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Deemo합작] 토토사유 - I race the Dawn

サユラ (사유라) 2017. 12. 18. 03:13

드림 [증후군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곡 - I race the Dawn 

 

 









 

 

The clouds are like your eyes

구름들이 마치 너의 눈동자 같아

Soaring with the wind to my heart to yours

내 마음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라 네 마음으로 가까이 가고 있어

 

 

 

(▶)

 

 

 

보름달로 인해 밝혀지는 밤하늘은 달과 함께 구름들이 차지했어야 했다. 허나 고요했을 하늘에 울려 퍼지는 것은 날개가 퍼득이는 소리. 그것은 밤의 하늘을 나는 새들의 날갯소리가 아니었다. 어둠 속을 소리없이 나는 그들과 달리 당당한 그 날갯소리의 주인은 어느 존재도 감히 바라볼 수 없을 만큼의 존재감과 고고함을 지닌 모습이었다. 창조와 소멸을 관여할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힘을 지녔으며, 세계의 수 많은 지식들을 가진, 같은 신들도 동등한 위치에 닿을 수 없는 신. 근처에 있던 존재들은 숨을 죽인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어느 존재든 신을 방해하지 않으려 한다.

신은 짙은 구름의 바다에서 떨어진 어느 구름을 바라본다. 하나로 모여 바다가 된 다른 구름들과 떨어진 그 작고도 흐릿한 구름은 신에게 어느 존재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음에도 한없이 흐릿했던, 절망에 한순간이지만 색을 잃었던 눈동자를... 그리고 그 눈동자의 주인을 떠올린다. 닿았지만, 결국 멀어진 존재를 구름에 이입한다. 자신을 지나치는 바람을 조종해 구름으로 향하게 한다. 바보같은 행위임을 알아도 그는 그것에 허무한 만족감을 얻는다.

 

 

"이번의 너는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까."

 

 

누군가에게 건낸 질문에 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저 자신의 날갯소리만이 들려옴에 신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뜬다. 그리고는 지상을 향해 신은 내려간다.

 

 

 

(▶)

 

 

 

The rain falls so soft, it turns into snow

비가 너무나도 부드럽게 내려서 눈으로 변해버렸어

My heart said this all just to find you

내 마음이 이것이 전부 너를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어

 

 

 

(▶)

 

 

 

신은 어느 집의 마당에 발을 디딘다. 마치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내리기 시작한 눈을 신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잠시 눈앞의 집에 머문다. 특별함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2층의 단독주택엔 너무도 이른 시간에 맞게 불빛 하나 없다. 아니, 툇마루엔 작은 빛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고 있었으며, 그 불빛의 곁엔 존재가 있었다. 작게 울려 퍼지는 음악에 감싸여,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여성을 신은 어딘지 안도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정말 변함이 없는 녀석이군."

 

 

여성의 곁으로 다가가는 신. 눈에 홀려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여성은 신의 다가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짙은 갈색의 손이 제 머리카락을 살며시 쥐는 것도, 그곳에 입맞춤을 내리는 것도... 그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신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바라본다. 핸드폰의 액정 빛만이 있는 세계에서 여성의 눈동자는 제 색을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아름답다고 여긴다. 자신의 쪽으로 향해 있지 않더라도..

 

 

"여전히 눈만 보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군. 네코."

"토토..씨?"

"알아차리는게 느리다."

"매번 소리 없이 오시잖아요. 인기척 좀 내주세요."

"그래도 알아채라. 네코면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

"저는 사람이에요."

 

 

신은 여성의 바로 옆자리에 앉으며, 말을 건낸다. 갈색의 눈동자에 비친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 말을 걸기 전과는 틀렸다. 새하얀 날개는 사라지고, 복장도 바뀌어 있었다. 검은색의 코트를 입은 그를 아주 잠깐이지만 멍하니 바라 본 여성이었다. 허나 곧 신과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 그 모습은 둘이 첫만남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자신을 님을 붙이지 않고 부르는 인간을 괘씸하다고 여기기는커녕 제 의견을 또박또박 얘기하는 모습에 토토는 작게 웃어 보인다.

