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돌아가야 할 곳

サユラ (사유라) 2016. 10. 23. 23:37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마법사의 신부>와 약간 크로스오버가 있다 보시면 됩니다. 









주제 (32회) -  돌아가다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하지만 어딘지 흐릿하다고, 모순적인 느낌을 주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아름다움에 찬양의 말도 자잘한 말도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그저 조용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어떠한 틈이 생겨버린 것일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모든 것에 지치고, 황혼에 홀려 사라지고 싶었던 시절의 마음이 틈을 비집고 나와 가슴에 번진다. 그때 들려왔다. 그것은 인간의 목소리라 말하기엔 기이한 느낌이었다.



[―이런. 가엽은 아이가 있구나.]



뒤돌아 본 곳엔 조금은 특이한 복장에 '무언가'가 있었다. 거대한 망토인지 아니면 로브를 입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기다란 머플러를 두른 '무언가'가 나를 보며 말을 지어내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도 없이 다가온 존재에 나는 신비스럽지만, 기이하다고 느낀다. 모순된 감각. 하지만 그렇기에 얽히면 안된다고 느껴버린다.



[가엽은 아이야. 너는 어떤 곳으로 갈까. 보여주렴.]



허나 늦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앞으로 던져지는, 시야를 덮는 천과도 같은 무언가에 나는 일순 어둠에 덮여진다. 그 순간에 떠오른 인물의 이름을 부르지도 못한체 나는 황혼에, 타소가레(誰そ彼 )에 먹혀지는 감각을 느꼈다.








짧으면서도 긴 황혼의 시간이 끝나갈 무렵, '그녀'는 다시 눈을 뜬다.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옅은 남색을 띄는 하늘을 올려다 본 후, 네개의 다리를 움직인다. 소란스러운 소음이 가득한 장소를 벗어난다. 그저 조용한 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다리를 움직인다. 바람이 뺨을 간지럽혔다. 흙이 아닌 아트팔트로 덮힌 땅으로 인해 지면에 발톱이 긁혀지는 소리가 유난히 컸다. 어둠이 다가오는 감각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디로 갈까. 일단 조용한 곳. 그래, 조용한 곳.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소리가 없는 곳을 향해 달린다. 머릿속에 울리던 소음이 점점 멀어지는 감각에 안도한다. '그녀'는 잠시 발을 멈춘다. 쫑긋쫑긋 귀를 이리저리 움직여 더욱 조용한 곳을 찾는다. 킁킁 냄새를 맡아 존재들의 냄새가 옅은 곳을 찾는다.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을 찾아낸다. 



'조용한 곳. 혼자가 되는 곳. 아무도 없는 곳. 가고 싶어. 그런 곳으로.'



음식의 냄새보단 풀내음이 짙은 곳으로, 기계음이나 웃음소리가 아닌 바람의 소리가 짙은 곳으로, 인공적인 빛이 아닌 달의 상냥함이 채워진 곳으로... 타다타다 발을 움직여 향한다. 아까까지 느껴졌던 추위는 이제 없다. 그 이유를 모른체 '그녀'는 달린다. 그저 본능과 마음이 바라는 곳을 향해 달려나간다. 달리고, 달려 어둠으로 향한다. 달의 빛이 가득할 곳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둠이 가득할 곳으로 달리는 모순을 느끼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무언가가 자신을 붙잡는 감각에 더욱 달려나간다.







"벌써 퇴근했다고. 알았다."



어느 가게에서 나오는 남자. 검은 안대로 얼굴의 절반 정도를 가렸어도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외모는 가려지지 않았다. 남자는, 보로스는 가만히 서서 생각에 빠진 듯 했다. 겉은 침착한 듯 보였지만, 그 내면은 마치 폭풍과도 같이 이리저리 어지럽혀지고 있었다. 



"어디간거지."



빠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가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들렸다. 행인이 급히 발걸음을 옮기든 말든 안중에도 없는 그는 집에 오고도 남을 시간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에 미쳐버릴 듯한 감각을 느낀다. 혹시나하는 여러가지 생각에 절로 손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에 지구인에게서 느낀 적이 없는 에네르기를 가진 존재를 눈치챈다.



"누구냐."

[이 별과 다른 별에서 온 특이한 아이야. 찾고 있는 것은 찾았느냐.]



기척도 없이 다가온 존재가 인간이 아님은 이미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그도 조금은 기이하다고 느낀다. 외모의 문제가 아니었다. 존재자체가 특이했다. 인간에게서도, 동물에게서도, 하물며 우주에 있던 시절에도 느낀 적 없는 그 기이함은 묘하게 예언을 해주었던 점술사를 떠올리게 해주었다. 아니 점술사와는 비교도 안되는 기이함의 깊이는 그에게도 낯선 것이었다.



