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마법소녀 AU 합작] 보로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2. 14. 00:01

드림 [마법소녀 AU 합작] 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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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의 비명소리와 커다란 외침이 번화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무언가로부터 절박하게 도망가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한 여성만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느긋히 아직 하얀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주위와 너무도 대조적인 그 모습은 어찌보면 미친 행위였다. 헌데 이상하게도 누구도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누구 하나 카페의 야외 테라스에 있는 그녀에게 피하라는 말을 던지지 않는다. 마치 그 존재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

 

 

"모처럼 비싼 커피를 마시는 중인데..."

"슬슬 준비하는게 어때?"

"아직 사람들이 남았잖아요."

"어지간히도 사람들의 시선을 싫어한다니까. 너는..."

 

 

주위에 누구도 없는데, 그녀는 누군가와 얘기를 나눈다. 재촉하는 말과는 달리,어딘지 귀찮음이 담긴 듯한 남성의 목소리는 테이블 위에서 들려왔다. 핸드폰인가 싶었지만, 소리의 근원지는 달걀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달걀과 몹시 똑같이 생긴 무언가였다. 그녀는 아직 반이 넘게도 남은 커피잔을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난다. 얼핏 아쉬움이 담긴 시선을 커피로부터 떼어내어 눈커풀을 닫는다. 그리고는 왼쪽 새끼손가락에 있는 작은 반지에 입맞춤하며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나의 소망을 위해..."

 

 

작고도 나직한 목소리가 울리자, 어디서 나온 것인지 검은색의 커다란 천들이 나타나 그녀의 몸을 감싼다. 눈커풀을 깜박일 틈도 없는, 찰나의 순간이 지나자 거기엔 다른 복장으로 바뀐 그녀가 서 있는다. 검은색으로 물들여진 마법소녀 옷은 조금은 수수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그녀에게 더욱 어울렸다. 감정이 없는 듯한 무표정에 신비스러움을 더해주었다. 허나 변신을 마친 마법소녀의 얼굴엔 짜증이 베어진다.

 

 

"변신 과정이 귀찮아요."

"야야 그거 마법소녀가 말할 대사가 아니잖아."

"비효율적이라고 따지고 싶은거에요."

"어린이들의 꿈을 부수는 소리구만."

 

 

지극히 맞는 대사지만, 그것은 마법소녀들이 말하기엔 적절하지 않은 대사였다. 달걀, 아니 사이타마가 무어라 함에도 변신한 당사자는 한번 더 불평한다. 속으로 이미 자신은 소녀라고 불릴만한 나이가 아니라고 따진 그녀는 주위를 슥하고 둘러본다. 이미 사람들은 모두 도망치고 번화가엔 오직 자신만이 남아있었다. 정확하게는 자신과 사이타마, 그리고 괴물만이 말이다. 어느새 바로 뒤까지 다가온 어린아이의 로봇 장난감과 닮은 괴물을 돌아본다. 물론 크기는 높은 빌딩과 비슷했지만,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흔들림이 없다.

 

 

"얼른 처치하고 커피나 마저 마실래요."

"나도 그렇지만... 너 정말 정의의 사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새삼 당연한 소리를. 전 마법소녀란 명칭보다 차라리 마녀가 더 마음에 드는 여자인걸요."

 

 

괴물에 등장에도 흥미가 없는, 오히려 귀찮다는 감정이 담긴 목소리를 내는 정의의 사도. 그 모습에 서포트 격인 사이타마가 무어라 하자 그녀는 입꼬리를 올린다. 미약하지만 들뜬 목소리는 어딘지 비틀려 있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거리를 매우던 괴상한 기계음이 사라진다. 거리 한구석에 널부러진 괴물의 몸은 이리저리 잘려져 있었고, 속에서 튀어나온 부품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흥미가 없는 눈동자가 그 모습에서 시선을 떼더니 자신이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려 한다. 아니 돌아갈려고 했었다. 허나 무엇을 감지한 것인지 나아가려던 발을 오히려 뒤로 빼, 한발 물러서는 그녀다. 동시에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절 찌부려 트려서 죽일려고 했던건가요?"

"설마, 너라면 피할거라 여긴거다만."

"과찬이시군요."

"실제로 피하지 않았나."

 

 

떨어진, 아니 정확하게는 낙하한 인물에게 그녀는 질문을 던진다. 불평하나 담기지 않은 목소리가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더불어 눈앞에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인외에 존재에도 적의를 보이지 않는 시점부터 묘한 상황이었다. 허나 둘 다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다. 단, 한 달걀만을 제외하고.

 

 

"야! 위험하게시리 무슨 짓이야!"

"여전히 시끄러운 달걀이군."

