬임도 고하지 않았다는 눈동자에 먼저 시선을 돌린 쪽은 오히려 신 쪽이다.

 

 

"그 꽃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코팅을 해서 책갈피로 만들까 해요."

"전부 다 말이냐."

"네. 먼저의 꽃들도 그냥 버리기엔 예뻤던 애들이니까요."

"마음대로 해라."

 

 

자신의 궁금증을 다 해결한 신은 자리를 뜬다. 잠시 후에 들린 문소리에 제우스와의 회의가 있을거라 추측하는 사유라다. 그러면서 꺼냈던 책을 제자리에 돌려놓는다. 책을 읽을 기분은 이미 식은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았다. 이집트의 신이 한 말을 떠올린다.

 

 

"이 꽃과 어울린다라... 응, 그렇네. 어울려."

 

 

보기 드문 반응. 그녀가 토토의 말에 솔직하도록 기뻐한다. 허나 다시 지어지는 미소 속에 담긴 감정은 기쁨만이 아니었다. 신의 앞에서 보였던 때와는 틀린 미소는 어슴프레하다. 사유라는 어제 읽은 책을 떠올린다. 그 책은 온갖 꽃들의 사진과 정보들이 적힌 백과사전이었다. 이름, 원산지, 피어나는 계절, 약효 등 다양한 정보가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엔 꽃말도 있었다.

 

"그는 어느 의미로 내게 어울린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너의 꽃말은 나와 어울려."

 

 

마치 꽃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듯이 그녀는 말을 건다. 허나 당연스럽게도 대답은 없다. 그럼에도 개의치 않고 사유라는 입을 연다. 흘러나온 목소리는 묘하게 들떠 있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이 일그러짐을 가린다고 생각한다.

 

 

"비탄, 실망, 비애..."

 

 

머릿속에 선명히 새겨진 꽃말을 읊는 그녀. 여전히 얼굴엔 미소가 걸려있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알고 있다. 기쁨과 동시에 절망하고 있는 자신을... 고고한 신이 자신에게 어떠한 뜻으로 어울린다고 했는지 사유라에겐 상관없었다. 그저 자기 멋대로 해석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언제나처럼 말이다. 우연히 책에서 보았던 금잔화의 꽃말, 그리고 어떠한 운명인지 특별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신이 해준 말. 그 두 가지가 겹쳐 사유라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너는 나와 함께 하자. 나와 함께 끝을 향하자. 모든 것이 편해질 그 순간, 너와 나 둘 다 해방 될거야."

 

 

사유라는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인다. 그리고는 부서지지 않도록 아주 조심히 꽃에 입맞춤을 한다. 사랑스럽다는 시선으로 금잔화를 바라본다. 마음 속 어딘가가 또 다시 무너지져 내리는 소리가 그녀에게 들려왔다. 그럼에도 금잔화를 든 여성은 미소를 지우지 않는다. 조금 더 짙은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다. 마치 그 소리가 축복의 종소리인양 말이다. 그 미소 속의 숨겨진 소망을 아는 존재는 작은 꽃뿐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곁에 있는 존재 중에 말이다.

 

 

"토토씨가 돌아오기 전에 얼른 나가야지."

 

 

사유라는 추억을 준 신을 피하기 위해 자리를 뜬다. 하얀 손에는 한 송이의 꽃을 소중히 쥔 체 말이다. 처음으로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한, 들은 금잔화. 그녀는 도서관을 나서기 직전 한 번 더 입맞춤 한다. 이윽고 그녀마저 나가버린 도서관은 정적만이 감돌게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