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림전력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아직 연인이 아닙니다.
3회 주제 - 너가 없어진다면
누군가가 곁에서 없어진다. 그런 상상은, 결말은 그녀에게 있어 그리 어려운 상상은 아니었다. 얘기를 나누던 누군가,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한 누군가, 같은 것들을 좋아한 누군가, 함께 같은 곳에서 일한 누군가, 피가 이어진 누군가. 그 자들이 자신의 곁에 없는 광경은 뇌리 속에 자연스레 그려 넣는건 쉬운 일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진짜 이름을 숨기고 있는 시와가리 사유라는 떠올린다.
전날 주인이 없는 도서관에서 찾아낸 한 권의 책. 파스텔 계열의 짙은 파랑색이 눈에 들어와 무심코 집어들었던 책. 내용은 그리 어려울 것 없는 소설. 작가의 이름을 읽어도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책을 그녀는 읽고 있었다. 그러다 주인공의 대사를 보고 잡생각이 시작된 거였다. 그 부분의 페이지를 손끝으로 훑으며, 그녀는 생각을 이어간다.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대한 두려움을.
소설의 주인공은 말했다. '당신이 제 곁에 없는 나날들을 떠올리는건 괴롭고도 두려워요.' 흔한 대사였다. 그건 소설이든 드라마든, 애니메이션이든, 연극이든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기록에 없을 뿐 수 없이 쓰였을 대사다. 그 관계가 친구, 전우, 사제, 가족, 연인이든 쓸 수 있는 문장이다. 그녀가 모르는 관계 속에서도 쓸 수 있을지도 모르는 솔직함이다. 아아,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광기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지도 모른다. 외로움도 맞을려나 하며 그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감정들을 헤아려 본다. 진지한듯 장난인듯 생각을 이어간다.
만남의 끝은 이별이다. 라거나 만남이 있기에 이별이 있다라던. 많은 이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건 일상이며, 흔하며,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사유라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별한 이들을 떠올린다. 거기에 딸려오는 아쉬움이라던가, 상쾌함이라던가, 무덤덤이라던가를 책상을 손끝으로 톡톡치며 나열한다. 허나 그 안에서 후회는 없었다. 만들지 않았었다란 사실을 멈춘 손가락으로 고한다. 박정한 사람이라고 할까, 어쩌면 인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까. 아아, 어찌되든 상관없구나. 소리없이 입만 움직이며, 그녀는 문장을 읊어낸다. 어찌보면 재주가 좋을지도? 농담이다. 라고 그런 시시한 중얼거림을 읊는다.
"어디까지 생각했지."
손가락들을 오무린 채, 검지를 턱에 붙이며 이번에는 소리내어 중얼거리는 사유라. 그 포즈는 어디서 봤던 장면을 무의식적으로 따란한 거다. 허나 그게 뭔들 중요할까. 의도적으로 사고의 흐름을 원래의 주제쪽으로 돌린다.
그렇다. 이별은 흔한 거다. 자각하든, 자각하지 못하든 개인에게도, 세계에도 이별은 무수히 존재하고도 흔한 거다. 그렇기에 자각한 소중한 무언가에 대한,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무언가에 대한 변화와 소실을 두려워하게 되는 거다. 아마도 그러한 것일 거다. 자신의 추측이나 그런게 아닌 어디선가 봤던 글에서 그리 말했던 듯 했다.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뒤에 깔아두며, 사유라는 자신이 이별을 고할 수 있는, 고할 존재들을 떠올린다. 생각보다 제법 많은 숫자들이 결과로 내놓아진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곁에 없는 광경을 떠올린다.
쉬웠다. 어렵지 않다. 제법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다. 그 뒤의 일들 또한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다. 당연한 거겠지. 많이 해왔던 짓거리니까.
결과물에 대한 감상이 나열된다. 그에 따른 감정적인 감상 또한 나열하기 시작한다. ........ 나열 될거라 라고 생각했다. 허나 딱히 어떠한 감상도 떠오르지 않는 자신에 여성은 놀람이나 의문보다 질렸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그에 따라 자소적인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 또한 즐거웠다. 핑계가 늘어난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이걸로 이유가 하나 늘었다라고 안심한다.
"이럴려던게 아닌데."
