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아소/드림전력

[드림전력] 토토사유 - 저승사자와의 만남

サユラ (사유라) 2020. 8. 22. 22:20

* 드림전력에 참여한 카미아소(신들의 악희)의 >토트 카도케우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원래의 표기와 발음은 "토트"이지만 오너에겐 "토토"로 굳어져 글에서는 토토라 적습니다

* 드림주와 최애는 연인이 아닙니다.




제 18회 전력 주제

[ 죽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저승사자가 나타난다고 해. ]







 느긋했다. 평소와 별 다름이 없었다. 아니, 어쩌면 한달 전 보다, 일주일 전보다는 평온하면서도 밑바닥이 사라진 듯한 불안하였다. 그런 자신의 내면의 상태를 말없이 살피면서도 연갈색의 한쌍의 눈동자는 꽤나 멀리 있는 건물을 내려다 본다. 깔끔하면서도 고풍스러운 그 건물 안에 존재들과 특별해진 존재가 무엇을 하고 있을지 상상해본다. 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그녀는 예전과 달리 억지로 더욱 끌어올리지 않는다. 잔잔한 바람이 지나침에도 눈꺼풀을 깜박이지 않는다. 눈앞의 풍경의 한 프레임 단위로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허나 어쩔 수 없었던 것일까. 풍경을 바라보는 채로 멈춘 것만 같던 여성이 천천히 눈꺼풀을 내려 이내 감는다. 이번에는 감은 채로 멈추지 않을까란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궁금함과 기대감을 모른채 곧 눈꺼풀을 다시 열린다. 밝은 햇살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눈동자가 황금의 가까운 빛을 띄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이 작은 세계에 존재하는 신들의 눈동자와 매우 흡사했으나 누구 하나 태클도 질문도 건네오지 않는다. 대신 그녀가 입을 연다. 


 "뒤에서 소리없이 다가오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전부 알고 있었으면서 말은 잘 하는군."
 

 목소리도, 발소리도, 하다못해 풀이 스치는 소리조차 없었음에도 그녀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 그러자 누군가가 여성의 말에 답변인듯 아닌듯한 말로 대화를 성립시킨다. 마치 친한 사이끼리의 농담을 섞은 대화였다. 그래서 였을까, 말을 먼저 건 자는 뒤를 돌아보지도 자세를 고치지 않았다. 대신 그녀보다 늦게 찾아 온 이가 움직일 뿐이었다. 건강하고도 이쁜 녹빛으로 자라난 풀들을 밟히는 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닿는 감각에도 선객은 움직이지 않는다. 털썩하는 옆에 무게가 있는 무언가가 자리를 잡는 소리가 들려서야 고정이 된 것마냥 움직이던 고개가 움직인다. 그저자 보여온 누군가의 모습에...


 "풉- 뭐하시는 건가요."
 "... 너무 대놓고 웃는거 아닌가."
 "그야, 딱 보아도 급하게 가리고 온게 티가 나잖아요."
 "따질려면 네 공범자에게 해라. 나는 이걸 받은 것 뿐이니까."
 "그렇다고 곧이 곧대로 그걸 해오시다니 상상도 못 했어요. 당신은 그런 존재란 이미지가 아니니까."


 웃었다. 그녀치고는 과한 반응에 상대방은 불편함과 짜증을 내보인다. 허나 표면적으로 그러하다고 할 뿐 진심으로 불쾌하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웃은 여성은 알고 있는지 하얀 천으로 대충 얼굴을 가린 상대방을 올려다 보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간간이 웃음소리를 섞는 목소리에 어울리도록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을 얼굴을 가린 상대방은 바라본다.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시선에 웃음을 흘리던 여성도 말 없이 시선을 맞춘다.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바람이 불어와 그의 얼굴의 천을 건들인다. 작게 흔들리는 천 안으로 짙은 구릿빛의 피부가 보여왔다. 한 번 크게 흔들리자 잘 정리된 코와 입, 그리고 짙은 푸른색이 드러났다가 다시 감춰진다. 그 모습을 햇살의 금색으로 덧칠된 눈동자는 놓치지 않았다. 


