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장기합작- 여름] 마야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8. 6. 30. 01:51

드림 [ 장기합작 - 여름 ]에 참여한 보이프렌드(베타)의 >마야마 쿄이치로<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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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로 직접 흘러 들어오는 노래는 요즘 자주 듣게 된 노래. 허나 그 노래에 집중하지 못하고 나는 그저 다리를 움직인다. 노래 사이로 파고드는 자동차와 사람들의 소리. 내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뚜렷한데도 그 내용은 흐릿하다. 이것은 언제나와 별다를거 없다. 사람들 사이로 걸어갈 때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니까. 지나치는 대화에 집중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런데도 오늘, 아니 이 순간은 왜 이리도 짜증날까. 



 "역시 여름인가봐."

 "그치. 햇빛이 달라. 오늘 선크림 바르기 잘했어."



 내 옆을 지나가는 커플의 대화가 훅하고 들렸다. 거기다 내용까지 제대로 해석된다. 짜증이 올라온다. 굳이 듣고 싶지 않은 내용은 이상하리만치 콕 집어 듣게 된다. 인간의 문제인가, 아니면 내 개인적인 문제일까. 아아, 모르겠다. 지금 그딴건 상관없다. 그저 지금 내 입안에서 맴도는 말은 이거다.



 "더워."



 속으로만 생각하려고 했던 말이 입밖으로 튀어 나온다. 아, 혼잣말을 줄이는게 좋다고 하던데. 모르겠다. 그건 지금 문제가 아니다. 제일 문제는 더위다. 구름 없는 하늘에서 직접적으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빛. 아스팔트 길은 그걸 받아 뜨겁고, 거기서 올라오는 열이 또 온도를 높인다. 더불어 높은 습도는 콤보를 이루어 찜통을 연상케 해준다.

 이래서 여름이 좋다고는 못한다. 이 더위는 매년 익숙해지지 못한다. 거기에 이곳 일본의 여름은 내가 살던 한국보다 심하다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 



 "휴일에 왠 고생이야..."



 입에서 절로 불평이 나온다. 허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내 안에서 반박한다. 모처럼의 휴일은 하지 못한 일들을 해야 한다. 평일의 대부분은 학교와 알바로 시간이 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편한 집에서 나와서 뜨거운 거리를 걷고 있다.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는 뜨겁고, 열기로 데워지는 몸에선 땀이 흐른다. 습도가 높음에도 숨을 쉬면 목이 메말라가는 기분도 든다.

 오늘 해야할 일이... 서점에서 참고서랑 만화 구입, 은행에서 돈 확인. 아, 진짜 덥네. 그리고 세일하는 옷이 있으면 적당히 하나 사고, 선크림도 사야겠지. 생각지 못한 지출만 늘어나잖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 와중에도 주륵하고 땀이 흘러내린다. 그게 끈적함으로 느껴져 짜증지수가 오르는데, 일순 머리가 어지러움을 느낀다. 찰나였지만 시야가 흔들린, 초점이 없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 그래. 나 오늘 그리 못잤지. 더위랑 기억나지도 않는 꿈 때문에 잔듯한 기분도 들지도 않았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휘청일 것 같은 몸에 억지로 힘을 주며 자리에 선다. 



 "갑자기 멈추지 말아요."

 "죄송합..니다."



 툭하고 누군가의 몸이 내 팔을 치고 지나간다. 아마 그 팔의 주인인 듯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갑자기 선 나로 인해 급히 이동진로를 바꾼 것이니라. 나는 그분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사과한다. 내가 들어도 작고도 힘이 없는 목소리가 그녀에게 닿았는지 모르겠다. 어지러움에 내리깔았던 시선을 올려도 보이는건 많은 사람들. 이미 여성은을 찾을 수 없었다.

 거리에 맞춘 시야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열기로 올라오는 아지랑이가 그들 뒤와 앞에서 일렁인다. 그 광경은 당연한 것임에도 멀리 느껴졌다. 얕게 징징 울리는 머리에 눈을 찡그리니 그 광경도 일그러지는 착각이 든다.