미소와 달리 툭하고 나온 목소리는 덤덤하기 그지 없다. 어떠한 감정도 없는 듯한 목소리였다. 허나 미소는 여전히 건재한 그 모습은 '시와가리 사유라' 라고 불리우기 힘든 듯했다. 마치 무언가에 도취된 모습은 다른 이라고 불러도 될 느낌을 주었다. 다만 그 모습을 본 자가 아무도 없기에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될리가 없었다.
여성은 가장 처음의 주제로 다시 돌아온다. 주인공은 이별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에겐 이별은 당연한 것이다. 생명의 한계란 그런 것을 필연으로 만들어낸다. 그걸 지금의 나이가 되어서도 모르는 그녀도, 소설 속의 주인공도 아니다. 하지만 둘은 다른 결론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소중한 이가 곁에 없는 풍경과 미래를 두려워한다. 반면 임시교사는 자신만이 홀로 있는 모습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다. 아는 이도, 모르는 이도 없는 외톨이라 불러도 좋을 광경에 대해 그녀는 심드렁하다. 아니, 안도와 근접한 감정을 두르게 된다. 여기서 이별의 형태는 그저 이별일 뿐이다. 사별이 아니란 거다. 그것에 따른 감상이 이다지도 다를까에 대해 관심도 없으면서 관심을 두는 듯이 행동한다. 그렇게 행동하며 여성은 혼자만의 세상에 집중한다.
물리적인 이별, 감정에 따른 이별, 죽음으로 인한 이별. 이별의 종류를 간략하게 분류하면 이럴까. 주인공의 경우 1번과 2번이 섞인 경우였다. 주인공은 그 이별의 광경이 두렵다고 했다. 반면 신들에게 간신히 형태만이라도 사랑에 대해 가르치는 임시교사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 그건 당연하고도 그렇게 되어야할 광경이기에 그러하다. 1번과 2번의 조합의 이별이란, 시와가리 사유라에게도 '누군가'에게도 그러한 거다. 그러해야만 하는 거다.
가치관의 차이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무언가에 차이일까. 그녀는 자신과 주인공의 차이들을 알고 있다. 다만 그걸 문장으로 만들어내기가 귀찮을 뿐이다. 아니, 굳이 만들 필요가 없을 뿐이니라. 아아, 이게 아니다. 방향이 약간 틀어졌다. 여성은 사고의 방향을 조정한다. 어쩌면 조정한 척일 수도.
물리적인 이별도, 감정에 따른 이별이든 그 결과인 이별은 그녀에게 당연한 거였다. 설령 그 과정에 생격난 아픔이든, 애달픔이든, 후회든 가슴을 뭉개는 감정이 생겨나 응어리질지언정 말이다. 참고로 이곳의 후회는 이별에 대한 후회가 아니다. 그녀가 가진, 가질 후회는 상대방에게 대한 미안함에 의해 생격난 후회다. 사유라도, '누군가'도 이별 자체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없을 예정이다. 없어야만 한다. 그것이 그녀들이 정한 룰이었다.
"하지만 3번의 경우는 약간 다르지."
마치 누군가와 얘기하는 듯이 그녀는 말을 나즉히 흘린다. 오른손을 쥐더니 그대로 볼에 붙여, 팔과 함께 지지대를 만든다. 볼이 눌리는 감각을 느끼며 혼자만의 생각을 이어간다.
죽음이라는 형태의 이별. 그 경우, 그녀는 2가지의 감상인지 결과인지를 갖게 된다. 아니, 어느쪽의 죽음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방의 죽음이냐, 자신의 죽음이냐. 이 두가지의 경우가 가지는 결과는 확연하게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만약 상대방이 죽는다. 그건 두렵다. 솔직하도록 두렵다. 두렵다고 가슴에 박아둔다. 그 광경은 무섭고도 무서울게 분명했다. 그 광경 속에 자신이 무수한 감정을 품은 모습을 그녀는 그려낸다. 주인공도 분명 이 이별은 두렵다고 느낄 터다. 두근두근-, 심장의 고동이 미약하게 빨라짐을 느끼며 재빨리 다른 광경으로 필름을 바꾼다.
