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장기합작 시즌 1

[장기합작 3분기 - 가을 ] 템페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8. 9. 30. 01:07

드림 [ 장기합작 3분기-가을 ]에 참여한 크리미날레! <템페스타>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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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각또각, 누구도 없는 복도에 울리는 구두굽 소리. 그 소리의 주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색으로 물들어진 아름다운 남자였다. 한 걸음 한 걸음, 발이 내딛어질 때마다 부드럽게 흔들리는 긴 은발의 머리카락. 누군가가 보았다면 화보나 영화를 찍는다고 착각할만큼 남자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런 남자의 발이 멈춘 곳은 어느 문 앞. 그의 하얀 정장만큼이나 하얀 문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잠시 숫자를 보던 남자는 손을 들어 문을 가볍게 두드린다. 똑똑, 긴 검지 손가락의 마디가 철에 부딪힌 소리가 제법 복도에 울린다. 허나 안은 조용했다. 답이 없는 건너편에 깔끔하게 정리된 그의 눈썹이 꿈틀한다. 다시 한 번 노크를 할려는 듯 손을 든 순간...



 "들어오세요."



 문 안쪽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는 안정적이었다. 들려온 목소리에 남자는 희미하게 숨을 내뱉는다. 그렇게 초조함을 뱉은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러자 시야 안에 들어온 여성에 무뚝뚝한 얼굴이 곧 미소로 바뀐다.

 또각또각, 복도에서와는 다른 굽소리가 방에 울렸다. 느긋한 듯하면서도 티가 거의 나지 않을 정도로 살짝 빠른 걸음. 덕분에 남자는 방의 현 주인에게 순식간에 가까워진다. 



 "안녕, 템페스타(Tempesta)."

 "아아. 안녕, 누볼라(Nuvola)."



 짧은 인사를 나눈 둘. 이름이라기엔 미묘한 부름에도 둘은 어색함이나 싫다는 기색이 없다. 남자, 템페스타는 침대 곁에 둔 의자에 앉더니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 누볼라는 그런 그의 시선에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템페스타도 그 미소에 보답하듯 다시 미소를 짓는다.

 푸석함이 없는 곧고도 부드러워 보이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카락. 뚜렷하기 보다는 오똑하고 아기자기한 이목구비. 서양인의 흰 피부와는 다른 느낌의 하얀 피부. 희미하게 끝을 올려 웃는 연분홍색의 작은 입술. 그가 그나마 자주 보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동양인 특유의 분위기. 그리고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연갈색의 눈동자. 

 누볼라. 이탈리아어로 구름이란 뜻의 이름. 아니, 코드네임을 지닌 여성의 외견을 템페스타는 새삼 다시 관찰한다. 이곳저곳을 바라보던 옅은 회색을 지닌 눈동자가 멈춘 곳은 그녀의 어깨쪽. 조금은 헐렁한 하늘색의 환자복 틈으로 보인 하얀 붕대. 그녀의 흰 피부와는 다른 그 흰색이 그의 시선을 붙잡는다.



 "상처는 어떻지?"

 "문제없어. 그리 깊지도 않았고. 랄까, 템페스타도 알잖아. 너는 우수한 마피아니까." 

 "아무리 그래도 난 의사가 아니거든. 그러니 전문가의 의견이 듣고 싶었어."

 "뭐, 그런거라면 어쩔 수 없지."



 그의 질문에 누볼라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거기다 희미하게 톤을 띄워 답한다. 그런 그녀의 태도에 어울려 주듯 템페스타는 어깨를 으쓱하며 이유를 알려준다. 그러한 그의 태도에 후후하고 작게 웃으며 넘어가주는 누볼라다. 

 회색의 눈동자가 침대 옆 사이드 책상을 살펴본다. 거기엔 과일이 담긴 바구니, 나이프, 패션잡지, 꽃다발, 명화가 그려진 엽서 등이 놓여 있었다. 그것으로 자신 이외의 누군가들이 이미 병문안을 완수한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더불어 선물들을 각각 누가 줬는지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그였다.



