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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인화&동물화 합작] 보로사유 - 일기

サユラ (사유라) 2016. 11. 13. 00:16

* 드림 의인화&동물화 합작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동물화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이것은 글이나 어떠한 형태로 남겨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내 기억 속에 아주 선명하게 남겨질 약 이틀간의 기억이며, 일기가 될 것이다. 이 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다. 물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일도 아니다. 타존재에게는 상관도 없는 일이며, 나라라던가 별의 운명을 정할 일도 더더욱이 아니다. 그럼에도 내 기억 속에 남겨지는 이 기억이 선명할거라 여겨지는 것은 관찰의 대상이 내게 있어 나의 운명을 좌우지한 분과 그분의 운명을 크게 바꾼 존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나의 고생도 조금은 들어갈거라 미리 얘기한다.

 

 

 

# 1일째

 

 

(1)

언제나의 일이다. 지구에 오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아서 존경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두목님을 다시 되찾고 나서 생긴 일상이다. 정기적으로 보로스님이 거주하고 계신 집으로 찾아간다. 인간으로 변장하여 가는데 들리는 작은 폭발음. 그것도 내가 찾아가는 집에서 말이다. 내가 모시는 보로스님이라면 들린 폭발음 정도의 규모로는 상처하나 없으시겠지만, 문제는 같이 살아가는 그분의 연인이다. 혹시나 만약 그 여자에게 일이 생긴다면 이라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나는 전력으로 달려가버린다. 그리고 내 눈에 보여온 것은 두마리의 동물이다.

 

 

(2)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은 두마리의 동물이다. 한마리는 분홍색의 털을 지닌 늑대다. 거기에 얼굴과 가슴에 각각 달린 한개씩의 눈이 달린 늑대. 지구인들에게는 돌연변이 정도나 괴수로 착각할 수도 있었으나 눈앞의 늑대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한 힘은 절대 평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 내 눈앞에 있는 늑대는 한때 이 우주의 최강자였으며, 내가 모시는 분인 보로스님이다. 그리고 그런 그분의 곁에 딱 붙어있는 작은 새. 정확한 종은 모르겠으나 손에 들어올만큼 작은 몸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지만 얼굴과 배 그리고 양 날개의 끝은 하얀색이다. 보로스님과 같은 에네르기를 미약하지만 갖고 있는 새는 사유라. 애초에 보로스님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존재는 그녀뿐이기에 틀림없다.

 

"그러니까 기이한 존재가 나타나서 이렇게 되었다는 겁니까?"

 

내 질문에 둘이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핸드폰이란 기계덕으로 어떻게든 대화를 나눈 나는 상황을 정리한다. 둘은 언제나처럼 지내던 중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기이한 존재가 나타나고, 그 존재로 인해 동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친절한 것인지 기이한 존재는 약 이틀 정도만 있으면 원래대로 돌아가거라고 얘기했다고도 한다. 어느 의미로 단순한 장난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당사자들-특히 사유라-에겐 나름 곤란한 상황인가 보다. 내일의 아르바이트를 못간다는 사실이.

 

"일단은 사유라의 직장에는 제가 대신 적당히 꾸민 사정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모습이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낮동안은 제가 머물고 있겠습니다."

 

내 말에 허가인 것인지 둘은 고개를 동시에 끄덕인다. 허락이 떨어졌기에 먼저 전화를 할려던 나는 사유라가 부르르 몸을 떠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는 우연히도 떨어져 있던 손수건을 뒤집어 쓴다. 허나 움직이자 손수건이 흘러내리고 다시 쓰는 모습도 보게 된다. 혹시나 추운 것이 아닐까하는 추측이 떠오른 나는 바느질 도구를 빌려 손수건을 케이프라는 옷과 비슷하게 만들어 그녀에게 입혀준다. 하얀색의 케이프를 두른 검은 새는 이리저리 자신의 몸을 살펴보더니 내게 꾸벅하고 감사를 표한 뒤, 마음에 든 것인지 작게 삐르르하고 운다. 일종의 그것이 웃는 소리인거라 추측한 나는 조금은 귀엽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조용하던 늑대가 새를 앞발로 끌어당겨 자기 곁에 둔다. 늑대로 모습이 변했어도 보로스님의 질투는 건재하다는 것을 느낀다.

