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타로합작] 하데스&사유라 - 은자 (정방향)

サユラ (사유라) 2017. 12. 18. 01:32

* 드림 [죽음합작]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하데스 아이도네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우정드림


*게임 원작에서의 네타바레(스포내용)가 있습니다. 민감하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카드 - 은자 (정방향)

 의미 - 경험칙, 고상한 조언, 은닉, 정신, 신중, 사려깊음, 배려, 단독 행동




 

 

 

 

 

 

 

 

 

모형정원의 어느 숲 속. 햇빛도 적당히 들고도 바람이 잘 통하는 작은 공터에 나타난 인물. 숲의 녹음에도 잘 녹아드는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과 그와 대조되는 붉은색의 눈동자를 지닌 남자. 그는 무언가를 찾는 것인지 이리저리 둘러본다.

 

 

"여기가 아닌 건가."

 

 

아쉬움이 짙게 베인 낮은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진다. 하데스는 찾는 인물이 보이지 않아 한숨을 쉰다. 벌써 4일째 모습을 보지 않는... 모형정원의 임시교자이자 자신의 친구인 여성을 그는 찾고 있다. 허나 이틀 동안 찾아 다녔으나 보이지 않는다. 달 아래에서 밤하늘과도 같던 검은 머리카락 한 가닥도 보지 못했다. 아니, 낮이라면 햇빛을 받아 미약하게 갈색이 띌거다 라고 생각하며 하데스는 다시 다리를 움직인다. 이번에는 자주 비밀의 티타임을 갖던 들판으로 향한다.

 

 

"없어..."

 

 

확 트인 넓은 들판에 도착한 그. 허나 그 넓은 들판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잔잔한 바람에 풀들만이 파도같이 흔들릴 뿐이다. 이틀이란 시간동안 이미 몇 번이고 왔지만 역시나 없는 여성에 하데스의 어깨가 축 쳐진다. 언제나의 자신의 불행인가하고 중얼거리면서 들판의 한복판으로 걸어간다. 그곳은 몇 번이나 누군가가 자리를 잡았던 것인지 풀들이 눕혀져 하나의 자리가 생겨나 있었다. 4일 전에 있었던 비밀의 티타임을 떠올리던 그는 어떠한 소리를 듣는다. 설마하고 찾던 인물일까 하는 기대심에 고개를 돌렸으나 시선을 돌린 그곳에는 한 그루의 나무와 한 마리의 숫사슴이 있다. 그것도 숫사슴은 훌륭한 뿔을 가진 채, 왜인지 그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눈빛에 하데스는 익숙한 감각을 떠올린다.

 

 

"설마..."

 

 

그의 머릿속에 언젠가의 운동회가 주마등과 같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와는 다르지만 동물로 인한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예감이 신을 압박한다. 잠깐의 시선 교환이 이루어졌을까, 사슴은 전속력으로 하데스를 향해 달렸고, 신도 전속력으로 도망친다. 하데스는 그 높지 않은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들판을 벗어난다. 허나 사슴은 그 뒤를 쫓아간다. 그러한 신과 동물이 짜릿한 술래잡기를 하는 모습을 누군가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겨우 학교로 도,돌아왔다..."

 

 

술래잡기로부터 겨우 해방 된 하데스. 힘겹게 돌아온 학교의 운동장 한 구석에서 숨을 고른다. 그런 그의 귓가에 복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진정이 된 숨을 한번 내쉰 뒤에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엔 축구를 즐기는 다른 신들의 모습이 보여왔다. 수업이 없는 날인만큼 그들은 생기가 넘치는 얼굴로 축구를 즐기고 있었다. 학기 초기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모습에 그는 저절로 입꼬리를 올린다. 허나 자신의 불행에 그들이 말려들까, 물러나기로 먹는다. 하지만 그런 그를 부르는 목소리.

 

 

"하데스씨."

"아, 유이."

 

 

자신을 멈춘 인물은 현재 자신을 포함한 신들에게 정말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존재였다. 인간들의 대표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형정원으로 온 밝고도 상냥한 소녀, 쿠사나기 유이. 언제나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소녀의 부름에 하데스는 기쁨을 느끼지만, 동시에 아쉬움을 느낀다. 유이에겐 미안하지만, 찾던 인물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는 섭섭함이었다.

 

 

"어디 다녀오신 건가요?"

"잠깐 이곳저곳에... 유이, 혹시 사유라를 보지 못했나?"

"사유라씨라면 방금까지 여기 있었어요."

"정말인가?"

"네."

 

 

유이의 질문에 답한 하데스는 설마 하는 마음에 묻는다. 그러자 들려온 답변에 한 번 더 기쁨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녀가 아직 모형정원에 있다는 기쁨과 엇갈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말이다. 허나 그것도 곧 기대감으로 바뀐다. 금방 쫓아간다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은 희미하게 웃는다.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나?"

