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발렌타인데이 합작] 토토사유 - 다크 초콜릿

サユラ (사유라) 2017. 2. 14. 00:17

 

 

드림 [한복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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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데이. 그날은 그리 자신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날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설레임을 주었을 테지만, 어찌보면 귀찮고도 돈이 소비되는 날이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초콜릿 관련 제품들을 세일하거나, 예쁘게 포장된 것들을 높은 가격으로 파는 날. 특별한 날을 챙기는 연인들이나 사람들보다 판매하는 쪽의 사람들이 더 바쁜 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자신은 대학 때부터 딱히 챙기지 않음을 기억한다. 헌데 지금...

 

 

"고마워~! 고마워! 요정씨! 그리고 라라도!"

"고,고맙다."

 

 

자신 앞에서 반응 차이가 심하지만, 기뻐하는 그리스의 두 신. 아폴론과 하데스에 손에 쥐어진 리본으로 묶은 봉지를 힐끗 본 사유라는 옆에 있는 유이를 본다. 초콜릿을 준 쪽인 소녀 또한 기쁨이 어린 미소를 짓고 있다. 문득 자신은 웃고 있을까 하고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급히 억지로 미소를 지어낸다.

 

 

"이거 저랑 사유라씨가 같이 만든거에요!"

"저는 그냥 살짝 도와준거 뿐이지만요."

"그래도 난 무척 기뻐! 기쁘다고! 헤헤 디디에게 자랑해야지~!"

"다른 신들에게도 준건가?"

"일본 쪽 신분들에게는요. 이제 남은건 북유럽 쪽이랑 이집트에요. 아 디오니소스씨에게도 이미 드렸어요."

 

 

어찌어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속으로는 자신이 만든 초콜릿이 맛 없을까란 걱정을 하면서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데스가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을 느낀다.

 

 

"하데스씨?"

"지금 열어봐도 되겠나?"

"... 괜찮아요. 그건 이미 하데스씨의 것이니 마음대로 하셔도 돼요. 참고로 밀크초콜릿이랑 다크 초콜릿이에요."

"밀크 초콜릿은 제가, 다크 초콜릿은 사유라씨가 만들었어요."

"그렇군."

 

 

어찌보면 그다운 조심스런 질문에 무심코 나올 뻔한 웃음을 참아낸 그녀. 허나 지금은 유이와 아폴론이 있어 '친구'인 자신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언제나의 '사유라'로 답한다. 유이의 설명을 들으며 리본을 푸는 하데스. 곧 봉지 안의 내용물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딱히 특별한 모양은 없었다. 사각형, 별, 하트, 동그라미 등 흔한 모양들이었다. 총 10개의 초콜릿 중 2개만이 자신이 만든 초콜릿임을 그녀는 굳이 얘기하지 않았다.

 

 

"맛있겠군."

"그쵸? 사유라씨 처음이시라고 하셨는데, 너무 잘 하셨어요."

"확실히 이정도면..."

"아, 유이. 나는 도서관에 가서 아누비스랑 토토씨에게 초콜릿 전해드릴게. 북유럽 쪽은 잘 부탁해."

 

 

뭔가 원하지 않던 분위기가 되어가는 대화에 그녀는 급히 자리를 뜬다. 칭찬이 싫은 것은 아니다. 허나 익숙하지 않았다. 거기다 그녀에게 있어 유이는 가끔 너무 눈부시다. 그 순수함에 도와주고 싶음과 동시에 거리감을 느낀다. 자신과 다른 올곧음에 가슴이 죄어왔다. 그래서 도망쳐 버렸다. 자신을 부르는 유이의 부름을 애써 못 들은 척하며 말이다.

 

 

"어이, 네코."

".... 토토씨."

 

 

작은 죄책감을 느끼며 복도를 걸어가던 중 들려온 목소리. 자신이 지금 찾아가던 신이 계단으로 통하는 모퉁이에 서 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자신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떡하니 있는 그 모습에 사유라는 묘한 기분이 되버린다. 언제나 처럼 자신에게 무언가를 시킬려는 것일까. 얌전히 신의 말씀을 기다리는 임시교사다.

 

 

"내놔라."

"......?"

 

 

기다림에 들려온 말은 자신이 예상한 말들과 너무도 달랐다. 다짜고짜 무언가를 달라는 말에 그녀의 고개가 살짝 치우쳐지면서 갸웃한다. 마치 어딘가의 양아치나 건달과도 같은 말은 지고한 지혜의 신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면 여기 와서 만난 그의 행동들을 돌이켜 보면 전혀 있을 수 없는 상황도 아니다. 다만, 서두없이 달라는 말은 너무 억지라고 생각하는 사유라다.

 

 

"품 안의 것은 내게 줄 것이 아닌가?"

"아..."

 

 

그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계속 있자, 결국 토토가 입을 연다. 그제야 그가 자신의 품 안에 있는 봉지를 가리킨걸 알아차린다. 헌데 왜 그가 자신이 줄거란 사실을 아는지 의문이 든 사유라는 신을 바라본다. 연브라운의 눈동자가 무엇을 묻는지 이미 알고 있는 그는 입을 연다.

