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SF합작]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12. 18. 01:01

드림 [SF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본래 드림캐 이름의 표기는 '토트' 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배경은 원작의 배경이 아닌 오너가 생각한 미숙한 오리지널 세계입니다.

* 딱 한번이지만 미약한 유혈표현이 있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기억 속에선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본다. 마치 모든 존재 하나 하나에 빛을 품은 듯한 세계는 꿈이라고 해도 믿어질 만큼 환상적이다. 손을 뻗어 이름 모를 작은 꽃을 만져본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움. 그 감촉이 그녀에게 현실임을 알려준다. 동시에 그녀의 희망 하나를 부숴준다.

 

 

"차라리 꿈이라던가 사후세계면 좋았을 텐데..."

 

 

나즉히 흘러나온 목소리엔 희미한 웃음소리가 담겨 있다. 허나 그 내용이나 꽃을 바라보는 눈빛은 결코 웃음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빛이 가득한 세상에서 그녀만이 어우러지지 못한다. 마치 여성 혼자만이 다른 세계에서 온 듯한 느낌이다. 아니,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이 존재해선 안되는 곳에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이곳에서 깨어나게 한 존재를 떠올린다.

 

 

"신인류, 인류가 진화한 종족. 인류에게 없었던 능력을 지닌 존재.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나를 되살려냈다."

 

 

감정이 희석된 목소리가 허공에 퍼져 사라진다. 마치 어느 소설책의 한 구절을 읽는 듯한 목소리. 아니, 차라리 그편이 더욱 감정이 담긴 목소리였을 것이다. 허나 자신에게 일어난 일임에도 그녀는 감흥이 없는, 아니 감흥이란 단어조차도 쓰기에도 어려운 목소리를 낸다. 메마르고도 일정한 톤의 행렬은 기계의 흉내보다 감정이 없다. 그러한 자신의 목소리를 자각하는지 연갈색의 눈동자는 눈꺼풀 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그렇게 얼마 동안이나 눈을 감고 있었을까, 귓가의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진찰 시간인데, 왜 이런 곳에 있는거지?"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 안에 담긴 화는 너무도 선명하다고 생각하며 여성은 눈을 뜬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거기엔 한 남자가 서 있다. 짙은 갈색의 피부와 흰색의 가까운 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조금은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 거기에 큰 키와 균형 잡힌 몸을 지닌 미남이었다. 다만 날카롭고도 윗시선적인 느낌이 풍풍하고 느껴져 여성들이 다가가기엔 힘든 인상을 지녔다. 혼자만의 감상을 가슴에 묻은 채, 여성은 입을 연다.

 

 

"죄송합니다. 시간을 전혀 보지 않아서 몰랐어요."

"사과하는 자세는 옳지만, 그딴 핑계는 필요없다."

 

 

자신의 말에 딱 잘라 얘기하는 상대방. 여성은 자신이 진찰을 받기 싫어 일부러 시간을 확인하지 않은 점을 그가 간파했다는걸 안다.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보통은 약속된 시간에 민감해야 할 터지만, 그녀는 일부러 잊고 있었다. 아니, 잊은 척을 해 시간을 살피지 않았다. 그만큼 진찰을 받고 싶지 않았다. 진찰이란 행위 자체가 싫은게 아니다. 다만, 그녀는 진찰을 하는 이유와 그에 따라 이어질지도 모를 결과를 거부하고 싶을 뿐이다.

 

 

"네 몸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다. 꾸준하게 진찰을 하며, 몸의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그런데도 진찰을 빼먹다니... 너는 네 몸을 챙기고 싶지 않은 거냐."

"...... 잊으셨습니까, 토토씨. 저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던 자이며, 제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난 자입니다."

"다시 얻은 삶이 싫다는 거냐."

"생전... 이라고 말하기 애매하지만, 죽기 전에도 삶의 대한 의욕도 없던 저인데... 다시 한 번 살아났다고 생길 것 같나요?"

"죽음에 대한 공포는 없었던 거냐."

"글쎄요. 죽었을 때의 기억은 희미한지라..."