 

 

"왜 또 이런 시간에 깨어있는거냐. 내가 몇 번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몸을 너무 차갑게나 덥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얘기 하셨죠."

"호오- 근데도 감히 내 말을 무시하면서까지 이런 시간에 깨어있는거지?'"결국 잠들지 못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눈과 당신을 봤으니까, 저는 오히려 만족스러워요."

"...... 바보 같은 녀석."

"알고 있어요."

 

 

허나 웃음은 한 순간이었다. 곧 표정을 싹 바꾸더니, 그는 여성에게 질문이란 형태의 꾸짖음을 쏟아낸다. 아니, 그것은 조금은 알기 어려운 걱정이었다. 그런 그만의 상냥함을 여성은 알기에 태연하게 답한다. 오히려 너무도 담담한 태도에 맥이 빠지는 토토다. 변함없는 옅은 미소에 그는 답답함을 느낀다. 꺼내고 싶은 말을 삼키고, 대신 한숨을 내쉬는 신을 네코라 불린 여성은 다시 눈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 그녀에 그는 자신이 입은 코트를 벗더니, 작고도 둥근 어깨에 걸쳐준다.

 

 

"저번처럼 감기나 걸린 모습으로 나타나면 곤란하니, 이거라도 걸쳐라."

"... 감사합니다."

"거절하지 않는거냐."

"제가 거절하면, 토토씨가 괴로운 표정을 지으시잖아요. 그러면 저는 몰라도 당신은 이 눈을 보고도 웃지 않으실테니까."

"그게 뭐냐. 너는 그럼 나 때문에 싫어도 받아들인거냐."

"왜 그렇게 되는거죠? 저는 당신의 친절을 싫다고 얘기한 적이 없답니다."

"처음에는 싫어했던 것을 기억 못할 줄 아느냐."

"보통 갑자기 나타난 외국 사람이 제 이름을 알고, 알기 어려운 친절을 주면 싫어는 몰라도 의심할걸요."

 

 

자신의 호의를 망설이거나 거절하지 않는 모습에 토토는 기쁜 한편, 씁쓸함을 느낀다. 더불어 들려온 이유가 어느 의미 바보 같아서, 타인만을 위한 이유 같아 화를 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다운 이유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친절을 싫지 않다고 얘기해준 것이이에 신은 안도한다. 비록 자신들이 나눈 이야기 속 처음이 다르더라도, 그녀가 기억하지 못해도, 가슴이 아파와도 신은 참아낸다.

 

 

"너는 눈이든, 비든 내리면 곧 잘 웃지. 매번 이렇게 하염없이 보는 네가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아."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요. 저는 그저 좋은거 뿐이에요. 그리고... 이런 날은 토토씨가 오시는 날이 많으니까요."

"... 만약 내가 너를 찾기 위해, 네가 웃기를 바래서 일부러 비나 눈을 내렸다면 너는 기뻐할건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신은 언제나의 말투로 말해버린다. 그 말에 실망하거나 기분 나빠하기는 커녕 그녀는 옅은 미소를 유지한채 이유를 얘기한다. 그것이 마치 눈이나 비가 오면 자신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는 말로 들려왔다. 그렇기에 한번 띄워본다. 자신이 신의 힘으로 해왔던 일을 그녀에게 있어 좋은 일이었는지 묻는다. 진지한 목소리의 질문에도 눈을 향한 갈색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여전히 천천히 떨어지는 눈들을 담고만 있다. 잠시 후, 작은 입술이 열린다.

 

 

"만약 토토씨가 그러한 일을 했다면... 저는 기뻐요."

"정말이냐?"

"정말이에요."

"그럼 원래 오늘은 비를 내리고 싶었지만, 기온이 낮아 눈이 내렸다고 한다면 뭐라 할거지?"

"...... 뭔가 이상하고도, 토토씨 답지 않은 질문이네요."

"대답이나 해라."

