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개된 설정을 주로 쓰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설정들을 메꾸기 위한+오너가 원하는 모습을 위해 만든 설정과 세계관이 추가됩니다.
* 캐릭에 대한 해석은 오너의 개인적인 해석 입니다.
* 원작에 없던 자캐 언급이 있습니다.
*드림캐의 등장이 매우 적습니다.
*유혈표현이 있으며, 성향에 따라 잔인할 수 있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거북하신 분은 뒤로가기 or 창을 닫아주세요.
주제 (32회) - 돌아가다
누군가의 비명이 내 귀를 스쳐지나간다. 나를 저주하는 목소리와 함께 숨이 끊어지는 사람을 내려다 본다. 주위에 넘치는 붉은 피들의 웅덩이. 이미 코는 마비가 되어 그 비릿한 철내음을 맡지 못한다. 아아- 이제야 이 마을도 끝났다. 이제 준비는 끝난건가.
"이제 당신들만 남았습니다. 니시, 히다리."
내 뒤에 서 있던 둘에게 뒤 돌아보며 나는 나즉히 애기한다. 그들은 내게 아무런 말 없이 미소를 짓는다. 곧 자신들에게 주어질 것이 무엇인지 알터인데도 둘은 흔들림이 없다를 넘어 평온하다.
"이 목숨이 당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맞아! 우리 목숨은 언제든 당신의 마음대로라고?"
분위기가 닮지 않는 쌍둥이는 내게 말한다. 마치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말아달라는 듯한 말... 아아, 이리도 바보 같을 수가... 어찌 이리도 의심하지 않을까.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으로 하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걸까. 그래, 내가 이들을 이렇게 만든 거구나. 그렇다면 적어도 아픔없이 끝내야 겠구나.
"걱정마세요. 다음에도 당신들을 꼭 제가 타락시키겠습니다."
"그날을 기다리겠습니다. 저희들의 무녀님."
칼을 휘두른다. 빈틈투성이다 못해 목을 훤히 들이대는 그들을 향해... 그리고 두 개의 덩어리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붉은 분수가 쏟아 올라 작은 소나기를 내린다. 아아, 나는 또 이 비를 뒤집어 쓰는구나. 따스하고도 끈적한... 지워지지 않을 붉은 비...
"허나 이것도 모두 평화를 위해서. 당신의 천하통일을 위한 길이죠. 켄신씨..."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따스함을 느끼며, 하늘을 올려다 본다. 여전히 푸른 하늘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한다. 하얀색과 푸른색을 두르고, 누구보다 어울렸던 남자. 그 어느 누구보다 올곧고도 순수한 정의를 실현시키던 남자. 누구보다 상냥했던 남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고 있는 남자.
"이번으로 몇 번째일까요. 역시 100번이 넘어가니 기억하기도 귀찮아지는군요."
기억 속에 떠오르는 수 많은 그의 죽음들. 내가 모르는 곳에서 죽었던 그, 나를 감싸다가 죽었던 그, 어느 무장에 손에 죽었던 그, 그리고 스스로의 손으로 내 칼에 자신의 심장을 찔러 죽은 그.... 우에스기 켄신.... 아아 당신이야말로 천하통일에 어울리는 인물인데, 왜 신은 이리도 그를 거부하는걸까. 운명은 그가 천하통일을 이룰, 평화로운 신아를 만들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내겠어. 그가 이 신아의 최강이 되어, 가장 평화롭고도 안전한 나라로 만드는 모습을 이루도록 내가 이끌겠어.
"그걸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피를 뒤집어 쓰고, 저주를 집어 삼키고, 죽음을 맞이하고, 악에 물들어지겠어."
이미 어둠에 물들어진 몸과 영혼. 단 하나의 엔딩을 위해 몇 번이고, 더 깊이 타락해보이겠어. 신이 이런 나를 벌하지 않는다면, 말리지 않는다면 나는 멈추지 않을거야.
"켄신씨,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시 만나러 갈게요."
눈을 서서히 감으며, 검의 끝이 내 심장 쪽으로 움직인다. 시간을 돌리는데 필요한 제물들은 수 많은 목숨과 피, 히메미코의 죽음, 역사를 좌우지할 무장들이자 월아족들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은 야쿠마의 무녀인 나의 심장. 자, 다시 한 번 모든 걸 처음부터 시작하자. 그때로 돌아가자. 당신과 마난 그날로 돌아가는 거야.
손과 팔에 힘을 주어 망설임없이 멈춘 것과 다름 없는 심장을 찌른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가슴 소으로 파고드는 금속의 감촉은 몇 번을 느껴도 기분 나쁘다. 허나 이걸로 된거다. 이걸로 나는 그와 다시 만난다. 아아 얼른 눈을 감아보자.
"괜찮은가?"
"......."
"혹시 어디 다친건가?"
"아뇨, 그저 살짝 놀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체 모를 괴물들을 물리치고 나를 구해준 인물. 아니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짐스의 귀와 꼬리를 가진 남성이 내게 손을 내밀어준다. 아, 이런 존재를 무어라 불렀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도. 여긴 어디며, 나는 어디서 왔더라...
"여성이여, 이름이 뭔가?"
"...... 시와가리 사유라 라고 합니다."
"그렇군. 집은 어디지? 바래다 주마."
"그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흠- 그럼 일단은 내 성으로 가지. 그 뒤는 얘기를 나눠보는게 좋겠군."
남자는 무엇도 기억 못하는 내게 친절을 베푼다. 아, 어째서일까. 익숙한 감각.. 마치 예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듯한... 이상하다. 나는 이 남자를 처음 보았고, 어떠한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데... 어째서 이리도 그립고도 애틋한 기분이 드는걸까.
"아직 내 이름을 대지 않았군. 나는 우에스기 켄신. 우에스기가의 총대장이다. 잘 부탁한다. 시와가리."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켄신씨."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우에스기 켄신이라고 이름을 댄 남자. 나는 그 미소에 가슴이 아파온다. 눈물이 날 것만 같음을 참으며, 아직도 내밀어져 있는 손을 잡는다. 그리고 이내 그의 말에 올라탄다. 이 감각도 익숙하다. 어째서일까. 아아 모르겠다. 일단은 흐름대로 몸을 맡기자. 분명 이것 또한 우면이니라... 이 남자를 만난게 내 운명이라. 그러니 환청같이 들려오는 목소리를, 누군가의 울음섞인 목소리는 무시하자... 내가 울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를 외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