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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사유 - 외전? (1)

サユラ (사유라) 2016. 3. 10. 13:01





*꽤 우울한 내용일지도 모릅니다.

*원작의 설정도 가져오고, 드림글 쓰던 원래의 스토리쪽과는 무관한..? 내용이며, 패러디랄까 외전이랄까.. 

*조금(?) 억지스런 설정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캐릭에 대한 글쓴이의 멋대로의 해석도 있어 캐릭붕괴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기억은 나를 감싸안으며 웃는 그와 종말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눈을 뜨자 보여온 자그마한 광경은 낯선 곳이었다.



"여긴.."

"안녕하십니까. 동지여.. "

"...?"



들려온 목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 늙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말은 귀를 의심하게 하였다.



"새로운 삶을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 자리에서 두번째의 삶을 얻었습니다."



그 말을 나는 어째서인지 이해하였고, 내 눈동자에선 눈물이 흘러내렸다. 언제나 내 눈물을 닦아주던 손길은 없었다.....












행성에서 나온지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났다. 처음엔 이리저리 불안하던 우주여행도 조금은 익숙해졌다.. 아아 그 사람은 어디있을까..



"우주는 정말 넓구나..."



꽤 많은 별들을 돌아다니고 찾아다녔다. 번개만이 치는 행성, 물만으로 덮힌 행성, 아무것도 없는 메마른 행성도.. 허나 어느 별에도 없었다. 그를 아는 존재는 없었다. 당연한가.. 그가 가르쳐줬던 것과 같다면 아직.........



"이대로 만나지 못하면.."



불안감에 흘러나온 말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다. 아아- 괴롭다.. 이 시간들이 괴롭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이 막힌다.. 역시 그가 없는 이 시간들은.....



"가면이라도 잠시 벗어놓자.."



행성을 떠나면서 가져온 가면을 벗었다. 단번에 풀내음이 짙게 맡아져 왔다.. 처음으로 본 지구와 비슷한 행성은 냄새도 비슷한 것 같다.. 뺨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도 비슷하다.. 아아 이렇게 멍하니 있으면 그가 내게 다가와...



"뭐하고 있는거냐?"



그래.. 불만어린 목소리로 저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자연스레 그를 향해 시선을 옮기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보로스..>

"....."



몸에 배어버린 대로 반응해버린 내 시야 속으로 한 존재가 들어온다. 모든 것이 낯설고도 멀던 세계에서 너무도 강렬하고도 눈부시게 보여오는 존재가 그곳에 서있었다. 나를 보는 푸른색의 하나뿐인 눈동자에 아픔만 느끼던 심장이 두근거렸다. 바람에 흩날리는 분홍색의 머리카락에 시야가 흔들린다. 아아.. 아아... 드디어 찾았다.. 내 유일한 존재를....



"..............."

"............."



한동안 서로 말없이 바라보았다. 가슴속에서 벅차오르는 무수한 말들과 감정들을 나는 필사적으로 꾹 눌러담았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 끌어안아 그 온기를, 목소리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제서야 겨우 첫발이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선 여기서부터 무너지면 안된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한 존재여.."

"뭐지?"

"부디 저를 미래의.. 이 우주의 패자가 될 당신의 부하로 받아주십시요.. 제 소망을 위해.."

".........."



내 인사에 그는 어딘지 불편한 감정이 담긴 목소리로 반응한다. 그것에 나는 개의치않고 최대한 허리를 숙여 말한다. 눈물을 흘리며 부탁하였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난 그에게 내가 처음으로 부탁한 부탁이었다.












"..............."



투명한 창을 통해 우주의 모습을 느긋히 바라보는 중, 누군가가 내 뒤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내 몸을 끌어안는다. 보나마나 그다..



"보로스님.. 심심하시다면 다른 곳으로 가주십시요."

"......."

"보로스님.."

"....."



지구의 단위로 따져서 240cm인 남자가 겨우 160초반인 나를 끌어안은체 가만히 있는다. 내 부름에도 말없이 있는 그가 답변이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나는 안다..



