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장기합작 시즌 2

[장기합작 시즌2 - 2분기] 마야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9. 6. 30. 00:07

드림 [장기합작 시즌2 2분기] 에 참여한 보이프렌드(베타)의 >마야마 쿄이치로<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푸른 하늘 아래를 걷는 도중 데자뷰를 느낀다. 번화가, 많은 사람들, 피부로 느껴지는 열기, 눈을 어지럽히는 아지랑이. 거기에 귓가에 울리는 노랫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 지끈지끈 머리를 괴롭히는 두통까지 겹치니 저번, 아니 예전의 일을 떠올린다. 



 "더워."



 입에서 절로 나온 말도 그때와 다름이 없다는 것에 픽하고 웃음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곧 더위와 두통에 눈쌀을 찌푸린다. 아아, 진짜 여름은 그리 좋아할 수 없는 계절이다. 뭐, 사실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더운게 싫고, 모기가 싫은 것뿐. 딱히 여름이란 계절 자체엔 별 다른 감정은 없다. 그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닐 뿐. 

 어라? 나 작년에도 뭔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나?

 띠링. 있지도 않은 효과음을 머릿속에 넣으며, 의문을 떠올린다. 아, 모르겠다. 내가 같은 생각을 여러번 하는 것은 언제나의 일이다. 놓는 것도 못하고 질질끄는건 언제나의 일이다. 



 "어..?"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않도록 조금은 빠르게 걷던 중 시야가 찰나 왜곡됐다. 아, 그거다. 작년에도 겪었고, 평소에도 겪는 그거. 다행이랄까, 학습이랄까. 다리에서 힘을 빼지 않고 걸음을 유지했다. 허나 그렇다고 징징 울리는 머리는 어찌할 수 없다. 쉴곳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아, 언제 여기까지 온거지? 두리번 거린 내 눈에 들어온 장소는 서점. 그것도 작년과 같은 곳. 무슨 우연일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내 다리는 그곳으로 향한다.



 "하아......"



 익숙한 자리로 온, 그늘아래로 온 나는 숨을 크게 내쉰다. 답답한 가슴속에서 미지근한 숨이 나왔다. 그러자 몸을 짓누르는 피곤함에 절로 눈을 감아버린다. 그러자 어둠속에서 들리는 노래에 머리가 더욱 울려 이어폰도 빼버린다. 허나 그건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수많은 소리가 막힘없이 들려.... 잠만 이것도 너무 익숙한데. 아니, 잠만 이거 작년에도 같은 패턴이 아니었나? 이 정도면 데자뷰보다는 반복이다. 작년의 일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 거다. 그렇다 해도 그런 사정을 알바 아니라는 듯이 내 머리를 때리는 감각. 소리들이 머릿속 부터 때려 울리는 감각에 절로 손으로 입을 막아낸다.

 아아, 그래도 그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 일까지 일어난다면 정말이지 웃기는 장면이 아닐까. 이제는 그때와 다른 나인데...



 "아무리 그래도 정말 또 만나겠어."

 "가게 앞에서 뭐하는 거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어둠속에서 들린 목소리.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헷갈릴 일이 없을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을 떠올리자, 이번에도 내 고국의 속담이 절로 떠올려졌다. 아아, 진짜 제발 신이시여. 제게 이러는게 어딨습니까. 이번엔 환청이라고 생각할 수 없잖아요.



 "사람의 말을 무시하지마."

 "아."



 제대로 인사하자 라고 결정한 순간, 무언가가 이마를 툭하고 쳤다. 그 감각에 진작에 떴어야 할 눈을 그제야 뜬다. 그러자 보여온 커다란 손. 이제는 어디서 본 것인지 확실해진 손목시계도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서 본게 이제 몇 번일까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보여온 인물에 나는 또 눈을 감고만 싶어졌다.


 

 "또 어디가 좋지 않은거냐. 아님 이번에야말로 열사병이냐."

 "안녕하세요. 마야마 선생님."

 "인사는 잘했지만, 또 이렇게 이러고 있는건 잘 했다고 말할 수는 없군."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 갈색의 눈동자, 잘 자리 잡고도 꽤 선명한 이목구비. 교사라기엔 너무도 멋진 외모의 사람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오는 질문은 익숙하다. 아아, 작년하고는 조금 틀리지만, 결국은 똑같은 건가. 이번엔 데자뷰가 아닌 반복이라고 다시 실감한다. 겨우 정신이 돌아오는 기분이다.



 "그게... 또 더위를 피해서 서 있었어요."

 "또 그 말이냐." 

 "네."

 "그래, 이번에도 그런걸로 해두지."



