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휴식시간의 대화

サユラ (사유라) 2016. 6. 26. 23:40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당신의 대하여















"보고싶다..."



문득 입 밖으로 흘러나온 단어에 스스로도 놀라버렸다. 다행스럽게도 주위에 아무도 없음에 가슴에 손을 얹어 쓸어내린 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 인물은 많은 것들을 뒤바꿨으며, 내가 진정으로 웃으며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현재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데도 일을 하던 도중에 방금의 말이 나오다니... 나도 중증이라면 중증이다. 


잠시 딴 생각에 빠져있던 와중 들려온 문이 열리는 소리. 잠시 쉬고 있던 같이 일하는 분이 휴식을 끝내고 나오고 계셨다. 그것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잠시 멈추었던 손을 움직이며 설거지의 마무리를 한다. 



"손님도 없는데 잠시 쉬어."

"그래도 될까요?"

"물론. 사장님도 손님 없으면 쉬어도 된다고 하셨으니까, 괜찮아."



손에 묻은 물기를 닦는 내게 나보다 오래 가게에서 일하신, 알바인 나와 달리 종업원으로 일하고 계신 선배분께서 건재주신 배려. 나는 그 배려에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표시를 전한 뒤, 카운터 안쪽에 있던 의자에 안자 휴식을 취한다. 그런 내게 언제 타신 것인지 커피 한잔을 내미는 선배. 참고로 선배는 훈훈한 느낌의 미남으로 가게에 찾아오는 여성분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분이시다. 그런 분이 웃으며 내미는 커피라면 보통은 조금이라도 설랬을거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저 감사함과 왠지모를 염치를 느낀다.



"어디보자. 사유라씨가 여기서 일하게 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나?"

"... 네, 맞아요."

"뭔가 신기하네. 사유라씨가 1년이나 일한게... 사실 나는 금방 그만둘거라 여겼거든."



생각지 못한 선배의 말에 나는 동감한다. 선배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어딘지 먼곳을 보는 듯한 시선을 짓고 계셨다. 난 그 행동이 일종의 과거회상이란 것을 얼핏 알 수 있었고, 이어질 말을 기다릴 뿐이다.



"처음 봤을 때의 사유라씨는 뭐랄까... 온 몸을 강철로 위장한 유리벽으로 둘러싼 느낌이었거든."

"네..?"

"아아 오해하지 말아줘. 딱히 사유라씨를 나쁘게 말한게 아니야. 그저 느낌이 그랬다는거야."

"아뇨, 괜찮아요. 그저... 선배님이 사장님과 같은 말씀을 하셔서 놀란거에요."

"... 아 사장님이... 뭔가 기분이 묘한걸..."



선배는 내말에 정말 살짝 복잡한 기분에 잡힌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 모습에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예전 사장님께서 똑같은 말씀을 해주셨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분명 보로스와 만나기 전이었었다. 내가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선배가 말씀하신 그대로의 상태였었다. 무엇에도 상처 받지 않을거란 듯이 행동하면서도 사실은 사소한 것에도 상처입기 쉬웠었다. 그 예리한 사장님 곁에서 오래 일한 선배님도 결국 비슷한 분이었다는 것이다.



"음 너무 뜬금없나?"

"조금은요."

"...... 역시 바뀌었네."



자신의 질문에 답한 내 말에 선배는 뭔가 흐뭇한 것을 본듯한 미소를 지으셨다. 일 하실 때도 많이 보지 못한 미소에 내가 조금 놀란체 바라보자, 그는 코로 웃더니 얘기를 이어간다.



"사실 사유라씨 일하고부터 조금은 바뀌었었어. 그렇다고 해도 아주 미미한 변화라서 딱히 변화라고 하기에도 뭐했지만..."

"그랬..나요?"

"응. 근데 최근 사유라씨는 정말 많이 바뀌었어. 아마 그 남자친구랑 만나 후부터였나?"



선배의 말에 차마 반박할 수 없었다. 내가 보로스와 만나 바뀌었다는 것은 내 자신도 인지하고 있던 부분이기에... 아까의 혼잣말도 바뀐 부분이었고 말이다. 헌데 그것이 일하는 곳에서도 드러났다는 것에 괜시리 부끄러워 따스한 커피를 후룩하고 한모금 마셨다.



"일단 무표정이 좀 더 부드러워졌어."

".... 잘 모르겠어요."

"원래 그런건 본인이 모르는거야. 거기다 무표정 말고도 다른 표정도 늘었어. 특히 웃는거 말이야."

"그건 인정해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답하게 되었어. 아까의 내가 뜬금없냐고 물은거에 대한 답변, 예전의 사유라씨였으면 분명 괜찮다면서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이 행동했을걸."

"............."



날카로운 지적에 나는 또 입이 다물어져 버렸다. 눈앞의 선배가 이렇게 예리했는지 대하여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그만두었다. 들켰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갠적으로 나는 무척 좋은 변화라고 생각해. 물론 사장님도 그럴거라 여기고 있어."

