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히어로빌런 합작] 보로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7. 12. 23. 01:00

드림 [히어로빌런 합작] 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1)

 

어느 병원의 앞. 아무리 밤이라고는 하나 꽤나 큰 병원은 불빛 하나 없었다. 그런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는 누군가.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내부의 여러 가지에서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관리해주는 손길을 받지 못한 것인지 대부분 제색을 잃은 채였다. 검은 후드를 깊게 쓴 누군가는 온기도, 인적도 없는 로비를 걸어 나간다. 불빛이 없는 로비는 어둠 속이다. 허나 누군가는 거침없이 나아갔고, 어느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슬쩍, 문에 달린 팻말에 적힌 글자를 확인한다. '원장실'. 자신이 찾는 방임을 확인한 인물은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린다.

 

 

"아아, 드디어 오셨군요."

 

 

방 안에 들어서자 들려온 목소리는 여성의 목소리다. 건물만큼이나 세월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힘이 없음에도 반가움이 담겨 있다. 후드를 쓴 누군가는 조용히 문을 닫은 후, 여성에게 다가간다. 원장실은 그 이름에 걸맞는 모습이다. 그리고 다른 곳과 달리 폐건물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꾸준히 누군가의 손길을 받은 방 안은 전등이나 촛불 하나 켜지 안은 채, 창밖의 가로등으로 희미하게 밝혀져 있었다. 그런 방 안의 한 구석에 놓인 진료용 침대에 노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침대에 누워있고, 그 곁에는 아내분이 앉아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왔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런 노파의 소망을 들어주기 위해 이런 곳에."

"그런 말씀마세요. 저는 정당한 대가를 받기로 했으니까요."

"후후후, 당신은 소문보다 더 상냥한 사신이군요."

 

 

노파에게 다가간 그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젊은 여성의 목소리. 키와 톤으로 보건데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늙은 목소리는 아니었다. 허나 목소리도 말투도 부드럽고도 정중했다. 후드와 어둠 속에 얼굴이 가려진 이는 어른스러움을 두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노파는 감사의 말과 웃음을 보인다. 사신이라 불린 여성은 잠깐의 침묵을 가진 후, 이야기를 이어간다.

 

 

"의뢰내용을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죽음을 원하는 분은 누구십니까."

"저와 여기의 제 남편입니다."

"...... 그리고 복수를 원하신게 맞습니까?"

"네. 제 가족을 괴롭게 만든 자들에게 복수를 해주세요."

 

 

노파에게 의뢰를 확인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림이 없다. 사신이라 불린 여성은 자신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하는 의뢰인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목례한다. 그것이 자신의 소망을 들어주겠다는 의미이기에 노파는 안심한다. 의뢰인의 표정을 살펴본 여성은 자리를 뜬다. 문을 열어 나가자 보여 온 커다란 존재가 그녀의 앞을 막아선다. 아니, 그저 있었을 뿐인데도 그 커다란 신장에 압박감이 있을 뿐이었다. 그도 후드를 깊게 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저는 밖에서 대기해달라고 했을 텐데요."

"보디가드란 가까이 있어야 하는 존재다만."

"과보호란 말을 아시는지."

"아쉽게도 그건 아직 공부하지 못한 단어군."

"시치미를 떼시긴..."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랄만한 상황임에도 여성은 담담하다. 마치 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 목소리로 추정하건데 남성인 듯한 상대방은 그녀의 말에 즐거움을 담아 답한다. 누가 봐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뻔히 드러나는 남자에 여성은 한숨을 내쉰다. 슬슬 익숙해지는 패턴에 미미한 곤란함을 느낀다. 변함없던 나날에 변함이 생겨버려서, 자신의 마음이 흔들려서...

 

 

"됐어요. 일단은 일을 하러가죠."

"이번에는 어디지?"

"아아, 그냥 흔한 악질적인 장사꾼들의 사무소랍니다."

 

 

더 이상 마음이 흔들리기 전에 애써 화제를 돌린다. 남성은 목적지를 묻는다. 그 질문에 답하는 사신의 목소리엔 방금까지 없던 들뜸이 담겨 있었다. 보통이라면 꺼릴 장소를 마치 소풍을 가는 장소마냥 이야기를 한 그녀에 남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가벼운 발걸음으로 로비를 걸어가는 지킬 존재의 곁을 따라갈 뿐이다.

 

 

 

 

 

(2)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야?!"

"... 정말로 한 개도 짚이는 구석이 없는 건가요?"

"으윽, 그건..."