 

 

그의 질문에 여성은 침착하게 답한다. 죽었던 자, 살아난 자, 다시 얻은 삶, 죽음... 모두 자신에게 관련되었다는 것에 묘한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눈앞의 존재에게 들었던 내용을 떠올린다. 자신은 몇 천 년 전에 죽었으며, 현재의 시점에선 구인류라 불리 우는 먼 조상 격인 인류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지닌 유일한 존재라고 한다. 즉, 마지막 인간과도 비슷하다는 얘기다. 참고로 신인류는 확실히 인간의 유전자를 지닌 존재지만,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종족. 예시를 들자면 같은 조상을 지녔지만, 유인원과 인간으로 각각 진화한 결과 중 인간에 해당하는 쪽이다. 정리하자면 진화론의 나무에서 그녀는 신인류가 나오기 전 굵은 가지에 해당되는 종족인거다. 그리고 이런 귀찮은 설명이나 사실 따윈 그녀에게 있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은 이미 죽었던 존재였으며,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문제다. 그건 그녀가 원하지 않은 소생이다. 그렇기에 자신을 살린 존재에게 나름의 반항을 보이는 그녀다. 결과는 남자의 매서운 시선과 짧게 혀를 차는 소리다.

 

 

"네 녀석, 그런 건방진 소리를 하다니 겁이 없군."

"한번 죽었다 보니 겁이 줄었나 봐요."

"헛소리군. 너는 그저 편안해지고 싶은 어리광을 부리는 거다. 틀린가?"

"...... 그걸 아시는 분이 왜 저 같은 자를 되살린 것인지 모르겠군요."

 

 

아까보다 짙어진 화에도 여성은 움츠리지 않는다. 그런 상대방에 토토라 불린 남자는 너무도 직설적인 지적과 질문을 건낸다. 그러자 여성은 방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시선과 목소리를 낸다. 책망인지, 원망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을 담은 목소리에 토토는 잠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다. 아니면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인지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침내 그의 입이 열린다. 아니, 열리려고 했다. 허나 그것은 막는 날카롭고도 큰 경고음이 두 사람이 있는 공간에 울려퍼진다.

 

 

"건방진 녀석들이 내 별에 쳐들어 온 건가."

"그런 존재들도 있는 건가요?"

"... 너희 인류가 모두 선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들 쪽에서도 정신 나간 녀석들도 있지."

 

 

듣지 못한 사실에 물으니 절로 납득이 되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기에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세상이 변해도 어느 의미 바뀌지 않는 것은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사이에도 울리는 경고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기에 멀뚱히 있는데, 무언가에 손이 잡힌다. 절로 그 원인을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에 토토가 비친다.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가요?"

"여기 방어 시스템을 만든건 나다. 대부분의 녀석들은 첫 번째 방어선도 뚫지 못해."

"그럼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세상 일이 전부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해서 네 녀석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떡하려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는 질문 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자신의 말을 들어온 그라면 방금의 질문을 할리가 없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그녀 자신 다음으로 잘 알고 있기에. 헌데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낸 질문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여성이다. 그저 공포심과 불안함을 불러 일으켜 삶에 집착하게 만들려는 의도인걸까... 하고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추측하는 그녀다. 그리고 그 추측을 떠올리기 위해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조용한 토토에 오히려 입을 열지 못한다. 결국 기다림에 짜증이 난 그가 입을 연다.

 

 

"됐다. 일단 안으로..."

 

 

토토의 말이 중간에 끊긴다. 그 이유를 몰라 그녀는 또 다시 멀뚱히 있는다. 슬쩍 살핀 그는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것에 그녀도 한번 주위를 살핀다. 그때였다. 자신의 새로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어둠이 내려졌다. 그 후, 들린 소리는 유리창이 깨지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아주 무거운 무언가가 지면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어떤 일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얼마나 있었을까.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던 힘이 느슨해진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을 감싼 인물의 얼굴을 살펴본다.

 

 

"토토씨?"

"방심했군. 저 따위의 녀석에게 여기까지 침입을 허용하다니. 나중에 방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켜야겠군."

 

 

자신의 부름에 대한 답이 아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그의 얼굴색은 방금까지와는 조금은 틀렸다. 언제나의 제 색보다 흐린 얼굴색과 그 피부에 흐르는 땀방울들... 그리고 물방울이 툭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소리의 근원을 찾아 시선을 움직인 그녀의 눈이 커진다. 소매를 걷은 팔에서 흘러내리는 선명한 붉은색의 액체. 그것의 이름을 아주 잘 알고 있기에 연갈색의 눈동자는 흔들린다.

