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장기합작 시즌 2

[장기합작 시즌2 - 3분기] 토토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9. 9. 30. 00:17


드림 [ 장기합작 시즌2]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주소 클릭이 되지 않게 설정을 해서 배너형식 같이 올리는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클릭하면 홈피에 가집니다. 출처는 저작권없는 사이트.)









 여성은 눈을 한 번 굴린다. 뿌옇던 시야가 한 순간에 밝아지더니 보이는 광경은 낯설지 않은 곳의 풍경. 커다란 건물들이 규칙성 없이 자신의 자리에 서 있었다. 어느 건물은 유리로 된듯 투명하게, 어느 건물은 나이가 있는 듯이 빛바랜 붉은 벽돌들로, 다른 건물은 가파른 언덕 위에 고고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건물들이 모인 넓은 콘크리트 땅과 그 땅을 감싸는 녹음의 숲, 아니, 산. 더 멀리 내다보면 논과 밭이 보여왔다. 그제야 자신이 대학교에 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어깨에서 무게가 느껴진다. 조금은 투박한 짙은 남색의 백가방의 어깨끈은 살짝 헤져있어, 얼마나 이용했는지가 드러났다. 거기서부터 전해지는 묵직한 무게는 가방에 든 물건들로 인한 거였다. 내용물을 떠올리려 하나 긴가민가했다.


 "근데 내가 왜 온거지?"


 툭하고 튀어나온 질문. 바보같은 질문이라고 자각하기도 전에 바람이 불어왔다. 불어왔던 것 같았다. 그 감각에 의문을 잊고 시야를 다시 움직이는 그녀. 조용한 풍경만이 보여왔다. 이상하리 만치 길에는 누구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그게 어째서인지 당연하다고 느낀 순간 시야가 흔들린다. 

 이때조차 여성은 위기감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저 풍경이 움직인다 정도로 밖에 생각을... 아니면 생각과도 비슷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뭐, 암튼 그녀는 멍하니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긴다. 뒤 이어 일어날 일을 신경쓰지 않은 채. 


 "이 멍청이가."


 침입자. 어째서일까, 여성은 들려온 목소리에 그러한 단어를 떠올린다. 그럴리가 없음에도 말이다. 시답지 않은 생각이라고 그 짧은 시간동안 질책하면서도 그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이 무언가에 감싸였는데도 말이다.

따뜻한 것 같았다. 아마 그랬으리라. 여성은 자신의 피부에 느껴지는 감각이 평소보다 둔함을 인지한다. 그것에 대한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채 멍하니 있던 그녀의 팔을 잡아 밀어내는 누군가. 그제서야 도움을 받은 사실을 깨달으며, 연갈색의 눈동자가 초점을 찾는다.

 숙여 있던 고개를 올린 여성. 곧 초점이 잡힌 시야에 들어온 첫 색은 선명한 파란색. 보통의 파란색과 틀린 그 푸름에 어째서인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이유를 알아내려던 순간 낮은 목소리가 위에서 내려왔다.


 "넘어지는데 멍때리다니. 제 정신인거냐."


 질타를 하지만 그 목소리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여성은 목소리의 주인을 다시 살펴본다. 짙은 갈색의 피부에, 흰색에 가까운 머리카락. 뚜렷한 이목구비와 비율에서 발하는 미모는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다. 더불어 멍한 정신에도 아름답다고 느끼는 푸른 눈동자는 더더욱이. 자신과는 다르다란 감상이 귀언저리에 울린다. 마치 타인이 속삭여 주는 듯이 말이다. 자신의 생각일 터인데도 벽너머 누군가의 감상같은 느낌이었다. 

 관찰과 생각이 이어지던 도중 눈앞의 인물의 표정이 바뀌는걸 알아채는 그녀. 정확하게는 더욱 험학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얕은 주름이던 미간이 더욱 깊어지며 눈매도 더 좁아지는 모습. 멍한 사고 속에서도 화가 났다는 것만큼은 여성은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무엇 하나 움직이지 않는 그녀에게 다시 목소리가 내린다.


 "네코."


 고양이. 의식하지 않아도 그 단어가 일본어로 인식한 여성은 뜻까지 떠올린다. 그리 어려운 단어도 아니며, 많이 들은 단어였다. 어째서일까, 그녀는 그 단어를 중얼거린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챈다. 자신을 부른 것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네코다.

부름과 동시에 정신이 깨어난다. 흐릿했던 머릿속의 일부가 맑아져 고유명사 하나를 떠올린다. 아직도 자신의 양팔을 잡은 채 내려다 보는, 구해준 자의 이름을...


 "토토 교수님."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다니. 아침에 약한 것도 정도껏 해라."

