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반전합작] 보로사유<-보로2P

サユラ (사유라) 2016. 10. 22. 21:24




* 드림반전합작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찌보면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비명소리가 또 번화가에 울려퍼진다. 사람들은 그 비명에 반응하여 그 원인에 시선을 향하게 되어지고, 조금은 느긋히 귀가 중이던 그녀도 반응하게 된다. 허나 사유라의 고개가 돌려지기도 전에 그 몸 위로 드리워진 커다란 그림자는 사람들의 비명도 쏙 들어가게 만들기엔 충분하였고, 보는 모든 이가 그녀가 죽을거라 생각하였다. 그때 엄청난 빠른 속도의 무언가가 괴물을 날려버린다. 저 멀리 날아가 무너진 건물의 뿌연 연기가 퍼지는 곳을 사람들이 바라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오히려 공격 당할뻔한 그녀만이 어리둥절해할 뿐이다.

 

 

"너는 정말 위기감이 부족하군."

"보로스."

 

 

피해자가 될뻔했던 그녀의 귓가에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그것에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의 빛이 조금 바뀐다. 사유라의 앞엔 보로스가 언제나의 검은 안대를 쓴체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이 아닌 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림에도 둘은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너는 정말 자주 위험에 처하는군. 이러니 혼자 외출을 시키고 싶지 않은거다."

"매번 공격 당하는 것도 아닌걸요."

"그래도 싫다. 너의 이 가녀린 몸은 가끔 바람에도 부서질 것 같으니..."

"......"

 

 

듬직한 팔이 움직이더니 커다란 푸른 손이 하얀 볼을 조심히 쓰다듬는다. 자신의 볼에 닿는 인간의 피부와 다른 감촉과 미미한 온기를 사유라는 말 없이 가만히 있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보로스는 양팔을 움직여 끌어안으려 한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너무도 가녀린 몸은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자신의 포응을 피한 몸을 그는 말없이 바라본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사유라는 아까 길가를 걷던 때와 비슷한 눈동자를 지은체 작게 웃어보인다.

 

 

"보로스씨, 장난은 이정도로만 해주세요."

"들킨건가?"

"네."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지."

"처음엔 속았어요."

 

 

그를 향한 호칭이 바뀐 그녀의 말. 보로스는 어딘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장난기 어린 목소리를 낸다. 처음에 속았다고 하는 사유라는 그저 작은 미소를 지어낼 뿐이다. 그 미소에 보로스씨라 불린 남자는 잠시 자리를 뜨더니 바뀐 모습으로 돌아온다. 그와 같은 2M였던 키는 더욱 커졌고, 짙은 푸른색의 피부는 희미한 하늘색이 서린 흰색으로, 얼굴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짙은 푸른 선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피부와 정반대에 검은 색으로 변해있었다. 낯선 모습이지만 자신의 연인과 너무도 닮은 모습인지라 신기하다고 외계인에게 속은 여성은 속으로 생각한다.

 

 

"몸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건가요?"

"전혀 다른 생물체처럼은 힘들지만 색이나 신장정도의 변화는 가능하다. 다만 필요성은 거의 없지."

"그런데 그걸 절 놀리기 위해 하신건가요?"

"... 그렇다면?"

"보로스씨도 꽤나 특이하시네요."

 

 

자신의 대답에 아까보다 조금은 밝아진 웃음을 짓는 그녀를 보며, 하얀 보로스는 아직도 쓰고 있던 검은 안대를 벗으면서 한손으로 머리의 반쪽을 쓸어올린다. 그 모습을 사유라는 살짝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검은 안대 속에서 감추어져 있었던 붉은 눈동자는 곧 바로 그녀를 바라본다.

 

 

"일단 장소를 바꾸도록 하지. 여긴 시선이 꽤나 많으니."

"보,보로스씨?!"

"잠시만 눈을 감는 것을 추천하마."

"네?"

 

 

붉은 눈동자를 바라보던 그녀는 갑자기 공주님 안기로 안겨진 자신의 상황에 놀라는 가운데, '보로스'는 높이 도약한다. 평범하다 못해 운동능력이 부족한 인간 여성은 그저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아버린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인적이 없는 어느 높은 건물의 옥상이었다.