"보로스.."

"뭐냐.. 사유라.."

"이제야 겨우 반응을 보이시는군요."

"너는 다른 녀석들처럼 '님'이라고 붙어 부르는게 싫다고 말하지 않았나.."

"당신은 이곳 다크매터의 두목입니다."

"또 그렇게 딱딱한 말투인거냐.. 그런 말투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 하아.."



님이란 호칭을 빼고 불러서야 반응하는 그는 보로스.. 현재 우주의 패자이자, 다크매터란 우주제일 도적집단의 두목인 존재다.. 그리고 그 존재는 나를 끌어안은체 별거아닌 일에 불평불만을 내고 있다. 우주 곳곳에서 그의 이름을 듣고 떠는 존재들도 많은데, 이런 모습을 보면 무어라 할까...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을 시간이 아니신지?"

"끝냈다."

"억지로 끝낸거겠죠."

"네가 없는데 뭐하러 회의 같은 것을 해야하지? 부두목.."

"저는 그런 자리 환영하지 않아요. 게르간슈프씨에게 드리세요."

"내 옆자리는 너 밖에 없다.."

"............"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체 말하는 그의 입에서 나온 부두목.. 현재의 내지위다.. 정확하게는 그가 그렇게 멋대로 정한거고, 다른 자들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나는 그리 그 자리를 받아들인 기억은 없는데도 말이다.. 거절하는 내말에 보로스는 살짝 정색이 담긴 말을 한다. 그것이 그의 진심인 것을 알았기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허나 어떠한 말이든 해야한다..



"후훗 말씀은 기쁘지만, 저는 이 곳을 평생 직장으로 삼을 생각은 없어요. 언젠가 이곳에서 나가서 조용하게 살거에요."

"...... 내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어쩔거지?"



내 말에 보로스의 목소리 톤이 낮아진다. 그의 얼굴이 내 어깨에서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고, 팔을 움직이더니 내 턱을 잡아 뒤로 젖히게 한다. 나는 그것에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기는데도...



"너는 우수하고도 내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자다. 이 함선내의 그 누구보다 나와 오래 함께했다."

"........."

"나의 첫 부하이자 가장 가까운 존재인.. 그리고 특별한 너를 나는 놓아줄 마음이 없다.."

"........"

"내가 너를 어디로도 못가게 한다면 너는 나를 원망할건가?"

"........."



푸른 색의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귓가에 닿는 목소리는 살짝 웃음기가 있지만 그것이 농담이 아닌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런 면모는 변하지 않았으니까.. 



"일개 부하에게 욕심이 심하군요. 우주의 패자님.."

"너는 내가 우주의 패자가 되기 전부터 욕심이 많았다는 것을 알지 않았나?"

"그랬던가요?"

"아아- 그랬다. 너는 나와 처음 만났던 때부터 신기할 정도로 내게 호의적이고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전 그저 당신을 존중하고 따랐던 것 뿐인데요? 과소평가는 안되는거에요."

"과소평가라.. 그럴지도 모르겠군. 너는 다른 녀석들과 다르니까.."



내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얘기하니 금방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온 보로스는 묻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니 그는 딱 잘라 얘기한다. 처음이라는 단어에 순간 가슴이 저릿한걸 감추며 꾸중하는 내게 보로스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 볼을 손가락으로 훑는다. 현재 우주에서 가장 강한 자의 손이 조심스럽고도 섬세히 내 볼을 어루어 만진다. 



"너는 역시 가면을 쓰지 않은게 더 좋군."

"가면은 제게 중요한 것 입니다만.."

"그래도 나는 너의 이 얼굴과 눈동자를 보는게 좋다. 예전부터.."

"그러신 분이 전 대원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절대 못 벗게 하시지 않나요?"

"너의 이 얼굴을 굳이 다른 녀석들에게 보일 필요는 없지않나.. 나만 봐도 충분하다."

"이해가 안되는군요.."



