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성배전쟁 합작] 보로사유 - 당신은 나의 구원자

サユラ (사유라) 2017. 2. 10. 01:02

* 드림 [성배전쟁 합작 ]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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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고요한 곳이었다. 숲 속 깊이 자리 잡은 그 공간은 본래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곳엔 누군가가 놓은 테이블과 소파, 무언가 여러 실험도구와 약재도구가 놓여진 큰 책상 등이 있었다. 생활하기 위한 공간이라기엔 턱없이 부족한 그곳은 작은 약제조소와도 비슷했다. 그리고 거기엔 숲 속의 몇몇 동물들이 각자 자리를 잡아 잠들어 있었다. 마치 자신들의 편안하고도 안전한 집인양 말이다.

 

 

"사유라, 있나?"

 

 

고요한 공간에 누군가가 나타난다. 나뭇가지와 잎이 천장이 되어, 녹색으로 가득한 곳에 낮선 색이 들어왔다. 선명한 분홍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눈동자를 지닌 신장이 큰 남자가 나타나자, 동물들이 깨어난다. 남자는 부른 이가 보이지 않자, 두리번거리며 찾기 시작한다.

 

 

"마스터, 부르셨나요?"

 

 

그의 고개가 두번정도 크게 움직이자, 아무도 없는 허공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린 곳으로 남자의 시선이 향하자, 누구도 없었던 자리에 작은 빛의 알갱이들이 모인다. 그것들을 땅에 모여 작은 회오리를 만들어내더니 점점 커진다. 회오리 속에서 누군가의 발이 드러난다. 그리고는 발의 윗 부분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윽고 머리끝까지 모습을 드러낸 목소리의 주인. 허나 녹색의 로브로 인해 그 얼굴은 가려져 있었다.

 

 

"나를 부를 때는 그런 명칭은 필요없다 했을텐데."

"... 죄송합니다. 보로스씨."

"그냥 부르라고 했던 말을 잊은거냐. 됐다. 그건 서서히 고쳐가면 될테니."

 

 

평범하지 않게 등장한 상대방에도 마스터라 불린 남자는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부른 명칭에 불만을 표한다. 그것에 사과하는 얼굴이 가려진 여성에, 그는 이번에 작게 한숨을 쉬기까지 한다. 한숨소리에 로브를 걸쳤어도 드러나는 작고도 둥근 어깨가 흠칫하고 떨렸다. 보통의 사람들이었다면 못 보았을 아주 미약한 떨림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것을 알아차렸고, 여성에게 다가간다.

 

 

"너에게 실망하거나 짜증이 난게 아니다. 겁 먹지마라."

"죄, 죄송해요."

"그리고 나와 있는데 로브는 벗어라."

 

 

제 딴에는 나름 상냥하게 말한 것인데도, 다른 이가 듣기에는 그의 목소리는 압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렇기에 여성은 사과해버린다.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속으로 다시 한번 한숨을 쉰 보로스는 얼굴 깊이 씌워진 모자를 벗긴다. 그러자 드러나는 얼굴에 그제야 웃는 그. 자신을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이렇게 보면 이미 죽은 존재라고는 믿기지 않는군."

"그렇게 말씀하셔도 저는 제 죽음을 보았답니다. 그리고 성배와의 계약도 함께..."

 

 

하얀 볼을 손끝으로 만진 그는 온기를 느낀다. 그저 보였다가 보이지 않을 뿐, 눈앞의 여성은 그의 기준에서는 살아있는 존재였다. 재미로 참여한 전쟁이 끝나면 사라질 존재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사실을 얘기한다. 자신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그 미소가 보로스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 맞다. 보로스씨, 드릴게 있어요."

"뭐지."

"잠시만요."

 

 

자신의 기분을 알아차린 것일까, 일부러 화제를 바꾸는 그녀에 그도 맞춰준다.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작업대로 향한 가녀린 몸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보로스는 소파에 앉는다. 물건을 찾은 것인지 그를 향해 몸을 돌린 사유라의 시선에 아까와는 다른 존재가 있었다. 방금까지 특이한 머리색이더라도 인간으로 보였던 그가 아닌 인외의 존재가 보였다. 푸른색의 피부와 뾰족한 귀, 그리고 한 개뿐인 아름다운 푸른 눈동자는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것이 원래의 모습임을 이미 알고 있기에 그에게 다가간다.