"먼저 질문을 한 것은 나다."

[아이야, 그 가엽은 아이는 너에게로 돌아오지 않은거냐?]

"... 사유라에 대해 아는거냐."

[그 가엽은 아이는 과연 어디로 갈까. 너의 곁, 아니면 다른 곳?]

"사유라는 어디있는거지? 무슨 짓을 한거냐?!"

[선택은 가엽은 아이의 몫이다. 과연 그 아이가 선택한 '돌아가야하는 곳'은 어디일까. 후후후-]

"네 녀석!!"



드물은 그의 언성. 허나 존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자신의 할말을 마친 기이한 존재는 사라진다. 보로스는 영문 모를 말만을 늘어놓고 사라진 존재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녀의 행방이 더욱 신경이 쓰인다. 그리고 존재가 말한 말을 생각해보니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 가슴 속에 잠재워 놓은 어느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사유라가, 그녀가 자신이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삶이 아닌 그 반대의 곳으로 향해버릴지도 모른단믄 불안감이 그의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이곳이 아니야.'



잠시 멈춘 다리를 움직인다. 꽤나 달렸음에도 도착하지 못한 '어딘가'에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이미 숨은 꽤 차오르는데도 멈추지 못한다. 몇번이나 도달했다고 생각해도, 곧 바로 아니라는 감각에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어디지? 내가 갈 곳. 조용한 곳. 고요한 곳. 달빛과 어둠.'



다시 한번 자신이 가야할 곳의 조건을 늘어놓아본다. 허나 도착하지 못한다. 그리고 무언가가 계속 자신을 붙잡는 감각이 사라지지 않는다. 안정감을 가질 수 없는 마음에 '그녀'는 서서히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을 느낀다. 춥지 않았던 몸이 점점 추워져 간다. 바람이 날카롭게 느껴져 오게 된다. 움직일 수 다리가 무거워져만 간다.



'편안해지고 싶어. 숨이 편안해지는 곳. 내가 온전히 나로 잠들 수 있는 곳.'



편안해지는 곳. 무엇도 놓을 수 있는 곳.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 눈을 감을 수 있는 곳. 늘어놓은 장소의 이름이 설사 누군가에겐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곳일지언정 '그녀'에게는 끝이며, 희망이었다. 그렇기에 필사적으로 달린다. 끝을 바라기에 달려간다. 허나 보이지 않는다. 찾을 수 없다. 필사적인데도 어딘지 필사적이지 못한 자신을 느낀다. 모순되었다. 



'내가 진정으로 가고 싶은 곳은 어디?'



혼란이 마음을 뒤흔든다. 흔들리는 마음이 괴로움을 느낀다. 안절부절 못하는 감각은 더욱 다리에 힘을 주게 만든다. 목을 넘어 나올 것만 같은 불안감을 이를 악물어 참는다. 무너질 것만 같은 몸을 억지로 움직인다. 그때 들려온 목소리에 다리를 멈춘다.








보로스는 동네와 조금은 거리가 떨어졌지만 꽤나 울창한 숲으로 들어간다. 확신도 없다.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만약 그녀가, 사유라가 자신이 아닌 '그것'을 선택했을 때 어디로 갔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자 떠오른 것은 사람이 없는 곳. 누구도 없는 곳. 그리고 거기에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겹친다. 



'조용함, 바람, 풀내음, 그리고 달빛.'



그녀가 곧잘 멍하니 바라보던 것들이 갖추어진 곳이라면 숲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결국 와버렸다. 이미 황혼은 끝났다. 어두운 밤이 되어버린 숲을 밝히는 것은 겨우 달뿐이다. 허나 그것은 보로스에게 장애가 되지 않았다. 어둠따위로 그녀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기에...



"사유라!!!"



목소리를 높여 소중한 존재의 이름을 부른다. 애타는 감정을 담아 부른다. 잃고 싶지 않은 유일한 존재의 이름을 부른다. 부디 자신의 곁으로 돌아와달라는, 자신을 놓고 다른 것을 선택하지 말아달라는 마음을 담아 부른다. 


부스럭- 무언가가 수풀 속에서 나온다. 그것은 동물이었다. 언젠가 사유라가 텔레비전을 보며 알려준 동물이었다. 늑대. 보로스의 눈앞에 나타난 동물은 늑대였다. 나무들 사이로 내리는 달빛 속에서 보이는 늑대는 그의 시선을 끌었다. 


