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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합작] 보로사유 - 첫눈

サユラ (사유라) 2016. 12. 24. 00:46

드림 [연말합작]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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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오전 시간. 보로스는 창밖의 하늘을 바라본다. 비라도 내릴 것인지 잿빛의 하늘은 오전임을 의심하게 만든다. 허나 그것은 보로스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저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그 커다란 눈을 깜박이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보로스, 무슨 생각을 하세요?"

"너에 대한거다만."

"그렇게 제 생각만 하시다간 금방 질리시겠어요."

"그럴리가 있나."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목소리에도 그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물론 대답은 언제나와 같이 부끄럽지만, 사유라는 태연하게 반응한다. 그러더니 앉아있는 보로스의 뒤로 다가가 목에 팔을 둘러 안는다. 신장 차이로 인해 무릎을 세워 앉지만, 그녀는 불편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작게 미소를 지은다.

 

 

"이 자세는 처음이군."

"싫으신가요?"

"설마. 부드러워서 좋다."

"부드럽다고요?"

"네 온기가 말이다."

"그럼 부드럽다가 아니라 따뜻하다겠죠."

"아아 그렇군."

 

 

사실은 다른 것이지만 이라는 말을 삼킨다. 모처럼 그녀가 먼저 다가와 줬는데, 부끄러움에 떨어지면 안되기에... 그런 그의 생각을 전혀 모른체, 사유라는 인간과는 다른 푸른 목에 볼을 부빈다. 어딘지 아이같이. 보로스는 얌전히 있으면서 다시 생각에 빠진다. 앞으로에 대해서 계획을 짠다.

 

사랑하는 존재, 사유라는 인간의 몸이다. 더불어 일반인보다 체력도 없고, 약하고, 위기감도 적다. 삶의 의욕도 그리 높지도 않다. 가장 문제는 그녀 안에서 사라지지 않은 무언가다. 죽음을, 끝을 갈망하는 마음의 잔존이 가뜩이나 연약한 연인의 목숨을 위협한다. 어디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갑자기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한때 우주의 최강자를 겁쟁이로 만들어버린다. 그렇기에 계획을 짠다. 더욱 오래,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계획을 말이다. 식사를 좀 더 규칙적으로, 양도 좀더 늘린다. 거기다 체력을 좀더 키우기 위해서라도 하다못해 산책의 시간도 늘려야한다. 무리한 일도, 동작도 금지. 무언가 병이 유행하면 또 그것에 조심도 해야 한다.

 

한순간 보로스는 자신이 연인보다는 부모라는 존재에 가깝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살아오며 누군가를 챙기거나 돌보는 일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행동이 되어버렸다.

 

 

"보로스?"

"나는 너의 뭐지?"

"... 그야 연인이죠."

"왜 바로 답이 나오지 않는거냐."

"그냥 조금 부끄러웠어요."

"새삼 이제와서 뭐가 부끄러운거냐."

"그럼 보로스는 왜 물은거에요."

"확인하고 싶어서다."

 

 

사랑하는 존재의 입에서 나온 단어에 보로스는 기쁨을 느낀다. 그렇게도 예전엔 자신의 사랑을 거부하던 존재가 연인이라고 답해준다. 간단하게 등 뒤에 있던, 가녀린 몸을 제 앞으로 끌어당긴다. 품안에 가두니 거부하지 않고, 더욱 품안으로 파고든다. 희미한 향과 자신과 다른 온기에 웃어버린다. 이제는 놓아줄 수 없는 행복. 함께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함께 살아가고, 함께 죽을 존재. 보로스는 그녀를 안은체 일어선다.

 

 

"보로스 밖엔 왜..."

"좋아하지 않나."

"하늘 말인가요?"

"그것도 있지만, 너는 작년에도 정신없이 보지 않았나."

 

 

자신을 안은체 툇마루로 나간 보로스. 그런 그의 말에 무엇인지 몰라 사유라는 고개를 갸웃한다. 푸른 눈이 바라보는 곳을 보아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다시 한번 그에게 물으려는 찰나, 작고도 부드러워 보이는 흰 솜뭉치가 내려와 코끝에 닿았다. 아니 솜뭉치가 아니다. 눈이었다. 눈은 한순간의 차가움을 주더니 물이 되어버린다. 그제야 그녀는 보로스가 무엇을 가리킨 것인지 알아차린다.

 

 

"올해 첫눈이네요."

"의미가 있는거냐."

"딱히요. 그저 그해에 처음 내린 눈이란 얘기죠."

"저번처럼 너무 보다가 감기 걸리지 말도록."

"그거 작년 얘기에요."