 아아,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해. 

 속에 울린 혼잣말. 분명 나 자신의 일이 분명한데 감정이 옅다. 차라리 덥다고 중얼거림 속에 더 짙은 감정이 있었다. 마치 별일 아니다란 듯한 태도. 아아, 그만하자. 다행인지 서점이 눈앞이다. 일단 서점앞까지만이라도...



 "하아......"



 아까보다 무거운 발을 옮겨, 겨우 도착한 서점 앞. 가게 앞 지붕으로 인해 만들어진 그늘아래에서 숨을 크게 내쉰다. 답답한 가슴속에서 미지근한 숨이 나왔다. 그러자 몸을 짓누르는 피곤함에 절로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들리는 노래에 머리가 더욱 울려 이어폰도 빼버렸다. 허나 그것도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수많은 소리가 막힘없이 들려왔다. 노래로 그나마 덜했던 소음은 가차없이 내 머릿속을 침투해 울린다. 좋게 다가오는 소리따위 없었다. 모든 소리가 내 머리를 때리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기분나빴다. 절로 손으로 입을 막아본다. 

 아, 갑자기 그 사람이 떠올랐다. 선생님은 지금쯤 무얼하고 계실까. 선생님 목소리는 거슬리지 않을까? 오히려 아픔을 모두 잊어버릴까. 그럴리가... 그래도 막상 떠올리니, 보고싶다. 하아, 이런 감정 사실 가질 줄 몰랐는데.



 "아무리 그래도 정말 만나겠어."

 "가게 앞에서 뭐하는 겁니까?"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어둠속에서 들린 목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헷갈릴 일이 없을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자, 내 고국 속담이 절로 떠올렸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정말 나타난거면 신의 장난쯤 아닐까 싶다. 그래, 이건 환청이다. 힘들어서 들린 환처...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마."

 "아."



 무언가가 이마를 툭하고 쳤다. 그 감각에 절로 눈을 떠버렸고, 보여온 건 커다란 손이다. 어디선가 본 손목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가까이 본 기억이 없는, 내가 알고 있는 손목시계.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보여온 인물에 일순 눈을 다시 감고 싶어졌다.



 "어디 좋지 않은 거냐? 설마 열사병에 걸린건 아니겠지?"

 "선생님..." 

 "일단 정신은 있는거냐. 그래서 여기에 왜 이러고 있는건지 설명하도록."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 갈색의 눈동자, 잘 자리잡고도 꽤 선명한 이목구비. 교사라기엔 너무도 멋진 외모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질문엔 짜증이 짙게 베어있다. 나는 그저 멍하니 그의 직함을 부를 뿐이다. 그러자 그는 눈쌀을 찌푸리며 설명을 요구한다. 아아, 데자뷰가 느껴지는 순간이다. 겨우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다.



 "잠시 더위를 피해서 서 있던..."

 "그거 뿐이냐."

 "네."

 "...... 알았다. 그런걸로 해두지."



 이유 중 하나를 밝혔다. 거짓말이 아니기에 찔리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다음의 질문에 답에 나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왜일까, 사실은 필요없는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해버렸다. 언제나처럼... 솔직하게 말해도 됐을 부분에 대해 감춰버렸다.

 하긴 겨우 두통인데 말할 필요도, 선생님이 아실 이유도 없지.

 그렇게 자기멋대로 생각하는 나를 선생님은 넘어가주신다. 나를 내려다보는 눈동자로부터 시선을 피했다. 이건 선생님의 걱정을 거절한거라 생각한데서 나온 반응일 거다. 모처럼 보고싶었던, 마음에 품은 사람의 내밀어져 온 손길을 쳐 내버렸다. 언제부터일까, 나는 이렇게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된걸까.



 "선생님은 어딜 가시던 길이 아닌가요?"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돌리기 위한 질문을 했다. 허나 들려온 대답은 차갑다. 아니, 당연한 대답이었다. 차갑게 느껴진건 내 멋대로의 감각. 선생님의 개인적인 일에 나는 관여된게 아니다. 그럴만큼의 친분도,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선생님이 주신 대답은 틀리지 않았다. 잘못한건 생각없이 건넨 나다. 