윤기가 나는 조금은 길고도 검은 털은 달빛에 그 자태를 뽐냈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것보다 조금은 외소한 몸은 말랐다는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달빛에 미미한 광채를 보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본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늑대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늑대에 보로스도 움직이지 않는다.



[후후후후- 선택의 시간이다. 가엽은 아이야.]

"넌..."

[가엽은 아이야, 너에게 있어 돌아가야 할 곳은 어디니?]



언제 나타난 것일지 모르는 기이한 존재가 다시 나타나 영문 모를 소리를 한다. 보로스가 그 존재를 노려보는 가운데, 늑대는 여전히 달빛을 받는 푸른 보석의 소유자를 바라본다. 거기엔 따스함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허나 아니다. 자신이 떠올린 돌아갈 장소엔 따스함이 없다. 헌데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자신이 돌아가야할 곳은 누구도 없어야 할텐데도 눈앞의 존재에 부정되어버린다. 모순이다.



[이런 가엽은 아이는 정하지 못하고 있구나. 걱정말거라. 너의 선택에 누구도 무어라 하지 않을거다. 이 아이도 말이지.]

"설마 사유라인가..."

[특이한 아이야, 강요하지 마라. 선택은 이 아이의 몫이다.]



익숙한 목소리. 코끝으로 전해지는 희미한 내음. 저곳으로 가면 될까. 저곳이면.... '그녀'는 생각한다. 허나 뒤쪽의 어둠이 자신의 발을 감싸는 기분을 느낀다. '저곳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한 바람의 속삭임이 들린다. '바라던 곳은 저렇게 따스한 곳이었니?'하고 달빛이 묻는다. 혼란이 점점 커진다. 정할 수 없게 된다. 명확했던 바라던 곳이 흐릿해진다. 울고만 싶어지는 감각에 도망치고 싶어져갈 때였다.



"사유라 가지마라. 나는 널 놓아줄 수 없다. 나는 네가 필요하고, 너에겐 내가 필요하다."

".........."

"너의 끝이 내가 있고, 나의 끝엔 네가 있다.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

"네가 만약 내가 아닌 다른 곳을 선택한다면... 나는 그게 싫다. 그 끝을 선택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

"사유라. 나는 너와의 미래를 원하고 있다. 너와의 끝을 바란다. 그러니 돌아와주길 바란다."



'아아 찾았다'하고 생각해버린다. 본능도, 마음도 '그녀'의 모든 것이 그를 선택한다. 어둠을 뿌리치고, 바람에게서 귀를 마고, 달빛을 등져 그에게로 달려간다. 네다리에서, 두다리로 그에게 달려가 품안에 파고든다. 



"다녀왔어요. 보로스..."

"그래, 어서와라. 그리고 고맙다. 나를 다시 선택해줘서.... 사유라..."



온 몸을 구속하고 감싸는 온기에 사유라는 웃는다. 헤매이고 망설인 돌아올 곳에 돌아왔다. 그 감각에 안심한다. 완전히 떨치지 못한 희망에게서 등지고 그녀는 보로스의 품안에서 자신이 있을 곳을 갈망한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의 품안에서 미래와 끝을 찾아낸다. 



[아아 재밌어라. 유쾌해라. 가엽은 아이야, 그것이 너의 본능이며 바램이구나. 후후 다른 본능을 등지고 고른 다른 너의 본심 잘 보았단다.]



잠시 잊혀졌던 기이한 존재의 목소리가 둘의 귀를 건드린다. 보로스는 노려보고, 사유라는 그저 바라본다. 다른 둘의 시선에 존재는 웃는다. 정말로 유쾌한 것인지 천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역시 인간은 즐겁구나. 인간의 본심은... 너의 두가지의 본심 잘 보았다. 잘 있거라. 언젠가 또 볼 수 있으면 그때도 유쾌하길 바라마.]



숲에 웃음소리를 남기고 존재는 어떠한 모포를 들고는 사라진다. 이윽고 그 소리도 사라지자, 보로스는 겨우 돌아온 연인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는다. 옅게 남은 불안감을 나타내듯이... 그것을 알아차렸을까, 사유라도 더욱 그를 강하게 끌어안는다. 



"돌아가자."

"네."



짧은 대화. 둘은 숲을 빠져나간다. 둘의 집으로 돌아간다. 숲은 고요히 그들을 배웅한다. 그녀가 남기고 간 희망의 조각을 삼키듯 어둠을 짙게, 달빛을 더욱 밝게 하며 숲은 밤을 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