 "아, 죄, 죄송합니다."


 자신이 부르자, 질렸다는 눈빛과 크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질타하는 상대방에 절로 그녀는 사과한다. 익숙한 느낌에 언제나와 같다고 네코라 불린 여성은 생각한다. 허나 이러한 대화를 언제 했었는지에 대해서는 흐릿했다. 익숙하고도 분명 행했던 것 자체에 대한 기억은 있다. 하지만 그 상황에 대한 상세한 기억은 흐리멍텅하기 짝이 없었다. 존재만을 알고 그 모습을 모르는 것과 비슷한 느낌. 속이 빈 듯한 착각이 드는 기억의 주인이다. 

 아무튼 자신이 사과하자 놓아주는 그에 여성은 시선을 돌린다. 여전히 대학 안에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그만이 있다는 사실을 천천히 이해한다. 다만 그게 현실감이 없을 뿐이었다. 어느새 어깨를 누르던 무게를 잊어버린 그녀다. 


 "또 알바냐."

 "아, 네. 교수님은..."

 "수업 준비다. 다음 주 부터는 개학이니."


 또 멍때리는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생각할 겨를 없이 답하는 여성. 반사적으로 그녀도 그에게 묻는다. 그러자 들려온 답변에 띵하고 상황을 떠올린다. 더불어 그가 혀를 차는 소리까지 함께 들려왔다.

대학생, 방학, 아르바이트.

 그리 거창한 상황은 아니었으나 막상 떠올리니 잊고 있던 자신이 한심한 고양이 아가씨. 당연한 사실인데도 왜 그러한 일들을 잊어버린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침에 약한 것도 정도가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따지지만 금방 그만둔다. 정확하게는 생각을 이어가지 못한다. 그 주제에 관하여 사고가 이어지지 않고, 다른 곳으로 돌려진다. 가장 선명한 눈앞의 남성에게로 말이다.


 "토토... 교수님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커피나 먹으러 가자."

 "사양하겠습니다."


 이 무슨 바보같은 일을. 

 여성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더불어 그러한 이유도 말이다. 흔한 대화의 시작을 했으나 그의 용건이자 대답에 망설임 없이 거절한 자신. 나름의 처세술로 돌려 말할 수 있었을 터인데 뇌를 쓰지 않은 것 마냥 거절한 자신. 20년 넘는 인생 헛살았나 란 어이없어 하는 머릿속 한구석의 의식이 구박한다. 차마 이해되지 않는 자신의 반응에 여성은 손가락을 미약하게 안으로 구부린다.


 "호오, 기껏 이 몸이 네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준다는데도 그런 태도라니."

 "......"

 "네코주제에 건방지군. 아니면 네코라서 그런거냐."

 "......"


 한 걸음 다가오며 말하는 토토에 여성은 아무런 말도 못한다. 자신의 실수가 너무도 이해되지 않아서,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녀는 자신의 코앞으로 고개를 숙여 다가온 그와의 거리에도 무엇 하나 하지 못한다. 그저 힘없이 내려져 있는 두 손을 꼭 쥔다. 

몇 초일까, 아니면 몇 분일까. 여성과 남성은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본다. 남성은 여성을 내려다 보고, 여성은 남성을 올려다 본다. 둘 사이에는 정적만이 흐른다. 숨소리조차도 없어 그녀는 갑갑해져 갔다. 

  스륵, 무언가가 손바닥에 닿아왔다. 곧 그 감각은 손등에도 퍼지더니 꼭하고 구속한다. 숨이 막히던 여성은 자신의 손을 보려던 순간 당겨진다. 손에서 팔로, 팔에서 몸으로 당겨짐을 당해 그녀 자체가 타인의 힘으로 움직이게 된다. 불가항력으로 당겨짐에 따라 걸어가던 그녀의 귀에 정적을 몰아내는 목소리가 닿는다.


 "이곳에서 정도는 호의를 받아라."

 "......"

 "너란 녀석은 정말 답답한 인간이다."

 "......"


 화가 나지 않은, 질림이 담기지 않은 낮은 목소리. 그리 크기도 너무 작지도 않은 목소리의 주인의 뒷모습을 여성은 본다. 그 뒤, 자신의 손을 잡은 커다란 손을 바라본다. 다른 색의 두 손이 보여왔다. 큰 손안에 갇힌 더 작은 손이 그녀에게 보여왔다. 손은 아프지 않았으며, 구속되어 있을 뿐. 답답한 인간은 말 없이 이끄는 존재를 따라간다. 귓가에 다른 두 발자국 소리가 멀리서 울리는 걸 그녀는 묵묵히 듣는다.