 

 

(3)

대충의 집안일들을 정리한 뒤, 저녁을 챙겨드린다. 무엇으로 드려야 할지 고민을 했지만 쇠고기 덮밥을 만들어 보로스님에게는 고기를, 사유라에겐 밥을 조금 덜어 주었다. 그러자 둘다 군말없이 먹는 모습에 안도하는 가운데,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머뭇머뭇 작은 부리로 콕콕 밥알을 쪼아 먹는 것을 보게 된다. 아마 인간 여성들이 본다면 안타까우면서도 귀엽다는 감상을 내놓을만한 장면이었고, 나도 조금은 그런 기분을 느껴버린다. 잠시 식사를 하지 않고 보던 보로스님도 같은 생각인지 늑대임에도 웃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표정을 만들어 내신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주둥이를 그녀의 몸에 부비는데, 무게차이와 힘의 조절 실패로 작은 새의 몸이 데굴데굴 굴러가는 일이 발생해버린다. 덕분에 나도, 보로스님도 놀라게 됐던 저녁이었다.

 

 

 

 

#2일째

 

 

(1)

오전 중에 모든 일들을 마치고 점심까지 챙긴 후, 잠깐의 휴식시간이었다. 부엌에 있는 식탁에서 노트북으로 여러가지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지구에 관한 정보들이을 모아 정리하는데 문득 귓가에 푸드득이란 소리가 들려왔고,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보니 식탁아래였다. 내 옆의 의자 위에 오르고 싶은 것인지 사유라가 열심히 폴짝폴짝 뛰면서 동시에 날개를 푸드득 푸드득 하고 퍼득인다. 허나 원래 날지 못하는 종족인 인간이였기 때문일까, 날 수 있는 새가 되었음에도 작은 몸은 날지를 못한다. 당연하게도 의자 위로도 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금방 힘이 떨어져 주저앉는 모습은 여전한 적은 체력을 알려주고 있었다. 어제에 이은 또 한번의 안타까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도와줄려던 나였지만, 그것은 무산되어 버린다. 이유는 어느새 다가온 보로스님이 자신의 콧등에 태워 식탁 위로 올려줬기 때문이다.

 

"뭔가 요구하고 싶은게 있는거냐?"

 

내게 뭔가를 시키고 싶은건가 싶어 물어보지만, 고개를 저으는 작은 머리. 그러더니 식탁의 한가운데로 깡총깡총하며 향한다. 작은 몸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니 거기엔 작은 그릇에 귤 2개가 놓여져 있었다. 나중에 보로스님과 먹을거라 여겼기에 일부러 건드리지 않았던 것인데, 지금 먹고 싶은건가 하고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가 낑깅 거리며 그릇채로 밀기 시작한다. 도와줘야 할 것 같아 손을 뻗으려는데 날카로운 살기가 나를 막는다. 시선을 돌리자 보로스님이 말과 텔레파시도 없이 그저 눈빛만으로 하지 말라는 의사를 표현하고 계셨다. 할 수 없이 얌전히 기다리자 겨우 내 앞까지 그릇을 옮긴 작은 새는 힘든 것인지 숨을 고른다.

 

"괜찮은거냐..."

 

체력을 모두 쓴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이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그릇 안에 있던 귤 하나를 밀어내 꺼낸다. 내 앞까지 데구르르하며 굴러온 귤을 손으로 잡아내자, 그 작은 눈으로 올려다 보는 그녀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묻는다.

 

"나보고 먹으라는 거냐?"

 

정답이었나보다. 내 질문에 삐삐하고 울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고맙다고 하니 삐르르 하고 소리를 낸다. 어제 들은 소리와 같았기에 웃는거라고 확신하게 되었고, 왠지 그녀가 미소를 지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고 싶던 일을 끝내서인지 쫑쫑쫑 식탁 끝으로 향하더니 올라왔을 때와 똑같이 보로스님의 콧등에 탄다. 그대로 내려줄거라 여겼지만 둘만의 시간을 원하는 것인지 그대로 거실쪽으로 가버리는 늑대. 남겨진 나는 손에 쥔 귤을 까서 먹어본다. 귤은 생각보다 달콤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2)

저녁을 해결한 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욕실. 이유는 보로스님을 씻겨드리기 위함이다. 사유라는 여성이었던지라 방 한켠에 작은 대야에 따스한 물을 준비해주니 혼자서 하겠다고 나와 보로스님을 내쫓아 냈다. 그때문인지 보로스님은 얼른 끝내라고 또 눈빛으로 압박을 주고 계신다. 허나 빨리 끝내고 싶음에도 꽤나 길고도 풍성한 분홍색의 털들과 커다란 덩치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였다. 덕분에 나는 아주 분주히 손을 움직일 뿐이다.

 

"최대한 빨리 하고 있습니다."

 

나름 신속하게 하고 있는데도 어지간히 다른 방에서 혼자 씻고 있을 그녀가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보로스님은 나를 노려본다. 그 눈빛 덕분에 내 심적 피곤함이 늘어갈 뿐이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마지막으로 물로 거품들을 씻겨내는데 톡톡톡하고 뭔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열려진 문앞에 나타난 것은 물기가 덜 마른 새 한마리. 빛깔 좋아보이던 깃털들은 물에 젖셔져 빛깔을 잃었고 몇몇곳은 헝크러져 있었다. 본인은 그런 자신의 모습을 전혀 모르는지 그저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보로스님을 살펴보고 있다. 오히려 나와 보로스님의 묘한 걱정이 늘어날 뿐이었다.

