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합작

[잔혹동화 합작] 토토사유 - 인형의 숲

サユラ (사유라) 2018. 2. 20. 00:57

드림 [잔혹동화 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 유혈 표현이 있습니다. 거북하신 분은 창을 닫거나 뒤로를 눌러주세요.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들어갈 수 없는 숲이 있다. 그런 소문을 들은 토토는 드물게도 알아보기 위해 움직였다. 학생들을 생각해서란 이유? 아니다. 토토 카도케우스는 방치주의에 가까운 신이다. 그런 그가 움직인 이유라면 그리 많지 않다. 그것은 대부분의 그의 이기적인 이유, 아니면 세계의 질서와 관련된 거대한 일이다. 그런 까다로운 신을 움직일 수 있는 몇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된 존재가 있다. 오랜 시간을 지낸 신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 존재. 신의 마음을 애타게 만드는 존재. 최근 또 다시 모습을 감춘 그 존재가 소문의 숲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지혜의 신은 향하게 되었던 거다. 그리고 현재의 그의 상황은....



"토토님, 자리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뭔가 차라도 가져와야 하지 않을까?"

"있는 거라곤 커피랑 코코아인데, 코코아가 좋겠지?"

"아, 거기에 과자도 곁들이자. 코코아에 맞춰서 많이 달지 않은 걸로. 어때?"

"좋다. 토토님, 코코아랑 과자로 대접해 드리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 마음대로 해라."



숲 속에 있는 작은 공터. 그 자리에 놓여진 하나의 테이블과 의자. 마치 단 한 명만을 위해 만들어진 다과회자리 같았다. 그런 자리에 앉은 신의 곁에는 여러 명의 여성들이 꽤나 수다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접대한다. 그들의 외모는 누구와 무척 비슷했다. 시와가리 사유라. 그가 찾고 있는 여성과 신기할 정도로 흡사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것도 그들 모두가 말이다. 틀린 점이 있다면 천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린 점이다. 자신이 찾는 여성과 같은 외모와 목소리를 지닌 '것'들에 신은 무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상황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대충 숲에 들어서자마자 바뀐 분위기. 모형정원에 숲은 꽤 울창하기는 했으나 그리 어두운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산책을 하기엔 좋은 수준일 정도다. 허나 지금 자신이 있는 숲은 다르다. 분명 낮일 텐데도 마치 밤인 듯한 어둑함, 그로 인해 밝은 녹색이 아닌 청남색으로 된 잎들. 새들의 지저귐이 아닌 기이한 소리들이 울려 퍼지는 숲은 마치 동화책에서 나올 법한 무서운 숲과 같았다. 토토는 제우스에게서 들은 내용 중에서 그러한 숲이 없다는 사실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즉, 지금 그가 있는 숲은 누군가로 인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큰 거다. 거기에 자신이 찾는 네코라 부르는 여성과 같은 외모의 '것'들. 그것들로 인해 그녀와 관련되어 있다는 확신은 더욱 커질 뿐인 신이다.



"토토님, 차와 과자를 가져왔습니다."

"......"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나요?"

"음, 우리들 뭔가 잘못한 게 아닐까..."

"그럴지도. 너무 시끄러웠던 걸까."

"어쩌면 우리들 자체가 거슬린 걸지도 몰라."

"어머, 그거 말 된다."



자신의 앞에 내려진 코코아와 과자. 허나 토토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바라볼 뿐이다. 그런 신의 모습에 그녀들은 대화를 나눈다. 꽤나 제멋대로의 추측이 들어간 결론은 어둑하기 짝이 없다. 신은 자신이 찾는 여성과 같은 모습을 지닌 것들의 수다가 참으로 쓸모없다고 느낀다. 허나 그 안에서 낯설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 그의 신경을 더욱 건드린다. 그렇기에 그들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본다. 키, 골격, 피부색, 머리카락, 입모양, 몇몇의 움직임. 분명 그녀와 비슷했다. 기이할 정도로 닮았다. 누군가가 보았다면 사유라와 착각할 정도로... 



"너희들은 네코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고양이?"

"아냐, 아냐. 그 귀여운 생물 말고 다른 거."