"누가 달걀이야! 야, 외계인! 너 적이었으면서 요즘 왜 이렇게.."

"시끄러우니 잠시 치우겠다."

"야야야야야!!! 잠깐!!"

 

 

그때까지 존재감이 희미했던 사이타마가 따지기 시작하자, 지겹다는 시선을 지으는 남자. 치우겠다라는 말을 한 그는 덥썩하고 그의 손에 비해 너무도 작은 달걀(?)을 잡는다. 그리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하늘 저편을 향해 던져버린다. 얼마나 강한 힘이었는지 주위에 바람이 생겼고, 사이타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하늘 속으로 사라진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파트너이기도 한 사유라는 표정변화가 없을 뿐이다.

 

 

"멀리도 날려버리셨네요."

"차라리 부수는게 나았을지도 모르겠군."

"소용없어요. 그는 다른 기계로 돌아올테니까요."

"시도해본건가?"

"실수로 괴물이랑 함께 잘라버린 적이 있거든요."

"아쉽군. 저 녀석이 없으면 널 가지기 더 편했을텐데 말이지."

 

 

무표정의 그녀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는 존재를 본다. 2M가 넘는 키에 존재는 인간이 아니다. 그것은 일단 외견으로부터 알 수 있었다. 하늘과 파랑색의 중간정도의 색인 피부, 자연적으로 나올 수 없는 분홍색의 머리카락, 길고도 뾰족한 귀. 그리고 얼굴에 하나 밖에 없는 커다란 푸른색의 외눈은 어딜 보아도 인간과는 동 떨어진 외모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괴물이나 인외에 존재와 싸웠던 그녀에게 있어 그리 무서운 외모는 아니었다. 묘하게 인간과 비슷한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고, 이미 그 체온도 알고 있다.

 

 

"적이었던 존재를 갖고 싶다니... 외계인들의 보스는 특이하신 분이시네요."

"싫은거냐?"

"글쎄요. 서두가 없어서 무엇이 싫은건지 모르겠어요."

"내가..."

 

 

감정이 베이지 않았던 목소리에 장난기가 담긴다. 아니 장난기와는 얼핏 비슷했지만 틀렸다. 정면으로 나누고 싶지 않은 주제이기에 일부러 피하고 있었다. 미약하게 비뚤어진 감정을 방패로 삼아 그녀는 외계인들의 보스를 바라본다. 분명 적이었으며, 자신을 죽일 수 있는 존재. 그 손에 죽어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하는 존재. 그런 그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감정이 사실은 두려운 그녀였다. 마법소녀들에게는 어울리는 그 감정만은 아니길 바라며, 이어질 말을 기다린다. 허나 그 목소리는 죽었을거라 여긴 괴물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어 묻혀버린다.

 

 

"죽인게 아니었나?"

"흐음- 생각보다 질긴 목숨이네요. 아 기계이니 조금 틀리려나."

"너는 충분히 강한데도 가끔 덤벙되는군."

"질리셨나요?"

"그럴리가. 그런 면모도 마음에 들었다."

"... 당신은 정말 특이하신 분이에요."

 

 

괴물이 내려친 일격을 한손으로 받아낸 그. 아무런 힘든 기색도 없는 그에 오히려 괴물이 당황하고, 둘은 태연하게도 대화를 나눈다. 자신을 무시하고 얘기를 나누는 둘에 괴물은 화가 난 것인지 다른 팔로 공격한다. 허나 그 공격이 그들에게 닿기 전 무언가에 베어져 땅에 떨어진다. 부스러기가 없을정도로 깔끔하게 잘려진 단면. 그것을 이루어낸 것은 검은 무언가. 마치 의지를 가진 듯이 일렁이는 그것은 어찌보면 천과도 비슷했다. 허나 그렇다고 하기엔 틀린 그것은 그녀의 발밑에서부터 뻗어 나와 있었다.

 

 

"너의 그림자였나. 여전히 날카롭군."

"그림자라기엔 조금 틀리지만... 칭찬이라면 감사해요."

"감사하다면 오늘 데이트는 어떻지?"

"...... 농담도 잘 하시네요."

"진심이다."

"이걸 쓰러뜨리면 생각..."

 

 

예전 자신의 몸을 잘라냈던 것인데도 전혀 경계심이 없는 외계인에 그녀는 묘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예전 자신은 그의 손으로 인해 죽을뻔 했었기에. 허나 그때 적으로서 싸웠던 자신들이 지금 태평스럽게 대화하다 못해, 외계인들의 보스는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말도 안되며, 어이없는 일. 그래도 왠지 자연스럽다. 이렇게 느끼는 이유가 자신이 멀쩡한 마법소녀가 아니기에 그런걸까라고 생각하며, 그녀는 반농담적으로 제안한다. 그리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산산히 부서지는 괴물에 조용히 무기를 거둬들인다. 더불어 기대심을 담아 자신을 보는 커다란 푸른 눈동자에 웃음이 나올듯 했다.

