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

토토사유 - 벚꽃과 눈

サユラ (사유라) 2018. 3. 27. 04:42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계절을 착각한 벚나무. 그런 문장이나 장면을 어디선가 사각형의 화면 너머에서 본 기억이 있는 사유라였다. 그리고 지금 그 문장과 조금은 비슷한 상황을 보고 있다. 비록 계절을 착각한 존재는 벚나무가 아니다. 그 존재는 벚나무보다 좀 더 덧없는 존재다. 손에 닿아도 사라지지 않는 벚꽃과 달리 그 존재는 사라지듯 형태가 변한다. 




"제우스님의 변덕일까. 아니면 정말로 착각한 걸까."



사유라는 제 손에 고인 작고도 작은 물웅덩이를 바라본다. 아니, 그것은 물방울이다. 불과 몇 초 전만 해도 흰 아름다움을 지녔던 존재를 그녀는 땅 위로 떨어트린다. 툭하고 희미한 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뒤 이어 다른 툭이란 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연갈색의 눈동자가 소리의 정체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거기엔 어깨 위로 내려앉은 작은 꽃 한 송이가 있다.



"특이한 아이. 내 어깨 위는 그리 좋지 못한데."



아이... 연한 분홍색을 지닌 꽃 한 송이를 부르는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그 덧없이 짧은 생명을 존중하듯 살며시 꽃을 집어내어 제 손바닥에 올린다. 작다. 사유라는 심플한 감상을 내린다. 힘을 주어 쥐면 짓이겨지겠지. 조금은 과격한 느낌으로 상상한다. 예쁘다. 언제나의 감탄을 소리없이 속삭인다. 



"만들어졌다 해도 정말 아름답네. 아니면... 만들어졌기에 아름다운 걸까."



휘이잉... 제법 찬바람이 그녀의 곁을 지나간다. 그리고는 작은 꽃을 제 등에 태우고 날아간다. 꽃 한 송이, 솜털 하나... 아니, 눈 한 송이를 하나 더 얹어 날아가는 찬바람. 사유라는 그 모습이 마치 꽃과 눈이 함께 춤을 춘는 것만 같았다. 벚꽃과 눈. 두 덧없는 존재가 바람이란 보이지 않는 덧없음에 어울려 춤을 추는 모습. 눈물이 날 듯, 미소가 날 듯한 이상한 기분이 되는 그녀다.



"네코, 감기에 걸리고 싶은 거냐."

"... 토토씨. 설마요. 적당히 보면 돌아갈려고 했답니다."

"말은 잘 하는군. 그 적당히가 도대체 몇 분인거지. 아니, 몇 시간이지?"



어느 쪽인지 모를 감정에 헤매이는 사이 다가온 존재. 감히 인간으로서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의 등장에 사유라는 놀라지 않는다. 제법 익숙해진 패턴에 놀라는 것도 신의 기분을 거스를 것이기에. 아니, 자신이 피곤해진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답한다. 태연하게 자신을 보며 답하는 사유라에게 신은, 토토는 짜증이 섞인 질문을 던진다. 그의 짙은 푸른색의 눈동자는 여성의 머리와 어깨를 비춘다. 작은 머리와 가녀린 어깨 위에는 제법 두껍고도 촘촘히 벚꽃과 눈으로 꾸며져 있다. 신의 날카로운 지적에 벚꽃과 눈으로 치장된 여성이 살풋 미소를 지어낸다.



"글쎄요... 질리면 가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추워지면 갔을지도요."

"그러면 감기에 또 걸리고도 남을거다."

"... 미리 사과드려도 될까요?"

"걸리지 않는다란 선택을 할 생각이 없는 거냐."

"하지만... 이렇게도 멋진 모습을 오래 볼 수 있다면 감기쯤은 가볍다고 여겨요."



들려온 답변에 신은 일순 질린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다. 그 반응에도 여성은 미소를 유지한다. 더불어 그의 화를 돋울만한 질문을 꺼낸다. 더욱 깊어지는 미간의 주름을 보이며, 토토는 비꼬아 묻는다. 그러자 사유라는 시선을 원래의 방향으로 돌리며 답한다. 거짓이 없는, 숨기는 것 없이 답한다. 더 없이 솔직한 생각을 감히 신에게 고한다. 