 

 

"이제야 조용하군."

"....."

"너무 갑작스러웠던건가. 정신차려라."

"아..."

"나는 이대로 있어도 좋다만..."

"아니에요! 내려주세요!"

 

 

뭔가 잠시 하늘을 날았던 듯한 시간 후에 보이는 확 트인 광경에 멍하니 있던 사유라는 들려온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제 품에서 가녀린 몸이 떨어지는 것에 외계인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그녀의 눈은 자신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느라 보지 못한다. 이윽고 알아낸 것은 지금 서 있는 곳이 번화가에서 제일 높은 빌딜의 옥상이라는 점이었다. 슬쩍 내려다 본 거리는 아까의 괴물의 소동을 잊은 듯이 언제나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언제부터 알아차린 거지?"

"네?"

"내가 그녀석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내로부터 시선을 거둔 그녀는 건내진 질문에 아까의 일들을 떠올린다. 처음엔 정말 연인인 그인줄 알았지만 자신에게로 손을 뻗었을 때 달랐다. 진짜 보로스는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더욱 고개를 숙여주며, 허리도 약간 숙여준체 볼을 만져왔다. 그리고 볼에 닿은 온기도 더욱 따스하였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에 자신을 구해준 남자가 진짜 그가 아니라는 것을... 구해준 이에게 조금은 미안하지만, 자신을 구해준 것이 연인이 아니라는 것에 조금은 아쉬움을 느껴버렸었던 그녀다.

 

 

"비밀이요."

"왜지?"

"알려드리면 다음에 쓰실려고요?"

"글쎄다."

"보로스씨는 자주 제게 장난을 치시네요."

 

 

자신을 향해 작게 웃는 남자에 몇 번이나 당했던 장난에 대해 떠올려본다. 대개 그리 심하거나 상처를 주는 장난은 없었지만 외모가 외모인지라 작은 곤란함을 느낀 적은 있었다. 과거를 회상하던 가운데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어느샌가 살짝 숙여버렸던 고개를 들어 올리는 사유라. 그러자 거기엔 허리까지 숙여 자신과의 거리를 더욱 좁힌 '보로스'의 얼굴이 보여왔다.

 

 

"저,저기 보로스씨?"

"내 행동이 싫은건가?"

"싫었던 적은 없지만..."

"그렇다면 좋았었나? 아니면 두근거렸었나? "

"......"

 

 

들려온 질문의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진지함까지 느껴지는 표정, 그리고 붉은 눈동자는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언제나의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진지해서 사유라는 답하지 못한다. 그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그와 너무도 비슷한 외모에 고동소리가 살짝 커진 것을 느낄 뿐이다. 그가 아님을 알아도 그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에 마치 연인인 그가 눈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잠깐의 침묵이 이어졌을까, 먼저 거리를 벌린 것은 다가왔던 '보로스'였다.

 

 

"너는 매번 이런 장난에 잘 걸리는군."

"장난이요...?"

"네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너에게 자주 장난을 친다고. 그리고 이번에도 친거다만."

"보로스씨..."

"그 표정은 처음이군."

 

 

우주의 있는 악을 처치하고 다닌다는, 즉 우주의 히어로인 그가 자신에게 장난을 치는데다가 웃고 있다. 자신을 또 놀린 것에 대해서는 그리 좋다고만 할 수 없지만, 처음 만났을 당시에 어딘지 기계와도 감정이 없는 듯 하였던 때와 비교하면 다채로워진 표정에 조금은 안심해버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똑같이 생긴 (색은 다르지만) 존재의 그런 모습은 생각보다 안타까웠었다. 그렇기에 이런 그의 장난이 마냥 싫다고는 할 수 없었다. 허나 좋다고도 차마 할 수 없기도 한 것도 진심이다.

 

 

"보로스씨는 저를 놀리는게 그렇게 즐겁나요?"

"즐겁다. 모르던 나를 느끼니까."

"그런 짓궂은 점이나 여러 감정을 몰랐었던 과거는 보로스랑도 비슷하시군요."

"녀석과 나는 어찌보면 같은 존재다. 다만 우린 다른 길을 선택하였고, 원래였다면 만날리가 없었을 관계다."