 아직도 답답한 가슴속에 퍼지는 아픔과도 비슷한 감각을 무시하고, 나는 선생님에게 사과드린다. 자신의 바보같음에 미약한 수치감을 느낀다. 아아, 다음부터는 조심하자. 라고 혼자 교훈을 쌓는다.



 "그럼 마야마 선생님, 저는 이만..."

 "급한 일이냐?"

 "... 아뇨, 그저 여기서 참고서를 살려고."

 "나중에 내가 같이 골라줄테니, 따라 오도록."



 ...... 네? 뭐라고요? 같이 골라주신다고요? 참고서를???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고 왜 따라오라고 하신거죠? 선생님? 선생님??? 저는 이 상황을 정말로 모르겠습니다만?

 내 안에서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한 질문들이 파파박하고 만들어진다. 어둑하고 무겁던 감각이 전부 날라가고, 당혹과 의문, 그리고 미약한 기쁨이 어찌할 수 없이 생겨난다. 바보같이 무의식이든, 아니든 설렘을 가져버린다. 원하지 않던 감정에서 오는 이 감각들은 곤란하다. 그리고 딱히 무엇도 못하고 선생님을 따라가는 자신에 소리없이 웃었다. 

 그리고 잠시 후, 도착한 장소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는 그저 내게 왜? 란 단어만을 떠올리게 했다.



 "선생님, 여기는..."

 "보면 모르냐. 소바가게다."



 아니, 그건 저도 간판이나 사람들이 먹는 모습을 보면 압니다만... 저는 왜 여기로 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디를 봐도 평범한 소바가게. 나는 선생님의 의도를 모른 채, 그저 입구에서 서 있는다. 그런 나를 놔두고 안으로 걸어간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 어찌해야할지 고민하던 나는 결국 선생님을 따라들어간다.

 선생님은 조금은 구석에 있는 자리에 앉으셨고, 나는 망설이다가 맞은편에 앉는다. 혹시라도 학교 관계자가 있지 않을까란 걱정이 들어, 가게 안을 둘러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적당히 선선한 가게안에는 아는 얼굴이나 교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혹시나란 불안함에 선생님을 보게 된다. 선생님은 다가온 점원에게 이미 주문을 하고 계셨다.



 "저는 소바로. 당신은 무얼로 하겠습니까?"

 "저,저도 소바로..."

 "소바 2개 부탁드립니다."



 내 걱정을 아시는지 아닌지 들려온 질문은 언제나의 경어였다. 학교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쓰는 경어. 가게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반말이었기에 일순 위화감을 느꼈다. 

 아니아니 생각해보면 반댓말이 더 위화감이 느껴져야 하잖아. 경어 쓰실 때가 훨씬 많고, 그게 더 나랑 선생님에겐 어울리잖아. 분명 반말은 선생님과 친하거나 오래 지낸 분들에게 쓸 말투일텐데. 어, 그럼 나는 어느쪽이지? 



 "시와가리."

 "네?"

 "또 멍하니 있다니. 너는 정말 그 버릇을 고쳐야겠군."

 "아, 죄송합니다."

 "그리고 자기 몸을 더욱 챙기도록. 보나마나 오늘 식사도 하지 않았겠지?"

 


 다시 돌아왔다. 반말로... 나한테는 반말이 더 편하신걸까. 뭐, 나로서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으니 상관없어. 정말 그냥 편하다란 이유면 상관없어. 그게 나로서는 더 좋으니까. 그것보다... 왜 선생님이 내 생활패턴을 알고 계신걸까.



 "와카사 녀석이 주절주절 얘기했다. 네가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는걸."



 .... 나중에 두고 봅시다. 와카선생님. 내일 학교에서 따질겁니다. 자기도 잘 먹지 않으시면서 내 얘기를 왜 하신건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어 봅시다. 진짜 그 가벼운 보건선생!