 

 

기쁘다. 자신을 보고 말한 것이 아니지만, 자신이 내린 눈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마치 저를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그다. 그래서 일까, 정말 자신이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은 질문을 해버렸다. 다시 조용히 고개를 든 희망에, 욕심에 자신답지 않게 실수에 대한 질문을 건낸다. 그것을 콕 집어 말하는 여성에 괜시리 찔려 재촉해버리는 토토다. 후후하고 작은 웃음소리가 그의 귓가에 닿아왔다. 잔잔하고도 간지러운 웃음소리인데도, 그에겐 동시에 위태롭고도 날카로웠다. 자신에게로 향해진 눈동자는 갈색일 터인데, 한순간 금색으로 보여왔다. 흩날려 내리는 하얀 눈이 연분홍색으로 물들여져 벚꽃잎으로 변한다. 그 광경에 신의 심장은 크게 내려앉는다. 과거의 기억이 그를 뒤흔든 순간 가녀린 두 팔이 뻗어져 온다. 그걸 뒤늦게 인지한 신은 제 품안으로 들어온 그녀 또한 뒤늦게 인지한다.

 

 

"그렇다면 그것 또한 저는 기뻐요. 그리고 토토씨가 너무도 상냥하게 비를 내려, 그 비가 너무도 부드럽게 내려서 눈이 되어버린 거에요."

"...... 정말 바보같은 얘기군. 말도 안되는 이유며, 과정이다."

"알아요. 그래도 정말 토토씨가 눈을 내려준거라면, 저는 이렇게 생각할거에요."

"멋대로 해라. 어차피 너는 내가 뭐라해도 그렇게 생각할테니까. 네 녀석의 그 요상한 고집은 영원히 낫지 않겠지."

 

 

부드럽고도 상냥한 목소리가 답해왔다. 어딘지 어린아이의 순수함이 깃든 듯한 대답이었다. 동시에 바보같은 대답이기도 했다. 아무리 자신이 이상한 질문을 했다지만, 그녀는 더욱 말도 안되는 대답을 한 상황에 천하의 지혜의 신도 어이없음을 느낀다. 거기다 자신이 무시하는 듯한 말을 해도,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하는 그녀에 오히려 신이 물러난다. 어딘지 진저리난다는 듯한 말투지만, 그 목소리는 자상했다. 제 품안의 여성을 끌어안는 팔은 조심스러웠다. 그를 아는 누구나라면 놀랐을 장면, 그리고 동시에 애틋할 장면. 아니, 애틋함을 느끼는 것은 그와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존재들뿐이다. 한없이 흐린 존재를 기억하는 존재들뿐이다.

 

 

 

(▶)

 

 

 

I've walked for miles and miles and still I know (love)

나는 수 없이 많이 걸어왔지만 여전히 너에 대한 사랑을 알고 있어

The mountains rise and fall, my heart holds on and on (love)

수 많은 산들을 오르고 내려 왔어도 내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어

 

 

 

(▶)

 

 

 

"마치 몇 번이고 겪은 듯이 얘기하시네요."

"너와 지낸 시간이 짧지 않으니까."

 

 

잠시 그렇게 서로의 온기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음악만이 잔잔히 퍼지던 조용함 속에서 먼저 입을 연건 그녀다. 품 안에서 얼굴을 몸을 빼지도, 얼굴을 들지도 않은채 얘기해서인지 그의 가슴에 미약하지만 따스한 숨결이 천 속의 살결에까지 닿아왔다. 그 감각에 어찌할 수 없이 과거를 회상해버리는 그다. 오래 전, 만들어진 세계에서 함께 행복하게 웃으면서 지냈던 시간을... 너무도 달콤한 행복에 빠져 안일해져 있던 순간을 신은 떠올린다.

 

 

"하긴 이제 거의 1년이 되어가네요."

"...... 그래, 인간에게는 1년은 꽤나 긴 시간이지."

"토토씨에게도 긴게 아닌가요? 전 그런거라 여겼는데..."