 

 

밝은 전등 아래서 꽤나 비싸 보이는 양복을 입은 남성이 그녀의 앞에 주저 않은 채 외친다. 억울함과 공포가 섞인 질문에 그녀는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묻는다. 역질문에 남자는 찔리는 구석이 있는 것인지 시선을 돌린다. 잠시 침묵이 이어진다. 남자는 자신이 찬 손목시계의 소리만 들릴 정도의 정적에 숨이 막힌다. 뇌리에 스치는 자신의 부하들이 맥없이 죽는 모습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대로라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공포감에 입술과 목이 바짝 마른다. 그에 반해 등은 땀으로 흥건해서 찝찝했다. 살 수 있는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으려는 남자에게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당신은 죽고 싶었다 라는 경험이 있습니까?"

"... 갑자기 무슨."

"......"

 

 

갑작스런 질문에 순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 남자였으나, 곧 그것이 자신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길이라 생각해버린다. 그것은 너무도 제멋대로이며, 희망을 붙잡고 싶은 자의 필사였다. 그렇기에 남자는 깊게 숨을 들이키고, 목소리를 낸다. 남자는 일생에서 가장 필사적으로 연기와 거짓말을 짜낸다.

 

 

"있어."

"...... 정말입니까?"

"그래."

 

 

다시 정적이 둘을 감쌌다. 남자는 침을 한 번 꼴깍하고 삼킨다. 허나 그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놀란다. 혹시라도 눈앞의 여성의 심기를 거슬린게 아닐까하고 눈치를 살핀다. 허나 못 들은 것인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여성은 잠잠하다. 몇 분인지, 몇 초인지 모를 정적이 끊는 건 또 그녀다. 팔을 움직여 검은 후드를 머리 뒤로 넘긴다. 남자는 옷감이 스치는 소리가 그렇게도 크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후드를 벗음에 드러난 얼굴에 놀람을 감추지 못한다. 후드 안에서 드러난 여성의 얼굴은 보통이었다. 흔하고도 수수한 외모는 사신이란 별명이 어울릴 만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일반인들과 같은 외모. 허나 그것이 그의 공포를 더욱 증폭시킨다. 망설임 없이 사람을 죽이던 때와 외모의 갭이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군요. 당신에게도 있었군요."

"그, 그래! 있어! 그리고 미안해! 이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어! 경찰에게도 자수할 테니까, 제발 살려..."

"......."

 

 

잔잔한 목소리에 남자는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 이대로 잘만 한다면 죽지 않는다. 자신의 부하들 같이 허무하고도 무자비하게 죽음을 겪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남자는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한다. 잘못을 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끊긴다. 여성의 미소에... 부드러움과 요염함이 섞인 미소는 신비스러웠다. 평범하게만 보였던 여성이 다른 의미로 사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보여 왔다. 죽음의 직전까지 몰렸기 때문일까, 남자는 자신을 죽이지 않을 그녀가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사신이 아닌 여신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홀린 듯이 입이 열렸다. 목구멍부터 올라오는 감상을 꺼내는 남자다. 허나 그것은 이루어지지 못한다.

 

 

"거짓말쟁이."

 

 

부드러운 음성이 만들어낸 단어. 그 단어의 울림이 너무도 잔잔하여, 누구도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의 차가움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을 비웃는 듯한, 부정하는 듯한 그 날카로운 눈동자는 섬뜩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름다워 남자는 눈을 감지도 못하고 숨을 거둔다. 수정과도 같은 얼음에 갇혀 죽음을 맞이한다. 사신은 조각이 된 남자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지침과 비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저는 거짓말쟁이가 싫답니다."

 

 

 

 

 

(3)

 

모든 불이 꺼진 건물에서 나오는 자신을 이번에도 기다리고 있는 보디가드. 그런 그에 사신은 후드를 다시 쓰려고 했으나 저지된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가는 손목을 잡아낸 거다. 무슨 짓인지에 대해 묻는 눈빛에 남자는 대답한다.

 

 

"모처럼 얼굴을 드러냈는데 가리기는 아깝지."

"...... "

"거기다 오늘은 그 가면도 가져오지 않았잖나."

 

 

남자는 나머지 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싼다. 그 손은 사람의 손이라기엔 살짝 틀린 외견과 색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의 사람에겐 없을 푸른색의 피부는 특히 그걸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확실한 온기를 가지고 있어 살아있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자신이 죽인 사람은 지금쯤 온기를 모두 잃다 못해 제대로 눈도 감지 못했다. 문득 그것이 떠올라 가슴을 짓누른다. 남아버린 '착한 아이로'란 조각이 가슴을 찌른다.

 

 

"어디 아픈 거냐?"

"아니요. 그냥 살짝 지쳤을 뿐이에요."