"그것까지는..."

"......그런가."

 

 

찾는 존재의 행선지를 알아내지 못한 그의 어깨가 추욱 처진다. 그러자 유이는 미안함이 담긴 눈동자를 짓는다. 소녀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자신 때문에 곤란하게 했다고 신은 생각한다. 무거운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른다. 짙어지는 무수한 목소리가 더욱 강하게 짓누르게 만들었다. 결국 자신은 불행을 불러오는 존재라고 생각하던 순간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온다.

 

 

"위험해!!!"

 

 

목소리에 반응해 두 사람은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거기엔 동그란 무언가가 자신들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라오고 있었다. 그것이 축구공이란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피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판단한다. 허나 피하기엔 늦었고, 하데스는 꼼짝도 못하는 유이를 감싼다. 이윽고 공이 무언가에 맞는 소리가 울린다. 허나 둘 중에 누구도 아픔을 호소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상황에 두 사람은 조심히 눈을 뜬다.

 

 

"하데스씨, 어떻게 된 거죠?"

"모르겠어. 분명 우리 쪽으로 공이 날라 왔는데..."

 

 

의아해하는 유이와 하데스. 분명 공은 그들 쪽으로 날라갔다. 거기다 둘은 피하지 못했다. 헌데 유이는 몰라도 하데스도 맞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그가 날라 오는 공들에 툭하면 맞았었다. 그렇기에 하데스는 자신이 맞을 거라 여겼다. 하지만 자신과 유이가 맞지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주위를 살펴보는데, 공이 자신들의 곁으로 굴러오는 모습이 보였다. 굴러온 방향은 자신들의 뒤... 그가 뒤를 보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와 발소리가 들려왔다.

 

 

"백부, 요정씨! 괜찮아?! 괜찮아?!"

"둘 다 괜찮아?!!"

 

 

뒤로 향하던 시선을 앞으로 돌리니 거기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다른 신들이 보여 왔다. 그 중 아폴론과 타케루의 목소리가 유독 컸다. 그제야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게 된다. 그들의 실수로 날라 온 공이었다는 걸...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은 공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미안해! 미안해!! 내가 공을 너무 세게 차버려서!"

"괘, 괜찮아요. 아폴론씨. 하데스씨도 저도 무사하니까요."

"그래, 우리 둘 다 무사하니 된 거다. 그리고 공이 날라 온 것도 아마 또 내 불행이..."

"그렇지 않아! 백부 탓이 아냐. 둘 다 무사하잖아? 무사하잖아?"

 

 

진심으로 사과하는 아폴론에 그와 유이는 화를 내기는 커녕 웃어 보인다. 대신 그는 자신의 불행이라고 결정하며 우울해한다. 허나 반박해주는 아폴론의 말에 안도감과 위화감을 동시에 느낀다. 안도감은 자신을 위하는 누군가의 마음 덕분에, 그리고 위화감은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언제나라면 저주로 인해 자신이 공을 맞았어야 했다. 헌데 공은 자신들이 맞지 않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갔었다. 하지만 분명 방향은 자신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런데도 눈을 감은 그 짧은 시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공의 방향이 바뀌었던 거다. 영문 모를 일에 아직도 땅에 붙어있는 공을 바라본다.

 

 

"근데 이상하네. 갑자기 공이 둘 앞에서 방향이 미묘하게 틀어졌잖아?"

"아 혹시 아폴론 방금 그거 새로운 기술? 갑자기 휘는 마구 같은 거☆"

"에? 아니야, 아니야!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된거면 좋겠다! 좋겠어!"

 

 

타케루가 꺼낸 의문에 로키가 특유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끼어든다. 의도였는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그덕에 분위기가 밝아져 하데스는 내심 안도한다.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어두워진게 아닐까란 고민이 흐릿해진다. 한결 편해진 마음에 그제야 위험하다고 알려준 목소리의 주인을 찾는다. 하지만 찾지 못한다. 그 주인은 자신들 사이에 없기에.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던 누군가는 자리에 없다.

 

 

"아폴론... 혹시 우리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준 사람을 못 봤나?"

"음~ 목소리는 들었는데 모습은 못 봤어. 것보다 익숙한 목소리였는데... 그치? 그치?"

"그랬나? 난 모르겠던데."

 

 

혹시나 란 마음에 물었으나 아무도 보지 못한 누군가. 하데스는 어쩌면 그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게 아닐까란 걱정과 함께 자신이 찾던 여성이 아닐까란 희망을 갖는다. 하지만 이상함을 느낀다. 만약 그녀라면 왜 자신들에게로 오지 않았을까 란 의문이 그를 감싼다. 어쩌면 어떠한 일에 휘말린게 아닐까란 불안함이 신의 마음을 흔든다.