 

 

같은 존재, 만났을리가 없었을 관계. 둘이 각각 다른 세계의 보로스라는 것을 저번에 들었던 그녀로서는 이해할 수 있었다. 둘은 똑같지만 정반대이다. 선과 악. 구원자와 파괴자. 둘의 입장을 비교하면 반대이며, 만났더라도 대립했을 것이다. 허나 그런 둘인데도 근본적인 부분은 닮았다고 느끼는 사유라는 가끔 형제같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이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보로스보다 말씀이신가요?"

"당연하다. 녀석은 아직 정신이 미숙하더군. 그런 녀석보다 내가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확실히 보로스는 가끔 어린아이 같지만, 전 그 부분도 좋은걸요."

"... 너는 가끔 너무 솔직하게 답해버리는군."

 

 

나름의 어필인데도 둔하달까, 너무도 솔직하게 답한 상대방에 '보로스'는 웃는다. 가슴을 뒤덮는 아쉬움과 씁쓸함을 결코 내비치지는 않으며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는데 방금까지와는 다른 조금은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를 붉은 눈동자가 본다.

 

 

"이 행위가 마음에 드는건가? 아까도 조금 멍하니 바라보던데..."

"마,마음에 들었다랄까... 그게 잘 생겼다라고 생각이 들어버려서..."

 

 

반정도는 농담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헌데 돌아온 대답은 곤란한 솔직한 반응이었다. 부끄러운 것인지 아주 살짝 붉어진 두 볼과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에 '보로스'는 가장 자신이 있던 절제라는 것을 잊어버리는 감각을 느낀다. 눈앞의 한 여성을 끌어안아, 품안에 가두어, 내밷지 못하는 마음들을 쏟아내고 싶다는 욕망이 폭주할 것만 같았다. 그것에 손이 움직이려는 순간 사랑스러운 존재가 제 눈앞에서 사라진 것을 목격한다. 아니 정확하게는 누군가로 인해 시야 안에서 벗어나진 것이다.

 

 

<눈치라는 것도 모르는 건가?>

<네 녀석이야말로 뭐하는 거지.>

 

 

누군가가 누구인지, 사실은 아까부터 다가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가진 존재를 알았기에 '보로스'는 일부러 우주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것에 상대방도 같은 언어로 대화한다. 지구인은 알아 들을 수 없는 언어였지만 뒤이어 말한 누군가의 목소리엔 적나라한 적의가 담겨있었다. 자신을 향한 적의에도 '보로스'는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오히려 그 누군가에게 안겨진 사유라가 당황한다.

 

 

"보로스 진정하세요."

"나름 냉정한 상태다."

 

 

들려온 말에 '거짓말..'이라고 속으로 중얼거린 그녀는 서로를 바라보는 똑같은 외모의 두 외계인을 번갈아본다. 물론 다른 부분은 있지만 얼굴의 생김새를 비교하면 쌍둥이라고 할만큼 똑같았다. 외모가 똑같은 만큼 나름 서로에게 호의를 가졌으면 하는게 바램이지만 두 남자는 처음의 만남 때 부터 견원지간 같은 분위기였고, 그대로... 아니 더욱 사이가 좋아지지 않았다. 특히 연인인 보로스가 다른 보로스를 민감하게 경계하고 있다.

 

 

"보로스씨가 절 도와주셨어요. 그러니까 조금은 사이좋게..."

"구해준건 고맙지만, 다른건 전부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다."

"드물군. 나도 네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의 질투가 사그라들기 바라는 마음에 꺼낸 말이었지만 소용이 없어 좌절하는 사유라다. 그런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두 남자는 서로를 여전히 노려볼 뿐이다. 서로의 사상이 틀려서인지 아니면 똑같기에 반발하는 것인지 사이가 좋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 외계인 둘에 기력이 빠지는 것은 대부분 사이에 있는 한 여성이다. 그 사이 두 보로스는 또 다시 자기들끼리만 알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적당히 해라. 사유라는 내 것이다. 너 따위가 가질 수 없는거다.>

<너는 너의 연인에 대해 물건처럼 말하는거냐? 역시 도적단이나 이끌던 녀석답군.>

<부럽나? 그녀가 내 것이라는게. 아아 물론 나도 그녀의 것이다. 우린 서로가 서로의 것이라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네가 그녀에게 불어 넣은거겠지.>

 

 

사유라는 모르는 둘만의 이야기. 일부러 그녀가 알아듣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남자는 한 여성을 두고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근본이 같은 존재이기 때문일까, 두 보로스는 한 여성에게 반해있는 것이다.