"그럼 내가 옮겨주마."

"괜찮아요. 거기다 아직 일이 남았어요."

"그러니까 더더욱 힘을 아껴야... "

 

 

분명 표정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변화를 눈치 챈 상대방. 일순 떨린 심장소리를 무시하고, 그녀는 답한다. 거짓말을 한 자신에게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이는 그의 도움을 거절한다. 그것이 당연하고도 익숙하기에. 귀여움이 없는 자신을 설득하려던 그가 말을 끊고는 후드를 씌운다. 아까 전에는 말리던 인물이 왜 이제 와서 씌우는지 의문을 품은 순간 그의 손이 무언가를 잡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라 온 것을 간단히 잡아낸 그의 상태를 살핀다.

 

 

"괜찮은 거냐."

"그건 제가 할 말인데..."

"이런 장난감 같은 건 내게 딱히 상처도 못 낸다."

"...... 이거 총알이잖아요. 그것도 저격용."

 

 

자신에게 보여준 물건은 분명 저격소총에 쓰이는 총알이다. 거기다 크기도 평범한 총알보다 큰 특수한 것. 분명 그 위력이 상당할 텐데도 장난감이라 부른 상대방. 새삼 그가 평범하지 않음을 느낀다. 물론 자신도 이제는 평범하지 않지만, 눈앞의 존재는 종류가 틀렸다. 태생부터가 완전히 다르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그의 시선이 어딘가를 보고 있음을 알아차린 사신은 같은 방향을 보지만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평범한 빌딩들만이 있는 평범한 도시의 풍경이었다.

 

 

"정확하게 네 머리를 향해 날라왔다. 나중을 위해 죽이는게 어떠냐."

"...... 그 전에 보이세요?"

"아주 잘 보이지. 아직도 이쪽을 보고 있군."

"일단은... 죽이면 안돼요."

"너를 죽이려 했다만."

 

 

장난이라기엔 진지함이 담긴 낮은 목소리. 일순 그 안에서 느껴진 살기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허나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화제를 돌린다. 그는 대답을 하면서도 시선을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로 저격수를 보는 듯한 그에 사신은 말린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르나 그는 생명의 위협을 준 존재를 죽이지 않는 것에 의문을 품는다. 그녀는 그나마 보이는 입을 움직인다. 곡선을 그려 미소를 만들어낸다. 천천히 입을 열어 당연한 이유와 사실을 꺼낸다.

 

 

"전 악당이니까요."

 

 

짧은 한 문장이 끝나자, 골목에서 튀어나온 인물이 둘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보통이라면 들고 다닐리 없을 개틀링건. 무수한 탄환이 용서 없이 발사되었고, 소음이 없던 골목에 커다란 소리가 울린다. 많고도 강한 탄환들이 한 곳에 집중된 탓에 콘크리트가 부서짐으로 인해 먼지가 일어난다. 짙은 먼지는 마치 연막탄을 터트린 것만 같았다. 한참 후, 탄약이 떨어진 것인지 총소리는 멈춘다. 때마침 바람이 불어 먼지를 끌고 간다. 공격한 누군가는 숨을 죽여 결과를 확인한다. 그리고 보여 온 결과에 눈을 크게 뜬다. 거기엔 없었던 벽이 서 있어 방패가 되고 있었다. 무수한 총알자국이 남은 벽에서 목표물이 나오는 모습을 본다.

 

 

"그러니까 절 죽이려는 건 당연한 거죠."

"너는 그렇게 자주 모순적인 말을 하는군."

"... 악당이라 괜찮아요."

"조금 억지라고 생각한다만. 뭐, 일단 저걸 해치우고 오마."

"죽이면 안돼요."

"알았다."

 

 

죽을 뻔한 상황을 겪은 것 치고는 밝은 목소리를 내는 그녀. 더불어 둘은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더니, 그가 나선다. 개틀링의 남자는 다시 총을 쏘려고 했지만 늦었다. 눈을 깜박이자 20M 거리에 있던 남자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개틀링을 지닌 남자가 그날 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악마의 푸른 눈이었다.

 

 

 

 

 

(4)

 

사신이 다시 의뢰인에게 돌아갔을 때의 시간은 밤과 새벽의 중간. 창 밖의 풍경은 밤과 희미한 빛이 섞인 신기한 세계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아직 남은 일을 해결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복수는 완수했습니다. 당신의 가족을 괴롭히고, 많은 이들을 괴롭힌 자는 죽었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미안합니다. 이런 늙은이의 부탁으로 이 여린 손에 피를..."

"... 아닙니다. 저는 빌런. 딱히 죽이는 것에 무엇도 느끼지 못합니다."

