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일상

보로사유 - 심술

サユラ (사유라) 2016. 4. 17. 15:54



*원펀맨 드림글

*오리주(오너이입)

*개인적인 캐해석이 있어, 캐릭성격은 보장하지 못합니다.


*평소랑 많이 다른 드림주라서.. 오너도 낯섭니다. 미리 주의를..






















"네..네.. 오늘 빠진 것은 다음에 채우겠습니다. 아아 저는 걱정마세요. 하루정도 쉬면 괜찮을테니까.. 아무튼 또 이런일이 생겨 죄송합니다.."



누군가와 전화를 나누는 사유라의 얼굴은 꽤 어두웠다. 그리고 전화가 끝난 후에도 얼굴의 그늘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거운 한숨이 그 작은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한 사람, 아니 외계인이 있었다.



"점장이란 인간과 얘기는 잘 된거냐?"

"네.. 워낙 좋은 분이셔서 오히려 걱정해주셨어요."

"그럼 오늘은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되는거군. 쿡쿡-"



자신의 말에 기분이 좋은 것인지 웃는 보로스에 사유라는 다시 한숨이 나올 것만 같음을 꾹 참았다. 상황은 이렇다. 어제 저녁에 이른 아침부터 아르바이트가 있다는 자신의 말에도, 나름 저항을 했음에도 결국 중간부터 기억이 날라갈 정도로 무리를 줬던 그로 인해.. 온몸이 -특히 허리가- 아파서 결국 아르바이트를 쉬게 된 것이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쳤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지는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을 뻗어 안으려는 그를 보고, 사유라는 입을 연다.



"보로스 오늘은 스킨쉽 금지에요."

"........ 모르는 말이다."

"아시는거 다 알아요. 모르는 척하지 마세요. 아무튼 오늘은 제 몸에 손대시면 안돼요."

"왜지?"



자신의 말에 한 순간 멈췄던 듬직한 두팔이, 다시 다가옴에 사유라는 슬쩍 손으로 그것을 저지한다. 거기다 시치미 뚝 떼는 그의 모습이 조금은 어린아이 느껴져 웃을 뻔하였지만, 그것을 참아내어 좀 더 알기 쉽게 말한다. 들려온 말에, 저지된 팔에 그는 척봐도 불만이 가득 담긴 분위기를 풍기며 묻는다. 한때 그 모습에 많은 외계인들이 겁에 질렸을텐데도 딱히 특별한 힘도 지니지 않은 인간여성은 똑바로 응시한다.



"보로스.. 정말 이유를 모르세요?"

"......"

"모르세요?"

"......안다.."



보로스는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웃는 그녀에게서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느낀다. 웃는 것인데도 묘한 압박감을 풍기는 연인은 정말 화가 난 것임을 알아차린 그는 결국 첫번째 백기를 든다. 



"그럼 제가 말한대로 하실거죠?"

"....."

"보로스 시선을 피하지 마시고 대답해주세요."

"... 싫다."

"네? 잘 못 들었는데, 다시 말씀해보시겠어요?"

"싫.. 윽.."



확인을 하듯 묻는 그녀의 말에 한번 살짝 옆으로 시선을 피한 보로스였지만, 이내 들려온 요구에 다시 시선을 마주하여 답한다. 헌데 분명 들렸을 정도의 목소리였음에도 들리지 않았다는 듯이 묻는 연인에 다시 답하던 그는 끝까지 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방금 전보다 미소가 더 짙어졌기 때문이다. 더불어 묘한 압박감도.. 그것에 보로스는 차마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없었다. 주도권이 반대가 되어진 상황은 꽤나 웃긴 모습이었다.



"보로스.. 제 말 들어주실거죠?"

"....알았다."

"후훗- 겨우 하루니까, 참아주세요."