 

 

그리 특별할거 없는 얘기를 나눈다. 사유라는 서서히 많아지는 눈을 바라본다. 고요해지는 세상을 느낀다. 보로스는 그 모습을 바라본다. 작년 겨울의 어느날을 떠올린다. 자신을 두고 혼자서 눈을 바라보던 그녀. 눈에게서 시선을 떼어, 자신에게 해준 말에 울었었다. 너무도 기쁘고도 안심이 되어,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었던 그날을 보로스는 떠올린다. 조심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러자 그날처럼 자신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 그때보다 더욱 자연스럽고도, 슬픔이 없는 미소에 안도한다.

 

 

"너를 만나 다행이다."

"......"

"네가 살아있어 다행이다."

"......"

 

 

그 겨울날 말했던 말을 다시 건낸다. 그 겨울날 하지 못한 말을 건낸다. 생각지 못한 말에 연인이 놀라는 것도, 곧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도 보로스는 지켜본다, 그리고 자신의 볼을 감싸는 작은 두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날과 달리 따스한 손은 자신으로 인해 온기가 짙다. 입술에 닿아온 부드러움이 짧아 아쉽지만 행복했다. 눈물이 가득찬 눈동자가 사랑스러울 뿐이다.

 

 

"이제 첫눈에 의미가 담겨버렸어요."

"그런가."

"네, 보로스 덕분에요. 그리고 당신에게도 의미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미 눈 자체에 의미... 아니 추억이 생겨버렸다. 그날부터 말이지."

"그렇다면 기뻐요."

 

 

금방 사라질 눈이지만, 그 겨울의 어느날 부터 소중한 추억이 담겨버린 눈. 그렇기에 보로스는 눈을 싫어하지 않는다. 눈을 보면 그날을 떠올릴 수 있기에. 그리고 바래본다. 나중에,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라도 상관없다. 사유라가 자신에게 어떠한 말을 해주기를 바래본다. 만남에 대해, 살아있음에 대해 다행이라고 해주었던 그녀. 다음은 그것보다 더욱 무거운 말을 원한다. '태어나서 다행이다' 란 말을 원해버린다. 자신을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한 말을 원해본다.

 

 

"사유라, 언젠가... 네가 내게 해주길 바라는 말이 있다."

"뭔데요?"

"말해주지 않을거다. 네가 생각하여 말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

"그럼 못할지도 모르잖아요."

"상관없다. 네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쭉 너의 곁에 있을테니까."

 

 

말해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사실이다. 그럼에도 바래본다. 보로스는 바란다. 더욱 커져만 가는 욕심을 조금은 억누르며, 그녀에게 부탁한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존재에게 자신만의 어리광을 부린다. 꿈을 가진다.

 

 

"그러니 사유라. 오래 살아라. 오래 살아서 나와 함께 사는거다."

"....."

"내게는 짧을지도 모르는 시간이더라도, 너에게 괴로울 정도로 긴 시간이더라도... 둘이서 함께 오래 살자."

"....."

"그리고... 너의 끝에 나도 함께 해주마. 너의 시작을 함께 하지 못했던 나지만, 너는 나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그런 너와 함께 끝을 맞이하마."

 

 

나긋하고도 자상한 목소리. 동시에 다짐이 담긴 목소리. 사유라는 아무런 말도 못한다. 너무도 미안하고도 기뻐서 울어버린다. 분명 자신은 그가 바라는 만큼 오래 살지 못할 것이 미안해서, 그런 자신일텐데도 끝을 함께 해준다는 것이 기뻐서 사유라는 눈물을 흘린다. 분명 예전이라면,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면 잔인했을 부탁. '오래 살라'는 부탁에 슬퍼하지 않는다. 아직 끝을 바라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음에도 괴롭지 않다.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너의 아픔을 봐왔으니까. 서두르지 않으마. 언제나처럼..."

"......"

"허나 잊지마라. 나는 이제 널 놓을 수 없고, 너 없이는 안되는 것을... 겨울이 없어져도 괜찮다. 눈이 없어져도 괜찮다. 하지만 너만큼은 안된다. 너만큼은 절대 내 곁에서 없어지면 안된다."

"... 네."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에 사유라는 간신히 답한다. 전부 보답하기 힘들만큼 행복을 주는 외계인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저 모든 마음을 담아 다시 키스한다. 말로 전하기엔 가슴이 벅차 힘들어서, 키스로 전한다. 그리고 입술을 맞춘체 눈을 뜨자 보인 푸른 세상에 더욱 눈물을 흘린다. 고요한 세계가, 첫눈들이 비치는 푸른 눈동자 속에 자신이 있음에 안도한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다행이라고 느껴버린다.

 

'또 듣고 싶어.'

 

속으로 중얼거린다. 사유라는 내년 겨울을 기다리기로 한다. 그가 오늘을 떠올려, 같은 말을 해주기를 바래본다. 그가 떠올려 스스로 말해주기를 바래본다. 그렇기에 '더 살아보자'고 죽음과 끝을 원했던 그녀는 생각한다. 첫눈에 의미와 추억을 깃들게 해준 그의 품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