거짓말.. 나는 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의 앞에서 이해하는 척을 절대 할 수 없다. 가슴을 짓누르는 이 감각을 알리는 날도... 이런 나를 모르는 보로스의 고개를 숙여온다. 가까워지는 얼굴에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감각을 느껴버린다.



"저는 이만 방으로 돌아가서 이번에 들어온 대원들 목록을 살펴봐야겠어요."

"......일부러냐?"

"일부러? 제가 언제나 하던 일을 가는데 일부러라니요?"

"아니다."



젖혀있던 고개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며 그의 접근을 피했다. 척들어도 불만이 섞인 목소리에도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태연하게 얘기하는 나에 보로스는 넘어간다. 그때의 그의 표정이 어떨지 나는 상상이 되었지만, 뒤돌아 보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짓눌리는 가슴에 숨쉬기 괴롭다..



"보로스 제 가면 돌려주세요."

"..........."

"보로스.."

"귀여운 짓을 하면 돌려주마."

"......"



표정을 일부러 무표정으로 한체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내 물건을 돌려달라 하였다. 그런데 보로스는 오히려 무언가를 요구한다.. 아아- 누가 악당이 아니랄까봐.. 이런 짓궂은 태도도 변함이 없다.. 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로... 



"...사유라?"

"됐죠? 가면은 돌려받아갈게요.."



내 미소에 놀란 그의 볼에 스치듯 입맞춤을 한 나는 가면을 쉽게 가로챘다. 아니 돌려받았다는 말이 맞겠지만.. 아무튼 그리고 바로 휴게실에서 빠져나와 내 전용 방으로 돌아왔다. 그곳은 이 삭막한 함선내에서 얼마없는 녹빛으로 물들여진 공간이었다.. 방 한쪽에 우뚝 서있는 나무 아래로 걸어가 힘없이 주저앉아 버리는 나다.



"가면을..써야..."



가면을 쓰지 않은 것이 떠올라 다시 가면을 쓸려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가면을 쓸 수가 없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기에... 



<..........보로스.. 보로스..>



떠오르는 이름이 절로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함선내에서 아무도 알아듣지 못할 언어로 나는 그의 이름을 부른다.. 닿지않을 부름을... 대답이 없을 부름을.....



"또인가.."

"...........게르간슈프씨.."



누군가가 내 방으로 들어왔다. 내 방을 내 허락없이 들어올 수 있는 사람.. 아니 외계인은 한명 뿐이다. 그건 게르간슈프씨.. 함선내에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분이다. 나보다 더욱 부두목에 어울리는 존재.. 우주 제일의 염동능력자.. 게르간슈프씨의 등장에 나는 당황하지 않는다. 몇번째의 일이기에..



"죄송합니다. 또 제 감정이 당신에게 닿았나보군요.."

"정확하게는 내가 캐치한거다. 내가 염동력에 특화되기는 했어도 염쪽으로도 민감하니까.. 나 정도가 아닌 이상 모를거다."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당신에게 폐를 끼친 것에는 변함이 없어요."

"........"



여전히 눈물을 흘린체 사과하는 내게 게르간슈프씨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이 얘기하지만, 타인의 강한 염이 자신에게 멋대로 닿는 것은 그리 좋은게 아니다.. 특히 슬픔과 관련된 염이라면 더더욱이..... 



"보로스님은 네가 염능력도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르시지?"

"비밀로 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제가 평소에 쓰는 능력만을 가진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이 함선에 있는 다른 이들도.."

"역시 나만 알고 있는건가.. 하긴 알았다면, 너의 흘러넘치는 그 감정을 느꼈다면 너를 어느의미로 가만두지 않았을테니까...."

"....... 그렇네요.. 그렇기에 비밀로 해주시는 당신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게 더욱 좋은거라 판단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점점 너의 그 능력이 제어가 안되고 있는 것을 자각하고 있겠지?"

"........."



게르간슈프씨의 말에 나는 절로 입이 다물어졌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잘 알고 있다. 누구보다 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기에... 