어쩔 수 없이 이끌어낸 자신의 대답에, 보이지 않는 두번째의 백기에 웃는 그녀가 짓궂다고 보로스는 생각해버린다. 사유라는 분명히 알고 있다. 자신이 그녀를 만지지 못하는 시간들을 싫어하는 것과 하루를 무척 길게 느낄 것을... 그것을 알고도 연인은 지금 화가 나서 심술을 부리는 것에 외계인은 사실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차마 저항할 수 없었다. 만약 계속 싫다고 했으면, 그녀는 분명 더한 것을 했을 것이 분명하였기에. 그래서 보로스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다. 한편 속으로 한숨을 쉬는 그를 아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방금까지와는 다른 조금은 부드러워진 만족한 미소를 지은다. 



"그럼 오늘 하루는 제 허락없이 저를 만지시면 안돼요."

"그래."

"자 그럼 이제 일어나야.. 으..!"

"괜찮은거냐.."

"아니..요.."



쐐기를 박는 듯이 얘기한 자신에게 어딘지 체념어린 목소리로 답한 그를 보고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그녀였지만, 단말의 신음과 함께 침대에 엎드리게 되어버린다. 가는 몸이 파들파들 떠는 모습에 보로스가 넌지시 묻자, 아픔이 베인 목소리로 답하는 그녀였다. 평소라면 최소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었을 그였지만 금지당한 몸으로서는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몸을 간신히 일으킨 사유라는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온다.



"혼자 움직일 수 있겠나?"

"괜..찮아요. 씻는 것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보이지는 않다만.."



분명 허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몸일텐데도, 혼자서 방 밖을 향해 걸어가는 연인을 보로스는 곁에서 지켜본다. 몇걸음 더 걸었을까, 결국 아픈 허리에 그녀는 그에게 '손만 빌려주세요..' 라는 도움의 요청을 말했고, 보로스는 웃으며 손을 건내준다. 얼마 후, 씻고 나와 옷도 갈아입은 사유라에게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한 계단이었다. 계단을 내려다 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이미 지친 기색이었다.



"쿡쿡- 혼자 내려갈 수 있겠나?"

"...."

"저번처럼 안아서 내려다줄 수 있다만.."

"... 그럼 내려주시겠어요?"

"응..?"

"내려다 주신다면서요. 자요."

"...."



벌을 받는 도중일 몸일텐데도 보로스는 즐거워보였다. 은근슬쩍 스킨쉽의 이유를 만들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던 보로스는 들려온 말에 놀란다. 사유라는 그가 당혹스러워하는 것을 아는데도 오히려 팔을 벌리며 안아달라는 제스처를 보인다. 언제나라면 부끄러워 하였을 그녀가 여유있게 미소짓는 모습에 그는 선뜻 움직이지 못한다. 그런 그를 본 사유라가 오히려 한발짝 그에게 다가간다.



"내려다 주실거죠? 아 물론 그냥 안아서 내려다 주시는 것 뿐이에요. 그 이외의 것은 안돼요."

"오늘의 너는 평소와 조금 틀린군."

"그야.. 오늘의 저는 보로스에게 벌을 줘야하니까요."

"... 후- 그래, 1층까지 옮겨주마."



언제나와 같이 작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짓궂게 보이는 것을 애써 신경쓰지 않고, 보로스는 가녀린 몸을 조심히 안아 올린다. 그러자 훅하고 맡아져온 그녀의 향기에 더욱 가까이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때..



"보로스.. 너무 밀착하게 안으시면 안돼요. 어디까지나 1층으로 옮겨주시면 되니까요."

"알고있다."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이 경고하는 사유라에 그는 애써 마음을 비우고 1층으로 내려간다. 1층에 내려오자 품안의 그녀를 내려주기 싫은 그였지만, 내려달라는 연인에 어쩔 수 없이 내려주는 보로스였다. 아쉬움에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를 못 보았다는 듯, 살짝 느린 걸음으로 제 갈길을 가버린다. 그 후, 오전 내내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웠지만, 접촉하는 일은 없었고, 그의 기분은 점점 나빠져 갈 뿐이다. 그에 반해 그녀는 여유롭고도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데...



"음..? 미쨩 왔어?"



마루와 연결된 창가 가까이서 느긋히 있던 사유라의 눈에 들어온 고양이 한마리. 언제나 놀러오는 미쨩이 찾아온 것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창문을 열어준다. 그러자 미쨩은 자연스럽게 들어오더니 그녀의 곁으로 무릎 위에 올라가 앉는다.



