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전력드림] 보로사유 - 제자리 걸음

サユラ (사유라) 2016. 6. 5. 22:59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제자리 걸음












그와의 외출이었다. 잠시 보로스와 떨어져 무언가를 사던 도중이었다.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을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학창시절 담임이셨던 분이었다. 바로 알아보지 못한, 떠올리지 못한 내게 그분은 몇가지 과거의 일들을 말해주어서야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나름의 미소를 지으는 내게 그분은 말씀하셨다.



"변함이 없다..인가..."

"갑자기 무슨 말이냐."

"예?"

"변함이 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또 무슨 일이 있었던거냐?"



생각에 잠기다가 실수로 입밖으로 흘려버린 내말을 들은 것인지 옆에서 같이 걷던 보로스가 물어왔다. 순간 어떻게 얼버무려야 할까 고민을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 그만둔다. 그의 앞에서 숨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아까 잠시 혼자 물건을 사러 갔을 때, 예전에 알던 분을 만났어요."

"....."

"그분이 제가 변함이 없다고 하셨는데... 제게는 그게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되지 않아서요."

"잠시 저곳에 앉자."



이야기 시작한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기 위해서인지 보로스는 때마침 지나치던 공원의 벤치쪽으로 나를 이끌고 가더니 앉힌다. 곧 그도 내 곁에 앉아 진지하게 바라봐옴에 왠지 모르게 웃겼다. 언제나 내일이면 어딘지 과장되게 반응하는 그에 예전에는 조금 난감했지만, 지금은 그것이 나를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것을 알기에 가슴이 따스해진다.



"계속 말해라."

"보로스 눈에 힘이 조금 들어간 것 같은데요?"

"네가 괜히 힘든걸 숨길까봐 그런거다."

"딱히 숨기지 않..."

"호오 그런 주제에 아까 고민하다가 혼잣말이 툭 나온건 뭐냐."

"........."



그의 말에 차마 반박할 수가 없다. 괜히 찔려서 시선을 피해버리는 나의 턱을 잡아 자신과 눈이 마주치도록 하는 보로스에 심장이 크게 뛰어버린다. 그런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안대 너머의 시선이 따갑다.



"피하지 말고 말해라."

"아,알았으니까 일단 놓아주세요."

"말할거냐."

"말할게요."



내말에 그제야 놓아주는 손가락의 주인은 아무런 말없이 기다린다. 그 모습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나는 입을 연다.



"그러니까... 변함이 없다가 제가 예전과 변함이 없다는 말이잖아요."

"그래."

"..... 예전 제 나쁜 점이나 제자신이 싫어하던 부분이 변함이 없었나하고, 결국 제자리 걸음을 한걸까하고 생각이 들어버렸어요."

"또 나쁜 쪽으로 생각해린거군."

"실제로 변하지 않은 부분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보로스가 시선을 피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내 숙여지는 고개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나름 보로스와 만나 많이 나아갔다고,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바뀌지 않은 부분이 남아있다. 여전히 제자지를 걸음을 걷다가 주저앉아 버린 '내'가 있다. 아마 그 '나'는 더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울어야 할 것이다. 그게 내가 예전 지은 죄로 인한 것이기에...



"사유라."

"......"

"나는 너의 과거를 모른다. 알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거지. 너도 내 과거를 완벽하게 아는 것도 아니니까..."

"......."

"그래도 나는 너를 소중히하고 있다. 내가 봐온 너는 충분히 바뀌었고, 나아간 부분도 있다. 너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만..."

"그치만... 그래도 결국 바뀌지 않은 제 부분들이..."

"그게 어쨌다는거냐."

"네?"



나도 모르게 보로스의 말에 고개를 들어 그를 보게 되어버린다. 그는 언제 벗은 것인지, 안대가 없는 맨얼굴이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고, 웃고 있다. 흔들림이 없는 눈동자엔 내가 비치고 있다. 몇번이나 본 것인데도, 새삼 신기한 느낌이다.



"나는 그래도 네가 사랑스럽다."

"...!!!"

"예전의 너도, 지금의 너도 나는 사랑한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너의 전부를 사랑하였다. 내게 있어 잔인한 소망을 말하던 너를 사랑했고, 조금씩 변해왔던 지금까지 새랑해왔고, 앞으로도 사랑할거다.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나."

"......."



갑작스런 직설적인 말에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내 곧 들려온 거침없는 말들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도 당당한 보로스의 말들은 낯뜨겁고도 부끄럽다. 그래도 행복해서 웃어버린다. 내가 괜한 고민을 하였다는 기분에 작게 웃어버린다. 그래서 팔을 뻗어 그의 목에 둘어안고는 볼에 쪽하고 입맞춤 해버렸다. 내 고민을 순식간에 날려버린 외계인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볼인건가.. 기왕이면 입술이면 좋았겠다만."

"밖이에요."

"그럼 집에 가면 해줄거냐."

"생각해볼게요."

"......"

"후훗 농담이에요. 해드릴게요. "



볼인 것에 불만인 듯 눈쌀을 찌푸렸던 그의 제안에 나는 우리들이 밖임을 상기시켜준다. 그것에 굴하지 않은 그에 내가 팔을 풀으며 조금 짓궂게 굴어버린다. 또 표정을 구겼던 보로스지만, 이내 내말에 웃더니 "얼른 집에 가도록 하자."라며 내손을 잡고 벤치에서 일어난다 크고도 따스한 그의 손에 나는 웃으며 발걸음을 옮긴다. 제자리 걸음이 아닌 나아가는 걸음은 가볍고도 괴롭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