 

 

 

 

 

하데스는 다른 신들과 헤어져 다시 혼자 사유라를 찾아다닌다. 이번에는 그녀가 자주 가는 장소 중 하나인 도서관에 발을 들인다. 문을 열자 도서관의 주인과 눈이 딱하고 마주친다. 짙은 푸른 눈동자엔 적나라한 짜증이 담겨 있어 한 순간 하데스는 움츠려든다. 허나 확인해야만 하기에 그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연다.

 

 

"여기에 사유라가 오지 않았나?"

"네코라면 없다."

"그렇다면 어디에 있는지 아나?"

"질기군. 나는 오늘 오전에도 그 질문에 답했을 텐데."

 

 

딱 잘라 답하는 상대방. 자신의 시간을 방해한 것에 대한 분노한 것인지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그런 토토의 태도에도 하데스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녀와 같이 교수를 맡은 토토는 자신들보다 찾는 이와 오랜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에 끈질기게 묻는다. 혹시나 란 마음에 몇 번이고 묻는다. 허나 그럼에도 건내지는 대답은 차갑고도 날카롭다.

 

 

"그럼 부탁 하나 해도 되나? 사유라를 만나면 내가 찾았다고 전해주지 않겠나?"

"내가 왜 네 녀석의 부탁을 들어줘야 하는 거지?"

"그건..."

"애초에 네가 네코에게 그렇게 신경쓰는지 모르겠군. 친구라고 그렇게 귀찮게 하면 미움을 받을 거다."

 

 

자신의 부탁에 들려온 대답이자 질문에 하데스는 답하지 못한다. 거기다 이어진 토토의 말에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미움을 받는다. 그것은 그가 오랜 시간동안 각오하고도 받아들인 일이다. 자신의 불행으로 누군가가 곤란해져 멀어지는 것도,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허나 사유라가 자신을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흔들린다. 모형정원에서 처음으로 친구가 되어 준 상냥한 여성이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장면을 상상해버린다. 그것은 예상한 것보다 신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 순간 떠올려지는 어느 날 밤의 티타임...

 

 

"아니, 사유라는 그렇지 않을 거다."

"무슨 확신이지?"

"사유라는... 내게 의심하지 말라고 했었다. 내가 친구가 된 것에 기쁘다고 해주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때의 말을 나는 믿고 있다."

"........"

 

 

그랬다. 밤하늘 아래, 달빛을 맞으며 같은 시간을 보낸 어느 날 밤... 그날 하데스는 상냥한 말을 들었다. 따스하고도 자상한 손길을 받았다. 거짓 없는 목소리와 미소를 보았었다. 친구라고 마음껏 말해도 된다고 했던 사유라였다. 그랬던 그녀가 자신을 미워할 일이 일어날까? 아니, 그런 일은 없다. 자신이 잘 못 본게 아니라면, 신이 될 여성은 그렇지 않을 거다. 그녀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상냥하다. 설령 그걸 당사자가 부정하고 있다해도 그에게 있어 그녀는 상냥하다. 그리고 타인을 진심으로 미워해 본적이 없어 보였다. 그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웠지만, 그것 또한 사유라의 상냥함이라고 생각하며 명부의 신은 확실하게 답한다. 자신과 반대되는 색인 푸른 눈동자로부터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한다. 그 후, 지혜의 신이 입을 연건 고작 몇 초 후다. 허나 그 몇 초가 하데스에겐 꽤나 긴 시간으로 느껴졌었다.

 

 

"네 녀석, 생각보다 쉬운 녀석이군. 그 말을 고스란히 믿다니."

"윽..."

 

 

들려온 감흥이 없지만, 날카로운 지적에 하데스는 꽤 큰 데미지를 입는다. 토토는 우울해하는 하데스로부터 시선을 떼더니 한 순간 어느 곳을 보았다. 물론 그것을 우울해 하느라 하데스는 보지 못했다. 그렇게 우물을 팔 듯한 신을 다시 한 번 본 토토는 시선을 완전히 떼며 입을 연다.

 

 

"그래도 그 정도의 믿음이 없다면 힘들겠지."

"그게 무슨..."

"네코라면 옥상을 가끔 가더군."

"그, 그래? 알려줘서 고맙다!"

 

 

혼잣말과도 같은 토토의 말에 하데스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다시 물어보려 했지만, 찾던 이의 정보가 귀에 들어왔다. 사실은 그리 기대하지 못한 도움에 그는 토토의 말을 잊고 도서관을 나간다. 감사의 말은 했지만, 뛰다시피 나온 자신을 나중에 토토가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허나 그것은 상관이 없었다. 유이에 이어, 간신히 잡은 정보. 지금까지 옥상에는 가보지 않았었다. 어쩌면 이번에야말로 사유라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신의 몸을 움직이게 했다. 아직 조금은 다른 이들에게 거리를 두는 그답지 않을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동시에 깊이 빈다. 친구라고 당당히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무사하기를... 라며 말이다.