"후훗- 미쨩 배고프지 않아?"



그녀가 묻자, 마치 대답을 하는 듯이 미쨩은 '냐옹~'하고 운다. 그것이 너무도 귀여운지 사유라는 웃더니, 미쨩을 안은체 누워버린다. 미쨩은 딱히 그것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의 품안에 파고든다.



"오늘의 미쨩은 어리광이 많네?"

"냐앙~"

"그래그래, 오늘은 보로스가 방해하지 않을테니까 실컷 붙어있자~"

"냥!"



보로스가 보고 있는 것을 아는데, 사유라는 신경쓰지 않고 미쨩과 꼭 붙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편 그것을 모두 보고 있는 그의 눈빛은 그리 좋지 못했다. 불만이 짙게 베인 시선이 연인의 품안에서 그 체온과 손길을 느끼고 있을 고양이에게 꽂힌다. 그것을 느낀 것인지 미쨩이 잠시 보로스를 보더니 승리자의 미소를 지은다. -보로스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사유라, 그 고양이랑 그렇게 계속 놀거냐?"

"오늘은 미쨩이랑 오랜만에 놀아줄려고요. 최근엔 보로스가 질투하셔서 제대로 놀아주지 못 했으니까.. 그치 미쨩?"

"냥~"

"역시 난 이 고양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로스.. 미쨩 괴롭히지 마세요."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

"조심히 다녀오세요."



자신이 바로 앞까지 다가가 불만이 섞인 목소리로 묻는 것에 조금은 동요할까 싶었던 보로스였지만, 너무도 태연한.. 오히려 살짝 자신을 나무라는 그녀였다. 그것에 미쨩의 이마를 꾹꾹 누르자, 고양이를 감싸는 사유라에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분이 저조해진 그는 외출하기로 한다. 혹시 그녀가 자신을 말리지 않을까 생각했던 그였지만, 당사자는 언제나와 같이 인사를 할 뿐.. 그의 기분이 나빠진 것이 보였음에도 신경쓰는 듯한 모습은 없었다. 결국 보로스는 흔히들 말하는.. 삐져서 집을 나와버린 상황이다. 그런 자신의 상황에 본인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아직 하루의 절반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꼴이라니.."



지금까지 사유라가 화가 난 적도 있었으며, 예전에도 한번 접촉을 금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 용서없는 것도, 짓궂은 것도 처음이었다. 끌어안거나 만지고 싶어 안달이 나는 자신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와 히히낙락하며 노는 모습을 보이는 연인... 하마터면 질투에 억지로 키스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나온 그였다.



"후우- 적당히 산책으로 시간을 때우고 와야겠군."



그답지 않은 조금은 무거운 한숨을 내밷은 보로스는 이내 번화가 쪽으로 높게 도약하며 가버린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화풀이로 괴인들과 범죄인들을 박살낸 보로스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집안이 아주 조용한 것을 느껴 의아해하며 거실쪽으로 가보는데..



"........"



거기엔 고양이와 같이 낮잠에 빠진 연인이 있었다. 왠지 오랜만에 보는듯한 낮잠에 빠진 그녀의 얼굴이 귀엽기는 하였지만, 자신없이 고양이와 잠든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들지 않는 보로스로였다. 거기다 자신은 현재 스킨쉽을 금지당해 끌어안을 수도 없는 상태라서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었다. 동물의 예민한 감각 때문이었을까, 깊이 잠든 것 같이 보였던 미쨩이 눈을 떠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외눈박이 외계인을 바라본다.



"사유라를 차지하니 좋냐?"

"냐앙.."



자신의 말에 답하듯 우는 미쨩에 보로스의 눈쌀이 찌푸려진다. 가끔 생각하지만 눈앞의 고양이는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언제나 타이밍좋게 자신을 방해한다고 보로스는 생각하는데.. 미쨩이 그녀의 품에서 나오더니 기지개를 쭉 핀다. 그리고는 잠든 사유라의 볼에 쪽하고는 살짝 열린 창문으로 휙 나가버린다. 눈앞에서 고양이가 연인에게 뽀뽀를 한 것을 그저 지켜보게 되버린 외계인은 올라오는 짜증을 조용히 삭힌다.