"음, 그럼 뭐였지? 우린 딱히 그런 단어와 관계없잖아."

"맞아, 맞아. 우리에겐 사랑스러움 따위 전혀 없잖아."

"그런... 그럼 우리들 사랑받지 못해?"



그의 질문에 이해하지 못할 즐거움으로 가득 찬 대화가 한 명의 질문에 뚝 끊긴다. 그녀들의 얼굴에 걸려있던 미소도 지워져 무표정으로 바뀐다. 서늘한 정적이 그 자리에 맴돌았고, 그들 중 한 명이 입을 연다. 그 입에서 나온 목소리와는 아까와는 확연히 틀렸다. 차갑고도 날카로워 그 목소리 자체가 날을 지닌 무기와도 같았다.



"너는 지금부터 죄인이야. 자, 스스로 무너져."

"무슨..."

"토토님, 별 거 아니랍니다. 여기선 흔한 일인걸요."

"맞아요. 우리들은 만들어진 자들. 그리고 죄를 지었다면 부서지는 것이 순리."

"이곳에서의 규칙을 어긴 자는 죗값으로 자신의 손으로 무너져야 한답니다."



살기를 두른 보이지 않는 시선이 한 명에게 쏟아진다. 그가 일어서자 나머지 3명이 꽤나 친절함이 없는 설명을 한다. 아니, 친절함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결여된 설명. 누군가가 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 무엇이 죄인지도 모를 상황. 거기다 부서진다거나 무너진다 라는 말을 하면서도 그들의 목소리는 묘하게 밝았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이 즐거운 일이라는 듯이, 너무도 당연해서 슬픔도 괴로움도 없다는 듯한 태도. 천하의 토토도 위화감을 느낀다. 설마 정말로 그들의 말대로 할까란 의심으로 죄인이 된 것을 본다. 그러자 거기엔 이미 끝을 받아들인 존재가 미소를 짓고 있다.



"토토님, 잠깐의 만남 즐거웠습니다. 저는 이제 물러나겠습니다."

"......"

"의문을 품지 말아주시길... 이것이 이곳의 규칙이며, 저희들은 결국은 만들어진 자. 인형은 만들어준 자를 따를 뿐."

"......"

"이 의미없는 인형의 끝을 신에게 보여드린 점 죄송합니다."



잔잔하고도 침착한 목소리. 자신에게 일어날 일을 알고도 흔들림이나 두려움이 없는 모습. 스스로를 인형이라 부른 그것은 자신의 얼굴을 가린 천의 매듭을 푼다. 매듭이 풀리고 천이 흘러내려 얼굴이 드러난다. 허나 거기엔 본래라면 있어야 할 무언가가 없다. 만든 자의 악취미인지, 무엇을 보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인형에겐 눈이 없었다. 그저 밋밋한 자리만이 있어 누군가가 봤다면 놀랐을 지도 몰랐다. 허나 토토는 그저 바라본다. 놀람도 없이, 기피하는 기색도 없이... 그런 신에 인형은 조금은 더 짙은 미소를 짓는다. 

쩌저적... 무언가에 금이 가는 소리가 작게 울린다. 인형의 가슴 부분에서 퍼지는 금이 점점 전신으로 퍼져갔다. 그리고 그것은 목에서부터 드러나 이내 얼굴을 덮어버린다. 이내 인형은 전신에 퍼진 금에 산산이 부서진다. 인형은 부서지는 그 순간에도 미소를 유지했었다. 아무런 두려움을 느끼지 않던 존재가 있던 그 자리엔 그저 인형이었던 것의 조각들과 옷만이 남아있게 된다. 



"그럼 치워볼까."

"아, 얘도 참 바보지. 그런 생각을 해 가지고는."

"그러게."



아까까지만 해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었던 존재가 부서졌음에도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청소를 시작한다. 어디서 가져온 것인지 모를 청소도구로 조각들을 쓸어 담고, 주인을 잃은 옷을 치운다. 곧 깨끗해진 그 자리는 무엇 하나 남지 않는다. 그저 흙만이 덮힌 공간으로 돌아갔을 뿐이다. 



