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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후군 합작] 보로사유 - 웃지마라

サユラ (사유라) 2017. 3. 19. 19:06

드림 [증후군 합작] 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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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모션 증후군>


울고 싶은데도 소리내어 울지 못하는 증후군.

울고 싶을 때 소리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거나 손으로 입을 막는 행동으로 자신의 울음소리를 내비치지 않으려는 심리상태

 

 

 

 

 

 

 

 

 

 

 

 

눈을 뜬다는 행위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행동이기에 보로스는 딱히 아무런 감흥도 없다. 다만 무언가 허전했다. 그것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가 나타난다. 뒷모습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가 있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하는 존재다.

 

 

"사유라."

 

 

'어째서 잊었던 것일까'. 속으로 자신을 질책하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끌어안기 위해 뻗었던 팔이 도중에 막힌다.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아 그는 나아가지 못한다. 그녀에게 닿지 못한다. 당황함보다는 짜증과 분노가 먼저 느껴졌다. 가볍게 쳐도 부서질거라 여겨 주먹을 휘두르지만 소용이 없다. 이번엔 조금 더 강하게 쳐본다. 허나 또 소용이 없다. 제길이라고 작게 짜증이 섞인 흘러나온다. 강하게 치자고 정한 그는 혹시 모를 일이 있을지 몰라 그녀에게 조금 물러나라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여온 모습에 그 말은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녀가 울고 있다. 언제 뒤를 돈 것인지 자신을 향한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자신이 보지 않는 많은 것들을 담아내던 연브라운의 눈동자. 자신만을 담아내기를 바랄 정도로 아름다운 눈동자. 그 눈동자로부터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울음소리 하나 없이 우는 그녀로 인해서 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소리없는 공간에 물방울이 바닥에 낙하를 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그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들이 있는 공간은 심할 정도로 소리가 없다.

 

 

"왜 또 우는거냐."

"......"

 

 

언제나의 대화다. 보로스는 사유라가 울 때마다 이렇게 묻는다. 그건 우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니다. 그저 우는 이유를 알기 위해, 걱정에 의해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물음이다. 아니, 물음으로 가장한 그녀에게 닿기 위한 절차의 첫 부분이다. 그리고 사유라는 답이 없다. 이것도 익숙하다. 이제는 제법 이유를 알려주게 된 그녀지만, 예전에는 바로 답해주지 않았다. 그저 눈물을 흘렸다. 무엇도 말해주지 않으면서...

 

 

"기다려라. 곧 이걸 부수고 갈 테니까."

"....."

 

 

대답이 우선이 아니다. 일단은 눈앞의 보이지 않는 벽이 문제다. 설령 대답을 들은다 해도, 벽이 있는 한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렇기에 보로스는 최근 힘을 억누르는데 익숙해진 팔에 오랜만에 억제를 푼다. 그리고 강하게 벽을 친다. 하지만 벽은 꿈쩍하지 않는다. 말도 안되는 일에 당혹스럽지만, 동시에 짜증이 일어나 그의 미간이 좁혀진다. 혹시나 사유라가 불안해할까 살펴본다.

 

 

"미안해요."

"왜 또 사과하는거냐. 또 뭘 생각한거냐."

"미안해요."

 

 

들려온 사과의 말. 이것도 익숙하다. 그녀는 울 때면 미안하다고 했다. 마치 눈물을 흘리는 행위자체가 잘못한 일인 듯이... 불안함이 언습한다. 최근에는 사과하는 말도 줄어들었다. 기뻐서 우는거라며,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던 사유라를 보로스는 떠올린다. 허나 지금 보이는 모습은 과거의 모습과 흡사하다. 자신과 연인이 된 직후, 늦은 밤 혼자 깨어나면 혼자 울던 그녀와 똑같다. 그가 왜 우는지 물으면 그저 사과만 하던 그때의 그녀와 같다. 지금보다도 한없이 위태하던 때와 같다.

 

 

"악몽이라도 꾼거냐? 아니면 가족이 떠오른거냐?"

"....."

"이 벽을 부수고 가마. 곁에 있으마. 그러니 제발..."

 

 

초조함이 그를 언습해온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던 두려운 상상이 그녀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렇기에 부탁한다. 하지만 보로스는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말하는 것조차 싫은 단어가 차마 나오지 않았다. 사유라는 그를 바라본다.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에 괴로워하는 벽 너머의 존재가 비쳐진다. 그러자 고요하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아 역시 이렇게 되버리네요."

"사유라?"