"..으음.."

"태평하군. 나는 이렇게 애가 타는데.."



품안의 온기가 사라져서인지 살작 뒤척이며 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며 그는 불평어린 목소리를 낸다. 허나 잠든 여성에겐 그 말은 닿지 않았고, 들려오는 것은 작은 숨소리 뿐이어서 허무함과 서운함을 느껴버린다. 바로 옆에 누워 그 모습을 지긋히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는 자상하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보기만하고 닿을 수 없다니.. 이게 무슨 고문인지.."

"새액.."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건가.."



보로스는 예전의 그녀를 떠올린다. 자신을 마음깊이 거부하던 그녀, 자신을 향해 죽음을 원한다고 얘기하던 그녀, 존재하는데도 어딘지 흐릿하고도 위태롭던 그녀.. 잠이 들면 그대로 영영 깨어나지 않을 것만 같다고 느껴진 때도 많았었다. 그때마다 그는 가녀린 몸을 끌어안아 존재함을 확인하였던 그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다르다. 예전과 같은 위태로움은 거의 없다.. 이제는 그저 사랑스러워, 그 체온을 느끼고 싶어, 독차지하고 싶어 만지거나 끌어안는 보로스이지만.. 지금은 닿는 것을 금지당한 몸이기에 참아야만 했다.



"새액.."

"........자고 있으니 모르겠지.."



평온하게 잠든 얼굴을 보던 보로스는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리더니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는 작은 입술에 살며시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그러자 부드러움과 온기가 느껴져와 바로 떨어질 수 없었다. 아침에 맡아져 왔던 향기에 더더욱 욕심을 부리고 싶어져만 갔다. 그대로 끌어안아 버릴 것만 같은 충동을 억제하며, 입술을 떼는 그의 시야로 천천히 떠지는 두 눈동자가 보여왔다. 언젠가 그녀가 웃으며 말했던 어느 동화의 공주님처럼 자신의 입맞춤에 깨어나는 모습에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

"... 보로스.."



초점이 흐릿하던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서서히 초점이 잡히며, 또렷히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것이 보여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연인.. 고작 몇초 사이에 일어난 일에 보로스는 홀린듯이 다시 그녀에게 키스한다. 숨을 들이켜 향기에 취하고, 온기에 더욱 갈망하고, 달콤함에 이성이 흔들려졌다. 고작 미소와 부름에 아침의 불만스러운 약속을 잊게 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잠깐의 행복을 느끼고 입술을 떼는 그의 시야에 여전히 웃는 그녀가 보여왔다. 하지만 곧... 그 미소가 아침의 미소와 같음을 알아차려 불안감이 언습해왔다.



"보로스.."

"........"

"어겼군요."



나긋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어딘지 한기가 느껴짐에 보로스는 굳어버린다. 밑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아까의 사랑스럽던 눈동자와 같은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연인이 지금 화가 났음을 그는 확신했다. 



"보로스 일단 떨어져 주실래요?"

"아아.."



분명 부탁하는 말인데도, 보로스는 그것이 부탁으로 들려오지 않았다. 거의 명령과도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에게서 떨어진다. 한결 자유로워진 몸을 일으켜 앉은 사유라는 자신을 따라 앉는 약속을 어긴 그를 말없이 바라본다. 아니 단순히 바라보는게 아니라 소리없는 꾸지람이었다. 그것에 천하의 보로스는 식은땀을 흘린다.



"화.. 많이 난거냐?"

"그렇게 보이나요?"



조심스런.. 어딘지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묻는 그에 그녀는 웃으며 오히려 되묻는다. 웃고 있지만, 웃고 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미소에 보로스는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그런 상대방의 반응에 잠시 침묵을 이은 사유라는 팔을 뻗어 그를 끌어안는다. 자신의 목에 팔을 둘러 안아온 그녀에 눈에 띄게 놀라는 '전' 우주의 패자. 그의 팔이 허공에서 갈팡지팡하다가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순간..