 내일 보건실에 쳐들어갈 계획을 세우며, 나는 선생님께 무어라 얘기해야할지 또한 고민한다. 선생님 말씀대로 나는 아직 오늘이란 시간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 먹었다면 더워서 마신 찬물 2잔 정도가 전부다. 거기다 아침 해뜨는 순간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잠들어서 일어난 시간이 점심 가까워져서 였으니... 이걸 곧이곧대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번에도 거짓말을 했다간 무어라 들을지 모른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선생님이 신경쓰시도록 만든점 죄송합니다. 그리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정말로 오늘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냐."

 "... 네."



 최대한 예의있는 태도로, 무감정적이지 않는 목소리로 선생님에게 사과와 함께 감사드린다. 그런 내 대답과 태도에 선생님은 확인을 위한 질문을 주셨고, 나는 솔직하게 답한다. 그러자 날카로워지는 시선에 고개를 숙여버린다. 주위는 얘기가 오가는 가운데 선생님과 나 사이에는 정적이 흐른다. 그때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



 "주문하신 소바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먹도록 하죠."

 "아, 네."



 정말 좋은 타이밍에 나온 소바와 가져다 준 점원. 속으로 점원분에게 감사의 말을 드렸다. 그렇게 점원이 가고 나는 젓가락을 든다. 하지만 곧바로 소바를 먹기가 어색해 힐끗하고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은 이미 소바를 입 안에 옮기고 계셨다. 스흡, 면을 먹는데도 그리 크지 않은 소리가 들렸다. 나 정도 되는 거리여만 들릴 정도의 소리. 깔끔한 식사법이란 제목이 어울릴 듯한 모습. 



 "저기에 남자분 잘 생기셨다~."

 "진짜 미남이시네."

 "어디에 모델이나 대재벌쪽 사람아냐?"



 네, 둘 다 틀리셨습니다. 이 분은 저희 학교에 무서운 수학 선생님이십니다. 참고로 미남인건 나름 우리 학교 공식적인 사실입니다.

 라며 혼자 속으로 어떤 코너같이 얘기한다. 들린 수다에 여성분들을 봤다가 다시 선생님을 본다. 대체 이 선생님은 어디까지 잘 생김을 어필하실까. 소바 먹는 모습도 잘 생기셨으니 말 다한 거지만... 그리고 여름에 맞게 입은 반팔 와이셔츠도 무척 잘 어울리신다. 학교에서와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 또한 눈길을 끄신다.



 "먹지 않고 뭐하는 거냐."

 "아, 잘 먹겠습니다."

 


 선생님의 지적에 그제야 젓가락을 움직인다. 조금의 면을 들어 장국에 담가 먹는다. 후룩,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내버린 소리. 그게 부끄럽다고 느끼면서도 우물우물 면을 씹는다. 언제나보다 작은 우물거림으로 먹는 나를 선생님은 모르실 거다.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지는 행동들은 눈앞의 남자는 모를 거다. 최대한 흉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려는 내 자신이 조금 바보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조금 우울한 생각을 하면서도 소바의 맛은 느껴진다. 누가 그랬던가, 너무 긴장하면 맛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적어도 지금의 나는 그 말에 동감하지 못한다. 아니면 그정도의 일이 아닌 것인지 소바가 맛있을 뿐이다.



 "맛있네요."

 "당연하지. 여긴 내가 마음에 든 가게니까."

 "..."



 그런 가게에 왜 절 데려오셨나요? 라는 질문에 목구멍 입구까지 올라왔다. 다행인지 꾹 참아낸 나는 그저 소바를 한 번 더 먹는다.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에 특별함을 담지 않기 위해 속에서 발버둥친다. 그런걸 담아낸다면 나는 분명 더위를 먹은 것이니라. 성실한 선생님이 나같은 사람에게 어떠한 특별함을 가질리가 없다. 그저 수학성적이 아슬하고, 멍때리기도 잘하는 교환학생 정도의 존재다. 

 절대로 마야마 선생님은... 내가 그에게 가진 종류의 특별한 감정을 나에게로 향할 일은 없을 거다. 그게 다행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씁쓸해는 진실이다. 