"저는 역시 당신의 곁에 있으면 안되는 거였어요."

"왜 그런 말을 하는거지? 나는 네가 필요하다고 했다. 너는 내 곁에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힘이 없는 목소리가 고요한 공간에 퍼진다. 그가 다시 본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다. 눈물을 흘리며, 흐릿한 미소를 지어내고 있다. 한번 더 흘러나온 목소리엔 확신이 담겨 있어, 보로스의 불안함은 커져만 간다. 한 여성을 설득하기 위해, 붙잡기 위해 한 때 우주의 패자였던 남자는 문장을 만들어낸다. 허나 들려온 답변은 짧았다.

 

 

"미안해요."

"사유라."

"미안해요."

"그만해라."

"미안해요."

"사과하지 마라!"

"... 미안해요."

 

 

같은 말만이 작은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마치 그 말만을 아는 듯이 사유라는 반복한다. 그의 부름에도, 외침에도 그녀는 사과를 반복할 뿐이다. 쌓여가는 미안하다는 말만큼 작은 물방울들이 바닥에 고인다. 미소는 어느새 지워져 있다. 눈물의 주인은 엄청난 기세로 벽을 치는 남자를 바라본다. 참을 수 없는 감정에 두 손으로 입을 막아버린다. 흘러나올 것만 같은 울음소리를 억누른다.

 

 

"미..안해요..."

"사유라!!!!"

"미안해요. 보로스... 저는 역시 버틸 수 없어요."

"무엇을 말이냐. 나는 네가 어떠한 인간이든, 과거를 가졌든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

 

 

자신에게 목이 찢어질 듯 큰 목소리로 외치는 보로스에 사유라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숨을 참으며, 울음소리와 흐느낌을 막아낸다. 이번에도 소리없이 우는 그녀를 그는 보게 된다. 참아내고, 감추면서 우는 그녀를 안아주지 못하는 상황에 미쳐버릴 듯 했다. 이대로 잡지 못하면 가장 두려운 일이 벌어질거란 나쁜 예감이 사라지지 않아, 보로스는 전력으로 벽을 친다. 허나 보이지 않는 벽은 멀쩡할 뿐이다. 마치 그를 비웃듯이 작은 금 하나 생기지 않는다.

 

 

"보로스..."

"난 기다려 줄 수 있단 말이다. 전부... 너의 전부를... 그런데 왜..."

"미안해요. 우리 둘은... 만나선 안됐던 거예요."

"아니다... 나는 널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너를 만나 나는..."

"결국 이렇게 둘이 슬퍼지는데요?"

"참을 수 있다."

"저는 무리에요."

 

 

작은 목소리가 자신을 불러, 그는 주먹질을 멈춘다. 그녀를 만나 알게 된 절망이 짙어져 간다.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는 것을 참는 그에게 사유라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모든 울음소리를 삼켜 그녀는 미소를 지어낸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은 플라스틱 통이다. 하얀색의 통엔 무어라 적혀있다. 낯설지 않은 통에 보로스의 눈이 커진다.

 

 

"그건..."

"끝이에요."

"안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요. 그리고 당신도, 저도 이제 해방이에요."

"그만둬라!!! 먹지마라!"

"...... 미안해요. 보로스..."

 

 

작은 통 속에서 꺼내지는 작은 동그란 것들을 그도 알고 있다. 과거, 그녀가 죽기 위해 먹었던 독약이다. 자신이 전부 먹어 없앴던 색색의 독약이 하얀 손에 올려진다. 마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과도 같은 자태는 보로스의 등골에 익숙한 한기를 선사한다. 사유라는 그의 외침에도 독약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미소와 함께 죽음을 입안에 넣는다. 누군가 보았다면 자살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괴로워 보이지 않은 모습. 오히려 행복한 듯이 웃는 그녀에 그의 괴로운 비명만이 울려 퍼진다.

 

 

 

 

 

 

***

 

 

 

 

 

 

다시 눈을 뜬다는 행위를 했다고 자각을 한다. 떠진 눈으로 보여지는 빛들은 방금까지와는 달랐다. 언제나의 방은 조용했지만, 고요한건 아니다. 보로스는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체 숨을 고른다. 방금까지 보았던 광경들이 꿈이라고 알아차리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보로스, 일어났어요?"

"......"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는 가운데 들려온 목소리. 미동도 없던 눈동자가 움직여,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본다. 거기엔 가까이 다가오는 사유라가 있다. 자그마한 미소를 지은 그녀가 있어, 그는 아까의 광경을 떠올린다. 그녀에게 닿을 수 없던 꿈의 광경이 선명히 떠오른다.