 

 

 

 

 

쾅하고, 제법 큰 소리를 울리며 닫힌 문을 토토는 짜증이 담긴 시선으로 노려본다. 나중에 한 소리를 할까 했지만 그만두기로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자,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향해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서관의 주인은 시선을 돌린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여성을 바라보며 토토는 입을 연다.

 

 

"이걸로 된 거냐, 네코."

"네, 이번에도 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토토씨."

 

 

거기엔 명부의 신이 애타게 찾던 존재가 걸어오고 있었다. 자신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감사의 말을 전하는 사유라. 오늘로 벌써 두 번째의 감사의 말이다. 오전에 한 번, 그리고 지금의 한 번. 즉, 그는 두 번이나 그녀를 하데스로부터 숨겨준 거다. 거기다 거짓말을 곁들이면서 까지 말이다.

 

 

"음침녀석... 네가 있을 때에 정확히 찾아오는군."

"그때마다 거짓말까지 해서 숨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있어요."

"좋은 태도군. 허나 감사의 말을 너는 할 필요가 있나? 나는 널 숨겨주는 대신 대가를 받아 갈텐데."

"그래도 감사한건 감사한걸요."

"내가 만약 너에게 키스라는 대가를 달라고 해도 말이냐."

"...... 네.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으니, 괜찮아요."

 

 

토토는 자신의 말에 일일히 답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속으로 '바보 같은 네코.'라고 혀를 찬다. 방금의 대화로 보였겠지만, 그는 그녀와 현재 거래를 한 상태다. 한 동안 하데스가 도서관으로 그녀를 찾으러 온다면 숨겨주는 대신 그녀는 토토의 말한 대가를 지불하기로 말이다. 거기다 그 대가에 한도까지는 정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답지 않다고 토토는 생각한다. 거기다 키스까지라니... 분명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을 그녀다. 아주 잠깐 늦어진 대답이 그 증거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답했다. 타 존재를 위해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란 의문이 목구멍 위로 올라온다.

 

 

"그렇게 그녀석이 너에게 특별한 거냐."

"하데스씨 말인가요?"

"음침 말고 누가 있냐."

"...... 아주 조금은 특별해요. 그는 이곳에서 제 친구니까요."

"그렇다고 그런 불길한 것을 가져온 거냐."

 

들려온 대답에 토토의 미간이 좁혀진다. 그것에 개의치 않는 사유라의 귀에 들려온 질문이면서도 책망이었다. 적어도 그녀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손을 들어 자신의 가슴 부근에 올린 임시교사는 미소를 짓는다. 부드럽고도 미미한 따스함을 담긴 미소는 눈앞의 신을 향한게 아니었다.

 

 

"하데스씨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고 싶었으니까요."

"그걸로 네 몸이 다치는데도 말이냐."

"고작 일주일뿐인걸요. 그리고 겨우 일주일 밖에 해내지 못 한 거죠."

 

 

토토는 흔들림이나 주저 없이 답하는 그녀를 바라본다. 눈에 잘 보이는 부분은 상처가 없다. 허나 걷어 올린 소매로 인해 드러난 팔에는 잘잘한 상처들과 치료한 흔적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 말고도 옷 안에 숨겨진 이곳저곳에 상처가 있음을 보건쪽도 담당한 그는 알고 있다. 대부분의 치료를 자신이 해줬기에. 그리고 팔에 생겨난 새로운 상처에 짜증을 느낀다. 무엇에 맞은 것인지 꽤나 부어오른 피부는 검붉은색이다.

 

 

"일단 치료다. 대가는 나중이다."

"언제나 죄송합니다."

"잘 아는군. 그리고 슬슬 그 음침도 눈치 챘을 거다.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상관없어요.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니까요."

"너나 그 음침이나 은근 고집불통인 점은 똑같군."

 

 

토토는 자신의 말에 무엇이 좋았던 것인지 작게 웃는 사유라를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분명 멍 말고도 새로 생겨난 상처들이 있을 것이기에 속으로 짜증낸다. 동시에 그녀를 찾고 있을 신에게 두 개의 감정을 느낀다. 허나 그것을 애써 묻어두며, 친구를 위해서란 이유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녀를 걱정한다.

 

 

 

 

 

토토로부터 정보를 얻은 날 이후로 이틀이란 시간이 지났다. 하데스는 계속 사유라를 찾아 다녔으나 한 번도 보지 못했었다. 목격담이 있다면 무작정 찾아가보고, 있을 법한 곳은 당연하게도 몇 번이나 갔었다. 허나 우연이라기엔 매번 엇갈리기만 한다. 거기다 최근 이상한 감각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불행으로 인한 사고가 줄어들었다. 아주 자잘스런 불행은 여전했지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다른 불행들이 최근 일어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을 향해 퍼붓던 저주의 목소리가 아주 미약하지만 약해졌다.