"이제 재미없는 연출은 끝난 거냐."

"역시 재미없었나 봐."

"하긴 이런 거 재미없잖아."

"우리들은 익숙해져서 재미도 뭣도 없는 것뿐이지만."

"죄송합니다. 토토님. 일단은 이것으로 모두 끝입니다. 사죄에 뜻으로 무엇이든 답해드리겠습니다."



5개에서 4개로 줄어든 인형들. 그 중 3명은 자신들의 수다를 떤다. 그나마 아까 무너지란 명령을 내린 인형만이 그의 질문에 답한다. 정중한 태도와 말투. 그나마 말이 통할거라 여겨진 인형에게 토토는 아까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한 질문을 다시 꺼낸다.



"네코는 어디 있지. 시와가리 사유라는 어디 있는 거지."

"시와가리..."

"사유라?"

"아아!! 그분이다! 가짜 여왕님!"



평소 부르는 별명이 아닌 제대로 된 이름으로 묻자, 자신들만의 수다를 떨던 3개가 반응을 보인다. 1개가 떠올려 크게 말하자, 나머지 2개도 따라 떠오른 듯이 화색을 띤다. 여왕님. 자신이 아는 그녀와는 연이 없는 단어가 들려와 토토는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네코라기에 뭔가 했더니. 난 또... 그 여왕님이었구나."

"그런데 그런 여왕님을 누군가 찾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맞아. 언제나 그런 볼품없는 작은 집에 틀어박힌 가짜 여왕님인데... 신이 찾으러 오실 줄이야."



3개의 인형은 비아냥을 담아 얘기를 나눈다. 거기다 비웃음까지 지어내 그들에게 있어 '가짜 여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무시 당하는지 알 수 있었다. 허나 그것은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작은 집에 틀어박혀 있다. 즉, 찾던 존재의 위치를 그들이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토토가 그 위치를 물으려는 순간 묵묵히 있던 인형이 입을 연다.



"신이 찾던 존재가 여왕님이었군요. 알겠습니다. 안내인을 드리겠습니다."

"안내인?"

"네. 자, 안내인 나오세요."



인형이 누군가를 부른다. 그러자 수풀 속에서 튀어 나오는 작은 인영. 검은색의 후드가 달린 로드를 뒤집어 쓴 어린아이였다. 아니, 어린아이의 모습을 지닌 인형이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고양이 가면을 쓰고 있다. 토토는 제 앞까지 걸어온 '안내인'이란 인형을 내려다 본다. 인형은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정중히 인사를 한다. 



"안녕하십니까. 위대한 신이시여. 이 보잘 것 없는 안내인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안내해라."

"네, 가짜 여왕님은 숲의 안쪽에 있습니다."



가면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확실히 앳되었다. 허나 가면 안에서 울려서인지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거기다 제 모습과 어울리지도 않게 너무도 예의바른 태도는 위화감을 준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라. 토토는 한시라도 빨리 사유라를 찾아내고 싶음에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인형은 인형이다. 그저 안내를 받으면 끝일뿐이다. 걸음을 내딛는 순간 뒤에서 들린 웃음소리를 신은 애써 무시한다. 어차피 그것들은 그녀가 아니기에.

토토는 작은 안내인을 따라 숲의 안쪽으로 향한다. 갈수록 더욱 어두워지는 숲은 이제 거의 빛이 없어진다. 안내인은 언제 꺼낸 것인지 등불을 들어 길을 밝힌다. 얼만큼이나 걸어갔을까, 이내 안내인의 발이 멈춘 곳은 정말 작은 집이었다. 아니, 집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너무 작아 집보다는 차라리 창고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했다. 그럼에도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그 외관이 적어도 창고보다는 집에 가까워서였다. 비록 그 크기가 인간 세계의 원룸보다는 더 작았지만...



"이곳에 네코가 있는 거냐."

"네, 가짜 여왕님은 언제나 이곳에 있습니다."

"갇혀 있는 건가."

"아니요. 그녀는 그저 이곳에 있을 뿐입니다. 누구도 그녀를 가두지 않습니다."

"...... 수고했다."



