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불면증
문득 떠진 무거운 눈커풀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는 흐릿했다. 그 흐릿함을 지우려는 듯 두,세번 눈을 깜박인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방의 벽에 걸려진 시계였다. 시계의 두 바늘이 가리킨 시간은 이미 하루의 끝이 지난 새로운 하루의 시작의 순간이 조금은 지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본 시간과 겨우 10분 지난 시간이기에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기운이 없다.
"겨우 10분..."
중얼거린 목소리에도 힘이 없고도 작아서 작은 입이 말한 것인지 의심을 들게 할 정도였다. 허나 그녀의 곁에는 누구도 없어 씁쓸함이 담긴 목소리를 들은 이는 없다. 항상 밤이 되면 곁에 딱 붙어 온기를 나눠주던 이가 없는 것에 이불을 덮음에도 묘하게 춥다고 사유라는 생각해버린다.
"예전에 나 어떻게 했더라..."
정면을 향해 누워있던 몸을 뒤척여 옆으로 누운 그녀는 예전을 떠올린다. 그가 없던 시간 속에서 시도했던 여러가지 방법들을 떠올린다. 잔잔한 노래 듣기, 책 읽기, 멍하니 있기, 심야방송 보기 등등... 그것들은 지금 같이 잠들 수 없는 밤을 지세우기 위한, 억지로 잠재우기 위한 방법들이었다. 하나하나 떠올리던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질 뿐이고, 더더욱 그의 빈자리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가슴이 텅빈 것 같으면서도 무거운 무언가로 흘러넘치는 감각에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다.
"아, 오늘은 만월이구나..."
투명한 유리창 너머의 밤하늘엔 동그랗고도 평소보다 커다란 만월이 특유의 부드러운 빛을 내며 떠 있었다. 분명 이틀전에도 보았을 달인텐데도, 어째서인지 아주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 들어 사유라는 멍하니 올려다 본다. 어딘지 그립고도 애달픈 감각이 가슴을 훑고 지나가, 이내 아직도 흐릿함이 남아있던 눈동자에서 한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린다. 투명한 물방울은 볼을 타고 흘러내리더니 이내 툭하고 침대에 시트에 떨어져 스며든다.
아아- 그래, 이런 시간 오랜만이구나...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 목소리가 그녀의 입안에서 맴돈다. 그리운 감각도, 애달픈 감각도 이제는 아주 오래 전에 일이라 느껴지는 과거로 인한 것임에 사유라는 외로이 하늘에 떠있는 만월을 마치 너무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한 벗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으로 올려다본다.
"오랜만이에요. 잠들 수 없는 밤의 달님..."
닿지 않을 말임을 알아도 작은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부드럽고도 한없이 상냥했다. 그 목소리에 맞추어 작은 미소를 지어낸 그녀는 비밀의 대화를 시작한다.
"예전에도 이랬죠. 잠들 수 없는 밤에 당신을 한없이 바라보았죠. 당신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
살며시 눈을 감은 사유라는 예전 일들을 떠올린다. 고요한 방안에서 홀로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감정들에 울다가 보았던 밤하늘, 잠들 수 없어 멍하니 있다가도 바라보았던 밤하늘, 내일이 두려워 눈을 감을 수 없어 바라보았던 밤하늘... 그 밤하늘에 전부 달이 보였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많은 밤하늘을 홀로 무너질 것만 같던 스스로를 겨우 유지하면서 보았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지금은 조금 다르지만, 또 혼자 당신을 올려다 보고 있네요."
답변이 없는 달에도 그저 작게 웃는 모습은 희미한 월광으로 인해 밝혀진다. 그 빛을 살며시 뜬 눈커풀 사이로 본 사유라는 과거를 또 하나 떠올린다. 어둠이 물러나 유한한 빛을 품은 하늘의 태양이 돌아오고 나서야 잠들었던 과거의 자신을... 그것은 안신감으로 인한 이유도 아니었고, 찬란한 해의 빛이 싫어서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제서야 잠들었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이 들뿐이었다.
"그것도 그가 와서부터 없어졌지만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다른 미소를 짓는 사유라의 눈동자는 희미한 빛을 품는다. 언제나 자신을 걱정주고, 챙겨주고, 두려움 없이 잠들 수 있게 해준 유일한 존재... 너무도 소중한 존재... 사랑을 품게 만들어준 존재... 그 존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만월의 빛아래에서 흐릿하던 그녀의 몸이 뚜렷한 윤곽을 가지는 듯한 일순간의 환상을 만들어낸다. 허나 그 존재는 지금 자신의 곁에 없는 것을 떠올린 월광에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조금은 짙은 브라운색으로 보이는 눈동자는 씁쓸함을 담아낸다.
"얼른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그가... 이제는 그가 없는 밤은 괴로워요......."
마치 너무도 어른스러운 어린아이가 드물게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리듯이, 조심스럽고도 애타는 목소리로 그녀는 답변이 없을 달에게 호소한다. 너무도 넓게만 느껴지는 침대에 작고도 가녀린 몸은 최대한 파고들어 외로움에 견디려한다. 잠들 수 없는 시간은 너무도 길고도, 가슴의 남겨진 슬픔을 부드럽고도 잔인하게 파헤쳐 점점 견딜 수 없게 만들어내 사유라는 질끈 눈을 감아버린다.
그때, 정막을 둘렀던 방안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에 눈을 떠, 자신에게 다가오는 누군가에 달에게 보였던 미소와는 너무도 틀린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그의 품속에 파고든다. "늦어서 미안하다."라는 말에 그제서야 안도감과 행복감에 웃은 사유라는 이내 평온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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