 

 

"토토씨, 팔에..."

"문제없다. 너는 방에 돌아가라."

"그치만..."

"걱정되나?"

 

 

문제가 없다고 하기엔 피의 양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언제나의 표정을 짓는 그의 그녀는 흔들린다. 자신 때문에 그가 다친 상황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자신을 알았을까, 들려온 질문에 작은 고개는 솔직하게 끄덕인다. 그러자 보여 온 토토의 미소. 그 미소가 언제나의 미소와는 틀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시선을 내린다.

 

 

"걱정되면 이 상처는 네가 치료해라."

"네? 그치만 이 정도면 꿰매어야 하지 않나요?"

"내가 만든 약만 바르면 문제없다. 거기다 네 녀석보다 튼튼한 몸이다. 너는 네 몸이나 걱정하면 돼."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놀란 그녀. 거절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의 기준에서 보면 보이는 상처의 치료는 의사가 해야 할 수준이었다. 허나 들려온 말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심하기를 포기한다. 지금 자신이 존재하는 시대와 눈앞의 존재는 자신이 가졌던 기준과는 다른 기준을 가졌기에. 그렇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수락의 뜻을 보이자,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그를 그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따라간다. 그리고 따라가며 그녀는 뒤를 한번 보았다. 거기엔 본 적이 없는 이형의 존재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금속과 유기체가 섞인 존재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보호받은 존재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시간이 조금 지나, 그녀는 토토의 팔에 붕대를 감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침실에서 말이다. 왜 굳이 침실에서 해야만 하는지 의문을 품었지만, 자신을 감싼 탓에 그가 다쳤기에 묵묵히 치료한다. 허나 딱 한번 학교에서 붕대 감는 법을 배운 이후로 처음 해보는 붕대 감는 행위는 어수룩하기 짝이 없다. 마음대로 감겨지지 않는 붕대에 결국 그의 지시대로 감게 된다.

 

 

"이걸로 마무리인가요?"

"그래. 처음치고는 나쁘지 않군."

"...... 왜 저를 감싼건가요?"

 

 

붕대의 끝에 핀으로 고정한다. 겨우 끝난 치료에 대해 토토가 생각보다 후한 평가를 내리지만, 그녀에게 와 닿지 않는다. 아까부터 풀리지 않는 의문을 그에게 건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가 자신을 구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 떠오른다면 귀중한 생물이 죽을 수 있다는 이유뿐이었다. 마치 희귀동물을 보호하는 그런거 말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스스로에 대한 태도가 정상은 아니다. 허나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너는 정말 그걸 모르고 묻는거냐."

"네."

"... 설마 하지만 내가 널 희귀동물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호했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그 생각을 버려라."

"독심술을 쓰시나요?"

"힘을 쓰면 독심술뿐만 아니라 네놈의 생각을 전부 볼 수 있다. 다만, 그렇게 할 필요도, 생각도 없다. 그렇게 하면 네 녀석의 안에서의 내 평가는 더욱 내려갈 테니까."

 

 

들려온 질문에 솔직하게 답한다. 그리고 너무도 정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맞춘 그에 미약한 놀람을 느끼며 묻는다. 그런 자신에게 건내 주는 답변이 이해되지 않는 그녀다. 토토 카도케우스라고 이름을 밝힌 남자는 지금까지 봐온 모습으로 보건데, 누구에게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 남자다. 헌데 그런 남자가 자신의 안에서 평사가 떨어지는 것을 신경 쓰고 있다. 여성에게 있어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다.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군."

"당신은 과거의 존재를 그때의 그 모습과 기억을 지닌 채 되살릴 만큼의 두뇌와 기술을 지녔잖아요. 거기다 약간 신경질 적이어도 냉철한 토토씨가 겨우 저 같은 인간의 평가를 신경 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네 녀석, 은근슬쩍 헌담을 끼어 넣는군.:

"사실이잖아요. 거기다 당신은 자기 멋대로죠. 그런 당신에게 제 안의 평가는 중요한가요?"