 그 뒤, 나와 선생님은 조용히 소바를 모두 먹고 가게에서 나온다. 가게를 나오자 곧 바로 달라붙는 더위에 절로 한 숨이 나왔다. 이 더위 속을 다시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어진다.



 "선생님, 소바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

 "내가 했던 말을 잊은 거냐?"

 


 소바도 먹었으니 절로 헤어질 때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나는 인사하고 서점으로 다시 갈 생각이었는데 들린 질문. 선생님이 하셨던 말을 떠올려본다. 계산대에서의 대화, 소바를 먹던 때의 대화, 그리고 서점 앞에서의 대화. 거기까지 거슬러 올라 가서야 나는 선생님의 의도를 눈치챈다.

 아, 그래도 소바까지 얻어 먹은 주제에 참고서 사는데까지 도움받기는 그렇지 않나. 성실한 분이시니까, 자신이 한 말은 지키시겠지. 그렇다 해도 역시 염치가 너무 없는 것 같아...



 "저기... 선생님 괜찮아요. 참고서는 저 혼자 살 수 있으니까."

 "호오, 기껏 내가 호의를 준다는데 거절인거냐?"

 "...... 잘 부탁드립니다."



 거절하고 싶었으나, 나는야 힘 없는 학생. 갑작스레 켜진 선생님의 귀신모드에 저항할 수 없었다. 더위가 일순 사라지는 경험이란...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참고서를 구입했다. 주위 사람들 시선 신경쓰랴, 선생님 앞에서의 행동 신경쓰랴 제법 정신적 피로가 쌓였다. 그래도 손에 들린 봉투에 괜스리 기분이 좋아지는건 어쩔 수 없었다. 무어라 해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고른 책이니까. 비록 그 책이 참고서란 점이 미미하게 걸리는 부분이지만... 



 "그걸로 끝이지?"

 "네, 선생님 덕분에 좋은 참고서를 구입했어요."

 "수학도 있었으니, 다음 시험에서... 알겠지?"

 "... 노력해보겠습니다."



 아아, 당분간은 수학에 더 신경써야겠다. 점수가 오르지 않으면 그 뒷일이 두려우니. 적어도 선생님에게 한심하단 시선을 받지 않을 정도는 힘내야겠지. 

 혼자만의 계획을 짜며 선생님을 바라봤다. 제법 더운 날인데도 선생님은 더운 기색이 없으시다. 나는 사실 꽤 더워서 부채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다. 약간의 조치로 다른 곳을 보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는데,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절로 시선을 향하니 옅은 하늘색이 눈에 들어온다.



 "써라. 손으로 해봐야 택도 없으니."

 "....."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받아."

 "아, 예."



 그것은 부채였다. 생각지 못한 물건에, 그걸 내민 손의 주인에 그저 바라만 봤다. 그런 내게 선생님의 재촉이 들려왔고, 그제야 나는 조심히 부채를 받아든다. 손에 쥔 부채를 살펴본다. 연한 하늘색 구름모양의 부채. 그 안에는 귀여운 비행기와 배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 조그맣게 어디선가 본 로그가 있다. 그것이 상점가에 있는 프라모델 가게임을 떠올린다.



 "여름이라고 줬지만, 나한테는 필요 없으니... 네가 써라."

 "저기 선생님, 오늘 왜 저에게 여러가지로 신경 써주시는 건가요?"



 얻게 된 경로를 얘기하신 선생님에게 나는 기어코 묻는다. 무언가 의미를 부여할까봐 꺼내지 못했던 의문을 토해낸다. 소바가게에서도, 서점에서도 삼킨 질문을 건넨다. 뒷일이, 선생님의 대답이 두려운 주제에...

 마야마 선생님은 잠시 나를 지켜보더니 입을 여신다. 그건 자연스럽고도 망설임이 없는 행동이었다. 나를 바라보는 갈색의 눈동자는 언제나와 변함이 없다.