 "아, 템페스타가 꼴찌야."

 "그런듯 하네."

 "어쩔 수 없었잖아. 적의 남은 잔당들을 제압하러 간 거잖아."

 "제압? 틀려. 너를 다치게 한 녀석들의 동료인 녀석들에게 되갚아 주러 간거였어."



 익숙함, 편안함, 미약한 장난끼로 이어가던 대화가 단번에 분위기가 바뀐다. 누볼라의 말에 급 정색하며 진짜 이유를 알려주는 템페스타. 다정했던 눈동자가 일순간에 날카롭고도 흉폭함을 지니게 된 모습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평범한, 일반인들에게선 보기 힘든 그 살기어린 눈동자를 연갈색의 눈동자는 피하지 않는다. 잠깐의 시간 후에야 무거운 정적을 부순건 누볼라다. 



 "...... 과격하네. 동지가 다친게 그렇게 짜증났어?"

 "동지보다는 친구란 단어가 더 좋아. 그리고 짜증이 아니라 분노다."

 "그래 그래. 알았어. 친구인 나를 위해 분노해주고 복수 해준거구나."

 "다친 당사자가 왜 더 태평한건지."

 "내 자신이니까. 그리고 반대였음 너도 나랑 비슷했을 걸."

 "반대면 네가 복수해주러 갔을 거란 이야기인가."

 "응. 만약 네가 다쳤다면 나도 너랑 같은 행동을 했을거야."



 아직은 성인이 되지 않았지만, 나름 성숙함이 드러나는 둘. 그런 둘 중 연상일 터인 그가 틱틱거린다. 다친 당사자인 그녀의 태평한 태도에 불평아닌 불평한다. 누볼라는 두 손가락으로 눈 사이를 꾹 누르는 그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만약 이란 단어를 쓰며 말이다. 결국 자기자신도 친구로서 그를 걱정해줬을 거란 뜻을 전한다. 

 템페스타는 손가락을 떼어 그녀를 바라본다. 천천히 손을 뻗어 귀쪽의 머리카락을 살짝 손가락 사이로 얽힌다. 사라락, 결을 따라 내려가니 엉킴이나 걸리는 것 없이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머리카락. 비교적 짧은 옆 머리카락이 손가락에서 모두 빠져 나가자 자연스레 옆으로 이동해 볼에 닿는다. 손가락의 끝이 볼을 스치더니 이내 손 전체로 덮는다. 작은 볼이란 감상이 그의 안에 퍼진다.



 "고마워. 하지만 그러지마. 잘못하면 다치고, 그러면 복수할 수 없어."

 "알아. 그래도 할거야. 내 친구를 다치게 한 대가는 갚게 해야지."



 말렸음에도 굽히지 않는 면모.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 조직에서도 얼마나 그녀의 이런 면모를 알고 있을까 란 의문이 그의 안에 떠오른다. 허나 그 의문도 곧 묻어둔다. 대신 코트 안에 있던 무언가를 꺼낸다.

  그것은 투명한 하늘색의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는 알록달록한 사탕으로 보이는 듯한 것들이 채워져 있었다. 또륵, 사탕 한 알이 유리병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기쁜걸. 자, 그런 의미로 부탁한 물건."

 "고마워. 이게 필요했거든."

 "그것보단 케이크를 부탁했으면 좋았을 텐데."

 "케이크보단 단풍잎들이 더 좋아. 예를 들면 저 창문 밖의 예쁘게 붉은 색을 띠는 단풍잎이라든지."



 그에게서 병을 받은 그녀는 살짝 힘이 빠진 미소를 짓는다. 사탕으로 보이나 그러지 못한 물건. 애써 물건의 진짜 이름을 떠올리지 않으며 템페스타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허나 생각지 못한, 아니, 너무도 그녀다운 의견에 입이 다물어진다. 미소가 미미하게 굳어진다. 