 이번에도 이유 중 하나를 밝혔다. 선생님은 그런 내 거짓없고도, 똑같은 답변에도 넘어가주신다. 작년과 다름없이 말이다. 이번엔 작년과 달리 그 질문이 없었으나, 뭐 거짓말을 한 꼴이다. 이번에도란 말은 그런 결과물로 만든 셈이니까. 

 나를 내려다 보는 시선에 나는 피하지 않는다. 거짓말이다. 한 번 옆으로 흘겼다가 돌아왔다. 또 그의 걱정을 거절한 꼴이니까. 저번과는 다르지만 또 같은 반응을 보인 내 자신에 가볍게 조롱을 날린다. 나는 여전히 상대방을 무안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선생님은 어딜 가신던 길이 아닌가요?"

 "이미 끝냈다."

 "아, 그런가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화제를 돌리기 위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들려온건 그때의 차가운 대답이 아니다. 애써 그 대답에 대해 대비하고 있었는데, 조금 맥이 빠진다. 아, 역시 그래도 1년은 넘게 보고 있으니까 달라진걸까. 하긴 나도 달라졌으니까, 그의 반응도 조금은... 조금은 달라진 거겠지.

 분명 예전보다 좋아진 모습일 터다. 그런데도 아직도 답답한 가슴속에 퍼지는 아픔과도 비슷한 감각. 애써서가 아니라 제대로 무시한다. 이제는 아니니까. 나는 이제 눈앞의 사람에 대한 감정을... 그럼에도 어째서인지 올라오는 미약한 수치심을 느낀다. 아아, 더욱 조심하자. 라고 또 같은 교훈을 쌓는다. 



 "그럼 마야마 선생님, 저는 이만..."

 "급한 일이냐?"

 "... 아뇨. 그냥 또 참고서를..."

 "여기서 내가 할 말을 너는 알겠지?"



 ...... 네? 어? 뭐라고요? 선생님이 하실 말씀이요? 설마하는데, 어어.. 뭐였지? 작년에 하신 말씀이면 그거죠? 같이 골라줄테니 따라오라고 하신 말씀. 응?

 내 안에서 차마 소리가 되지 못한 혼자의 자문자답이 이어진다. 어둑하고 무겁던 감각이 전부 날라가다 못해 당혹감이 가득 채운다. 다행인건 기쁨이 없다는 거다. 아, 아니다. 거짓말이다. 나는 바보같이 또 무의식적이든 아니든 설렜다. 그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작년에도 겪었음에도 나는 또 놓아버렸을 터인 착각을 완벽히 놓지 못했다. 원해서 놓았을 터인데, 바보같이 다 놓지 못한 사실에 곤란하다. 그리고 다시 선생님에게 무엇도 못하고 선생님을 따라가는 자신에 소리없이 비웃었다. 


 얼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강가에 있는 산책코스 중간에 있다. 중간의 일어났던 일들의 설명? 필요한가? 그저 작년과 다름없다. 선생님과 그때의 소바가게를 갔고, 다음에는 또 참고서를 같이 골라주셨다. 그저 선생님의 외모덕에 시선을 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거기서 헤어지면 되는 거다. 나는 적어도 그럴 작정이었다. 허나 누가 그러지 않았나.

 인생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라고 그럴듯한 소리를 말이다. 그리고 그 말대로 나는 지금 선생님에게 이끌려 자주 오지 않는 강가에 온 거다. 딱히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은 장소에 말이다. 



 "마셔라."

 "감사합니다."



 나를 벤치에 앉혀 놓고 어디로 가셨던 선생님. 그가 내게 내민 것은 오렌지 주스. 캔이 아니라 제대로 과즙으로 이루어진 종류다. 이거 캔보다 비쌀텐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감사의 말씀을 드린 후, 한모금 마신다. 입안에 퍼지는 상큼함에 자그마한 행복을 느낀다. 아아, 역시 비타민을 많이 섭취해야 하나, 하고 바보같은 말을 생각하던 내 옆에 선생님이 앉으신다. 벤치가 좁은 것은 아닐터인데도 선생님은 틈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앉으셨다. 이유모를 가까운 거리에 나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 너랑 오는 건 처음이군."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이제 네가 온지도 1년하고도 반년인가."

 "네."



 생각지 못한 시작으로 대화가 이어진다. 나는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나간다. 그동안의 있던 일들을 위주로 말이다. 축제라던가, 양호실 사건이라던가, 건강이라던가, 시험성적이라던가. 그 이야기들이 선생과 학생으로서의 경계를 넘는 것인지, 둘만의 사적인 이야기인지 몰라서 나는 중간중간 손안의 병을 쥐거나 살짝씩 돌렸다. 벗어나고픈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포기했으니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했고, 각오했을 터인데... 입안에 남은 오렌지 주스의 상큼함과 달달함이 작년의 설렘들을 다시 끌어올린다. 흔들흔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흔들리는 불꽃을 애써 지워낸다.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다운 풍경을 추억이란 카테고리에 구겨 넣는다.