"길다. 지독히 아득할 정도로... 동시에 한없이 짧다. 너무도 짧아서 차라리 시간의 흐름이 없는 곳을 만들까 했다."

"그건 불가능해요. 저희는 인간이잖아요. 인간에겐 그런 힘은 없어요. 신은 몰라도.."

 

 

불가능, 인간, 신... 무엇부터 얘기하면 좋을까, 무엇부터 바로 잡으면 될까 하고 신은 고민한다.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가장 처음 얘기해야만 하는 말은 무엇일까 하고 토토는 생각한다. 허나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 떠오르는 '그녀'의 모습들이 신의 입을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무엇도 말할 수가 없어, 그는 그만둔다. 또 반복 될 날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날을 생각하며 인간 흉내를 낸다.

 

 

"말이 그렇다는 거다. 낭만이라는 것도 모르는거냐."

"...... 토토씨가 낭만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시니 뭔가 신기하네요."

"호오- 그럼 네가 더 신기해할 말들을 해주마."

"네?"

 

 

자신이 생각해도 이번의 말도 자신 답지 않은 말이었다. 낭만이라니, 먼 옛날의 자신이었으면 코웃음을 친 후에 한심하다는 말까지 말했을거다. 허나, 바뀌어 버린 것을 어찌할 수 없다. 한 존재로 인해 알게 된 행복에, 애달픔에 신은 바뀌어버렸다. 정작 그것의 원인인 존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이더라도... 이미 헤어나올 수 없는 사랑을 품어버려 누구보다 현명하고도 냉철한 신은 자신이 또 아플 선택지를 고른다.

품 안에서 의아해하던 그녀는 자신을 살짝 떨어뜨리는 그를 자연스럽게 올려다 본다. 거기엔 어둠 속일텐데도 이상하리 만치 선명한 푸른색의 눈동자가 보여왔다. 희미한 핸드폰의 빛에 밝혀진거라 여기기엔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잘 보여옴에 시선을 움직일 수가 없는 여성이다. 신은 그런 그녀의 하얀 볼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쓸어내린다. 변함없는 부드러움에 가슴이 미약하게 통증을 호소함을 무시하며, 토토는 입을 연다.

 

 

"나는 아득할 정도로 수 없이 걸었다. 걷고 걸어 잊을거라, 흐려질거라 여겼지만 여전히 너에 대한 사랑을 알고 있다."

"......"

"많은 산들과 대지가 오르고 내리며 제 모습을 바꾸는 것을 봤지만, 그 긴 시간동안 내 마음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

"너에 대한 이 사랑은 바보 같을 정도로 한결같다."

 

 

낮은 목소리가 나긋히 그녀에게로 흘러내렸다. 오직 그녀만을 위해 읊조려진 신의 속삭임은 진지하다. 그리고 그 진지함보다 더욱 짙은 애달픔이 베여 있었다. 감출 수 없는 그녀를 향한 마음이 흘러나와 속삭임에 담겨졌다. 신,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애틋함을 담았다. 단 한 존재가 자신의 사랑을 알아달라는 호소를 담아냈다. 부정 당하지 않도록, 내쳐지지 않도록 고고한 신일터인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필사를 전한다.

신의 손길과 사랑을 받는 인간은 그 필살적인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아니면 일부만을 본 것일까... 그저 말없이 바라보는 그녀에 신은 알 도리가 없었다. 정적과 음악이 섞이는 모순적인 시간이 둘의 주위를 맴돌았다. 잠시 후, 혼자만의 춤을 추던 선율이 멈추었을 때, 그 선율을 대신하려는 듯 다물어져 있던 입술이 열린다. 그 안에서 흘러 나올 목소리를 토토는 두려움을 가진채 기다린다.

 

 

"정말 토토씨 답지 않은 말이네요."

"알고 있다. 거기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

"네, 그러네요. 말이 안되는 이야기인데, 저는 웃어 넘길 수 없어요."

"....."