"후후, 사신은 생각보다 거짓이 서투르군요."

 

 

사신은 임무의 결과를 보고한다. 그런 그녀에 노파는 감사와 미안함이 섞인 눈을 짓는다. 주름이 가득한 손이 하얀 손을 꼭하고 잡는다. 가로등 불빛에 희마하게 보이는 눈동자는 갈색이다. 그 눈동자는 흔들림 없이 의뢰인을 바라보았고, 담담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노파는 그런 사신에 웃는다. 그녀는 상대방의 말에 딱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럼 이제 우리들 차례군요. 아, 그전에 보수를 드려야죠. 여기요. 이런 작은 돈이라 미안해요."

"괜찮습니다. 모자른 금액은 다른 분에게 받았으니까요."

"그런가요."

"..... 그러니 걱정 마세요. 이제 편히 잠드시면 된답니다. 제가 두 분의 눈을 감겨드리겠습니다."

 

 

두께가 그리 두껍지 않은 봉투를 건내 받는 그녀. 안의 금액은 확인하지 않는다. 그저 외투의 안주머니에 넣을 뿐이다. 오히려 노파를 안심시키는데 더욱 신경 쓴다. 다정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한다. 사신이란 네임을 가졌음에도 그녀는 한없이 상냥한 눈빛을 짓는다.

잠시 후, 노파는 남편의 옆에 눕는다. 부부가 나란히 누운 모습을 확인한 사신은 숨을 잠시 고른다. 천천히 눈을 깜박인 후, 노부부를 바라본다.

 

 

"고통은 없을 겁니다. 그저 잠드는 것과 같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영감 우리 함께 잠들 수 있어요. 당신도, 나도 이제 편해질 수 있어요."

"......"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당신은 우리에게 있어 구원자 같으니까요."

"너무 과찬의 말씀이시군요."

 

 

언제나처럼 의뢰인에게 고통이 없음을 알린다. 노파는 계속 깨어나지 않는 남편에게 기쁨어린 대화를 건낸다. 그녀는 의뢰서에 적혀있던 내용을 떠올리고, 그리 희망 찬 내용은 아니었다.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아니면 노파의 상냥함인지 들려온 말에 사신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노부부의 이마에 각각 손끝을 닿게 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당신도 나중에 편히 주무세요."

 

 

마치 저녁인사와 같았다. 그저 잠들기 전에 나누는 인사 같았다. 다만 그들은 서로가 무엇을 담아 얘기하는지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서로 미소를 지어보일 뿐이다. 미소를 나누자, 사신의 손이 희미하게 빛난다. 푸른빛이 방안을 은은하게 밝힌다. 어딘지 그 빛은 달빛과도 비슷해 포근함을 준다. 노파는 천천히 눈을 감는다. 사신에게 마지막 말을 전달하며...

 

 

"고마워요. 상냥한 사신 아가씨."

 

 

진심어린 감사의 말이 사신의 기억에 새겨진다. 푸른빛도, 가로등의 빛도 사라진 방은 이제 새벽의 어스름한 빛으로 밝혀지고 있었다. 사신은 잠시 잠든 노부부를 바라본 뒤에 어디론가로 전화를 건다. 그녀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을 위해...

 

 

 

 

 

(5)

 

 

"수고했다. 사유라."

"일이 끝났다고 바로 이름으로 부르는 건가요."

"네가 정한 규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만."

 

 

병원에서 나오자 맞이해주는 보디가드가 부른 이름. 그것이 사신의 본명이었다. 꾸중하듯 얘기해보지만 상대방은 태연하게 반박한다. 틀린 말은 아니기에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사실은 딱히 문제가 없기에 넘어가기로 한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볼을 간지럽혔고, 절로 하늘을 향해 시선이 움직인다. 거기엔 이제 완전한 새벽의 하늘이 있었다. 문득 보고 싶은 푸른색이 떠올랐다.

 

 

"보로스, 후드 벗어주실래요?"

"네가 원한다면. 아, 기왕이면 너도 벗어주면 좋겠는데..."

"... 좋아요."

 

 

몇 시간 만에 부른 이름. 그 때문일까, 보로스란 남자의 목소리는 방금까지보다 밝다. 흔쾌히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요구해 오는 그에 사유라도 받아들인다. 이윽고 둘은 검은 후드를 벗는다. 사신에 눈에 비치는 보디가드의 모습은 이형이다. 푸른 피부와 분홍색의 머리카락, 뽀족하고도 긴 귀, 그리고 하나뿐인 커다란 푸른 눈동자. 누가 보아도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할 수 없는 외형. 허나 그녀는 무서움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커다란 푸른 눈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제 만족하나?"