 "딱히 가리실 필요 없으셨어요. "
 "내가 온 이유도, 내가 이런 모습인 이유도 전부 알면서도 그런 말인거냐."
 "하하, 그야 이제 대부분의 것들을 받아들이고 각오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네가 날 보면 울거라 여겼다만."
 "...... 울면 그 사람이 눈치채서 안되거든요."


 여성은 그를 올려다 보며 대화를 다시 시작한다. 잔잔하고도 걱정이 없는 목소리에 오히려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베어들기 시작한다. 그걸 알았던 것일까, 그녀는 다시 목소리에 웃음소리를 섞는다. 울음기 하나 없는 목소리에 상대방은 고개를 숙인다. 마치 감춰진 무언가를 찾아내려는 듯이. 허나 여전히 미소를 유지하는 자는 유연히 팔을 움직여 그의 얼굴을 가린 천을 걷어낸다. 행동에 따른 보인 그의 얼굴을 말없이 올려다 본다. 곧 열려진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여전히 웃음기가 베여 있었다.


 "정말 토토씨랑 똑같네요. 저승사자님."
 "그래야 죽은 이가 잘 따라올테니까." 
 "죽으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저승사자가 나타난다는 이야기 정말일 줄은 몰랐어요."
 "잔인하지 않나."
 "... 잔인하죠. 어떤 이에겐. 예전에 저에겐. 하지만 지금은 고맙다고 생각한답니다."
 "어째서지."


 천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의 얼굴은 예지의 신인 토토였다. 허나 똑같은 얼굴임에도 그 분위기와 그녀를 바라보는 감정은 신과는 너무도 달랐다. 곧 그녀로 인해 눈앞의 존재의 정체가 밝혀진다. 생이 있는 자들이라면 두려워할 존재에게 여성은 겁을 먹지않는다. 오히려 그의 질문에 한없이 자상한 시선과 미소를 자아낸다. 일순 그가 눈앞의 존재가 정말 인간이 맞는지에 의심하는 걸 모른 채 여성은 입을 연다.


 "제가 토토씨를 사랑한다는 걸 또 깨닫게 해주었으니까요."


 눈물 하나 없이, 울음기 하나 없이, 괴로움 하나 없이. 여성은 그렇게 답하며 웃는다. 어린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저 그녀의 모습에 저승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잔인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도, 그녀 본인도 알고 있는 미래를 생각하면 한 없이 잔인하고도 이기적인 답에 죽음과 인도를 담당한 존재는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에 따라 아직 황금색을 담은 눈동자를 가진 여성도 일어난다. 
 또 이유 모를 침묵을 지낸 채 둘은 서로를 바라본다. 저승사자는 손을 뻗어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햇살을 담은 금안을 덮는다. 여성은 그에 저항을 보이지 않은 채 얌전히 있는다. 다만 여전히 입은 미소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너와는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만나러 온다는건..."
 "알고 있어요. 허나 당신을 만나던 만나지 않던 제 미래는 정해져 있답니다."
 "이 모습의 존재를 사랑하면서도 말이냐."
 "네."


 길지 않은 대화가 오갔다. 다시 침묵이 이어진다. 소리가 없던 세상이 세찬 바람이 지나가면서 소리를 채운다. 그 순간에 저승사자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속삭인다. 그 속삭임에 여성은 미소를 유지한다. 감겼던 눈꺼풀을 다시 떴을 때 저승의 존재는 그녀의 앞에 없었다. 그저 언제나와 다름없는 모형정원의 풍경만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 풍경을 세지 않는 시간동안 바라보았을까,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풀이 밟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거기엔 누군가가 변한게 아닌 진짜 예지의 신이 서 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도, 분위기도 틀림없는 그에 여성은 다가간다. 그리고 불만어린 표정인 채 팔을 벌리는 그의 품 안으로 몸을 맡긴다. 그러자 들려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미소를 지어낸다. 그 순간 저승사자가 바람 속에서 속삭인 말을 떠올린다. 

 '너는 정말 잔인하도록 이기적인 인간이다.' 

 천천이 죽음을 아는 존재의 말을 곱씹으며 여성은, 사유라는 눈을 감는다. 햇살을 받지 못해서 인지 다시 연갈색으로 돌아온 눈동자를 눈꺼풀 안으로 감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