"정말 당신이 저를 오랜 시간을 사랑해준 것 같이 느껴져요. 그만큼 토토씨가 저를 생각해준 것 같아서 무척 기뻐요."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기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동시에 두려워하던 대답도 아니기에 안도한 신이었다. 하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기억해내지 못한거라 여기는데, 들려온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와 보여 온 미소에 희망을 느낀다. 어쩌면 다시 그날의 행복을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 푸른 눈동자. 그러나 그 희망은 씻어 내리게 하는 눈물이 비쳐진다. 다시 무너지려는 사랑하는 이가 비쳐진다.

 

 

"근데... 어째서일까요? 가슴이 아파와요. 토토씨에게 무언가 너무도 죄송한, 잘못한 기분이 들어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냐. 너는 내게...."

"정말 없나요? 제가 당신에게 잘못한 일이."

 

 

방금까지의 미소는 투명한 눈물에 지워지고, 부드러웠던 목소리는 괴로움에 일그러진다. 분명 몇 초 전만 해도 행복했을 터인데, 다시 무너진다. 토토는 자신을 바라보며 묻는 그녀를 품 안 깊숙히 끌어안는다. 잠시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그 가녀린 몸이 많이 차가워져 있었다. 잘못하면 그녀의 눈물도 얼어버리지 않을까를 걱정해버린다. 바보 같은 생각이라고 속으로 비웃은 신은 사랑하는 이의 귓가에 속삭인다.

 

 

"아니다. 그런 일은 없었다."

"......"

"너는 내게 행복을 줬다. 진정한 사랑을 알려줬다. 그런 네가 내게 잘못한 일이라니... 바보같은 짐작이다."

"그런...가요?"

"그래, 내가 하는 말이다. 믿어라."

 

 

어느 때보다 다정하고도 따스한 목소리로 토토는 속삭인다. 괴로워하는 연인을 안심시킨다. 가늘게 떨리는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다독여준다. 잠시 그렇게 안아주고 있었을까, 이내 진정이 된 것인지 그녀의 몸에서 힘이 빠진다. 그걸 알아차린 그는 연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무릎 뒤쪽에 팔을 넣더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갑자기 공주님안기로 안아 올려져 놀란 듯한 그녀지만, 그의 '오늘은 무리 했으니, 쉬어라.' 라는 속삭임에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그대로 둘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 눈은 여전히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

 

 

 

I conquer death for you

나는 너를 위해서라면 죽음까지도 이겨낼거야

I race the dawn for you

나는 너를 위해 이 새벽녘을 달리고 있어

No one can keep my heart from reaching you (lo-o-o-ove)

그 누구도 너에게 닿기 원하는 내 마음을 흔들 수 없어

 

 

 

(▶)

 

 

 

고요함이 어울리는 방 안에서 신은 깊이 잠든 여성을 내려다 보고 있다. 이제는 음악도 없어 고요함은 짙어졌지만, 희미한 그녀의 숨소리가 확실하게 그의 귓가에 닿아왔다. 너무도 작고도 얕은 숨소리에 토토는 걱정이 커진다. 아까 끌어안은 그녀의 가녀림과 무게를 떠올린다. 더욱 살도 근육도 줄은 팔과 다리, 그만큼 줄어든 몸무게. 날로 혈색이 어두워지는 얼굴.

 

 

"또 약해졌어."

 

 

잠시 펴져있던 미간이 순식간에 좁아진다. 토토는 전생과 비교해 또 약해진 그녀의 몸에 위대한 신조차 무력함을 느낀다. 어떻게든 해야한다는 조급함에 그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모든 지식을 뒤적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조합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허나 무엇하나도 완벽한 해결법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실패해 온 과거들만이 떠오른다. 그것에 짜증이 솟아난 신은 무의식적으로 제길이라고 중얼거린다.

 

 

"이번에도 실패하는 건가... 또 너를 나는 어찌할 도리 없이 보내야만 하는거냐..."