"네. 보로스도 만족하시나요?"

"아니, 나는 오늘 말 잘들은 상을 받고 싶다만."

"뭘 원하시나요?"

"볼에 쪽."

 

 

보고 싶었던 것을 본 만족한 자신과 달리 그는 아니었다. 일한 만큼 보수는 줘야한다는 생각이기에 요구를 들어준다. 헌데 요구 내용이 너무도 그다워서 웃음이 나와 버린 사신이다. 후훗, 작은 웃음소리는 금방 사라진다. 하지만 보로스라 불린 존재는 확실하게 듣는다.

 

 

"내가 이상한 말을 한 건가?"

"아뇨. 당신답다고 생각해서요."

"좋다는 의미인가?"

"비슷해요. 자, 고개를 숙여주세요. 상을 드릴게요."

 

 

그의 질문에 사유라는 솔직하게 답한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는 살짝 애매하게 답한다. 변해가는 자신을 알려줄 수 없기에. 대신 원하는 상을 주기 위해 부탁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의 키는 너무 크기에... 그는 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쁨에 바로 허리와 고개를 숙인다. 사신은 그런 그가 귀엽다고 느끼며, 그 볼에 입맞춤한다. 그리고 입술을 떼자, 가둬지는 몸에 '역시나'라고 생각한다.

 

 

"사신에게 입맞춤을 받고 기뻐하는 건 당신정도 뿐일 거예요."

"그야 좋으니까 당연하거다."

"특이한 외계인씨."

 

 

몸이 점점 따스해져 감을 그녀는 느낀다. 새벽의 찬바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예전에는 없던 새벽이었다. 일이 끝나면 지독한 추위가 덮쳐오던 예전과는 달랐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에겐 너무도 과한 따스함이었다.

 

 

"저를 죽여주지 않았으면서..."

"곁에 있고 싶으니까, 싫다."

"그렇다고 빌런 곁에 계시나요?"

"나도 빌런이다만."

".... 아니요. 당신은 이제 빌런이 아니에요. 그저 보디가드죠. 빌런의 보디가드를 해주는 특이한 외계인일 뿐이에요."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라고 해두마."

 

 

툭하고 속마음이 내뱉어졌다. 그런 그녀에 보로스는 익숙하게 대응한다. 그리고 그녀의 억지에 장단을 맞춰준다. 사신이라 불리는 빌런 치고는 품안의 여성은 너무도 가녀리다고 외계인은 생각한다. 또한 빌런이라기엔 그녀는 결국 너무도 착하다는 것도... 받은 보수로 의뢰인들의 장례를 치뤄주는 사신은 어디에도 없기에. 거기다 습격했던 히어로들도 죽이지 않았었기에... 참으로 모순적인 빌런인 그녀였다.

 

 

"사유라."

"......"

"언젠가 네가 정말로 지친다면 그때는 내가 죽여주마."

"정말요?"

"대신 나도 함께 란 조건이다."

"...... 치사하군요. 그런 조건이라니."

"전빌런이니까. 이 정도는 치사할 수 있다."

 

 

자신의 말에 기뻐하다가 이어진 조건에 기운이 없어지는 사신에 그는 작게 웃는다. 자신의 목숨까지 곁들이자 망설이는 모습이 바보같이 착하다. 악당이라면 원하는 것을 위해 무언가의 희생정도는 대수롭지 않아야 하는게 그의 생각이기에. 하지만 그렇기에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자신과 다르기에, 자신이 아니기에, 그녀란 존재가 그런 형태로 존재해서 사랑스럽다고 느낀다.

 

 

"아 몰라요. 집에나 가요."

"졸린가 보군."

"3일 연속 일을 하면 지치는 법이에요."

"낮의 일을 줄여라."

"그건 싫어요."

"넌 은근 고집이 세군."

 

 

지침에 의한 짜증이 담긴 말에 보로스는 그녀를 안아올린다. 사신이라고 해도 체력은 사실 일반인보다 못한 그녀를 그가 옮겨준다. 그래서 낮에 일반인으로서 하는 일을 줄이자는 의견을 내보지만 거절당한다. 몇 번이고 거절한 그녀가 은근 고집쟁이인걸 얘기하자, 볼이 쭉하고 당겨진다. 아프지 않고도 귀여운 불만에 보디가드는 웃는다. 살짝 삐진 사신은 그런 보디가드의 품에서 지친 몸을 맡기며 눈을 감는다. 이제는 보이는 아침햇살은 너무도 눈부셔서 눈을 감는다. 밤이 끝나 사신은 휴식을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