 

 

"역시 사유라가..."

 

 

작게 중얼거리는 그의 눈동자는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이 안 된다며 애써 외면하던 일이 맞다는 확신이 서서히 선명해져만 갔다. 그녀와 티타임을 가졌던 날의 밤 이후로 불행과 저주는 옅어졌고, 그녀는 마치 자신을 피하는 듯이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 최후의 수단으로 제우스에게 물으니 그 일에 관해서는 자신을 입을 열지 않겠다면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거절했었다. 그것으로 더더욱 확신이 차버린다. 사유라가 자신의 저주에 관해 무언가 관여를 했다는 것을...

 

 

"얼른 사유라를 만나야 돼. 정말 내 생각대로라면 그녀가 위험해."

 

 

온갖 장면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자신이 겪었던 불행한 일들을 그녀가 겪는 모습과 그리고 그로인해 다치는 모습이 이상하리만치 선명하게 상상이 되었다. 그것은 명부의 신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니, 불안만이 아니라 두려움까지도 선사한다. 처음으로 자신이 다가가 친구가 된 존재가 괴로워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신을 괴롭힌다. 그런 불안감에 하데스는 모형정원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허나 어느 곳에서도 사유라를 찾지 못한다. 이윽고 신의 힘이 봉인이 된, 인간이 된 몸은 지쳐버린다. 결국 그는 다리를 멈추고 아주 잠깐의 휴식을 가진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숨이 차올라 헐떡이면서도 사유라만을 생각하는 하데스. 점점 부풀어 오르는 불안함과 걱정이 그를 짓눌러오고 있었다. 자신이 그렇게도 두려워하던, 자신의 불행과 저주로 누군가가 상처 입는 일이 일어났을거란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에게 상냥함을 준, 이제는 모형정원에서의 시간이 지나도 계속 친구로 지내고 싶은 존재라는 것이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가만히 있으면 더욱 괴로워져 다시 움직이려는 찰나 하데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숲의 끝자락에 있던 그의 시야 안으로 그토록 찾던 이의 모습이 보여 왔다.

 

 

"사유라..."

 

 

숲에서 벗어나면 보이는 작은 하천과 꽃들이 가득한 작은 들판. 그리고 그 하천을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에 사유라가 있었다. 하늘을 보며 천천히 자신 쪽으로 걸어오는 그녀에 하데스는 안도감과 불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그녀가 제대로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혹시나 정말로 자신의 불행에 그녀가 다쳤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불안했다. 그토록 애타게 찾아 다녔는데, 막상 그녀를 찾자 다가가지 못한다. 자신의 나약함에 분함을 느끼던 하데스는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낀다. 그저 가을이란 계절에 맞는 선선한 바람이었다. 허나 어쩌면 그녀에게는 춥지 않을까란 걱정에 사유라를 바라본다. 그녀는 다리의 중간쯤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람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기분 좋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언제나 보다 더욱 부드러운 미소에 신은 조금 더 안도한다. 보지 않은 동안 잘 지내었던 것 같음에 천천히 열려지는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대하게 된다. 분명 기분 좋음이 고스란히 담긴 부드러운 목소리가 나올 거라 여긴다.

 

 

"아아, 정말이지. 시끄러워."

 

 

허나 그 작은 입에서 나온 목소리와 말은 그의 예상을 뒤집었다. 차갑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는 평소 그녀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분명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음에도 달빛 아래서 상냥한 목소리를 건내 주었던 때와는 틀렸다. 혼란스러워하는 하데스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사유라는 다시 입을 움직인다. 그 순간 미소는 다른 색으로 물들여진다. 분노와 질책을 담은 미소는 차가움과 뜨거움을 동기에 담아낸다.

 

 

"당신들은 하나같이 한심하고도 최악이야."

 

 

누군가를, 아니 누군가들을 향한 말이었을까. 반박하는 그 말을 건내는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데스는 그녀가 대체 누구와 대화하는지 알 수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대화를 걸만한 상대는 없다. 그럼에도 사유라가 대화를 이어간다.

 

 

"하나같이 다 그 사람을 탓하고 저주하기만 하고. 나는 그리스 신화 쪽의 명부는 잘 모르지만, 당신들은 죄를 지어서 그곳에 간 거잖아? 당신들이 그 괴로움과 고통을 겪는 것은 자신들 탓이야. 그런데도 왜 그 신에게 그렇게 저주하는 거야? 적반하장이야?"