 

 

분함과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에 이가 갈리는 소리가 섞인다. 떠오르는 수 백 번이 넘는 이별들이 신의 정신을 뒤흔든다. 모형정원이 붕괴한 그 순간부터 꼬여버린 운명으로 인해 반복되어 온 이별은 토토 카도케우스, 이집트의 위대한 신 중 한 명인 그를 괴롭게 만든다.

 

[토토님, 저는 결국 이기적인 인간... 아니,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제멋대로의 결말을 선택하겠습니다.]

 

아득한 오래 전의 기억 속 '그녀'의 말을 떠올린다. 연기를 마친 모습으로 자기 좋을대로 이별을 고한 존재를 떠올린다. 괴로워하는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보인 여성을 신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무너지는 작은 세계 속에서 자신을 내친 그녀를 잊지 못한다 만들어진 존재 이외의 모두가 잊어버린 존재를 그만이 기억하며 고통스러워한다.

 

 

"웃기지마라. 그딴 결말에 내가 너를 포기할거라 여긴거냐. 내가 너를 잊을거라고 여긴거냐?"

 

 

분노와 원망에 가까운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신은 잠든 여성에게 묻는다. 허나 당연스럽게도 대답은 없다. 자신을 이렇게도 괴롭게 만들었으면서도 무엇 하나 기억하지 않은채 잠들어 있는 그녀. 토토는 그런 그녀의 얼굴 양 옆에 손을 짚는다. 침대의 스프링이 끼익하는 소리가 한순간 크게 울린다. 그러나 그 소리에도, 흔들림에도 여성은 깨어나지 않는다. 마치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듯이...

 

 

"바보 같은 네코 같으니... 왜 너 혼자 괴로운 길을 선택한거냐. 왜 네가 희생되는 방법을 선택한거냐."

"......"

"그렇게 해서 얻어낸 평화에 내가 납득할거라 생각한거냐. 네가 없는 시간들을 아무렇지 않게 존재할 수 있을거라 여긴거냐."

"......"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았을 신이 괴로워한다. 자신을 두고, 몇 번이고 사라지는 이기적이고도 잔인한 여성으로 인해 토토는 조금씩 무너져 간다. 허나 그는 결국 그녀를 진정으로 원망하지 못힌다. 증오하지도 못한다. 내쳐버리지도, 잊어버리지도 못한다.

허나 그런 그도 한 때는 그녀를 원망하려, 잊으려 했던 적도 있었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 괴로울 것이라면 차라리 잊어버리자고, 증오하자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은 그러지 못했다. 미워하려, 증오하려 하면 떠오르는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라 불가능했다. 푸른 하늘에도, 잔잔한 바람에도, 작은 꽃 한 송이에도, 밤의 조각 하나에도... 모든 것에 그녀를 떠올릴 뿐이었다. 어느 하나 그를 그녀에게서 놓아주지 못했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잊으려 해도, 일에 전념해도 신은 사랑하는 여성을 잊을 수 없었다.

결국 괴로움에 신은 그리움에 져서 사랑하는 여성을 찾아냈다. 그녀는 그때도 여전히 신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녀의 영혼에는 자신을 향한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음을 신은 알아차렸다. 아니,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때에도 이미 몇 번이나 반복 되었던 일들이다. 그녀의 미소도, 눈물도, 아까의 질문도 무수히 반복되어 왔다. 그리고...

 

 

"긴 시간 끝에 너를 다시 만날 때마다, 네가 나를 부를 때마다... 결국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걸,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걸 깨달을 뿐이다."

"......"

"네가 진정한 의미로 나를 잊지도, 사랑하지 않는 이상... 아니, 그렇게 되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하겠지."

"......"

"정말 사랑이란 아픈 감정이군. 안 그러냐? 사유라..."

 

 

자신도 그녀도... 서로가 결국 완벽하게 잊지도, 미워하지 못 한는 것을 신은 깨달았다. 그렇기에 되찾기로 결심했다.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설령 모형정원에서 지낸 짧은 행복의 시간을 되찾지 못하더라도, 그녀를 구원할 방법을 찾지 못하더라도... 토토는 사유라를 계속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최악의 끝이 소멸일지라도 신은 사랑을 선택한다.