"사유라, 네 종족.. 이라기 보단 너를 포함한 그 별에서 환생한 자들은 원래 이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닐만한 몸이 아니잖아?"

".....용케도 알아 내셨군요."

"조금 고생했지만, 알아봤지.. 그리고 운좋게 너처럼 특이한 케이스의 누군가가 쓴 기록을 찾아냈어."

"....... 아아- 그건 아마 예전 그 행성을 이끌었던 어느 신관의 기록이겠군요."

"아는거냐?"

"저말고도 오래전에 별을 뛰쳐나온 자가 있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거기엔 어디까지 적혀있던가요?"

"개인적인 일기나 다름없었지만... 네가 앞으로 맞이할 확률이 높은 끝에 대해서는 적어도 적혀있었어."



아아 어째서 거기까지 써놓은건지.. 하고 속으로 불평했다. 그나마 게르간슈프씨에겐 끝에 대해서만큼은 비밀로 하려고 마음 먹었던 나로써는 웃음이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내 눈물은 멈추지 않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럼 얘기가 빠르군요. 그것에 대해서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합니다.."

"그걸로 된거야? 정말로?"

"....문제가 있나요?"

"................사유라.. 너 알고 있잖아. 보로스님이 너에게 어떠한 감정인지.."

"........."



내 부탁에 게르간슈프씨가 묻는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오히려 역질문을 했지만 들려온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답을 했다간 더욱 아파올 가슴을 알기 때문에.. 그런 나를 알았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게르간슈프씨도 침묵을 이으신다.



"게르간슈프씨.. 걱정마세요. 적어도.... 빠른 시일내에 당신이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에요.."

"....."

"그는 괜찮을거에요.. 그는 강하고, 이전과는 달라요.."

"너는 그걸로 만족하냐? 네 목숨이 지금 죽음으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데..!"

"........."



죽음.. 모든 생명에게는 평등하게 주어지는 끝.. 물론 나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다만 다르다면.. 내 죽음은 스스로가 앞당겨진 것이란 것 뿐일거다.. 문득 행성에서 나오기 전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

<과거>



다시 눈을 뜬 그 날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는 아직도 살아있다. 한번 죽었을 터인 내가 말이다. 그리고 내 곁에 그가 없다.. 



"동지여.. 또 전생을 떠올리고 있는 것입니까?"

"그만두세요. 동지란 말.. 저는 이름이 있어요."

"아아 그랬었지요.. 사유라.. 전생을 너무 생각해도 그리 좋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전생... 그 단어로 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나는 환생을 해버렸다. 죽었던 그때의 내 모습과 기억이 그대로인체 나는 다시 태어나버렸다. 다만 틀린 것이라면 나는 이제 인간이라 불리기엔 적합한 몸이 아니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쁘지 않다.. 



"상관없어요. 제겐 전생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것이에요.."

"그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전생을 떠올린체 살아간다면 당신은 다른 동지들과 달리 괴로운 끝을 맞이할 겁니다. "

"......."



내가 환생한 이 별은.. 환생하는 자들이 태어나는 행성이다.. 모두가 환생한 자다. 그리고 다들 전생의 기억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 자신들이 환생을 하는 것을 아는 것은 나와 같이 몇없는 전생을 기억하는 자들로 인해 알려져서라고 한다. 그중 몇명이 무슨 신관이라던가 무녀라던가 했던 모양이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다. 그리고 내 끝에 대해서도..



"사유라.. 슬슬 반려자를 정하십시요. 안 그러면.."

"정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는 곧 이 별을 떠날겁니다."

"예?!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우리들은 이 별이 아니면!!"

"걱정이라면 감사해요.. 하지만 저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고, 만약 정말로 제가 생각하는 세계가 맞다면 만나야할 존재가 있어요.."



반려자..란 단어에 나도 모르게 차가운 목소리를 내버렸다. 내게는 그 사람밖에 없는데, 어떻게 다른 존재를 내 곁에 둘 수 있을까.. 그런 내게도, 상대방에게도 잔인한 행동은 하지않을 것이다. 이런 내 생각을 모르는 상대방은 내 말에 당황한다. 예상한 반응이다. 하지만 가야한다.. 가야만 한다.. 이 별에 환생한 점술사의 말대로라면.... 