 

 

그리스 신화, 명부, 괴로움, 저주. 하데스는 들려온 단어에 그녀가 누구와 대화를 나누는 것인지 알아차린다. 그 존재는 자신이 아니면 이 모형정원에서 아무도 들을 수 없을 터다. 저주를 받는 자신이 아닌 이상... 그들은 죄를 지어 명부의 깊은 곳에 떨어져 고통 받는 영혼들. 그리고 명부를 다스리는 그는 그들을 지옥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들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없음에 그 탓을 자신에게로 돌려 저주를 퍼붓고 있다. 아무리 신이라도 그 거대한 저주를 막지 못해 받는 하데스는 오랜 시간 저주와 함께 했다. 그리고 상관이 없을 그녀가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점점 아니기를 바랬던 일이 일어났음을 그녀로 인해 증명되고 있다.

 

 

"나는 당신들의 고통을 몰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의 그 저주는 불합리해. 꼴불견이야. 그가 무엇을 잘못했어? 그는 그가 해야 할 일을 한 거야. 당신들이 저주할 존재는 그가 아니라고. 그렇게 저주를 하고 싶다면 자신이나 저주할 것이지. 왜 그 상냥한 신을 괴롭게 하는 거야."

 

 

그녀는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자신을 위해서... 평소와는 틀렸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이 기쁜 하데스다. 자신을 위해 진정으로 화를 내주는 여성에 신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고맙고도 무엇으로도 보답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다른 신들이나 유이도 그녀처럼 얘기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가장 먼저 망자들에게 화를 내준 것도, 상의는 없었지만 저주를 가장 근접하게 바라봐 준 존재는 그녀다. 아직 신이 되지 못한, 아직 인간에 가까운 자신과 친구가 되어준 그녀가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해 준 것 같았다. 겁이 많은 자신에게로 다가와 줬다고 느낀다.

 

 

"하데스씨를 놔둬. 그는 행복해져야 할 존재야. 그를 괴롭히지 마. 그는 내게 고마운 존재야."

 

 

화를 내던 목소리가 잔잔해지더니 부탁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먼 곳에 있는 존재들에게 그녀는 부탁하고 있다. 지금 그녀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망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자신에게로 향해지는 저주가 아까보다 작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착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하데스는 그 감각이 착각이라고 생각지 못한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더욱 특별해지고 있다. 그것을 전하고만 싶었다. 그렇기에 하데스는 걸음을 내딛는다.

 

 

"왜 여기에 하데스씨가..."

"사유라, 하고 싶은 말이 있..."

 

 

자신의 등장에 표정이 바뀐다. 의아함과 당혹, 희미하지만 두려움이 담겨지는 눈동자를 그는 봐버린다. 얼핏 그것이 어떠한 이유인지 알게 된다. 어찌할 수 없는 닮은 부분 때문일까. 그것에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며 하데스는 그녀에게로 다가간다. 사유라는 자신에게로 가까워지는 하데스에 꽤나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고,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허나 무슨 불행일까, 거기엔 작은 돌맹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돌을 밟아 발이 삐긋하고, 그로인해 몸에 균형이 무너진다. 그것도 물쪽으로 말이다. 순식간이었다. 하데스가 물 쪽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팔을 잡은 것도, 그리고 같이 물에 빠진 것도. 둘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함께 얕은 하천에 빠져 폭삭 젖어 있었다. 다행이라면 하천은 그들의 무릎도 종아리까지 밖에 안 되는 수위라 둘은 떨어진 그 자리에 앉는다.

 

 

"괘, 괜찮나? 어디 다치지 않았고?!"

"아... 괜찮아요."

"진짜인가? 진짜지?"

 

 

잔뜩 걱정이 담긴 하데스의 질문에 사유라는 조금 멍하니 있다가 답한다. 그녀의 대답에도 안절부절 못하며 이곳저곳 눈으로 살펴보는 하데스. 사유라는 어느 의미 불품 없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다. 머리카락이며 옷이며 모두 젖은 채 우왕좌왕하는 명부의 신. 그 모습에 작게 미소를 지은 그녀는 두 손을 들어, 하데스의 양 볼을 잡아 늘린다. 영문 모를 상황에 하데스의 몸은 딱하고 굳는다.

 

 

"진정하세요. 저는 괜찮아요. 하데스씨는요?"

"나, 나흔 개안타."

 

 

침착한 그녀의 모습에 하데스는 얼떨결에 답한다. 허나 양 볼이 잡혀 늘려져서인지 제대로 된 발음이 나오지 않았다. 꽤나 바보 같은 말투였다고 자각한 하데스의 눈에 안심했다는 감정이 담긴 눈동자가 보여왔다. 그리고 볼에서 떨어지는 온기를 알아차린다.

 

 

"그런 조금 안타까운 말투까지 하는걸 보니 정말로 괜찮나 보네요."

"그건 네가 볼을 잡아 늘려서잖나."

"그 상태에서 답한 건 하데스씨에요. 보통은 그 상태에서 답하지 않을 거에요."