고고한 지혜의 신은 인간 여성이 바라보는 풍경을 본다. 언덕 위에 하나 뿐인 커다란 벚나무. 그 벚나무엔 벚꽃이 무수히 만개하여 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덧없음이 어울리도록 흩날려 떨어지고 있다. 규칙성 없이 떨어지는 연분홍색의 벚꽃잎 사이로 함께 떨어지는 또 다른 존재. 벚꽃이 피어나는 봄과는 맞지 않는 눈이 벚꽃과 흩떨어진다. 봄과 겨울.. 가까운 듯 하면서도 너무도 다른 두 계절이 어우러진 광경. 제멋대로이자 무심한 신도 아아름답다고 느낀다. 아니, 그 덧없이 아름다운 풍경 안에 그녀가 있어 아름답다고 느낀다. 세가지의 덧없는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풍경이라고 신은 감상을 내린다.



"그렇군. 네 녀석의 의견에 조금은 동의해주마."

"... 감사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보고 있어도 될..."

"각하다."

"역시."



생각지 못한 신의 답변. 사유라는 1초의 공백 후 감사의 말을 올린다. 그리고는 허락을 받아내려 했으나 언제나의 단어가 들려왔다. 예상하고 있던 결과에 여성은 불만 하나 없는 미소를 유지한다. 다만 그 안에는 아쉬움이 희미하게 드러나 토토에게 전해져 버린다. 그녀가 바라지 않았을 터인데도 말이다.



"네 녀석 혼자라면 각하다."

"......"

"허나 내가 함께하면 좀 더 보는 걸 허락하도록 하겠다."

"......"

"나도 이 풍경이 마음에 드니 함께 있어주도록 하지. 영광으로 여겨라."

"... 네, 감사합니다. 토토씨."



미소가 지워졌다. 자신의 말에 덧없음이 어울리던 미소가 지워진 걸 토토는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말에 새로운 미소가 떠오른 것 또한 본다. 덧없다란 단어보다는 희미하지만.. 화사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미소가 보였다. 벚꽃과 눈을 두른 미소는 신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허나 신은 그것을 얘기하지 않는다. 뻗고 싶은 팔을 억누른다. 속에서 튀어나올 듯한 감정을 내뱉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그녀의 머리와 어깨 위의 존재들을 치워준다. 



"제가 할게..."

"됐다. 네 녀석이 했다간 한세월 걸릴테니."

"... 감사합니다."



제 손길에 뒤로 물러나려는 여성을 신은 제지한다. 조금은 모진 말에도 사유라는 또 다른 미소를 지은다. 화사함이 없어진, 다시 언제나의 희미한 미소로 돌아왔음에 토토는 한 번 눈을 깜박인다. 다시 뜬 눈에는 여전히 벚꽃과 눈을 맞는 그녀가 있다. 신은 지금은 그걸로 됐다고 여기기로 한다. 그리고는 손을 거둔다. 



"네 녀석은 정말 이런 풍경에 정신을 차라지 못하는군."

"아름다우니까요."

"가짜인데도 말이냐."

"네."

"바보같이 착각해서 내리는 모형이라도 말이냐."

"네."



비꼬아 건낸 말에도 화내지 않는 사유라. 오히려 잔잔한 목소리로 태연히 답한다. 그런 그녀에게 토토는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건낸 질문의 뜻을 정확히 아는양 망설임이 없는 대답에 신은 훗하고 웃는다. 사실 그는 알고 있다. 눈 앞의 여성이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다는 것을. 그렇기에 웃었다. 고작 그것이 기뻐서, 한편으로는 애달파서 웃었다. 

거두어 들인 손에 남은 것은 온기가 아니라 차가움. 토토는 그 감각이 생생해서 안도한다. 덧없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풍경이 거짓도, 환상도 아님을 느낄 수 있기에. 자신의 옆에 특별한 존재가 함께 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기에. 그렇게 신은 사랑해버린 인간의 곁에서 덧없는 풍경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