"보로스.. 가만히 있으세요."

"..?!"

"당신은 아직 벌을 받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죠?"

"......."

"거기다 당신은 저와의 약속을 어겼어요, 그렇죠?"

"......"



목언저리에서 울리는 나긋한 목소리에 두 팔이 어중간한 자세로 멈춰버린다. 거기에 이어진 확인하듯 묻는 질문에 그의 낯빛이 어두워지는 신기한 광경까지 발생한다. 그것이 보여지지 않을텐데도 사유라는 마치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어느새 미소를 지운채 그를 올려다 본다.



"보로스라면 적어도 저녁까지는 지켜줄거라 여겼는데.. 살짝 실망했어요."

"그건.. 미안하다.."

"정말요?"

"아아.."

"그럼 지금부터 무엇을 해도 절대로 보로스 쪽에서 저를 만지면 안되는거에요. 알았죠?"

"....?"



아까와 달리 약간 낮아진 그녀의 목소리에 보로스는 사과를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아까의 일은 불가항력이었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사유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그 말에 의아해하던 커다란 몸이 순간 움찔한다. 왠만한 일에 동요하지 않는 외계인의 눈동자가 커진 이유는... 작고도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그의 목덜미에 쪽하고 입맞춤 했기 때문이었다.



"사유라..?"

"왜요?"

"방금.."

"문제가 있나요?"

"문제라기 보단.."

"그럼 문제가 없다는 말씀이죠?"



자신의 부름에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반응하는 그녀에 보로스는 방금 일어난 일이 착각이었나하고 생각했지만, 뒤이어 들려온 질문들 속에 무언가 불길함을 느껴버린다. 그런 그를 아는지 모르는지 목에 두른 팔에 더욱 힘을 주어 끌어안은 사유라는 푸른색의 피부에 볼을 부빈다. 언제나 얌전히 안겨있던 그녀가 어리광 부리듯 행동하여 놀란 보로스였지만, 이내 귀여워 끌어안고 싶었다. 허나..



"....."

"음- 역시 보로스는 따스해요.."

"그런가.. 하아.."

"후훗-"



아까 그녀가 했던 의미심장한 말이 그를 멈추게 하였다. 절대로 만지면 안된다고 했던 연인의 말이.. 이미 한번 약속을 어긴 시점에서 또 다시 어긴다면 그 후에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었다.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무르던 그녀가 쉽사리 용서해줄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 가녀린 몸을 끌어안고 싶은 것을 억눌렀다. 그런 자신에 태평하고도 귀엽게 말하는 연인에 보로스는 한숨을 내밷었다. 들려온 무거운 한숨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웃을 뿐이다. 그리고는 한번 더 힘을 주어 끌어안은 후, 마치 잠든 듯이 사유라는 가만히 있는다. 누가보아도 평온한 그녀와 달리 안긴 그는 다시 한숨이 나올듯한 어두운 분위기였다. 피부에 닿는 온기도, 부드러움도 문제라면 문제지만.. 그녀의 숨결에 인내심이 깎여가는 죄를 지은 남자였다.



"새삼이지만.. 보로스의 피부는 역시 인간이랑 다르네요."

"나는 외계인이니 당연한거다. 설마 아직 낯선거냐?"

".... 설마요. 당신의 일부인걸요. 거기다..."

"..!"

"이제는 사람의 피부보다 보로스의 피부가 더 익숙해요."



가만히 있던 그녀의 말에 애써 평점심을 유지하며 묻는 보로스. 건내져온 질문에 답하던 작은 입술은 아까처럼 인간과는 다른 피부를 지닌 목에 입맞춤한다. 그러자 그 또한 아까처럼 움찔하였고, 그 반응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사유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하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보여져온 미소가 무척 매력적이지만, 동시에 짓궂음과 장난이 섞여있다고 보로스는 생각했다. 어딘지 심술궂은 어린아이같은 느낌도 들었다.



"보로스.."

"응?"

"후훗- 역시 보로스의 눈동자는 크고도 예뻐요."