 

 

"이거에요."

"내 귀걸이랑 똑같이 생겼군."

"모양은요. 하지만 이건 매직아이템이랍니다."

 

 

자신의 앞에 내민 귀걸이에서 그는 아무런 특별함도 느끼지 못한다. 매직아이템이라 하더라도 그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무언의 시선이 설명을 바라는 것이라 판단한 그녀는 설명을 시작한다.

 

 

"보로스씨는 체내의 마력이 아주 많으신 분이세요. 그건 보통의 사람들도 어슴프레 느낄 수 있을만큼... 그리고 이 물건은 그 마력을 감출 수 있는 기능을 가졌어요. 원래 사셨던 우주에서는 모르겠으나, 이곳 지구에서는 있는 편이 더 편리하실거에요.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정체를 쉽게 알려지지도 않을테고요."

"딱히 알려져도 문제없다. 걸려온 싸움은 받아주는 편이니."

"하긴 보로스씨는 무척 강하시니까요. 마술을 사용하실 수 없지만, 체내의 마력을 자유자제적으로 조절하셔서 어마한 신체강화도 가능하시니... 그럼 이 귀걸이는 괜히 만들었군요."

 

 

자신의 설명에 딱 잘라 문제가 없다고 한 그에 사유라는 살짝 머쓱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 성배전쟁에서 그는 이례적으로 강한 존재다. 애초에 인간도 아닌 그는 이름이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자신따위보다도 강하다. 서번트가 없어도 성배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의 강한 존재. 지구 밖인 우주에서 찾아온 외계인. 그는 이 성배전재에서 가장 특이한 존재다. 오히려 서번트인 자신이 희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사유라는 귀걸이를 거두어 들일려 했다. 허나 팔목을 잡는 커다란 손에 저지된다.

 

 

"...... 나는 필요없다고 하지 않았다만."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문제가 없을 뿐, 나는 그것이 필요치 않다고 한 적은 없다."

"그럼 받아주실 건가요?"

"네가 날 생각해서 만들어 준 것이니 당연히 받을거다."

 

 

기뻤다. 자신이 멋대로 만든 것임에도 그는 받아준다. 원래 그에게는 정말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도 받아준다. 이유가 자신과 관련되어서 더욱 기쁨을 느껴버린다. 생전에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가슴에 퍼진다. 속죄로 마술을 행하여 사람들을 구하던 때와는 다른 감각을 느낀다. 잡힌 팔목이 유난히 따스했다. 그 따스함에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짓는 사유라를 보로스는 본다. 부푸는 충동을 참아낸다.

 

 

"그럼 네가 달아주도록."

"네?"

"그정도는 해주는 것이 아닌건가?"

"...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뜬금없는 말에 아주 잠시 고민한 그녀지만, 이내 받아들인다. 소파의 등받이에 기댄 그로 인해 그녀도 소파 위로 올라간다. 그의 벌려진 다리 사이로 두 무릎을 세워 앉아 간신히 시선의 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그의 왼쪽 귀에 달린 귀걸이를 빼고 자신이 만든 귀걸이를 단다. 푸른 귀에 달린 금색의 귀걸이에 왠지 모를 흐뭇함을 느껴버린다. 동시에 가진 적이 없었던 욕심이 피어 오르는 것을 인지한다. 허나 그것도 잠시였다.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서둘러 내려오려는데 허리를 감는 무언가.

 

 

"저기 마스터..."

"틀렸다. 다음에 또 틀리면 뒷일은 모른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팔은..."

"마스터의 권리."

"이 경우는 권력남용 입니다."

"싫으면 거부해도 된다."

"그렇게 하면 어떡하실 건가요."

"령주라도 써보지."

 

 

한 팔로 자신의 허리를 감싸안는 자신의 마스터. 당황함에 다시 마스터로 부르니 낮은 목소리가 경고한다. 자신의 잘못이기에 사과는 하지만 팔을 풀어주지 않는 상대방. 권리를 막 부리는 말에 따지고 물으니 들려 온 말. 그 말에 그녀는 어이가 없을 뿐이다. 마스터에게 주어진 3개의 절대적인 명령인 령주를 고작 이런 일로 쓰려고 하다니. 이 성배전쟁에 참여하는 어느 마스터가 생각할까. 허나 눈앞의 존재는 정말 쓸지도 모른다. 이상하리만치 그는 자신에게 집착하려 하고 있기에...