자신의 질문에 예의 바르게도 답하는 안내인. 작은 인형에게서는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토토는 적어도 거짓이 아님을 알아낸 채 안내인에게 수고했다고 얘기한다. 그러자 안내인은 아주 잠깐의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만났을 때와 같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수풀 속으로 그 작은 몸으로 들어간다. 토토는 안내인의 기척이 사리지고 나서야 문으로 향한다. 천천히 문고리를 잡아 돌려 문을 연다.



"네코, 있는 거냐."



집 안은 그래도 밝혀져 있다. 토토는 그치고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허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신은 문을 완전히 열었고, 이내 보여 온 광경에 눈을 크게 뜬다. 거기엔 분명히 그가 찾고 있던 여성이 있었다. 의자에 얌전히 앉은 채 있는 그녀. 오직 그 뿐이라면 그가 놀라지 않았을 거다. 평소 냉철한 그가 놀란 이유는 여성의 가슴에 꽂힌 두 개의 검이다. 길이도, 형태도 다른 두 개의 검이 가녀린 가슴을 뚫은 채 꽂혀 있었다.



"사유라."



절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 토토. 허나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대신 짙은 비릿한 철의 냄새가 대답 대신 그의 후각을 자극시킨다. 그는 자신의 발 밑을 본다. 그러자 거기엔 분명 들어올 때 없었던 붉은색의 웅덩이가 있다. 그 붉은 웅덩이를 만든 물의 주인이 누구인지 떠오른 그는 곧 바로 사유라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녀에게 뻗었던 손을 신은 멈춘다. 이미 붉은 피로 물들어진 흰색의 와이셔츠, 언제 꽂힌 것인지 모를 녹이 쓴 검. 그리고 상처로부터 계속 흘러내리는 피. 살아있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모습에 토토는 섣불리 그녀를 만지지 못한다. 그런 그를 모른 채 의자에 앉아 있는 사유라의 표정은 아무런 고통이 없어 보였다. 마치 잠을 잔다는 것 뿐인양의 표정.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인 표정은 인형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네코."

"..."

"네코, 대답해라."

"......"

"사유라!"

"......"



수많은 지식을 가지고, 위대한 신으로 불리우는 토토. 그러한 그가 손도 대지 못한 채 그녀를 부른다. 초조함과 두려움을 담아 부른다. 살았는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도, 자신의 눈앞의 것이 진짜인지 환상인지도 그라면 알아낼 수 있다. 허나 그는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인해 평소의 냉철함을 활용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있어 특별한 존재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신을 둔하게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런 신을 가엽게 여긴 걸까, 아니면 그저 그의 큰 외침에 깨어난 걸까. 그녀의 감겨있던 눈이 떠진다.



"...... 토토..씨?"

"괜찮은 거냐. 이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라. 아니, 먼저 치료를..."

"...... 토토씨..."



살짝 초점이 흐릿하지만 확실히 의식이 잡힌 연갈색의 눈동자가 자신을 본다. 조금은 잠긴 작은 목소리가 자신을 부른다. 그 사실에 그녀가 살아있음을 느껴 안도한 그는 빨리 이상한 숲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갈 것과 치료할 방법을 궁리한다. 허나 검이 꽂힌 상태는 정상적인 사태는 아니다. 여차하면 자신이 신의 힘을 쓸까에 대해 생각하는 그를 사유라가 한 번 더 부른다. 그 부름이 너무도 부드러워 토토는 어찌할 도리 없이 그녀를 보게 된다. 가짜 여왕이라 불린 여성은 신을 향해 손을 뻗는다. 신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허리와 고개를 숙여준다. 그 손길을 받으려는 듯이... 이내 하얀 손이 신의 볼에 닿는다. 그 손은 부드럽고도 차가웠다. 마치 인형과도 같이...



"다음은... 당신인가요?"

"......"

"3번째의 검은 당신인가요?"

"......"



잔잔하고도 부드러운 음성이 묻는다. 그 질문에 신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무엇도 답하지 않는 신에 여성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원망도, 두려움도, 아픔도 없는 그 미소는 아까 그의 앞에서 부서져 내린 인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토토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허나 그 손은 이내 닿지 못하고 환상은 깨어져 버린다.