 

 

사유라의 말에 그는 절로 끄응하고 반박하지 못한다. 언제나의 대화다. 둘만이 있을 때의 그녀다. 아까의 차갑고도 날카로운 그녀와는 틀렸다. 자신이 본게 한 순간의 환상이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환상이라고 생각하기엔 그 모습이나 그녀가 화를 내준 장면은 강렬했다. 하데스는 잠시 그녀를 말없이 바라본다. 그리고 알아차린다. 젖어서 안이 보이게 된 흰 와이셔츠 속에 붕대나 밴드들을...

 

 

"사유라... 그 상처들은..."

"아, 별거 아니에요. 제가 멍 때리고 있다가 어디 부딪혀서 생긴 것들이에요."

"정말인가?"

"......"

"내 저주를 일부 가져간 것으로 인해 생긴게 아니고?"

"......"

 

 

처음의 질문에 태연하게 답한 사유라. 허나 재차 확인하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하데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 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에도 사유라는 침묵을 유지한다. 방금까지 마주보던 연갈색의 눈동자가 시선을 내리는걸 그는 본다. 추측이 사실로 바뀐다. 한 동안의 침묵 후,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역시 민폐였나요? 제가 멋대로 당신의 저주를 가져간 것은..."

"민폐라니... 그런게 아니다. 하지만 그 저주는 위험한 거다. 나는 괜찮지만, 너는 잘못했으면 더 큰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른단 말이다."

"죄송해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하데스씨를 위한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나를 위한?"

"말했잖아요. 하데스씨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그것에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멋대로 저주를 조금 가져갔어요."

 

 

조심스럽고도, 미미하지만 걱정이 담긴 목소리. 그러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하데스는 무엇을 먼저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자신의 저주를 자신도 모르게 가져 간 것인지, 최근 6일 동안 자신을 피해 다닌 것인지, 그 기간 동안 힘들지 않았는지... 그리고 아까의 일에 대한 감사의 말을 하고 싶었다. 하데스는 그녀가 상처 받지 않도록, 주눅 들지 않도록 고민한다. 그 사이 사유라는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연다.

 

 

"제가 너무 부담스러웠다면 말씀해주세요."

"부담스러웠다?"

"...... 보통의 친구는 아마 이렇지 않을 거예요. 좀 더 자연스럽고도 다른 느낌일거에요. 하지만 저는 역시 잘 모르겠어요. 우정도, 친구도..."

"사유라..."

"저는 결국 제멋대로이고, 상대방을 곤란하게 할 뿐이에요. 당신을 위한 거라고 했지만, 결국 자기만족이었어요."

"......."

"그러니까 하데스씨 언제든 끝내도 괜찮아요."

 

 

먼저 물러나려 한다. 아니, 그녀는 신이 편하게 떠나가도록 하려는 거다. 전부 자신의 잘못으로 만들려 한다. 그녀 나름의 노력을 스스로 깎아내린다. 하데스는 가슴이 철렁인다. 만약 여기서 제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조금이라도 물러난다면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그게 너무도 싫었다. 이대로 자신만 받고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붙잡는다. 작은 상처가 있는 하얀 손을 꽉 하고 잡는다. 그로인해 놀라 바라보는 연갈색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사유라의 눈동자는 미약하게 흔들린다. 그 눈빛은 아까 다리 위에서 만났을 때와 같았다. 두려움이 담긴 눈동자. 혹시라도 상대방이 자신으로 상처 받았을까, 그리고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을까 두려워하는 눈빛이었다. 신은 동질감을 느껴버린다. 자신도 분명 같은 눈동자를 한 적이 있기에. 아니,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나약함이다. 씁쓸함을 애써 억누르며 그는 입을 연다.

 

 

"부담스럽지 않다. 그저 네가 다친게 가슴이 아프다. 그저 네가 무서운 일을 겪었을까 두려운 거다."

"......"

"보통의 친구가 아니면 어떠냐. 나도 잘 모른단 말이다. 보통의 친구도, 우정도... 그리고 너의 제멋대로라고 말한 일은 내게 있어 고마운 일이었다. 배려였다."

"배려요?"

"그래, 배려였다. 비록 너의 단독 행동이었지만, 내게 있어 따스한 배려다."

 

 

하데스는 필사적으로 전한다. 자신의 심정을, 고마움을... 그리고 끝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서투르기 짝이 없고도 볼품없는 모습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필사적이며 진심이다. 그녀는 유일하게 자신의 어둠에 들어오다 못해 일부 가져가 도와주려고 했다. 그리고 이미 포기한 나약한 자신과 달리 망자들에게 불평해준, 불합리를 따져준 존재다. 자신을 고마운 존재라고 해줬고, 행복을 빌어줬다. 그것이 그에게 있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랗고도 벅찬 고마움이자, 기쁨이다.

 

 

"그런... 저는 고마운 일은..."

"고마운 일이다."

"아니에요. 그냥 자기만족의 이기적인..."

"너는 정말이지, 둔한 상냥함을 지녔군."