 아아, 제발... 제발... 마음아, 죽어줘.



 "다음 주말에 축제가 열리는 거 알고있나?"

 "아...! 네, 네. 알고 있어요."

 "또 멍때린 거냐."

 "죄, 죄송합니다."



 생각에 잠시 깊게 잠겼을까. 선생님의 질문에 늦게 반응했다. 그런 나에 마야마 선생님은 내 이마를 검지 끝으로 꾹꾹 누르시며 한 말씀 하신다. 나는 그저 죄송함에 사과를 드릴 뿐이다. 선생님은 그런 내가 웃겼던 것인지 훗하고 웃으신다. 아아, 정말 잘 생기셨다. 

 그의 잘생김에 불평아닌 불평을 하는 나. 선생님은 그런 나를 모르신 채, 다시 입을 여신다.



 "그럼 그 축제의 메인이 불꽃놀이란 것도 아는 거냐."

 "네."

 "너는 불꽃놀이 추제에 관심이 있나?"

 "물론이죠. 한 번쯤은 큰 불꽃놀이를 보고 싶었어요. 분명 이쁠거에요."

 "작년에도 축제는 했는데, 마치 못 본것 같은 말투군."

 "작년에는 여러가지로 바빠서 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멀리서라도 볼려고요. 때마침 아르바이트도 없는 날이고요."



 생각지 못한 주제가 날라왔음에도 나는 당황하지 않고 답했다. 아니, 오히려 마음 한 켠에서 기대하던 행사가 나와서 들뜬걸지도 모른다. 너무 티나지 않게 하려 했지만, 내 목소리는 내가 알 정도로 들뜸이 다 드러났다. 그런 내 말을 듣던 선생님은 이해되지 않는 듯한 시선을 보내신다.



 "축제에는 가지 않는거냐?"

 "혼자 가기엔 사람이 많아 너무 복잡할 것 같고, 거기에 껴서 보기는 답답할 것 같아서..."

 "일리는 있는 말이군."

 "그렇죠. 그래도 멀리서 봐도 분명 예쁠 테니까, 기대가 돼요."

 "언제 보러 갈거지?"

 "음, 30일이요."



 선생님의 질문에 시선의 이유를 알아챘다. 멀리서 본다는 내 말에 의문을 품으신 거였다. 하긴 멀리서 본다는 말은 가까이서 보는 축제 장소와는 다른 장소를 의미하는 거나 다름없다. 들뜨면서까지 기대하는 내가 정작 축제장소에 가지 않는 것에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하신 거다. 그리고 나는 솔직하게 이유를 설명한다. 딱히 거짓말할 이유가 전혀 없기에. 뒤 이어, 선생님의 말씀에 맞장구까지 치다. 그 뒤... 정말 바보같이 선생님의 질문에 답한 내 자신에 뭔가 어라? 싶었다. 

 이상하다. 가는 날짜 정도는 말해도 아무런 문제도 없을 터인데. 왜, 무언가 잘못된 선택지를 고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까. 그 감각의 이유를 찾으려는 내게 선생님은 그 잘빠진 입술을 움직이신다.



 "그럼 그날 상가 앞, 오후 5시에 나오도록."

 "...... 네?"

 "약속장소랑 시간이다. 얼빠진 얼굴 하고는."



 너무 자연스레 툭 던져진 장소와 시간에 나는 순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내게 선생님은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려주신다. 더불어 굳이 필요한지 모를 말씀까지 말이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어라? 어째서 나랑 약속을 잡으시는거지? 응? 응? 아아! 그래, 또 선생으로서 챙겨주시는 거겠지? 아, 그럼 와카 선생님이랑 이치노세 선생님도 계시겠지?

 빠르게 생각이자 상황을 추리한 나는 애써 정신을 잡아 입을 연다.



 "아, 이치노세 선생님이랑 와카 선생님도 오시는 거죠? 그, 저는 신경쓰지 말고, 세분이서 즐기세요."

 "오도록. 꼭 와라."

 


 뭔가 세분이서 즐기란 말은 어감이 잘 못 된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넘어간다. 그것보다 어떻게든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말했다. 허나 그 생각을 쏙 들어간다.

 갈색의 눈동자가 진지하게 나를 바라 보았다. 언제나랑 틀린 엄한듯한 무거운듯한 목소리가 내게 명령어조로 얘기한다. 근데 왜 일까. 그건 명령조가 아니라 다른 것 같았다. 아, 그래, 부탁과도 같이 들려왔다. 압력이 느껴지지만, 거기엔 내가 모를 이유가 있었다. 내가 꼭 와야만 한다는 알 수 없는 이유가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선생님에게 "네." 라고 답해버린다. 거절할 선택권이라든가, 그럴 이유는 없어져 버렸다. 나는 그저 약속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좋아. 아, 그래. 이거 받아라. 또 손으로 택도 없는 부채질은 하지 말고."