"....남자에게 예쁘다는 말은 어울리는게 아니라 생각한다만.."

"그래도 전 예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좋아해요.."

"오늘은.. 많이 솔직하군."

"싫으세요?"

"그 반대라서 곤란하다.. 무척이나.."



부름에 답하여 고개를 숙이자 눈가에 입맞춤을 한,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표현을 쓰는 그녀에 보로스는 인내심이 쭉 깎이는 것을 느낀다. 최근에는 많이 솔직해진 그녀였지만 지금만큼 솔직하고도 적극적인 자세는 드문 연인이었기에 기쁘고도 좋은 그였지만, 마음대로 끌어안을 수도 키스할 수도 없는 상황은 곤혹이었다. 허나 평소 부끄러워하던 모습을 어딘가에 버리고 온 것인지 사유라는 들려온 대답에 기쁜 것인지 웃으며 이번에는 그의 코끝에 입맞춤한다. 그 다음은 양볼에 번갈아며 한번씩, 다음은 이마에, 다음은 턱끝에, 다음은 아슬아슬하게 입술의 옆에.. 부드럽고도 따스한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닿지 않고 떨어져 나가는 순간 보로스는 무척 불만스런 눈동자를 지은다. 그 눈동자를 보면서도 여성은 작게 웃고 있다. 예상한 반응이라는 듯이...



"일부러 이러는거냐.."

"뭐가 말이죠?"

"사유라.."

"왜 그러세요?"

"오늘은 정말.. 짓궂군."

"저도 알아요."



자신의 말들에 시치미를 떼는 그녀에 보로스는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를 내버린다. 짐승의 울음소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드는 낮은 목소리에도 사유라는 태연한 반응이다. 그리고 들려온 그의 감상에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인다. 곡선을 만들며 웃는 연분홍색에 가까운 입술에 그는 입술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것을 느꼈고, 당장이라도 그 입술을 마음껏 탐하고 싶었다. 허나.. 자신을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에 참았다. 볼을 어우러 만져오는 하얗고도 부드러운 손가락에 애가 탔다.



"다음은 어디에 키스할까요?"

"... 입술에 해주면 좋겠군."

"흐음.. 다른 곳에 할래요."

"....."



들려온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는 자신에게 또 다시 짓궂게 구는 그녀에 보로스의 눈쌀이 찌푸려진다. 그것에 상관하지 않고 그의 볼을 양볼을 만지던 손을 사유라는 아직도 허공에 멈춰있는 푸른 손 중 하나를 잡더니 검지 끝에 입술을 맞춘다. 그 다음은 마디마다 가볍게 입맞춤을, 다음은 손등에 살며시.. 푸른 눈동자는 미소를 지은체 자신의 손바닥에 볼을 가져다 대는 여성을 이제는 아무런 말없이 바라보았고, 시선을 알면서도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를 가진 여성은 눈을 감은체 웃는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반응을 살피듯 눈을 떠 바라봐오는 그녀에 보로스는 눈을 감아버린다. 차라리 보지않는 것이 자제심에 도움이 될거라 판단해서였다. 그런데 그때 손바닥에서의 온기가 사라지더니 입술에 무언가 닿아온 것에 그는 눈을 떠버린다.



"평소보다 커다란 눈이네요. 후훗-"

"입술에는 하지 않는 것 아니었나?"

"다른 곳에 한다고 했지, 하지 않는다고 말한 기억은 없는데요?"

"..... 영악하군. 이런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러게요. 저도 몰랐어요."



눈을 뜬 자신을 만족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봐오는 그녀가 또 어린아이 같이 보여옴에 보로스는 조금 복잡한 기분을 느낀다. 심술을 부릴 때에 어린아이같은 표정이라니.. 차마 화를 낼 수도 없는 귀여움이었다. 그래도 나름의 불만을 담아 묻는 자신에게 답하는 그녀는 언제 익힌 것인지 영악함까지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사유라가 한순간 언제나의 미소를 지어보여 '지금이면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이 들어 고개를 숙이는 그인데..



"보로스.. 안돼요."

"........."

"저 아직 화 내는 중이에요."