 

 

언제나의 생각대로 솔직하게 말해버린 그녀. 평소라면 조금은 눈치를 살폈을 거다. 허나 중요한 문제이고, 자신 때문에 누군가가 다쳤다. 가볍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그렇기에 여성은 토토에게 직접적으로 묻는다. 서로가 바라보며 정적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그의 손이 그녀에게로 뻗어진다. 천천히 짙은 갈색의 손이 하얀 볼을 쓰다듬는다. 그 손길이 상냥하고도 따스했다. 마치 소중한 존재를 만지는 듯한 손길에 그녀는 뒤로 물러나려 했다. 허나 허리를 감은 팔에 꼼짝하지 못한다.

 

 

"중요하다."

"... 어째서죠?"

"이런 순간인데도 모르겠다는 거냐."

"모르겠어요."

 

 

진지한 목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닿아왔다. 가슴이 술렁거리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고 그녀는 묻는다. 그러자 들려온 질문은 마치 스스로 깨달으라는 말 같이 들려왔다. 허나 여성은 전혀 알 수가 없을 뿐이다. 그렇기에 사실대로 답한다. 그러자 꽤나 깊은 한숨을 내쉬는 토토다. 왠지 자신이 잘못한 느낌이 드는 그녀를 그는 품 안 깊숙히 끌어당겨 안는다. 영문 모를 상황에 굳어버린 자신의 어깨에 그의 고개가 묻혀지는 것을 느낀다.

 

 

"저기 토토씨...?"

"앞날이 걱정이군. 예상은 했지만, 네 녀석의 그 둔함은 대단하다."

"네?"

 

 

그가 무언가를 중얼거림을 알았지만, 너무도 작은 목소리에 그 내용까지 알아듣지 못한 그녀다. 그것보다는 슬슬 풀어주기를 바랬지만, 환자에게 함부로 할 수 없어 난감한 그녀다. 그떄, 볼에 부드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기 전에 보여 온 푸른 눈동자에 아무런 말도, 행동도 못한다. 그 눈빛은 진지하고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다.

 

 

"힌트다."

"힌트?"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내가 너에게 품은 감정은 너희 인간들이 가장 원하고도 동시에 가장 어렵다고 얘기했던 감정이다."

 

 

뜬금없이 주어진 힌트는 알듯 하면서도 알아내지 못한다. 주어진 문제에 멍해진 그녀에 토토는 한번 웃더니, 완전히 품에서 놓아준다. 자유가 되었지만, 여성은 그를 바라만 볼 뿐이다. 마치 답을 요구하는 듯한 시선에 그는 언제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해답은 네가 스스로 구해라.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다."

"......"

"오늘은 큰 일이 있었으니 일찍 잠자리에 들도록."

"아, 네."

"좋은 대답이군. 그럼 잘자라. 사유라."

 

 

어떨결에 답해버린 그녀는 방을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 볼 수밖에 없었다. 그가 나간 후에도 그 자리에 꼼짝 않던 그녀의 눈동자에 문이 열리는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는 그 문으로 들어오는 존재 또한 비친다.

 

 

"시와가리님, 영양제를 가져왔습니다만...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아무것도... "

 

 

자신에게 건내져 온 걱정어린 목소리에 사유라는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눈앞의 존재의 모습을 본다. 그 존재는 그녀의 품에 들어올만한 그리 크지 않은 사각형의 모습을 지녔다. 허나 그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너무도 감정적이고도 깔끔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한순간 기술의 발전을 체감한다. 작디 작은 상자 안에 기계이나 확실한 감정이 실린 말을 건낼 수 있는 기계. 그것은 생전에도 보지 못한 AI였다.

 

 

"오늘도 영양제를 먹지 않을실 건가요?"

"... 아뇨, 오늘은 먹을게요."

"네? 진짜요?"

"당분간은 그가 원하는 대로 해볼려고요."

 

 

자신의 말에 놀라거나 의문을 표현하는 이모티콘을 띄우는 상대방에게 말없이 웃은 사유라. 그리고는 물컵과 약을 받아든다. 원하지 않았던 두 번째의 삶이지만, 아주 조금은 살아보자고 생각해본다. 자신을 감싸준 그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리고 해답을 얻기 위해. 그리고 그 해답을 얻은 후의 일들을 막연하게 상상한다. 개인이 별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세상. 그리고 그걸 이루어낸 진화된 새로운 인류. 그 중 한명으로 인해 되살려진 자신. 그런 자신이 다시 눈을 감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는 물과 함께 약을 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