 

 

"네녀석들의 대화소리가 여기까지 다 들리더군. 특히 바보와 쿠사나기의 목소리가."

"그렇군요. 이번에는 봐주세요. 둘 다 무척 즐거워하고 있었거든요."

"그 초콜릿의 맛이 괜찮다면 용서해주도록 하지."

 

 

무언가 이상한 상황이지만, 그녀는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자신이 불평을 해도 어떻게 될 일이 아니다. 눈 앞에 서 있는 신의 변덕은 하루이틀도 아니며, 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사다. 그의 심기를 건들여 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상황을 납득한 사유라는 봉지를 토토의 앞으로 내민다. 허나 신은 받지 않아, 그녀가 무안해진다.

 

 

"저기 토토씨?"

"이 내가 먹어주는 상황이다."

 

 

그의 잘난 태도에 그제야 사유라는 자신의 입장을 알아차린다. 자신은 지금 그의 기분을 풀어드리는 입장이다. 즉 신은 대접을 받는 쪽. 그러므로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 예전 호텔의 일을 체험했던 일이 떠올랐다. 허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더욱 난이도가 높다. 누가 뭐라해도 눈 앞의 존재는 신이기 때문에... 이런 저런 속마음을 숨기고, 노란 봉지를 묶은 흰 리본을 풀어내는 그녀. 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최대한 내지 않으면서 조심히 봉지의 입구를 넓힌다. 그러자 드러난 초콜릿들을 신은 아무런 말도 없이 본다.

 

 

"여기 있습니다."

"조잡한 모양이군."

"그래도 맛은 괜찮을거라 여겨요. 유이의 솜씨는 좋으니까."

"그럼 너의 것을 먹어보면 되겠군."

"... 이미 아실거라 여기지만 제가 만든 것은 다크 초콜릿 입니다. 단맛이 적을..."

"진짜군."

 

 

조심히 펼친 봉지를 두손에 올려 내민 그녀는 애써서 표정을 관리한다. 여기서 괜히 표정을 일그러뜨리거나 하면 그의 기분이 어찌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헌데 신이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먹는다는 말에 일순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져 버렸다.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온 그의 편식을 생각하면 쓴 맛이 짙은 다크 초콜릿은 취향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미숙한 실력으로 만든 초콜릿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그를 설득하려 했으나 늦었다. 토토는 단 2개뿐인 다크 초콜릿 중 1개를 먹었다. 예상은 했지만, 쓴 맛에 미간이 좁혀지는 신에 만든 이는 시선을 맞추기 어려워진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쓰군."

"... 죄송합니다."

"왜 사과를 하는거냐. 예상보다 쓰다고 한거다. 싫다고 한 적은 없다."

"네?"

"가끔은 이런 맛도 괜찮겠군."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걸까. 그 편식이 심한 신이 불평하지 않는다. 거기다 마음에 들었다는 듯한 태도다. 더 놀라운 것은 하나 남은 초콜릿을 입안에 넣었다. 눈 앞의 신이 자신이 아는 신이 맞나 의심이 든 순간, 눈이 마주쳐 버린다. 놀라 시선을 피해버린다. 자신도 모르게 너무 빤히 바라본 것을 자각해 부끄러워진 그녀였다. 허나 그가 이런 자신의 태도에 기분이 나빠졌을까란 생각에 곧 걱정으로 바뀐다. 예전 신이 시선을 피하지 말라고 했던 일을 떠올리며, 다시 시선을 앞으로 향하는데...

 

 

"토토씨, 얼굴이..."

"....."

 

 

언제 가까워진 걸까. 자신이 보아도 무척 잘생긴 신의 얼굴이 바로 코 앞에 있어, 사유라는 당황한다. 사실 놀랐다고 했으나 그녀의 표정은 그리 변화가 없다. 대신 심장만이 과하게 반응해버린다. 빠르고도 강하게 뛰는 심장이 자신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동시에 놀람으로 인해 빠르게 뛰는 심장이 거슬려서 얼른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토는 두손을 움직여 그녀의 턱과 허리를 잡는다. 그 후, 다가오는 얼굴에 눈을 질끈하고 감아 버리는데...

 

 

"뭘 그리 겁 먹는거냐. 설마 내가 널 잡아먹기라도 할 줄 알았나?"

"왜..."

"받았은건 받은거니, 고마움의 표시다."

"......"

 

 

이마에 느껴진 부드러움. 생각지 못한 입맞춤에 눈을 뜨니, 언제나의 상대를 비웃는 미소를 짓고 있는 신. 거기다 자신을 놀리는 듯한 말에 사유라는 애써 침착하게 묻는다. 허나 들려온 말에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주저하게 된다. 초콜릿의 대한 감사의 인사는 -사실 그에게서 감사를 받을거란 기대는 없었다.- 싫지 않다. 허나 그 방식이 문제다. 아니 어쩌면 상대방이 문제일 수도 있다. 토토란 존재에게서 입맞춤이란 형태의 감사를 받을 마음은 없었다. 정확하게는 바라지 않았다. 그럼에도 오늘은 언제나의 싫다는 외침이 들려오지 않아,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

 

 

"일단... 감사합니다."