 

 

"두 분 적당히 하세요. 왜 매번 이렇게 사이가 좋으시지 않는거에요."

"이런 면모도 나는 좋다만, 가끔 너의 둔함에 놀란다."

"보로스, 왜 여기서 제가 둔하다는 말이 나오는 거에요."

"나도 그 의견엔 동의하지."

"보로스씨마저..."

 

 

허나 두 남자가 자신 때문에 싸우는 것을 알지 못한체, 특히 '보로스'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사유라는 둘을 말린다. 자신들이 싸우는 가장 큰 원인인 존재의 둔함에 한마디씩 하였고, 그녀는 조금 기가 죽는다. 그런 그녀조차도 귀여워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보로스에 비해, 다가갈 수 없는 '보로스'는 다시 가슴에 퍼지는 지구에 오기 전엔 없었던 감정에 머리를 쓸어올린다.

 

 

"......"

"사유라 뭘 보는거냐."

"아, 그게..."

"유라는 내가 머리를 쓸어 넘기는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 같군. 아까도 멋있다고 말해주기도 했으니."

 

 

또 다시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유라. 그런 연인에 그 시선에 끝이 어디를 향한 것인지를 알면서도 보로스는 묻는다. 받아낸 질문에 미미하게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를 본 '보로스'는 왠지 아까보다 기분이 좋아진 느낌으로 대신 답해준다. 아니 대신 답해줬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사실을 얘기했을 뿐이다. 의기양양한, 어딘지 승리자와도 비슷한 미소를 짓는 다른 자신에 푸른 눈동자는 붉은 눈동자를 노려본다. 더욱 험학해진 분위기에 원래 답했어야 했던 그녀가 눈치를 보게된다.

 

몇 분과도 같은 몇 초가 지났을까, 도시에 다시 사람들의 비명이 덧씌워진다. 지겹지도 않은 것인지, 자신들을 그렇게도 어필하고 싶은 것인지 또 다시 나타난 괴물에 풀려지지 않을 것 같았던 정적이 일순 흐트러진다.

 

 

"이 별은 정말이지, 악이 끝이 없군. 다른 별들보다 지독하다."

"그렇다면 얼른 가서 그 잘난 정의를 실현해봐라."

"빈정이 담겼군."

"그런가?"

"보로스, 보로스씨에게 실례되는 말은 안되는거에요. 그는 그저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시건거라고요."

"아아 그렇지. 그렇기에 그 신념에 따라 널 구한거지. 그저 신념을 위해."

 

 

어지간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인지 그녀가 있음에도 둘 뿐일 때만 하던 빈정거림을 내밷는 보로스에 선에 붙은 자는 불쾌감을 억누른다. 그 사이를 비집고 가녀린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악을 물리치는 존재에서 그저 한 존재로 만드는 목소리에 '보로스'는 웃어버린다. 허나 이어진 그녀와 그의 말에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하려는 두 존재의 목소리에 한순간 단 하나만을 선택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선을 선택한 존재는 자리를 뜬다.

'하다 못해 그녀가 대단하다고 말한 자신을 지켜내자'

라는 구실을 세우며 괴물이 날뛰는 곳으로 우주의 수호자는 향한다.

 

 

"아무말 없이 가셨네요."

"할 일이 바쁜가보지."

"보로스 화나신거 맞죠?"

"너에게는 화나지 않았다."

"그럼 아쉽거나 삐지셨어요?"

"......"