 "선생으로서 주는 상이다. 낯선 나라에 와서 지내면서도 나름 힘내는게 보이니까. 거기다 그러면서도 날 도와주니."

 "....."

 "무엇도 하지 않는 녀석에겐 훈계지만, 너는 그쪽이 아니니까. 그러니 오늘의 일들은 나름 열심히인 너에게 준 상이다."



 정말이지, 치사한 분이다. 거기다 이리도 너무도 선생님스러운 분일까. 아니, 사람으로서 좋은 분이겠지. 엄격하지만, 그렇기에 존경할 수 있는 분, 칭찬이 무척이나 기쁜 분. 그리고 내가 손을 쓸 틈도 없이 반하게 하신 분. 



 "마야마 선생님, 감사합니다."

 "나는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그럼 이만 가보겠다."

 "네, 안녕히 가세요."



 허리와 고개를 푹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고개를 드니 선생님은 입꼬리를 올리고 계셨다. 그 작은 미소를 바라보며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보인건 선생님의 등이다. 쭉 펴진 등과 긴 다리, 걸을 때마다 작게 흔들리는 초록색의 머리카락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선생님의 모습은 눈에 띄었다. 아지랑이가 일렁여 일그러지는 풍경 속에서도 선생님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열심히라..."



 선생님이 했던 말씀 중 있던 단어를 떠올린다. 낯설게 느껴지는 단어. 어떤 모습이 그에게 그렇게 느껴졌을까. 아니면 나도 모르게 선생님의 앞에서 보인 행동들은 자신이 몰랐을 뿐 제법 필사적이었을까. 

 왜일까, 더위를 먹은 듯한 기분이 된다. 잊고 있던, 잊혀졌던 두통이 다시 찾아오는 듯 했다. 휙휙-, 받은 부채를 흔들어 본다. 살랑살랑하고 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간다. 미약한 시원함이 느껴졌지만, 두통은 점점 짙어질 뿐이다. 마비되었던 감각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미숙한 감정에 휘둘리던 자신을 진정시키니 엉망이다. 

 추억이 될까, 아니면 아픔으로 남을까. 오늘의 일들이... 그리고 선생님에게 있어 오늘은 무엇으로 남을까. 아니면 무엇으로도 남지 않을지도. 아아, 오늘의 일을 어떻게 하면 소설에 이용할 수 있을까. 이 기분이면 쭉쭉 써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시답지 않은 듯한 느낌으로 속으로 중얼거린다. 두통이 없다는 듯이, 가슴이 답답하지 않은 듯이, 숨쉬기 어렵지 않은 듯이. 더위가 하나도 없다는 듯이... 사실은 더위와 더불어 여러가지가 짓누르면서 말이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풍경처럼 일그러지면서도 말이다. 그래도, 그래도..... 



 "오늘 즐거웠었어."



 툭하고... 억누르지 못한 무언가가 흘러 나왔다. 허나 그건 부채바람에 어디론가로 흩어지고, 더위에 녹아내린다. 그리고 아지랑이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그런 기분이 든다. 그만큼 덧없고도, 불안정한 무언가였다. 계속 품어가기엔 내가 힘든 너무도 연약한 감정이었다.

 아아, 이걸 소설의 한 문구로 쓸까. 라고 생각하며 나는 다리를 움직인다. 선생님이 가신 방향과는 정반대 쪽을 향해 걸어간다. 사실 해야할 일은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의 내 상태로는 갔다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할 거다. 그리고 혹시나 선생님과 다시 만나는 말도 안되는 확률의 일이 일어나는건 사양하고 싶다. 아지랑이 속에서 선생님을 또 만나면, 그때는 버티지 못할 거란 확신이 든다. 

 걸어가던 중 더위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내가 노래를 듣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 핸드폰과 이어폰을 꺼낸다. 곧 내 귀에 흘러 들어오는 노래. 그렇다 해도 더위와 주위의 소리는 여전히 전해진다. 허나 나쁘지 않다. 적어도 그와 만나기 전만큼의 괴로움은 없다. 그걸 인지하며 나는 더위와 소음, 사람들 속으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