 템페스타는 3일 전의 일을 떠올린다. 산 전체가 붉은 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여져 있었다. 그곳에서 벌여지던 적과의 교전. 그리고 폭주한 자신을 감싸다가 다친 그녀. 누볼라는 그날 옅은 베이지색의 코트를 입었었다. 적의 나이프에 윗가슴에서 어깨쪽으로 베였었다. 폭주와 발작으로 엉망인 머리로도 선명하게 보여온 광경. 그 광경은....



 "각하. 당분간은 단풍잎이 보고 싶지 않거든."

 "가을인데? 곳곳이 단풍 천지야. 힘들걸."

 "그래도 되도록 보고 싶지 않아. 특히 붉은색은." 



 자신의 말에 누볼라가 말없이 바라봐오는걸 템페스타는 알았다. 이유를 물을 거다, 보통이라면. 허나 그는 알고 있다. 물어보지 않을걸. 누볼라 라고 불리는 여성은 이대로 묻지 않을걸 알고 있는 그다. 



 "...... 마피아가 약한 소리하지 마. 내 앞은 괜찮지만."

 "넌 너무 내 응석을 받아줘."

 "친구니까."



 천천히 눈을 한 번 깜박인 누볼라의 말에 템페스타는 불평이면서도 아닌 불평을 꿍얼거린다. 평소 조직내에서의 그의 이미지와는 틀린 모습에도 그녀는 놀라지 않는다. 그저 익숙하다는 태도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유를 얘기한다. 

 친구, 그 단어가 템페스타에게 무겁게 다가왔다. 하지만 말하지도, 전하지도 않는다. 그저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다. 자신도, 그녀도 말할 수 없기에. 그러면 안되기에.

 힐끗, 창 밖을 본다. 그의 옅은 회색의 눈동자에 선명히 붉은색이 비친다. 허나 시선을 돌린 그로 인해 사라진다. 하지만 그의 안에선 계속 그 붉은색이 남아있었다. 흩날리는 붉은 단풍잎들 사이로 쓰러지는 그녀. 쓰러진 그녀의 가슴쪽의 옷이 그 단풍잎과 같은 색으로 물들여지는 모습. 일순 아름답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 지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된 풍경. 



 "아, 가을이 얼른 지났으면 좋겠다."

 "그럼 추워질텐데."

 "추워도 돼. 대신 눈이 내릴 테니까."

 "그렇네. 그러면 겨울이 기다려지네. 아, 그치만 이탈리아는 내릴지는 운이잖아."

 "볼 수 있는 곳에 가면 돼."

 


 손 안의 유리병을 이리저리 기울이는 누볼라. '후훗, 그렇네' 라고 답하며 작게 웃그 모습에 템페스타는 손을 뻗고 싶음을 참아낸다. 대신 눈이 아플 정도의 붉은 단풍잎의 세계가 아닌 새하얀 눈의 세상에 감싸인 그녀를 상상한다. 그건 분명 가을의 아름다움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일거라 생각하는 마피아다. 



 "겨울이 되면 같이 눈이나 볼까."

 "응, 볼 수 있다면 보자."

 "그럼 약속이다."

 "응, 약속."



 덧없다. 가을에 나눈 눈을 보자는 약속. 겨울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시간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입장이나 해야할 일들을 떠올리면 약속을 지킬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차라리 지금 가을이란 계절 속에서의 약속이 더욱 확실했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다시는 아니 당분간은 가을의 아름다운 붉은 세계 속에 있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아서. 



 "사유라."

 "응?"

 "겨울도 분명 아름다울거야."

 "...... 응. 모든 계절은 아름다우니까."



 템페스타는 코드네임이 아닌 다른 호칭으로 그녀를 부른다. 아니, 호칭이 아닌 그녀의 다른 이름. 원래의 이름을 버림으로서 가진 새로운 이름. 그녀가 허락한 사람만이 부를 수 있는 이름. 일부러 그 이름으로 부르며 얘기한 자신에게 동의하며 미소 짓는 친구에게 그는 입밖으로 내보내지 못한 단어를 끼어 다시 문장을 떠올린다. 서로가 복수를 위해 살아가는 이상 속삭일 수 없는 마음을 담아서.


 '겨울도 분명 사랑스런 너는 아름다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