 

 

"보로스? 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안색이 나빠 보여요."

"......"

"혹시 어디 아프세요?"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채는 그녀에 보로스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본다. 섣불리 손을 뻗지도 못한다. 아까처럼 닿지 못할까란 불안함이 그를 속박한다. 사유라도 잠시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침대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누워있는 그의 이마에 손을 대본다.

 

 

"음- 열은 없는 것 같은데... 아 외계인이라 인간이랑 다르게 봐야하나."

"....."

"보로스, 아프면 아프다고 말씀 주세요. 아니면 혹시 저처럼 악몽이라도 꾸신 건가요?"

"...... 악몽... 아, 그래 그건 악몽이었다."

"드문 일이네요. 보로스가 악몽을 꾸..."

 

 

이마에 닿아온 부드러움과 온기는 선명하다. 그럼에도 쉽사리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를 움직이게 만든건 그녀가 내뱉은 어느 단어다. 보로스는 그제야 자신이 단순한 꿈이 아닌 악몽을 꾼거라고 자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미미한 미소를 짓는 그녀의 말을 끊어버린다. 지금만큼은 미소를 보기 싫어 가녀린 몸을 침대 위로 넘어뜨린다. 자신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존재가 환상이 아닐까란,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 그다.

 

 

"보로스?"

"웃지마라... 지금만큼은 웃지마라... 부탁이니까."

"......"

"무리하는 거라면, 견딜 수 없을 만큼 힘든 거라면 웃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

"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말아주길 바란다."

 

 

사유라는 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자신의 볼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본다. 두번째다. 그녀가 보로스의 눈물을 보는건 이번으로 두번째다. 처음 그의 눈물을 본 날은 눈이 가득하게 내리는 날이었다. 그때의 눈물이 안도의 눈물임을 알고 있다. 허나 지금의 눈물은 틀리다. 불안함과 슬픔이 짙게 베인 목소리는 낯설지 않다. 마치 자신이 악몽을 꾸었을 때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아니, 비슷한 정도가 아니다. 똑같다. 그도 자신처럼 그만의 악몽에 괴로움을 느낀다는걸 알아차린다. 또한 그것이 자신과 관련 되어 있다는 것도...

 

 

"당신도 악몽 때문에 우는군요."

"......"

"걱정말아요.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않아요. 무리하고 있지도 않고요."

"정말이냐? 아니, 지금은 이란 말은 나중에..."

"어지간히도 그 악몽이 심했나봐요. 오늘은 보로스가 저보다 더 어두우세요."

 

 

보로스는 다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에 악몽을 또 떠올린다. 색색의 알약을 입안에 넣어, 죽음을 맞이하려던 모습이 지독스럽게 선명하게 떠오른다. 작은 머리 양 옆을 짚은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온 힘을 다해 끌어안고 싶다. 그녀가 여기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를 어디에도 보내고 싶지 않아 속박하기 위해. 그런 자신을 모른 체,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짓는 사유라에 보로스는 속이 타들어간다.

 

 

"차라리 네가 울면 좋겠다."

"그 말씀은 처음 듣네요."

"넌 언제나 소리없이 울거나 참아내니까. 그게 더 널 괴롭게 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는다."

"...... 왜 말하지 않으셨어요?"

"이걸 말하면 네가 더욱 무너질 것 같아서였다."

 

 

언제나 말하지 못한 말을 꺼내버린다. 그는 악몽에 의해 참아왔던 말을 해버린다. 자신이 이렇게도 나약했던가 하고 분해하는 그를 사유라는 아무런 말없이 바라본다. 보로스도 그녀를 바라본다. 또르륵, 연브라운 색의 눈동자에서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것에 놀라는 연인을 바라보는 여성은 입을 연다.

 

 

"미안해요."

"... 역시 나를 두고 떠나려는 거냐?"

"아니라니까요. 그저 당신이 저 때문에 또 괴로워 하셔서 사과한 거에요."

"꿈속의 넌 내게 미안하다고 하고 가버렸다."

"그건 저답네요. 그래도 틀려요. 저는 악몽이 아니에요."

"......"

"보로스, 이리와요. 이번에는 제가 당신을 안아드릴게요."