 탁, 커피 점 특유의 큰 종이컵이 테이블 위로 내려진다. 여성은 남성의 커피를 바라보다 자신의 컵으로 시선을 내린다. 매끄러운 종이컵의 면을 스으하고 손끝으로 메만진다. 커피가게에 온 뒤의 대화내용을 떠올린다. 

흐릿하지만, 분명 그리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아마도... 소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제들을 떠올린다. ──, 대부분 대학에 관한 내용이었으라. 그렇게 결론을 짓고 눈꺼풀을 움직인다. 졸린 것일까, 여성은 눈꺼풀이 무겁다고 감상을 듣는다.


 "네코."

 "네."

 "너는 정말로 연애대상이 없나."

 "연인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없어요." 

 "다른 관계는 있다는 거냐."

 "아뇨, 가족말고는 딱히 다른 관계들도 없습니다."


 보통이라면 없을 호칭에도 여성은 반응한다. 그러자 들려온 질문에 이번에도 망설임을 배제한 답변을 흘린다. 그 대답의 어디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걸까, 다시 미간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이는 상대방. 아깝다는 감상을 뒷통수에 달고, 네코는 또 솔직하게 답한다. 인간을 현상을 한 기계가 착하고 뒤에 달라붙는 상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칫-, 머리 위에서 소리가 스쳐지나감에 여성은 두리번 거린다. 허나 주위는 조용한 카페일 뿐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인지 빈 카운터. 거기다 유리로 된 벽이자 창 너머의 소리는 들어오지도 않는다. 착각이었으리라, 누군가가 갈겨쓰는 답안을 받아내는 그녀다. 그래서 일까, 팔락라는 작은 소리가 스쳐지나가는 다른 착각을 하는 착각인이다.


 "흥미가 없는 거냐."

 "네. 아, 다들 이렇게 말하면 일찍 결혼할거라면서 말하더라구요."

 "오지랖이다. 네가 신경 쓸 필요없다. 너는 너니까,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걸 하면 되는 거다."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찌직-, 무얼까. 대화 도중에, 그의 말에 여성은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오늘따라 착각을 많이 한다며 무시한다. 그저 가벼운 입술을 메만진다. 식어진 걸까, 입술은 딱딱하고도 온기는 없었다. 


 "... 만약 내가 바라보는 상대가 너 같다면."

 "......."

 "나를 볼 수 있게 할 거다. 어떻게든."


 타이밍을 모를 대화의 시작. 여성은 진지한 목소리와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진 사실을 시간을 들여 인식한다. 아니, 억지로 인식하게 된 듯한 감각. 하지만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생각없이 입을 움직이는 그녀다. 눈앞을 스친 푸른 광경을 지겨운 착각이라고 치부하며.


 "그럼 그 상대자 분은... 기쁠지도 모르고, 곤란할지도 모르겠네요. 토토 교수님이 상대니까요."

 "너라면 어떻지. 그 상대가 너라면 어떤 쪽이지?"


 깊이 생각한 것인지, 그저 내뱉을 뿐인지 모를 문장들을 나열한 여성. 그런 자신에게 몇 번째인지 모를 질문에 그녀는 입을 멈춘다. 오늘 처음으로 제대로 생각을 하게 된다. 계속 고민없이 답하던 답변자는 자신의 안을 뒤적인다. 

 다시 착각 어린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툭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건들인다. 나무인지, 플라스틱인지 아니면 다른 걸까. 가벼운 그릇 비슷한게 툭하고 떨어져 투르르르, 어쩌면 따르르르 하고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그게 멈춘 것인지 들리지 않게 되어서야 여성은 입을 움직인다. 움직이기 힘든 얼굴의 근육을 움직인다.


 "저는 곤란합니다."


 웃었을 거다. 아니, 미소를 지었으리라. 여성은 아직도 감각이 둔한 얼굴이 그렇게 움직였을 거라 생각한다. 소망한다. 먹먹해지는 목은 착각이라고 느낀다. 곤란하다고 답한 이는 그렇게 답변자로 최선을 다한다.

 허나 그런 최선과 상관없이 정적이 둘을 감싸기 시작한다. 피곤한걸까, 침침해지는 시야로 여성은 교수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눈을 비비려고 해도 팔이 무거웠다. 눈을 깜박이지만, 시야는 암막이 쳐지지도 않는다. 점점 무언가가 위화감이 들려는 찰...


 ~♪


 익숙한 벨음이 방해, 아니, 정적을 물리친다. 여성은 존재를 잊고있던 핸드폰을 찾는다. 그것은 테이블 위에 있었고, 화면은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는 기호 된 시간을 봐서야 예정을 떠올린다. 벨음은 방해꾼이 아니라 도우미였다는 것을 알아 속으로 고마워 한다.