 

 

"자, 이제부터 나와 데이트다."

"... 전 생각한다고 말할려고 했습니다만."

"모습은 이정도면 괜찮나?"

"...... 사람 말을 들으세요."

 

 

기대심에는 미안하지만 사실 데이트할 마음은 전혀 없었기에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눈앞의 외계인은 이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자신을 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잠시 고민한다. 현재 자신에게 호의적이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의 적이다. 거기다 자신은 데이트에도, 너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그의 감정에 호응해줄 마음도 없다. 지금은 아직 그가 자신을 향해 보이는 감정의 이름을 그것이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무척 비슷하다. 책에서 배운 감정과 무척 비슷해서 두려웠다. 사랑 이라는 감정과 무척 흠사해서 거리를 두고만 싶었다.

 

 

"당신의 단순한 흥미에 어울려 줄 수 없어요."

"단순한 흥미?"

"당신은 제가 그때 별난 반응을 보였기에 이러시는게 아닌가요?"

"...... 일부러인가?"

 

 

자신의 말에 굳어지는 표정이 보여왔다. 일부러가 맞았다. 피하기 위한 대사였다. 자신들의 관계가 다시 확실한 적으로 바꾸기 위해서... 그가 다시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 한번 눈을 깜박이자 외계인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자신들이 마법소녀와 나쁜 외계인으로 보일지 궁금했다. 허나 쓸데없는 궁금증이었다. 지금은 주위에 누구도 없었기에 그 해답을 얻을 수 없다. 아쉬움을 느끼는 사이 다가오는 손이 볼을 감싸도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그런거라 여겼다."

"....."

"허나 갈수록 흥미라기엔 꽤나 복잡스런 감정이다. 너를 온전하게 가지고 싶다. 너의 전부를..."

"제가 보기엔 그저 신기한 것에 대한 욕심이군요."

"정말 그랬다면 너는 이렇게 멀쩡한 거리 위에서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지 않았을거다. 이 마법소녀의 옷이 아닌 내가 준비한 옷을 입고 마치 인형과도 내 곁에 서 있었을거다."

"무서운 말씀이네요."

"무섭다라... 그런 반응이라도 반박하기 힘들군. 난 원래 이 지구를 침략하러 온 침략자니까."

 

 

스윽하고 볼을 쓸어내린 그의 엄지손가락이 자상하다. 침략자의 손길이라기엔 상냥했다. 그리고 자신도 마법소녀라기엔 이상한 태도다. 악이었고, 아직 악일 수도 있는 존재를 공격하고 있지 않다.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내팽겨치고 있다. 아니 그 이전에 자신의 소망이 더욱 빨리 이루어질 수 있는 순간인데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자신에 그녀는 이상함을 느낀다. 점점 어딘가 흔들리는 자신을 인지해간다.

 

 

"마법소녀이기에 나를 죽이고 싶다면 전력으로 와도 된다. 그때마다 다 받아주도록 할테니."

"죽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그런건가요?"

"글쎄다. 하지만 너에게라면 죽어도 괜찮겠지."

"... 이해할 수 없어요."

 

 

마법소녀와 적의 대장. 분명 돌리고 싶은 관계였는데, 막상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정의의 사도는 흔들린다. 정의감도 그리 없고, 그저 소망만을 위해 괴물들을 처치해온 자신이다. 그도 소망을 위해 이용할 속셈인데, 건내지는 그의 모든 것이 한없이 상냥한 것 같아 흔들리고 있다. 만약이란 상상이 그녀의 머릿속을 물들인다. 허나 곧 그것이 용서가 되지 않는 관계라 정해버린다.

 

 

"더욱 강해질게요. 적어도 당신과 대등해질만큼 강해질게요."

"그 다음은 무엇을 할거지?"

"당신과의 싸움 결과에 상관없이, 마법소녀로서 끝을 맺을거에요."

"너와 난 다른 관계가 될 수 없는건가?"

"....... 없어요."

 

 

설령 다른 관계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해도 마법소녀는 지워버린다. 그 길에도 어쩌면 행복이 있고, 어느 누군가가 생각하는 해피엔딩도 있다. 하지만 안된다. 자신이 결정한 엔딩은 이기적인 해피엔딩이다. 마법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해피엔딩. 허나 그게 어울린다. 어울리지도 않는 프릴이 달린 치마를 입고, 리본을 달고, 약간은 높은 힐를 신고, 비뚤어진 이유로 정의를 행하고 있는 자신에게는 말이다. 그렇기에...

 

 

"다크매터의 두목, 보로스. 당신은 저와 적입니다."