"왜 여기서 네가 그런 대사를 하는거냐."

"그러게요."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반응이지만, 왠지 나와버린 말이었다. 그녀 자신도 모르겠다는 반응에 맥이 빠진듯 토토는 물러난다. 그러고는 '아누비스 몫은 내가 전해주지.'라고 말하며 손을 내미는 그. 내밀어진 짙은 갈색의 커다란 손을 잠시 쳐다본 사유라는 아누비스의 몫이 담긴 봉지를 올린다. 거기에 다시 리본으로 묶어 남은 그의 초콜릿을 주려고 했으나, 초콜릿의 주인은 제복의 옷자락을 펄럭이면서 뒤돌아 선다.

 

 

"토토씨, 남은 초콜릿을..."

"필요없다. 받을건 다 받았으니."

 

 

딱 잘라 거절한 그는 그대로 가버린다. 사유라는 복도에 울리는 굽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그저 멍하니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2가지가 있었지만, 넘어가기로 한다. 묘한 피곤함에 쉬고 싶었다. 거기다 유이에게 옮은 것일까... 기쁘다고 생각해버린다. '혹시나...' 란 추측에 기쁨을 느껴, 그녀는 가슴이 미약하게 간질거린다.

 

 

"오늘만 넘어가자. 모처럼 발렌타인데이니까."

 

 

간질거림과 함께 느껴지는 아픔을 애써 무시한다. 특별한 날이라는 핑계로 사유라는 오랜만에 작은 기쁨을 만끽한다. 단 하루만 허락한 기분을 그녀는 나름 소중히 여겨준다. 설령 다음 날이면 부정하며 다시는 갖지 않을 것이라도 말이다.

 

 

 

 

 

한편 그 무렵, 초콜릿을 먹고 간 신은...

 

 

"토토 괜찮아?"

"괜찮다."

"거짓말! 미간 엄청 좁아졌어! 아 그래도 이 과자 맛있다!""너는 걱정하든 과자를 먹든 하나만 해라."

"음- 그럼 과자! 나중에 유이랑 유라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도서관에 와 아누비스에게 봉지를 전달해준 신은 독서도 하지 않은체 앉아만 있었다. 그런 그의 한층 좁아진 마간을 지적하며 걱정하던 아누비스도 과자에 관심을 집중한다. 뭔가 과자한테 진듯한 기분이 든 토토였지만,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좋아하는 모습에 넘어가준다. 허나 입 안에 남은 쌉싸름함과 쓴 맛에 눈쌀을 찌푸린다.

 

 

"그 네코 엄청 쓰게도 만들었군."

 

 

자신은 편식을 하지는 않지만, 아까 먹은 다크 초콜릿은 예상보다 너무 썼다. 카카오 함량이 35% 이상부터가 다크 초콜릿인데, 그녀가 만든건 적어도 90% 이상으로 추측되었다. 애초에 다크 초콜릿을 즐기지 않는 그지만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음에 담아버린 상대방이 만든 초콜릿을 먹고 싶었을 뿐이다. 설령 거기에 자신이 바라는 뜻이 없다 하더라도 말이다.

 

 

"거기다 내가 한 입맞춤의 의미도 모르겠지. 의미보단 바람이 더 가깝겠지만..."

 

 

아까 입술에 닿았던 부드러움과 미미한 온기를 떠올린다. 초콜릿을 만들었기 때문이었을까, 그녀에게서 희미하지만 달콤한 향이 맡아져 왔었다. 한 순간 이마뿐만 아니라 입술에도 하고 싶었던 것을 간신히 참았던 그였다. 잠깐의 충동과 이마에 한 입맞춤의 의미를 그녀는 절대로 모를 것이다. 특히 입맞춤을...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도 있지만, 토토가 참고한 것은 그리스식이다. 이마에 한 입맞춤의 의미는....

 

 

"나는 너와 영원히 함께. 정확하게는 하고 싶다지만, 지금의 네코에겐 독이겠지."

 

 

씁쓸한 기분이 들어버린다. 누구에게도 바란 적 없던 소망을 말하면, 자신에게 있어 특별해진 존재는 괴로워진다. 토토는 문득 그녀가 다크 초콜릿과 닮았다고 생각해버린다. 아까 먹은 것과 같이 무척이나 쓴 다크 초콜릿을... 너무도 써서 쉽게 먹을 수 없지만, 그 안에 숨겨진 미미한 달콤함에 끌려 이미 매료되어 버렸다. 그렇기에 토토도 매번 쓴 아픔을 겪어도 포기하지 못한다. 설령 상대방도 아파한다 해도, 그것을 넘기면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신은 믿고 있다. 아니 믿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도 같은 상대에게서 초콜릿을 받고 싶다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