 "토토 교수님, 저는 이만 알바에..."

 "가라."

 "죄송합니다. 먼저 실례할게요."


 평범하고도 충분한 이유를 보이는 여성에 그는 끝까지 듣지 않은 채, 허락을 내린다. 그 허락에 머리에 박힌 문구를 읊으며 그녀는 감각이 없던 몸을 움직인다. 무게감도, 내용물도 모르는 가방을 들어 자리에서 벗어나려는 이에게 목소리가 붙잡는다. 


 "사유라."

 "..."

 "사유라."

 "네?"


 허나 붙잡음에도 반응하지 못한 여성. 두 번의 부름에서야 자신을 부른 것을 알아챈다. '그러고 보니 나 그런 이름이었지.' 란 제 3자의 감상과도 같이 맹하니 생각한다. 자신의 이름을 불린 그녀는 그를 바라본다. 거기엔 언제 자리에서 일어난 것인지 토토가 서 있었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도 없었는지 의심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잠깐 붙잡힌 자다.


 "이제 가을이다. 또 감기에 걸리지마라."

 "네."


 머나먼 곳에서가 아닌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선명한 푸름에 여성은 답한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가게를 나선다.

 발걸음을 옮기자, 발아래에서 메마른 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와 여성은 주위를 살핀다. 대학 주변의 산은 노랑과 빨강으로 곳곳이 물들여져 있었다. 낙엽을 옮기는 바람은 제법 서늘해 보였다. 가을이다. 특별한 표현없이 그녀는 계절을 확인하게 된다. 목적지를 떠올리듯 말듯하며 발걸음을 다시 움직인다. 다리는 가볍기도 하며, 무겁기도 한 묘한 감각이라, 그러한 감상을 늘어 놓으며 사유라는 흐릿한 길을 따라간다.



---



 남성은 천천히 눈을 굴린다. 흐릿함 하나 없던 시야가 일순 흐려졌다 맑아진다. 형태가 애매한 테이블 위에 놓인 주인이 사라진 커피잔은 멋대로 넘어진다. 그것에 한치에 미동하지 않고, 그는 제 손에 있는 커피를 입가로 들어올린다. 콰직, 갈색의 커다란 손이 가차없이 종이로 이루어진 컵을 쥔다. 인정사정 없이, 형편없이 구겨진 컵안에서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의 존재는 없었다. 그의 손에 흐르는 커피도, 어떠한 액체도 없었다. 아니 컵조차도 없어졌다.


 "가차없군."


 낮은 목소리가 툭하고 중얼거린다. 목소리의 주인의 복장이 선명해진다. 대학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세련된 옷과 반짝이는 악세사리들로 몸을 감싼 남성. 그 모습은 아까까지 그녀가 인식한 모습과는 달랐다. 아니, 인식하고 있었다고 착각한 모습과는 달랐다. 

 토토라 불린 자는 힘껏 쥐었던 손을 핀다. 팔랑-, 한마리의 푸른 나비가 우아하게 날아올랐다. 부드럽고도 묘하게 힘찬 날개짓을 하며 나비는 어딘가로 날아간다. 그 앞에는 한 명의 여성의 뒷모습이 있었다. 푸른 눈동자와 나비는 그 모습을 바라본다. 

 여성이 걸어가는 배경은 누군가가 희미하게 그려놓은 세계였다. 마무리가 어설픈 것인지 세계의 가장자리는 번져 있었다. 건물들은 듬성듬성 공백이 있었다. 길인 듯한 부분들은 선이 더러웠다. 그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듯이 급하게 녹음의 숲은 가을의 숲으로 덧칠해갔다. 엉성하고도 흐릿한, 부서질 듯한 세계였다. 주인만이 눈치채지 못하는 만들어진 세계였다. 


 "과거로 돌아간 너도 날 배반하지 않는군.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당당함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그는 시선으로 제 자리에서 나아가지 않는 여성의 뒷모습을 훑고, 그대로 덧그린다. 눈을 뜨면 바로 곁에 있을 그녀가 있음에도, 등을 돌린 채 멀어져 있는 여성을 바라본다. 먹지도 않은 커피의 쌉싸름함이 입안에 퍼지는 착각이 그를 건들인다. 

 토토는 천천히 눈을 감아간다. 솔직하고도 솔직하지 못한 이곳의 그녀를 바라보며. 잡았음에도 잡지 않은 작은 손을 떠올린다. 그녀만이 모르는 사실들을 나열하며 입을 움직인다.


 "정말 답답한 놈 같으니."


 이윽고 침입자는 무엇하나 이루지 못한 채 제 자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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