 

 

"가만히 있을테니 그만둬주세요."

"어느 의미지? 참는다 인가, 아니면 원래는 싫지 않은거냐."

"... 후자라면 당신은 기뻐할건가요?"

"거짓이면 나는 싫다. 진심이면 기쁠거다."

 

 

자신의 이 현실로 불어들인 존재는 어찌 이리도 치명적일까. 하고 그녀는 생각한다. 왜 자신을 이다지도 흔드는 걸까. 다시 눈을 떠 느낀 절망과 포기를 알지 못할 그인데, 점점 집착을 가지게 할려고 한다. 거대한 마력으로 만들어져 유지되는 몸을 가진, 어느 의미로 허무한 존재인 자신을 그는 원하고 있다. 만약 다시 욕심을 가진다면 이 존재만을 욕심내면 될까...하고 생각하는 순간 무언가를 느낀다.

 

 

"무슨 일이지?"

"마을 어디선가 누군가가 싸움을 시작한 듯 싶어요."

"보여지는거냐."

"그곳의 있는 아이들이 제게 보여주고, 말해오고 있어요."

"너의 능력이랄까, 마법은 어찌보면 꽤나 귀찮군. 멋대로 저쪽에서 보내는 구조요청을 느껴버리니."

 

 

연갈색의 눈동자에 번지는 반짝임을 가진 녹색... 대지에 퍼지는 빛나는 숲... 그제야 캐스터로 보여오는 그다. 하지만 그 눈동자에 자신이 비치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만을 보아도 충분한데,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보내는 도와달라는 애원을 그녀는 무시하지 못한다. 보로스는 자신의 서번트는 어디에 속박되어졌다고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게 제 능력이고, 대가죠. 애초에 마력도 그리 없었던 저는 주위의 존재들에게 도움 받는 방법이 최선이었어요. 그러니 그들의 요구도 들어줘야 해요."

"내 마력이면 부족한거냐."

"충분해요. 당신의 마력은 정말 거대하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되돌리기엔 너무 익숙해졌어요."

"갈거냐."

"가도 되나요?"

"보구란걸 쓸 생각이냐."

"그래야 적어도 말릴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혹시 모를 사람들을 구해줄 수 있으니까요."

 

 

태연한 미소. 익숙해졌다는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른 녀석 이라고 보로스는 생각한다. 자신의 마력으로 충분하면 굳이 다른 존재들의 힘을 빌리거나, 그들을 도와줄 이유 따윈 없다. 그럼에도 가려고 한다. 거기다 전혀 상관이 없는 인간들까지 도와주려고 한다. 보통 서번트란 존재는 다 이런걸까. 아니 그럴리가 없다. 이건 눈앞의 그녀이기에 때문이다. 그런 면모가 싫은게 아니다. 다만... 그로인해 저번처럼 다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은거다. 모처럼 자신의 소유란 형태를 취하게 된 가지고픈 존재가 다치는건 불쾌하다.

 

 

"그 보구는 너에게 부담이 크지 않나."

"제 몸에 위대한 존재를 현신시키는 보구니까요. 마력이 부족한 만큼 제 생명이 지불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죠. 뭐, 그게 아니더라도 제 몸에 부담가는 이유는 또 있지만요."

"이제는 서번트인데도 말인가?"

"실체화가 되지 않으면 쓸 수 없고, 마력으로 만들어진 몸이라도 데미지는 들어오니까요. 참 잘 만들어진 몸이에요."

"그래, 너무 잘 만들어진 몸이다. 상처하나 남기고 싶지 않은 만큼..."

 

 

슬슬 가지 않으면 늦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유라는 그를 설득하듯 얘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볼을 감싸는 손과 다가오는 얼굴에 피하지 않는다. 입술에 닿는 부드러움과 따스함을 거부하지 못한다. 흘러들어오는 마력이 강하고도 어딘지 애절하다. 자신을 필사적으로 물들일려는 듯한 마력에 몸이 약간 뜨거워지고 만다. 마력에 맛이 있다면 이건 무슨 맛일까. 달콤하면서도 어딘지 쓰다. 커피? 아니 그러기엔 너무도 달다. 다크 초콜릿. 아 그래, 다크 초콜릿이면 조금은 닮았다. 사유라는 이미 자신이 그로 인해 속박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간다. 욕심을 부리지 말자는 다짐은 사실 무너지고 있었다.