자신만이 죽는 광경. 그로인해 자신이 없는 광경. 그 모습은, 그 풍경은 안도를 품게 만든다. 후회가 있을 지언정 기쁘게 받아들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그림이자 사진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정말 기분이 좋은지 모르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결정한다. 눈커풀을 살며시 내리며, 여성은 타인과도 같이 생각한다.
"어이."
소리가 없던 세상에 벨이 울린다. 갑작스러운 등장에도 여성은 놀라는 낌새 없이 천천히 고개를 올린다. 거기엔 도서관의 주인이 그 고고한 자체를 뽐내며 서있다. 주눅도, 소심도, 민망함이나 나약함도 없는 모습에 대답도 잊은 채 그녀는 생각하게 된다.
아, 이분은 내가 없어도 분명 괜찮겠지. 당연하지만 괜찮고도 살아가시겠지.
최근 들어 가장 감탄이 담긴 목소리가 자신 안에 퍼지는 걸 곱씹는다. 그래서일까, 그 들뜸에 기세를 탄 것일까. 여성은 입을 연다.
"토토님은 제가 없어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겠죠."
질문이 아니다. 하물며 그의 부름에 대한 대답도 아니다. 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나온 그 문장은 너무도 뜬금없고도 무례했다. 허나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다. 미약하게 바뀌는 신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여성이다. 잠시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서로가 바라보는 느린 시간만이 흘러갔다. 그 정적을 먼저 깰 생각이 없던, 생각도 못하던 무례한 존재 대신 신이 감사하게도 정적을 부순다.
"그럼 너는 어떠냐. 내가 없어져도 너는 괜찮은 거냐."
생각지 못한 질문. 착각일까, 조심스럽다란 느낌이 들었다. 그럴리가, 저 고고한 분이, 자신따위 중요하지 않을 분이? 라는 조소가 그녀에게로 추락한다. 여성은 그에 따른 어떠한 감정과 감상을 만들지 못한 채 입을 연다. 너무도 당연한 대답을 입꼬리를 한껏 올려 신에게 고한다.
"네, 괜찮습니다. 토토님이, 당신이 없어도 저는 살..."
"네코."
고하려 했다. 허나 그 대답은 신에 의해 잘려진다. 단 한 단어로, 한 번의 부름으로 사유라는 입을 다문다. 전하려 했던 말을 잊고 신을 바라보게 된다. 거기엔 언제나 보다 날카롭고도 진지한 청안이 노려보고 있었다. 그제야 사유라는 바람의 소리를 듣게 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시원함을 알아차린다. 무언가가 어긋난 부분이 끼워지는 감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것의 정체를 알려 했다.
"운동장에서 아누비스가 너를 찾더군. 가봐라."
"......"
"시와가리 사유라, 나는 가라고 했다."
"아, 네! 시,실례하겠습니다."
허나 신의 말씀에 의해 탐사는 중지된다. 멍한 그녀에게 신은 고압적인 태도와 목소리로 얘기한다.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걸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녀는 허둥지둥 책을 원래 자리에 꽂은 뒤 도망치듯 도서관을 나간다. 무엇이 일어났는지 모른 채 말이다.
그렇게 허둥지둥 나간 것 치곤 정중히 도서관의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린다. 그 울림이 바스라져 사라질 때 쯤 되자, 신은 변함없던 자세를 푼다. 한 쪽 손을 허리에 걸치며 그는 눈쌀을 찌푸린다.
"그 네코자식."
억눌린, 미미하게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섞인 목소리는 화가 아닌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다. 신은 자신의 질문에 답한 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쉬이 볼 수 없는 환한 미소와 금빛의 눈동자. 그건 그가 간절히 보고 싶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보고 싶지 않던 모습이었다. 그러한 형태로, 그러한 상황으로는 보고 싶던 모습이 아니었다. 토토는 다른 한 손을 들어 제 눈을 덮는다. 절로 관자놀이에 놓여진 손가락에 힘을 주며, 신은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아니, 이 자리에 없는 이에 대해 고한다.
"너가 없어진다면... 나는 괴로울 거다."
전하지 못한 솔직함. 어쩌면 두려움이었을지 모르는 문장을 신은 품에 가둬둔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이 언제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언제나 처럼 책장에서 책을 꺼낸다. 파스텔 계열의 짙은 파랑색이 눈에 띠는 책을 토토는 손에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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