"... 민폐는 되지 않았나요?"

"전혀. 그랬다면 나랑 사장님 둘 중에서 사유라씨에게 말했겠지. 아 그치만 좋은 변화니까, 지금 얘기하는 거지만."

"......."

"사유라씨가 이렇게까지 바뀔 정도로... 남자친구가 좋은거야?"



조심스런 내 질문에 훈훈한 분위기의 선배는 웃어보였고, 자신의 질문에 잠시의 침묵을 만들었다가 아주 작게 '네'라고 답한 나에 더 짙게 웃어보인다. 그 미소가 왠지 평소 조금 얄미운 사장님이 떠올랐다고는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분명 선배가 또 미묘한 표정을 지을 것이 분명하기에..



"보로..스...? 였던가.. 그는 어떤 남자야?"

"선배... 사실 부끄워서 말하기 힘들어요."

"아 맞다. 사유라씨 꽤 부끄럼쟁이지. 이것도 그 남자친구 덕에 알게 되었지만..."


부끄러움을 약간이나마 누르기 위해 괜시리 커피를 마셨다. 그러면서도 보로스에 대해 생각하는 내 머릿속에 심장이 조금은 빠르게 뛴다. 아 정말 중증이긴 중증이다...



"남자친구 자랑 좀 해봐."

"... 보로스는 저한테 과분한 사람이에요."

"그래?"

"선배의 말대로 저는 보로스랑 만나 많이 바뀌었어요. 그에게 얼마나 많은 감사의 말을 해도 모자를 정도로..."

"있지. 사유라씨. 장담컨대 지금 지은 사유라씨의 표정을 사장님이 봤으면 사진을 찍어서 콜렉션이라며 좋아라 했을거야."

"... 그건 좀 곤란해요. 사장님의 그 취미는..."

"아 사장님의 마음에 든 사람들의 웃는 얼굴 모으는 취미는 나도 가끔 난감해."



선배와 나는 서로를 보며 작게 웃었다. 같은 상사를 둔 동지들끼리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허나 이 순간에도 나는 보로스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중증이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모습이 보고싶고, 다정한 목소리가 듣고만 싶어진다. 



"더 말해줄건 없어?"

"왜 갑자기 그에 대해서 묻는건가요?"

"궁금하기도 하고, 나중을 위해서랄까?"

"....."



이해할 수 없는 선배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아주 살짝 갸웃해버렸다. 그런 나에 선배는 어딘지 피곤함이 서린 눈빛을 짓더니, 입을 연다.



"그게 말야, 사유라씨가 웃는게 늘면서 슬쩍 슬쩍 물어보는 사람들이 늘었거든."

"물어보는 사람이요?"

"사유라씨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취향이 어떤지."

"... 농담이라면 그만두세요."

"진짜야."



듣고도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내게 관심을 주는 사람이 있다니... 기분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득 그런 사람들을 만약 보로스가 보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불안감이 훅하고 들어버린다. 다른 의미로 참사가 일어날 것이 뻔할 뻔자다. 묘하게 윤곽이 뚜렷한 상상에 내가 잠시 정신이 팔린 사이, 선배는 어딘지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은 언니 같은 느낌으로 말을 걸어온다.



"그래서 얼른 자랑해봐. 물어보는 녀석들을 끽소리도 못하게 하고 물러나게 할 수 있도록."

"......."



다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보로스의 자랑이라... 조금은 낯선 상황이지만 말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그가 내게 해주는 많은 다정한 행동들이나, 나를 걱정해주는 점이나, 언제나 나를 우선시 해주는 점이나... 그리고 내가 슬퍼하거나 힘들때 누구보다 가까이서 알아주고 지탱해주는 점이나... 자랑이랄까 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꽤나 많다. 하지만 부끄럽고도 괜시리 말하고 싶지 않다. 나만 알고 있고 싶은 소유욕이랄까 욕심이 들어버려서... 



"음 그냥.. 이렇게 말해주세요. 그 사람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일은 절대로 없다고요."

"오오- 꽤나 낯뜨거운 말이네. 알았어. 그렇게 말할게. 그리고..."

"...?"

"근무 시간 끝. 얼른 옷 갈아입고 저기 가게 앞에서 사유라씨를 기다리는 남자친구랑 돌아가도록. 왠지 오한이 드니까..."



내가 생각해도 낯뜨거운 말이었지만, 선배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준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가리킨 가게의 유리벽 너머엔 정말로 우리쪽을 째려보는 듯한 보로스의 모습이 있어, 나는 급하게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겨 가게를 나선다.



"보로스, 일찍 오셨네요."

"... 저 남자랑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웃은거지?"



나가자 내말에 답하지 않고, 저조해진 목소리로 묻는 보로스는 척보아도 기분이 나빠진 모습이었다. 또 질투하는 그 모습에 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꼬옥하고 잡았다. 내가 먼저 손을 잡은 것에 의아해하는 그에 나는 당당하게 얘기하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대한 얘기를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