"... 이제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유라.. 그 존재는 당신의 끝을 바꿀 수 있는 존재입니까?"

"............ 끝의 형태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저는 그것을 바라지 않아요. 다만 바뀐다면.. 그렇군요... 웃으며 끝을 맞이할 수 있겠죠.. "

"당신은 강하고도 위태롭군요.. 눈을 떴던 때와 변함없이..... 우리 별의 가장 강한 자여.."



늙은 남자의 질문에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낸다.. 떠올려지는 끝은 분명 그리 웃을만한 장면이 아닐텐데도 말이다. 그런 나를 남자는 어딘지 그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남자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전생에 나와는 가장 인연이 없던 단어였다... 




-------



떠올려진 기억은 그리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슬픈 것도 아니다.. 이미 받아들인 것이다. 이미 각오하고 있던 것이다. 다시 눈을 뜬 그날부터..



"게르간슈프씨.. 당신이 아는 정보를 말해보세요.."

"반려자.. 특이한 체질.. 그리고 전생을 기억한 자들의 끝.."

"그럼 아시겠네요. 제가 결국 그 끝을 선택한 것을.."

"피할 수 있잖아. 네가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하잖아. 그 끝을 피할 수 있는데도 네가 거부하고 있는거잖아?!"

"정말 예전 신관께서는 자잘한 것까지 적으셨나 보군요. 난감할 정도로..."



정말 난감하도록 자세히 기록을 적은 이미 죽었을 신관이 조금은 미웠다. 하지만 그 감정은 곧 사라지고, 계속 자리잡고 있던 감정만이 내 가슴속에 퍼질 뿐이다. 눈을 감고, 눈을 뜬 그날부터 계속 간직해온 나만의 감정에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너도 사실.. 보로스님께..."

"게르간슈프씨.. 저는 사실 의심했었어요. 이번 삶에서 만나는 그는 어쩌면 '그'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매우 똑같지만 다른 그일지도 모른다고.. 그럼에도 찾아다녔고, 결국 만난거에요. 그리고 알아차렸어요. 제가 알던 그와는 신장도 분위기도 조금 틀렸지만, 그래도 '그'라는 것을.." 

"........."

"거기다 만났을 때, 제 모든 것이 알려주었어요. 모습이 조금 달라도, 저를 기억하지 못하고, 제가 모르던 때의 그라도.. 그 영혼은 분명 제게 너무도 소중하던 그라는 것을.. "

"......."

"그래서 더욱 강하게 결심했어요. 이번 삶에서는 절대로 그와 이어지지 않겠다고....."

"사유라.."



게르간슈프씨를 바라볼 수 없었다. 아무리 강하게 결심을 했다하더라도, 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던 내 결심을 입 밖으로 내보낸 것은 꽤 후련한 기분이지만, 그만큼 다시 현실감이 강해진다. 



"게르간슈프씨.. 어리석어 보여도, 바보같이 보여도 제가 선택한 길이에요."

"..........."

"제가 죽게되는 이유에 대해선 다시 눈을 뜬 그날부터 예상하고.. 아니 확신하고 있었던거에요.. 그러니 후회없어요. 제 숨도, 제 눈물도, 제 피 한방울도.. 모두 다시 만난 단 한존재만을 위한거였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그럴거에요.."

"그분을 끝까지 속일 수 있나?"

"속일거에요.. 지금까지처럼 저는 그를 속이겠어요. 그의 첫번째 부하로써, 그의 가장 충성스런 부하로써, 한때 그와 가장 가까웠던 부하로써.. 저는 우주의 패자의 곁을 지키다가 사라지겠어요. 그러니.... 게르간슈프씨, 부탁입니다. 제 연극을 못 본척 해주세요."