창 밖은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허나 밤의 어둠은 어느새 물러나 새벽의 어슴프레한 밝음과 새하얀 눈으로 세상은 덮이고 있었다. 그녀가 보면 분명 좋아할 풍경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는 깨우지 않는다. 따스한 온기를 되찾은 하얀 볼을 아주 살며시 어루어 만진다.

 

 

"또 오마. 죽음보다 지독한 마음의 고통에도 견디며 오마. 너를 구하기 위해 나는 죽음까지 이겨내마."

"......."

"그 누구도, 설령 너라 해도... 그 무엇도 너에게 닿기 원하는,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을 흔들 수 없을거다. 흔들려도 견뎌내어 너에게로 오마."

"......"

 

 

신이란 존재 이전에 그저 사랑에 빠진 존재로서 맹새한다. 마치 동화 속 잠자는 공주처럼 잠든 그녀에게 신은 맹새한다. 절대로 깨지 않을 맹새를 한 토토는 사유라의 입술에 살며시 입맞춤을 내린다. 그리고는 다시 찬란한 신의 모습으로 돌아가 창 문 밖으로 날아오른다. 밝아오는 새벽녘을 달려간다. 사랑하는 존재를 구원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더불어 그녀가 좋아한다고 해주었던 긍지 높은 신으로서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토토는 자신의 세계로 돌아간다.

 

 

 

(▶)

 

 

 

 

 

 

토토가 떠난 후, 떠지지 않을 것 같던 눈꺼풀이 천천히 떠진다. 이제는 제법 밝아진 세상으로 인해 연갈색의 눈동자는 제 색을 뽑낸다. 아니 뽑낼거라 여겼지만, 드러난 눈동자는 다른 색이었다. 신의 모습이었던 그와 같은 금색의 눈동자였다. 허나 그 눈은 지쳐있고도 기운이 없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흐릿함을 띄고 있다. 눈동자의 주인은 한참이나 창 밖을 바라보았다. 하얀 눈으로 덮여지는 세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물어져 있던 입술이 살짝 열린다.

 

 

"바보 같은 분... 그렇게도 원망하라고, 잊으라고 했는데... 왜 제게 묶여있는 건가요."

 

 

흘러나온 목소리는 자세히 듣지 못하면 들리지 않을 만큼 작았다. 끊기지 않은게 용할정도로 희미한 목소리였다. 그녀는 이미 자리에 없는 신을 꾸짖는다. 허나 거기엔 원망도, 책망도, 실망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은 다시 한참을 창밖을 본다. 고요한 세상 속에서 그녀는 존재한다. 다시 한참의 시간 후, 다시 입이 열린다.

 

 

"하지만 저도 결국 당신을 완벽하게 놓아주지 못했네요. 당신을 잊지 못했고, 이 사랑을 품고 있네요. 정말이지, 저희 둘 다 정말 어리석군요."

 

 

지친 눈동자가 다시 닫히는 눈꺼풀에 의해 가려진다. 눈꺼풀이 완전히 닫혀지기 직전, 눈동자는 연갈색으로 돌아간다. 아주 작은 틈만이 남았을 때, 투명한 눈물이 새어나와 하얀 볼을 따라 흘러 내렸다. 그때의 눈물이 뜨거움인지 차가움인지 모른채 사유라는 중얼거린다. 다가올 봄을, 또 한번의 끝을 그리며 다시 신이 될 여성은 읊조린다.

 

 

"아아, 정말 사랑은 아픈 감정이네요. 토토씨..."

 

 

그 속삭임이 사라진 후, 그녀는 고요한 세상 속에 다시 잠든다. 자신의 주위의 존재들의 울음소리를 듣지도 못한채, 사랑하는 존재가 괴로워함을 알아도 그녀는 망각의 가면을 다시 쓴다. 비틀려진 운명 속에 몸을 맡긴다. 무너지는 영혼의 소리와 상냥한 눈이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신이 사랑하는 존재는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