"여긴..."



토토는 제 눈에 보이는 광경에 미약한 놀람을 느낀다. 그가 서 있는 곳은 그저 단순한 숲이다. 작은 집의 안쪽도, 하물며 어둑한 숲도 아니었다. 제우스가 만들어낸 모형정원에 흔한 숲 속일뿐이었다. 무엇이 일어난 것인지 토토는 그 사이 냉정함을 찾은 머리로 추측한다. 모든 것이 환상이고도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아챈다. 그 어둑한 숲도, 그 인형들도... 그리고 인형들과 매우 닮았던 여성의 모습도... 



"토토씨...? 여기서 뭐하세요?"

"......"



악몽과도 같았던 거짓을 떠올리던 그에게 들려온 목소리. 신이 찾던 존재였다. 토토는 다른 방향에서 걸어오는 온전한 사유라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본다. 언제나와 별 다를게 없는 모습. 제복 속에 있는 얼룩없는 흰 와이셔츠. 무기 같은 물건도 그녀에게 없었다. 그 가슴에는 무엇 하나 꽂혀있지 않았다. 그걸 확인한 토토는 마지막 하나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는다. 



"토, 토토씨?"

"따스하군."



하얀 손을 잡아 제 얼굴에 닿게 한 신.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당황하는 사유라다. 토토는 그런 그녀를 신경쓰지 않은 채, 따스한 온기를 제대로 확인한다. 눈앞에 존재가 제대로 살아있음을 확인한다. 한 순간 자신이 두려움으로 가득차게 만들었던 것들이 모두 환상이며 거짓이었다는 것을 확인한다. 

그렇게 잠시간 있었을까, 토토는 하얀 손을 놓아준다. 사유라는 신의 행동에 대한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그라면 그만큼의 이유가 있을 뿐이라고 납득해버린다. 신이 한 순간 지은 미소를 보지 못한 척 한다. 언제나 그렇듯... 신의 마음을 뒤흔든 여성은 눈을 가린다.



"네 녀석, 지금까지 뭐한 거지? 또 며칠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아, 그냥 이곳저곳 산책을 다녔어요."

"너는 내게 주기적으로 몸 상태를 검사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은 거냐."

"설마요. 오늘 학원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 거짓은 아니군. 좋다. 같잖은 거짓을 말하지 않은 점을 높이 봐 오늘은 넘어가주지. 하지만 이번 주 내내는 도서관에서 내 일을 돕도록 해라."

"신의 말씀이라면 따르죠."



둘은 언제나의 대화를 나눈다. 동등하다고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게 당연하고도 언제나의 그들이다. 신은 그것에 불만을 품었지만, 인간은 그 높이에 안도감을 얻는다. 그렇게 둘은 마주보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눈다. 허나 그것을 아는 이가 없다. 그저 둘만이 대화를 나눌 뿐이다. 언제나처럼. 줄어들지 않는 거리에서... 



"돌아간다. 따라오도록."

"네."



토토는 학원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를 따라 사유라도 걸어가기 시작한다. 일순 그녀의 뒤쪽의 숲이 일렁인다. 그 안에서 작은 아이의 모습이 흐릿하지만 나타난다. 검은색의 로드를 뒤집어쓰고, 고양이의 가면을 쓴 아이였다. 사유라는 살짝 뒤돌아 아이를 바라본다. 이름 모를 아이는 사유라를 향해 작게 손을 흔든다. 그녀도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다. 신에게 보여준 적 없는 비틀림이 담긴 미소를 지어주며...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따라와라."

"죄송합니다."



느린 발소리에 신이 재촉한다. 사유라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그의 뒤로 빨리 다가간다. 그녀가 봤던 숲은 언제나의 모습이다. 정말로 어떠한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숲은 언제나의 모습으로 존재한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뭇잎이나 풀들이 흔들리고, 새들의 지저귐이 퍼진다. 그 녹음을 품은 채, 그 자리에 존재한다. 거기엔 동화책에 나올 법한 무서운 숲은 존재하지 않았다. 인형들이 있던 숲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