 

 

불안함에 떠는 그를 향해 사유라는 두 팔을 뻗는다. 보로스는 천천히 몸을 숙여, 자신의 팔보다 훨씬 가녀린 팔 안으로 들어간다. 이윽고, 그녀는 품안에 들어온 그의 머리를 끌어 안아준다. 자신보다 훨씬 무거울 그의 몸무게일 텐데도 짓눌리는 감각이 없다. 결국 자신에게 한없이 상냥한 그라고 사유라는 생각한다.

 

 

"언제나랑 반대네요. 평소엔 제가 안기는 쪽인데..."

"... 이번에 우는 이유는 뭐지?"

"미안하고도 당신이 너무 상냥해서요. 그리고 그로인해 기뻐서요."

"괴롭지 않은거냐."

"괴로워요. 당신을 괴롭게 해서, 동시에 너무 행복해서..."

"역시 무리하고 있는거잖느냐."

"아니에요. 그런거 아니에요. 방금 말했잖아요. 행복하다고......"

 

 

묘하게 나긋한 대화가 오고간다. 사유라는 보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여전히 흐르는 눈물이 침대의 시트를 적신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팔을 풀지 않는다. 그저 가슴에 퍼지는 아픔과 행복을 느낀다. 품안의 온기를 느낀다.

 

 

"예전에도 말했죠? 행복해서 아프다고..."

"그랬었지. 나는 모르는 감각이다."

"몰라도 되세요. 아뇨, 몰라주세요. 이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니니까요."

"그럼 너만 더 괴로운게 아닌가?"

"아니에요. 이건 제가 견디고 익숙해져야 할 문제에요. 어찌보면 병이라고 해도 될지도 모르겠네요."

"병?"

"쉽게 나을 수 없는 병일까요. 그래도 낫고 있어요. 조금씩 치료되고 있어요. 보로스 덕분에."

 

 

보로스는 자신의 머리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안는 팔에 기쁨을 느낀다. 동시에 아주 조금 괴롭다고 느낀다. 그녀가 자신으로 인해 괴롭다고 하기에... 어쩌면 이것이 그녀의 병과 비슷한걸까 하고 고민하는 사이에 정수리에 다른 온기를 느낀다. 그것이 그녀의 입맞춤임을 알아차리는데 그리 걸리지 않았다.

 

 

"저도 힘낼 거에요. 무리한다면 당신에게 말할 거에요. 너무 괴로우면 당신에게 기대볼 거에요."

"정말이냐."

"네. 왜냐하면 보로스는... 제가 나약해도, 느려도 떠나지 않을거잖아요. 당신은 저를 기다려 주고, 함께 해주실 거잖아요."

"......"

"틀린가요?"

"전부 맞다."

 

 

보로스는 알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나약함에 대해 얼마나 거부감과 미움을 가졌는지. 누군가에게 그것을 보이기 싫어하는지도. 그것은 자존심으로 인한게 아니다. 그로인해 주위의 존재가 그녀에게 가질지 모르는 어느 시선을 두려워 하는거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타존재에게 자신을 감추고, 참으며, 거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부정한다.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힘낸다고 했다.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 보로스는 그것이 한없이 기쁘다. 오직 자신만이 그녀의 이런 말을 들었을 테니까.

 

 

"너를 만나기 전까지 이러지 않았다."

"......."

"너를 만나기 전까지 이렇게 불안함이나 두려움에 떨던 날들은 없었다."

"저도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이렇게 누군가를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이런 행복한 나날도 바라지 않았고요."

"후회...하나?"

"오늘의 보로스는 정말 불안쟁이네요."

 

 

그의 귓가에 그녀의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고개를 들자, 이제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그녀가 있다. 자신을 보며 웃는 그녀가 있다. 그것만으로 답을 알 수 있어 안도한다. 악몽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꼼짝하지 않던 팔을 움직여, 따스한 몸을 끌어안는다. 보로스는 다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오늘은 이대로 쭉 있자."

"이제 일어나셔야죠. 저도 집안일을..."

"이대로 있자."

 

 

어리광이라고 사유라는 생각한다. 커다란 몸을 지닌 그가 자신에게 어리광을 부려, 그녀는 웃는다. 보로스는 웃을 때마다 살짝씩 떨리는 몸도, 들려오는 고동소리도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두 가지와 온기, 향... 모두 그녀가 여기 있다는 증거이자, 살아있다는 증거이기에... 곧 '어쩔 수 없네요' 라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이 느껴진다. 한없이 평화로운 시간. 지루하고도 공허했던 우주의 시간들이 멀어져 갔다. 악몽의 자취도 옅어진다. 그는 이내 눈을 감고 따스한 품에 마음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