"...틈이 없는건가."



자신의 입을 막는 하얀 손가락, 귓가에 닿는 나긋한 목소리, 살짝 휘어지는 눈커풀 속에 보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 그리고 입술에 전해져오는 온기와 코끝에 닿는 옅은 향기.. 그 모든 것이 보로스에겐 그저 애가 타도록 만들게 할 뿐이었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만 해도 그녀로 가득하였기에, 지금의 순간이 괴로운 그였다. 떨어지는 손가락이 아쉬웠다. 



"화 풀기를 원하세요?"

"물론."

"아직 풀지 않을거에요."

"오래가는군."

"보로스가 키스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풀렸을지도 몰랐을 거에요."

"그건 그때 네가 너무.."

"변명은 안돼요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거니까요."



심술궂다 못해 얄미운 그녀의 태도. 지금까지의 인생 중에서 이렇게 자신을 휘두르고 애가 타게 만들게 한 존재가 있었을까? 아니 없었지. 하고 속으로 지문지답한 보로스는 사유라의 행동을 지켜볼 뿐이다. 잠시 그와 시선을 마주하던 그녀는 웃더니 얼굴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옆으로 살짝 비켜지나간 그녀의 입술이 향한 곳은 사람의 귀와 생김새가 틀린 조금은 길고도 뾰족한 그의 귀였다. 귓바퀴에 살며시 입맞춤을 하는 사유라인데..



"..!"

"아 움찔하셨다."

"사유라.."

"보로스 흉내에요."



목에 입맞춤 했을 때와 같이 움찔한 커다란 몸에, 자신을 부르는 불만이 담긴 목소리에 아주 작게 키득키득 웃는 사유라다. 들려온 연인의 말에 보로스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다. 무거운 한숨 소리에도 다시 한번 작게 웃은 그녀는 또 귓가에 입을 맞춘다. 그 다음은 살짝 내려와 목에, 더 내려가 목덜미, 또 내려가 쇄골에 입맞추는 그녀의 손은 그가 입고 입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한개, 두개, 세개, 네개.. 그로인해 그의 가슴에 달린 눈까지 드러나게 되어진다.



"심술을 부리는거라기엔.. 너무 무리하는거 아닌가?"

"........"



평소 그녀라고 하기엔 너무도 대범한 행동에 보로스가 묻자, 사유라는 웃을 뿐이다. 그리고는 쇄골 아래에 입맞춤한다. 그 다음은 가슴 언저리에서 내려가며 세번 정도 키스한 후, 가슴 중앙에 또 다른 눈에 다다른다. 얼굴에 있는 눈과는 달리 동그란 눈에, 좀 더 작은 눈동자를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술을 내린다. 그에 맞춰 가슴의 눈이 살짝 감겼고, 그 눈커풀 위에 사유라는 입맞춘다. 그 모습을 모두 내려다 보고, 마주 본 보로스의 표정은 고요했다. 



"네가 여기까지 한건 처음이군."

"........"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화가 났던거냐?"

"글쎄요.."



진지한 목소리에 낮췄던 상체를 일으킨 사유라는 그의 질문에 애매한 대답을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로스가 보는 가운데 입술에 키스한다. 그저 입술만 맞댄 키스.. 입술을 뗀 오늘 심술을 부리고, 애를 태운 그녀는 '저녁 준비할게요'라고 말하더니 일어나 부엌 쪽으로 가버린다.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는 보로스였다. 한편 부엌으로 간 오늘 여러가지 대담했던 그녀는..



"나 미쳤었나봐...."



부엌의 한구석에서 벽을 바라본체 딱 붙어서 중얼중얼거리고 있었다. 언뜻 보이는 그녀의 귀는 빨갛게 물들여져 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고, 발소리를 들은 사유라는 급히 몸을 돌린다. 지금 이순간만큼은 자신이 생각하는 인물이 아니기를 바랬지만, 부질없는 소망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것 인지 보로스가 자신의 코앞에 서 있다는 것에 한순간 신에게 빌었던 그녀는 하마터면 있을지 없을지 모를 신을 저주할 뻔했다.