"나는 그걸 바라지 않는다. 마법소녀. 아니, 사유라."

 

 

그녀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변하지 않을 관계를 말한다. 그것은 다짐이기도 했다. 절대로 그와는 적으로 남겠다는...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한때 적이었던 존재는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마법소녀가 꿈꾸지 않는 관계와 미래를 바란다. 누군가가 본다면 참으로 믿기 힘든 장면. 허나 둘만이 남은 거리엔 다른 사람들은 없었다. 가면과도 비슷한 미소를 짓는 마법소녀, 그런 마법소녀를 애타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외계인. 누가보아도 평범한 관계도 아닐 뿐더러, 적이라기에도 표현할 수 없는 그 광경은 누구도 모른다. 오직 둘만이 서로를 볼 뿐이다.

 

 

"당신과 제가 적이 아닌 날은 모든 것이 끝난 뒤일거에요."

"네가 마법소녀로서 끝을 맺는 날을 말하는건가?"

"... 그때가 되면 저는 해방이 될테니까요. 마법소녀에서..."

"기다리마. 그날을..."

"그때에는 저는 당신과 싸울 힘이 없을텐데도 말인가요?"

"상관없다. 말하지 않았나. 너를 온전히 가지고 싶다고..."

 

 

이상했다. 마법소녀인 자신보다 눈앞의 외계인이 더욱 순수하게 느껴졌다. 가슴이 아파왔다. 두려운데도 그 마음에 한순간 기쁘다고 느껴버린다. 동시에 미안했다.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미안함을 느낀다. 아마 그는 그날이 와도 자신을 가질 수 없을 것이기에... 그 누구도 자신을 가질 수도, 잡을 수도 없을 것을 사유라 자신이 가장 알고 있다. 끝을 맺어, 해방이 된다. 그것이 의미하는 광경을 아는 것은 자신 뿐이다. 아니, 지금은 이 자리에 없는 사이타마도...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박인다. 커다랗고도 맑은 푸른색의 눈동자가 보여왔다. 자신이 보아온 어느 눈보다 예뻤다. 무심코 입맞춤을 하고 싶어질 만큼...

 

 

"그럼 그날을 저도 기다릴게요."

"정말인가?"

"그날은 저에게 있어 특별한 날이 될테니까요. 그럼 이제 가볼까요?"

"응?"

 

 

사유라는 다시 미소를 지어보인다. 아까의 가면과도 같았던 미소가 아니었다. 작지만 부드러운 미소에 보로스는 기쁨을 느낀다. 그녀에게 한발 다가섰다는 감각에 가슴이 근질거렸다. 그러다가 손에서 벗어난 사유라의 말에 이해하지 못한다. 빛에 감싸이더니,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가 자신이 아까 앉아있던 테이블로 돌아간다. 이미 식어빠진 커피를 단숨에 들이킨 작은 입술은 적셔져 살짝 윤기가 났다.

 

 

"데이트 가자면서요."

"진짜 해줄건가?"

"당신이 기다려준다고 했으니까요. 아니면 취소할까요?"

"아,아니다! 간다! 갈거다!"

"그럼 얼른 변장하세요. 그 모습이면 신고당할테니까요."

 

 

들려온 말에 제안했던 당사자가 믿지 못한다. 조금은 심술궂게 말하자 당황하며 황급히 답하는 외계인에 그녀는 후훗하고 웃는다. 처음보는 웃음에 잠시 멍하니 있던 그는 급하게 아까의 인간모습으로 변하더니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한 여성의 옆으로 다가간다. 나란히 서서 걷는 것도 처음이라 묘한 긴장감을 느끼는 자신의 손을 잡는 약한 힘과 온기에 놀라 바라보자, 거기엔 사유라가 자신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시선을 느낀 것인지 아니면 행한 일이 있어서인지 그녀가 자신을 보더니 한번 더 후훗하고 웃는다.

 

 

"데이트인데 손 정도 잡아야 할 것 같아서요."

 

 

들려온 말에 답지 않게 망설이더니 그도 손을 맞잡는다. 손 안에 있는 그녀의 손은 작고도 따스했다. 그 감각이 너무도 좋아, 데이트가 끝나도 놓고 싶지 않았다. 가슴이 다시 간질였다. 이름 모를 감정이 가슴 속에서 태어난다. 그녀라면 알고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 보로스였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저 이번 데이트로 그녀와 더 가까워지길 빈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특별한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그렇게 우주를 두려움에 떨게 한 악의 보스와 악을 무찔려야하는 마법소녀는 손을 잡고, 어느새 돌아오는 사람들 속으로 사라진다. 어느 카페에의 테라스의 테이블 위엔 비어진 커피잔이 남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