 

 

"같이 가마. 네가 다치는건 내가 싫다."

"감사합니다. 보로스..."

"이번으로 그렇게 불러준건 2번째군. 이 전쟁에서 너는 나를 몇 번이나 그렇게 불러줄까."

"당신이 성배를 가지면 저는..."

"아니, 너는 그 후에도 나와 함께다. 캐스터. 아니... <새벽의 녹음>이라 불리웠던 구원자."

"언제 알아보신 건가요."

"저들이 말하는 걸 들었다."

 

 

반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허나 결국 허락해주는 자신의 마스터에 감사를 느낀다. 자신의 이기심으로, 죄책감으로 행하는 속죄를 그는 허락해줬다. 그렇기에 그가 바라던 대로 이름을 부른다. 그것이 그렇게도 기뻤을까. 아까 모자를 벗긴 후, 보였던 미소보다 짙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 계속 보고 싶은 미소였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배가 그의 손이든, 다른 누군가의 손이든 쥐어진다면 자신은 사라질거다. 허나 들려온 말은 너무도 확신에 찬 목소리. 거기다 이제는 기록도 없을 자신의 이명(異名)을 불러주었다. 구원자라는 단어는 와닿지 않았지만, 아직 자신이 알려주지 않은 이명을 왜 보로스가 알고 있는지 사유라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곧 그의 말과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보고 납득한다.

 

 

"잘 다녀와~ 사유라~"

"다녀오면 또 놓아줘~!"

 

 

거기엔 작은 존재들이 있었다. 보통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이웃이라던가 요정이라 불리우는 존재들이. 아니 정령이라는 말도 맞을지도. 각 개체마다 다르지만,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드는 그들은 꽤나 수다쟁이였다. 그들이라면 얘기하고도 남았을 거다. 자신도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 그와 함께 공방을 나선다.

 

 

"그 이명은 이제 기억하는 이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저들이라면 기억할만 하네요."

"싫어하는 이명인가?"

"글쎄요. 구원자라 불린건 과하지만, 딱히 이명자체를 싫어하진 않아요."

"나는 너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런가요. 할 수 있는 거라곤 자잘한 것 뿐이었는데, 그때의 사람들에겐 제가 구원자였나 봐요."

"받는 입장에선 컸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니까."

 

 

이명으로 불리는 것이 싫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과거를 떠올린다. 자신이 힘을 원했던 이유, 누군가를 도와주던 이유, 그리고 자신의 끝을... 힘을 얻었어도 할 수 있던 일은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느 순간 사람들이 자신에게 이명을 붙어줬고, 구원자라고 불렀다. 물론 그런 자들만이 있던 것은 아니다. 마녀라거나, 수상한 존재다 라며 거부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행하던 것들은 죄책감을 덮기 위한 속죄였다. 그렇기에 구원자란 말은 달갑지도, 와 닿지 않았다. 헌데 들려온 말에 심장이 반응해버린다. 다리가 느려진 몸을 그가 안아 올리더니 품에 안고 도약한다. 숲 속에서 숲 위로 올라온 둘을 보름달이 맞이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의 하나하나에 나는 지루함을 잊고 있다. 너의 시선과 부름만으로도 나는 채워지고 있다."

"......."

"그러니 성배란 것을 손에 넣으면, 내 소원은 단 하나다. 너와 영원히 함께 하는 것."

"보로스?"

"세번째로 네가 이름만으로 불러줬군. 나는 이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아니 기쁘다고 해야겠군."

 

 

환한 보름달 아래서 자신의 마스터는 미소를 짓고 있다. 그저 이름을 부른 자신으로 인해... 그저 그뿐인데 그는 기쁘다고 한다. 아아 그는 자신을 구원자가 되지 않아도 원하는걸까, 자신이 그를 위해 사람들이 말하는 기적을 행하지 않아도 기뻐하는 걸까. 귓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와 옷이 펄럭이는 소리가 겹쳐 들려왔다.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에 사로잡힌다. 허물어진다. 속박 되어진다. 다짐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자신은 결국 이 남자에게 물들어져 버린다. 굳건하게 세워졌던 벽은 허무하도록 빠르게 주저 앉는다.