"...... 하데스씨가 저를 너무 과대평가 하시는 거예요. 몇 번이고 말하지만, 저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좋은 사..."

"좋은 사람이다. 거기다 고맙고도 소중한 존재다. 그리고 그런 네가 나의 친구임에 어울리지 않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녀가 부정하려는 것을 하데스는 전부 막아내고 반박한다. 신에게 있어 눈앞의 여성은 이제 하나의 빛이다. 그것은 눈부신 햇빛과도, 신비스러운 달과도 틀린 빛. 조금 위태하지만 한 없이 부드럽고도 따스한 빛이다. 그리고 은인과도 같아진다. 사유라는 하데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줬다. 그녀에게 고마운 존재라는 자신감, 행복해져도 괜찮다는 희망을 받았다. 이렇게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해주는 상냥한 그녀인데, 왜 약속한 기간보다 더욱 오래 인연을 이어갈 수 없을까... 라고 하데스는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낀다. 오래, 모형정원에서의 시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친구라는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고, 계속 만나고 싶다고 그는 욕심을 부린다.

 

 

"나는 너에게 전부 갚을 수 없을 만큼의 배려를 받았는데... 더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는군."

"갚지 않아도 괜찮아요. 저도 하데스에게 얼마나 고마운데요. 근데 욕심이라뇨?"

"...... 아직 말하지 못하겠다.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다면 그때 말해주마."

"왠지 하데스씨 치고는 조금 건방진 느낌이네요."

"에?"

"농담이에요. 오히려 예전보다 더 멋있어지신 것 같아요."

"시, 신을 놀리면 쓰나."

 

 

갚지 않아도 된다. 그 말에 미미하게 가슴이 아팠다. 하데스는 알아차린다. 그녀의 안에서 그녀 자신이 한 일은 보답을 받을 만큼의 가치를 지니지 못한 거란 걸.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에 묘한 확신까지 들 정도로 알게 된다. 역시 자신들은 닮은 구석이 많다고 느끼는 가운데 그녀의 짓궂음에 당하게 된다. 당황하는 자신에 언제나와 같이 후훗 하고 웃는 사유라에 하데스는 안심한다. 허나 안심은 안심이고 얼른 학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떠올린다. 자신들은 지금 물에 쫄딱 젖은 상태. 자신은 모를까, 그녀는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기에...

 

 

"사유라, 학원으로 돌아가자."

"에스코트 해주실 건가요?"

"나로 괜찮다면... 기꺼이."

"그럼 잘 부탁드려요. 명부의 신님."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군. 너와 나는 친구사이잖나."

"... 그렇게 따지는 것부터가 친구라기엔 애매한 거예요."

"이게 우리들만의 방식이라고 정해두면 되지 않을까?"

"그럴까요?"

 

 

하데스는 일어나서 그녀에게로 손을 내민다. 사유라는 그런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린다. 하데스는 자신의 손보다 작고도 하얀 손을 꼭 잡고 일어서는데 도와준다. 그 사이에도 수다는 이어진다. 평범한 듯, 하지 않은 듯한 대화는 그들다운 형식이다. 둘은 물에서 나와 물을 짜낸다.

 

 

"맞다. 하데스씨."

"응?"

"이 저주 내일까지 제가 갖고 있을 거예요."

"위험하니까, 그냥 지금 돌려 주는게..."

"안돼요."

"너무 딱 잘라 말한 거 아닌가. 것보다 생각보다 고집이 있었군."

"맞아요. 그리고 그 고집에 어울려 주셔야 되는게 당신이고요."

"...... 친구로서 말인가?"

"그건 하데스씨 맘대로 생각해주세요. 물론 저는 따로 행동해도 상관없지만."

"아, 아니다! 내일은 같이 있자! 아니, 있게 해줘라. 으음, 매점에 새로 생긴 과자를 사서 같이 티타임은 어떤가?"

"좋아요. 그럼 내일 수업이 끝나면..."

 

 

어딘지 당돌하달까, 뻔뻔한 태도의 그녀에 하데스는 신선함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 새로운 그녀를 보았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허나 곧 그녀의 짓궂음에 휘둘려지고 한 순간이지만 식은땀까지 흘린다. 간신히 허락을 얻은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 내밀어져 온 손. 그것이 곧 아까의 에스코트의 이어짐을 해달라는 뜻임을 알고, 그는 조심히 잡는다. 이내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한다. 뚝뚝 물방울들을 떨어뜨리는 그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길 위에 남긴다. 하지만 둘은 신경 쓰지 않고, 자잘한 수다를 떤다. 그 모습은 연인으로 오해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에게 편한 친구사이로 보였다. 그렇게 둘은 6일간의 숨박꼭질을 끝내고 학원으로 돌아간다.

 

참고로... 학원으로 돌아간 둘은 지혜의 신에게 걸려 오래 설교를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