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장기합작 시즌 4

1분기 '안녕' - 메릿사&사유라

サユラ (사유라) 2021. 3. 30. 01:32

* 드림 [ 장기합작 시즌4 ] 에 참여한 신들의 악희의 >메릿사<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우정드림입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언제나의 날씨였다. 아무런 특별한 느낌이라고는 없을 언제나의 모형정원의 맑은 날이었다.
 그럼에도 어째서 였을까. 메릿사는 가만있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진흙인형이 아닌 몸이었기 때문일까. 아니, 그렇다면 그 몸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다르기에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면 되었을 거다. 그것이 더욱 이유다운 이유였을 거다. 더욱 즐겁고도 유익한 시간이 되었을 거다.
 그럼에도 문득 들판이 떠올랐을 뿐이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들판으로 가고 싶어졌었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그 녹빛으로 싱그러울 넓은 들판이 보고 싶어졌었다. 만들어진 세계의 한 곳에서 혼자 있고 싶어졌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으로 갔을 때 보인 존재에 혼자가 되고 싶었단 생각이, 목적이 사라져 버렸던 그였다.


 "으음~ 사유라인가?"


 아직 조금은 거리가 있을 쯤에 보인 색. 생각보다 길게 자라지 않은 풀들에 가려지지 않은 옅은 파랑색은 제법 익숙한 색이었다. 어딘가.. 아니, 확실하게 제멋대로인 어디의 신과 같은 교사로서 일을 받은 인간이었던 여성이 입는 제복의 색. 그 색과 제복으로 메릿사는 인물을 추정한다. 아니, 확신한다. 
 평소 만나면 제법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번이고 밤의 술자리를 가졌었다. 그렇기에 피할 생각도, 방해할 생각도 없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진 그였다. 그저 함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진 그였다. 혼자란 목적을 잊어버렸던 진흙인형이었다. 
 

 "사유라~"
 "......"
 "어라? 자고 있네."


 들뜬 마음으로 다가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곤히 잠든 여성. 부름의 대답없는 비밀의 친구였다. 비록 '그녀'가 기억하는 순간이 적을지라도 말이다. 사유라 본인이 원한건지 의도적인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상관없을 정도로 메릿사에게 있어 그녀는 좋은 '사람'이다.
 몇 번의 밤들을 떠올리던 메릿사는 지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인간도 신도 따라하기 힘들만큼 부드럽게 바람은 진흙인형과 사람을 지나친다. 옷자락과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얼굴에 닿지 않던 머리카락이 자신의 콧잔등을 간지럽혀 메릿사는 무의식적으로 손끝으로 긁는다. 
 문득 잠든 교사도 간지럽지 않을까 란 궁금증이 들어 다시 바라본다. 거기엔 여전히 곤히 잠든 여성이 있다. 언제나 귀 뒤로 넘기던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렸다. 그것은 너무도 작은 흩날림이었으나 몇 가닥은 제 주인의 볼을 충분히 간지럽히고 있었다. 
 상냥하고도 마음씨 좋은 진흙인형은 그걸 보고 가만히 있지 못한다. 자신의 콧등의 간지러움을 해소시켜준 손을 움직인다. 조심조심히 하얀 볼에서 확연하게 보이는 검은색의 생명의 실에게 다가간다.
 허나 그 손은 이루려던 바를 이루지 못한다. 감겨있던 눈꺼풀이 뜨였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의 간지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바람의 부드러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시선 때문이었을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모르나 메릿사는 무언가 아쉬웠다. 동시에 그보다 더 궁금하고도 기대되었다. 일어난 그녀가 자신을 보고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그리고 언제나처럼 상냥하게 인사를 해줄 것에 대한 기대였다. 하지만 그 기대는 부서진다. 


 "사유라, 안..."
 "아아...!"


 인사를 하려 했다. 허나 말이 끝나기도 전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끊겨진다. 처음이다. 그 감상이 메릿사에게서 생겨났다. 그런 자신을 모른 채 메릿사는 사유라의 다음 반응을 보게 된다. 누워있던 상반신을 일으켜 앉더니 제 손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없는 두 손 중 하나는 자신의 가슴을, 다른 하나는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그 다음은 무너졌다. 일으켜 세운 상반신을 지면에, 엎드리다가 어울릴 만큼 숙인다. 곧 그 몸은 떨리기 시작한다. 곧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그 목소리는 떨림이 가득하였다. 괴로움이 고스란히 베어든, 그러면서도 참아내는 울음소리였다. 몇 번의 둘만의, 비밀의 밤에서 볼 수 없었던 그녀다. 보면 안 되는 모습이었을 수 있는 '사유라' 였다. 그러한 그녀에 메릿사는 아무런 말도 못했다. 다가가지도, 손을 뻗지도 못했다. 모처럼 그녀와 같은 인간의 모습인데도, 그녀와 같은 체온을 가졌음에도 메릿사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그때 바람이 되돌아 왔다. 인간도, 신도 만들어 낼 수 없을 듯이 한 없이 부드럽게 바람은 그들을 다시 지나쳐 지평선으로 돌아갔다. 그 부드러움에 이끌린 것일까, 무너진 몸이 천천히 일으켜진다. 물방울이 아직도 흘러내리는 연갈색의 눈동자가 드러난다. 물기에 젖은 시선이 바람의 뒤를 쫓아갔다. 툭툭- 감정이 없는 눈물이 이미 젖어버린 풀 위로 낙하하여 부딪힌다. 눈물에 젖지 않은 그녀의 손으로부터 희미한 비릿한 피의 비릿함이 퍼진다. 
 메릿사는 그런 사유라의 모습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저 바라보았다. 허나 입은, 마음은 제 마음대로 하지 못한 인간이 된 진흙인형이다.


 "사유라."


 어째서였을까. 메릿사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불러버렸다. 그에 따라 바람의 잔재를, 꿈 어쩌면 자신만의 무언가의 잔재를 바라보던 그녀가 움직인다. 고개를 돌려, 시선을 움직여 인간이 되고픈 진흙인형을 바라본다. 그리고는 한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낸다. 아까의 바람보다 더욱 부드러운 미소를 메릿사는 보게 된다. 또한 듣게 된다. 그 부드러움만큼 위태로운 목소리를.


 "안녕."


 아아 어째서 이렇게 슬픈 인사일까. 라며 메릿사는 그리 생각하며 눈물이 나올 것만 같음을 참아낸다. 
 그는 처음 보았다. 처음 들었다. 인간이, 누군가가 이다지도 슬픈 인사를 하는 모습을. 자각하지 못한 허세 덩어리인 인사임에도 한 없이 위태롭고도 다정한 인사와 미소를 진흙인형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