 

'저러다가 감기 걸리면 나중에 일이 귀찮아지겠지.'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이 입안에 맴돈다. 그녀가 감기가 걸리면 보로스님의 심기만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나에게 피해가 올지도 모른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서둘러 보로스님의 목욕을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말려드릴려는 찰나... 장렬하도록 몸을 흔들어 물기를 털어버린 보로스님 덕분에 내가 젖어버린다. 그런 나를 신경쓰지도 않고 아직 젖어있는 늑대는 놀란 작은 새를 물어버리더니 방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그런 둘을 허둥지둥 수건들을 들고 쫓아가는 나다.

 

"보로스님! 아직 물기가..!!"

 

쫓아간 방안에서 보이는 광경은 이러했다. 나름 수건으로 물기를 말려주려는 것인지 작은 새 위에 수건으로 덮더니 코끝으로 문지르는 커다란 늑대의 모습. 영상으로 기록하면 꽤나 반응이 좋을 것만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보고 있기에는 불안한 광경이었다. 그대로 두어선 안되겠다는 판단이 선 나는 드라이기를 손에 든다. 불만 가득한 보로스님을 잠시 옆으로 치운 뒤, 일단 사유라를 약한 온풍으로 이리저리 깃털들을 말려준다. 따스한 바람이 좋은 것인지 얌전히 있는 사유라의 물기 말리기는 금방 끝난다. 헌데...

 

"졸고 있군."

 

어지간히도 좋았던 것인지, 아니면 피곤했던 것인지 얌전히 있다 못해 눈을 감고 졸고 있는 작은 새. 아니 이건 작은 새라기 보단 아기 새 같기도 하다. 그 모습을 잠시 관찰하고 있자 '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니고, 더더욱 사유라가 낸 것도 아닌 소리의 근원지는 보로스님. 여전히 덜 말려진 털을 뽐내며 얼른 말리라고 요구하는 푸른 눈동자의 시선이 따갑도록 나를 찌르고 있다. 어색하게 웃으며 잠시 꺼두었던 드라이기의 전원을 켜는 나다. 분명 한 때 우주 최고의 염동력자였던 나인데, 어쩌다가 이런 두 동물의 집사가 된 것인지 모르겠다...

 

 

(3)

파란만장한 목욕이 모두 끝나고, 욕실과 젖은 옷을 모두 해결한 나는 물러가겠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2층의 침실로 향한다. 노크를 하고 들어가니 이미 둘은 침대 위에 올라가 있는다. 자세히 보니 이미 사유라는 잠든 것인지 미동도 없다. 보로스님은 내게 시선도 주지 않은체, 잠든 작은 새를 볼 뿐이다. 그 눈빛은 늑대임에도 한없이 부드러웠고, 원래의 모습 때와 별 다르지 않아 신기했다. 동시에 의문이 들기도 했다. 정말로 내가 모셨던 한때 우주의 패자가 맞으신지. 몇번을 보아도 사유라를 대하는 보로스님의 태도나 눈빛은 예전 모습과는 너무도 틀리다.

 

"보로스님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자, 그제서야 나를 보는 푸른 눈동자는 내가 아는 다크매터의 두목이신 보로스님이시다. 그저 사유라에게서 시선을 거두었을 뿐인데, 바뀐 눈빛에 결국 내가 모시는 분이란 것을 새삼 느낀다. 변함없는 눈빛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며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자리를 뜨려한다. 그때 아우우 하고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하울링. 늑대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내는 소리이다. 다시 보로스님을 보지만 이미 그는 다시 작은 새에게 시선을 돌린 뒤다. 착각인가하고 의아해하는 나인데, 잘 잠들어 있었던 사유라가 부르르 몸을 떨더니 눈을 뜬다. 이리저리 그 작은 머리를 움직여 주위를 본 그녀는 꼼지락 꼼지락 늑대의 품안으로 더 파고든다. 동시에 힘차도록 꼬리를 치는 늑대. 동물이 되었어도 결국 러브러브인 둘이다 라는 것도 새삼 느낀다. 그런 둘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저 나는 조용히 물러날 뿐이다.

 

 

 

 

 

#3일째

이건 별거 없다. 아침에 찾아갔을 때, 어느새 돌아온 것인지 원래의 모습의 둘이 언제나처럼 지내고 있었다. 드디어 해방되었다는 기쁨과 묘한 아쉬움을 느끼면서 나는 발길을 돌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