 

 

"그럼 당신의 손에 성배가 들어오도록 저도 힘내야겠네요."

"그 말은..."

"저도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졌어요. 당신은 제 구원자가 되어버렸어요."

"좋군. 헌데 만약 너도 나의 구원자라면 거북한가?"

"아니요. 신기하게도 당신은 아니에요. 그저 기뻐요. 당신에게 있어 저는 <새벽의 녹음>이란 구원자가 아니잖아요?"

"그렇다. 내겐 너라는 존재 자체가 구원이 되는거다.""그럼 문제없어요. 서로가 구원자라면, 우리가 함께 할 이유로는 충분해요."

 

 

무너진 벽 안에서 욕심이 흘러나온다. 허물어진 벽 안에서 낯선 이기심이 얼굴을 내민다. 사유라는 자신만의 구원자를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며, 신도 아니다. 어떠한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성배로도 얻은게 아니다. 그가 자신을 찾아냈다. 그가 자신의 구원자가 되어줬다. 그리고 자신도 그의 구원자. '아아, 이 어찌 멋진 일일까' 란 문장이 그녀의 입안에 맴돌았다. 보로스는 처음보는 환한 그녀의 미소에 눈을 의심했다. 허나 곧 그것이 꿈도, 환상도 아님을 알아 그녀의 눈가에 입맞춤을 내린다.

 

 

"꼭 성배를 손에 넣겠다."

"저도 도울게요."

"네 손에 피는 묻히지 않도록 할거다."

"후훗- 상냥하셔라."

 

 

자신의 말에 의욕을 보이는 그녀. 그리고 상냥하다고 말해주는 그녀. 보로스는 조용히 웃을 뿐이다. 상냥하다라는 말에 무엇도 답해줄 수 없었다. 겨우 손에 넣은 상냥한 보물이 모르는 자신의 계획은 그녀에게 있어 잔인하다. 되도록 사유라가 바라는 방식대로 성배를 얻도록 하겠지만, 위험이 동반한다. 자신은 몰라도, 연약한 몸을 지닌 서번트는 자신보다 쉽게 다친다. 그렇기에 다른 참가자들을 몰래 처리할 계획을 세운다.

 

 

"일단 지금 말썽인 녀석들 정리가 먼저다."

"얘기로는 라이더랑 아처 같아요."

"쉽겠군."

"어떻게 말릴려고요?"

"기절."

 

 

그의 간결한 답안에 사유라는 웃어버린다. 아하하하 하는 여성의 웃음소리가 숲 위에 퍼진다. 그녀의 기억으로 따지면 몇년만에 내는 웃음소리였다. 어른이 된 후 잊어버린 웃음소리. 그래서 낯설었다. 하지만 그리운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방감, 죽음의 순간 느꼈던 감각을 느낀다. 아직 남겨진 죄책감에도, 그녀는 웃었다. 상상도 못한 일에 한 때의 구원자라 불린 여성은 조금은 자유를 되찾는다.

 

하얀 손이 푸른 볼을 감싼다. 작은 입술이 처음으로 자신 쪽에서 다른 이의 입술에 입맞춤한다. 달빛에 옅은 푸름도 덮힌 눈동자는 신비스러운 색이었다. 대지와 숲, 달빛도 섞인 눈동자가 우주에서 본 어느 별보다 아름다웠다. 동시에 보여온 환한 미소는 우주보다 가치가 있다고 보로스는 생각해버린다. 그리고 자신은 눈앞의 존재에게 다시 한번 속박 되어져, 홀려진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을 가져간 그녀를 그는 이제 놓아줄 수 없게 되었다.

 

 

"평생, 영원히 놓아주지 않을거다. 나의 서번트, 나의 구원자, 사유라."

"놓아주지 마세요. 저의 마스터, 저의 구원자, 보로스."

 

 

만월의 달 아래서 둘은 한번 더 키스를 나눈다. 마치 맹새와도 같이... 그렇게 둘만의 맹새를 한 그들은 달빛보다 밝은 빛들이 무수히 존재하는 도시 속으로 사라진다.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과 미래의 댓가가 무엇인지 모른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