 

 

방해자라고 생각한 존재가 사라짐에도 아직 기분이 찜찜한 자신의 귀에 들려온 질문에 보로스는 누가 들어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한다. 그런 그가 두번째의 질문에 입을 다문 것에 정답을 맞힌 사유라는 꼬물꼬물 움직여 마주보도록 자세를 바꾼다. 시선을 올리자 보이는 뚱해진 연인이 있어 상황에 맞지 않지만 무심결에 귀엽다고 생각해버린다. 허나 귀엽다는 귀엽다이고 삐진 연인의 기분의 풀어주는 것과 살짝의 보충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저기 보로스... 제가 보로스씨에게 멋있다고 말씀 드린거 말인데요."

"진심이었겠지."

"네?"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다. 그의 입에서 나올거라 여긴 말이 아니었다. 물론 진심이었기는 했지만, 혹 그가 다른 반향으로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얼른 설명해야 한다는 안달함을 느낀다. 허나 급한 마음에 오히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새삼 자신이 진실을 말하는데 서투른 것을 느낀다. 그때...

 

 

"후- 네가 왜 불안해 하는거냐."

"그치만..."

"걱정마라. 네가 불안해 할만한 걸 생각하는게 아니니."

"그럼 왜 삐지셨어요."

"... 내가 질투가 많은걸 잊은거냐."

"아니요."

"알면서 왜 불안해 하는거냐. 난 네가 묘한 부분에서 솔직한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상대방의 매력에 대한 감상이 말이지. 난 이해할 수 없지만."

 

 

이마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 미미한 온기가 담긴 한숨이 이마를 간질인 것에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사유라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자신을 똑바로 올려다 봐오는 두 눈동자에 불쾌했던 기분이 가라앉는 보로스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은 짜증을 툭하고 불평으로 내보낸다.

 

 

"그런 네가 어떤 녀석에게 예쁘다거나 멋있다거나 하는 것은 하루이틀도 아니지."

"....."

"그리고 그게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녀석이라도 나는 화나지 않는다. 단 마음에 들지 않는거다. 너의 그런 말을 들은 녀석이..."

"....."

"사유라, 나는 너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 네가 사랑에 대해 어떤 마음을 지녔는지 아니까. 하지만 그렇다해도 내가 질투하거나 독점욕을 느끼지 않는다가 아니다."

"알고 있어요."

 

 

자신과 달리 솔직한 보로스에 그녀는 웃더니 품안으로 파고든다. 자신을 알아주는 그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부끄러움을 잠시 짓누르며 입을 연다.

 

 

"보로스씨가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분명 멋진 분이니까요.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자주 당신을 떠올려요."

"알고 있다. 불쾌하지만 그녀석과 난 외모가 똑같으니까."

"보로스씨에게 죄송하지만요."

"그리고 녀석이 머리를 넘길때 나를 떠올린거냐?"

"... 보로스도 머리를 넘기면 멋있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실례란 것도, 죄송한 일이란 것도 알지만 사유라는 '보로스'를 보며 자신이 마음에 품은 연인을 떠올렸었다. 그리고 오늘도 그랬던 자신의 심정을 보로스에게 털어놓는다. 분명 이것을 들으면, '보로스'가 얼마나 참단한 기분을 느낄지 보로스는 알았지만 그녀에게 말하지 않는다. 용기가 없는 것인지, 아니면 사유라를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다른 자신에게 미안함을 전혀 가지지 않으며 보로스는 연인을 살짝 떨어뜨리더니 입술에 키스한다.

 

 

<너도 은근 잔인한 구석이 있군.>

"보로스? 무슨 말씀 하셨어요?"

"네가 너무 귀여워서 죽겠다는 말이었다."

"......"

"아아 정말이지. 너는 귀엽군."

 

 

모르기에, 둔하기에, 자기자신을 누군가가 사랑해줄거란 생각을 하지 않기에 잔인한 연인에 보로스는 일부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얘기한다. 모르는 언어에 궁금해하는 연인이 사랑스럽다. 자신이 유일하게 그녀에게 있어 '사랑을 주는 존재',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 라는 것에 만족감을 얻는다. 소중한 존재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한 자신의 하얀 거짓말에 볼을 붉히는 그녀에 그는 행복을 느낀다. 다시 한번 그 보드라운 입술에 키스하며 보로스는 누군가를 보며 웃는다. 분함이 가득한 시선으로 저 멀리서 바라보는 '자신'에게 승리자와 가진 자의 미소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