 "......"



 조금은 멍하니 있는 내게 선생님은 만났을 때부터 갖고 있던 종이팩에서 무언가를 꺼내신다. 또 데자뷰, 아니, 반복감을 느낀다. 

 그것은 부채였다. 생각지 못한 물건에, 그걸 내민의 손의 주인에 그저 바라만 봤다. 그런 내게 선생님의 재촉이 들려왔고, 그제야 나는 조심히 부채를 받아든다. 손에 쥔 부채를 살펴본다. 짙은 검은색의 구름모양의 부채. 그 안에는 귀여운 비행기와 배들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구석에는 조그맣게 어디선가 본 로그가 있다. 그것이 상점가에 있는 프라모델 가게임을 떠올린다. 

 반복 속에서 다른 점을 찾아낸다. 검은색의 부채 속에는 그때 받은 부채와 달리 색색의 불꽃놀이가 그려져 있다. 같은 디자인을 내놓을 수 없으니 약간 바꾼 것이 잘 드러났다. 허나 적절하게 여름이란 태마와 어울리는 부채는 작년을 떠올리게 한다.


 

 "또... 여름이라고 그 가게에서 주셨나요?"

 "그래. 하지만 내게 필요 없으니, 또 너에게 주마."

 "... 감사합니다. 또 여러가지로 신경 써주셔서."



 이번에는 얻게 된 경로를 내가 말한다. 반복에서 약간의 변화. 허나 내년에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반복. 이 부채도 분명 이번으로 마지막일 거다. 선생님의 친절도 올해로 끝날거다.

 휘휘, 부채를 살살 부쳐 바람을 만들어낸다. 아주 살짝 시원한 바람이 볼을 간지럽힌다. 그에 맞추어 선생님은 자리에서 일어나신다. 나도 따라 일어난다. 마야마 선생님은 그때까지 들고 있던 내 참고서가 든 봉지를 돌려주셨고, 나는 자연스레 받아든다. 책에 무게는 제법 묵직하게 전해져 왔다. 부채와는 엄연히 다른 무게다.



 "괜히 돌아다녀 열사병에 걸리지 말고, 얼른 들어가라. 조심히 들어가는 것도 잊지 말도록."

 "네." 



 선생님다운 말씀에 나는 딱히 불쾌감이나 귀찮음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 면모는 한 사람으로서, 학색으로서 대단하다고 느끼기에. 그리고 곧 헤어짐의 인사를 할거라 여겼다. 하지만 내게 보여온 건 선생님 특유의 짓궂은 미소였다. 아니, 그 안에는 무언가 다른게 더 있었다. 부드러움...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내게 선생님의 목소리가 던져진다.



 "데이트 기대하마."



 그 말을 하고 선생님은 휙하고 뒤돌아 가버리신다. 나는 그 뒷모습을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바라보았다. 그리고 왜인지 멈춰버린 머리로 상황을 파악한다. 그러면서도 선생님이 가시는 너머로 일렁이는 아지랑이를 감상한다.

 [ 데이트 : 서로 호감이나 애정을 가진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나는 행위. 거기에 둘만의 시간을 공유하며 놀거나 어떠한 행동을 해 즐거움을 즐기는 행위. ]

 개인적으로 해석한 단어의 뜻을 나열하며,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약속 장소, 약속 시간,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



 겨우 상황파악이 끝난 나는 여름의 더위와는 다른 더위가 덮쳐옴을 느낀다. 목부터 올라오는 열기는 단순한 여름의 열기가 아니다. 열기 때문일까, 손에서 힘이 빠져 버린다. 그 결과 들고있던 오렌지 주스는 통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묵직한 쿵소리도, 종이가 바스라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허나 나는 그것에 신경쓰지 못한 채, 감지도 못하는 눈으로 이제는 선생님이 없는 풍경속 아지랑이를 바라본다. 

 착각일까, 머리가 어질어질한 감각이 든다. 아니, 진짜로 어지럽다. 아까의 아픈 소리의 두르림과는 다른 두드림이 온 몸에 울린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더위가 아닌 다른 더위가 나를 감싼다.

 간신히 두 손을 움직여 얼굴을 감싼다. 그에 맞추어 눈을 감으려던 나는 알아챈다. 아직도 내 손에 쥐어져 있는 검은색의 부채를... 다른 건 전부 떨어뜨렸음에도 부채만큼은 쥐고 있는 내 자신. 그것에 나는 다른 것도 알아 차린다. 아직도 떨어 뜨리지도, 버리지 못한 내 감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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