"미안하다."

"네..?"

"미안하다. 몇번이고 사과할테니까, 너를 만지는걸 허락해주길 바란다."

"..........."



속이 패닉상태였던 사유라는 들려온 그의 말에 멍해진다. 두팔로 벽을 짚어 자신을 가두어 내려다 보는 그의 표정이 절실하다고 느껴져 왔다. 자신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더욱 몸을 숙여, 목덜미 안쪽으로 고개를 숙이는.. 그러면서도 닿지 않도록하며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연인에 그녀는 무의식에 가깝게 '만져도 괜찮아요..'라고 말해버린다. 그러자 강하게 끌어안는 그의 팔에 숨을 쉬기가 살짝 답답했다.



"보로..스.. 답답해요.."

"이것도 살살하는거다."

"..!"



답답함을 호소하던 사유라는 볼에 입맞춤하는 그에 움찔한다. 놀람과 부끄러움이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를 보로스도 마주본다.



"아까는 그렇게 여유롭더니 왜 이렇게 놀라는거냐."

"...! 아,아깐 그러니까.. 으으.."

"....... 부끄러워하는거냐?"

"................."



보로스의 질문에 사유라의 얼굴이며, 귀, 목까지 붉게 익어버린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연인에 그제야 웃은 보로스는 얼굴만큼 붉어진 하얗었던 손등에 키스한다. 그것에 놀라 손이 느슨해지는 틈을 놓치지 않고, 손을 잡아채더니 빈틈 투성이의 작은 입술에 키스한다. 사유라는 너무도 부끄러워 소리없는 비명만을 지를 뿐이다. 



"이제야 평소의 너답군. 하지만 그것도 분명 너였겠지?"

".............."

"다음에는 내가 자유로울 때, 그래주었으면 좋겠군."

"무리에요!! 절대 무리!!!"

"쿡쿡- 뭐.. 시간은 충분하니까, 기대하고 있겠다."

"절대 하지 않을거에요..!"



부끄러워 아무런 말도 못하던 사유라는 그의 부탁에 바로 반응하며 큰목소리를 낸다. 얼마나 부끄러워하는 것인지 울 것같이 살짝 적셔진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에 보로스는 눈커풀 위에 키스해버리고, 그녀의 입이 또 다물어져버린다. 그러자 다시 입술에 키스하는 그는 자연스럽게 연인의 몸을 들어올려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뭔가 익숙한 흐름에 당황하며 입술을 떼는 그녀다.



"보로스..!"

"뭐냐.. 용서해준거 아닌가?"

"안돼요! 무리라구요!"

"왜 안되는거지?"

"저는 누구씨처럼 튼튼하지 않아요.."

"....... 그럼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마."

"그래도 안돼요!"

"..........."



완고하게 거부하는 그녀에 잠시 불만스런 눈동자를 짓던 보로스가 갑자기 웃는다. 그 미소에 무언가 불안함이 언습해오는 것을 느끼는 사유라인데...



"알았다. 하지 않으마."

"....정말요?"

"하지만 네가 원하게 되서 하게 되면 문제 없겠지?"

"네...?"

"쿡쿡- 아까의 보복이다. 애원하게 할 정도로 애태워주마."

"시,싫어..읍!"

"늦었다. 이런 전개를 원하지 않았다면 아까 나를 용서하지 말았어야 했었다."



한순간 희망을 느꼈지만, 불안함이 적중한 것을 알게 해주는 그의 말에 거부하려던 그녀였지만 소용없었다. 기습 키스 뒤에 보여오는 푸른색의 눈동자는 이미 굶주린 맹수와도 다름 없어서 사유라는 조용히 보이지 않는 백기를 들 뿐이다. 결국 자신은 그에게 무르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리고 오늘 알게 된 모르던 자신에 대해 조금은 기뻐해버린다. 짓궂었던 자신은 오직 그만을 바라고 있었기에... 물론 그녀는 그것에 대해 그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조금 기뻤어도 흔히들 말하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만큼 부끄러운 기억이기에... 그리고 내일이 걱정이 되는 사유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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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모르지만 망글이었습니다...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