들려온 진지한 게르간슈프씨의 질문에 나는 땅을 향해 허리와 고개를 숙여 엎드렸다. 내 부탁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게르간슈프씨.. 이윽고 들려온 한숨소리..



"알았어. 알았다고..! 협력은 무리지만 입을 다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유라.. 나는 사실 걱정돼. 네가 떠난 후에 그분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괜찮을 겁니다.. 그의 시선을 돌릴 사건이 꼭 일어날테니까.. 저는 그 후에 떠날거에요.."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래도 무리하지마. 유능한 부두목이 쓰러지면 엄청난 난리가 날테니까."



게르간슈프씨의 말에 나는 그제야 웃는다. 도적단치고는 꽤 평온한 이곳에 나는 이미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 나와 같은 모습의 존재가 없더라도 유쾌하고도 강한 자들이 많은 이곳에서 그와 함께 했었기에.. 그렇기에 안심할 수 있다. 내가 떠날 그후의 일들을.. 



"난 그럼 이만 나갈게. 아 무리하지 말고 얼른 가면이나 써. 그 가면 네 몸의 안정화를 위한거잖아."

"그 기록에 그것도 적혀있던가요?"

"그 책에선 가면이 아닌 다른 물건이었지만, 환생했던 그 행성이 아니면 몸의 균형유지가 힘든 너희들이 행성의 특별한 무언가로 만든거잖아? 그게 행성과 같은 성질을 띄고 있어 안정에 도움을 주고 있는거라 써져있었어. 하지만.."

"네.. 이것은 어차피 대용품입니다. 행성에 비하면 턱없이 약해빠진 힘이기에.. 최대한 몸에서 떼어놓지 않아야하고, 이윽고 몸은 점점 붕괴하게 되어가는거죠."

"거기다 너 반려자도 없지?"

"당연한걸 묻는군요. 

"그럼에도 그런 힘이 있다니.. 너도 참 대단하다."

"신이 이번엔 잘 해보라고 준 것일지도 모르지요...  얼른 가보세요. 하실 일이 많으시잖아요."

"진짜 무리하지마. 네가 없으면 회의도 제대로 진행이 안된다 말이야.."

"후훗 네.."



마치 친한 오빠와 같은 느낌의 게르간슈프씨.. 그나마 들킨 외계인이 게르간슈프씨라서 나는 안심한다. 다른 간부였으면 아마 바로 보로스에게 보고했을 것이 뻔하기에.. 아니 정확하게는 실수로 말해버릴 것 같기에.... 그렇게 게르간슈프씨가 가고 나서 눈물로 지저분해진 얼굴을 씻고 나오자 피로감이 몰려왔다.



"아아.. 정말 몸이 말이 아닌가보네.. 오늘 하루 사건도 없었는데 피곤하다니.."



피로감과 함께 졸음도 찾아옴에 침대로 향했다. 쓰러지듯 누운 침대의 부드러운 천의 감촉이 닿아오자 기분이 나아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머릿속에는 단 한존재만이 떠올라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텅빈 내 옆자리는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지만, 여전히 내게는 낯설고도 쓸쓸하다. 공허한 가슴에 그것을 가리고 싶어, 가면으로 얼굴의 반을 가렸다.



"약.. 먹어야 하는데.. 안 그러면...."



강해지는 졸음에 침대 옆 나이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내 의식은 점점 졸음에 저항하지 못한다. 이상하다.. 졸려도 이러지 않은데.. 애초에 '그'없이 쉽게 잠들 수 없어서 약을 먹던건데... 오늘은 이상하다..



"아아- 그렇구나.. 이것도 조짐이구나.."



평소 없던 증상에 대해 이유를 알았다. 이것도 붕괴의 조짐이다.. 염능력으로 인한 감정의 전달은 예전부터 어쩌다 있던 것이지만, 이렇게 신체적으로 조짐이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다. 이제 정말로 내 몸은... 



"이대로 잠들면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을까.. 그 옛날처럼......"



몇번이나 떠올린 전생의 기억과 감각을 떠올리며,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잠에 잠긴다.. 악몽을 꾸지 않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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