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평일전력] 보로사유보로2p - 잠꼬대

サユラ (사유라) 2016. 7. 7. 23:36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보로스 2p - 히어로와 같은 포지션의 또 다른 보로스









주제 - 잠꼬대















아무런 일도 없고, 시끄러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한가로운 오후였다. 한차례의 괴물 소동을 처리한 그는 침대의 잠들어 있는 한 여성의 곁에 있었다. 그녀는 무차별 독을 살포하던 괴믈로 인해 쓰러졌었다. 다행히도 해독제를 맞아 그저 깨어나기만 하면 되었다. 



"안색이 좋아졌군."



계속 지켜봤으면서도 새삼 아까보다 더욱 안색이 좋아진 사유라의 상태에 그는 안심한다. 약 1시간 전, 괴물의 독에 쓰러진 그녀의 모습을 봤을 때 느낀 감정은 그에게 있어 낯설고도 너무도 강렬했다. 분노와 살의... 어떠한 악이나 적을 만나도 그렇게까지 어느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격정을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단 하나의 존재를 만나면서 생겨버린 변화 중 하나이며, 앞으로의 대한 불안을 만드는 요소였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변하게 될지."



나직한 중얼거림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새하얀 시트와 이불, 베개에 감싸인 그녀는 그저 조용히 잠들어 있을 뿐이다. 귀를 기울어야 들리는 작은 숨소리가 한없이 사랑스러워 방금까지 머릿속을 채우던 고민들이 옅어지는 것을 느낀다. 손을 뻗어 조심히 긴 검은 머리카락을 만져본다. 햇빛 아래에서 갈색이 언뜻언뜻 보였던 머리카락은 실내에선 밤과도 같은 검은색이었다. 앞머리가 혹 눈가를 간지럽히지 않을까란 생각에 조심조심 옆으로 넘겨주는데, 손끝에 스친 피부... 그 순간 작게 신음을 내며 뒤척이는 그녀에 그는 흠칫하고 놀라더니 굳어버린다. 인간과 같이 심장은 없지만, 가슴이 벌렁이는 듯한 감각을 느낀다. 다행히도 다시 잠든 환자에 소리없는 한숨을 내쉰 그는 손을 거두려고 했다. 허나 그때...



"보로스..."

"......"



작은 입에서 흘러나온 익숙한 이름... 그 부름에 거둘려던 손을 움직여, 하얀 볼을 어루어 만져본다. 자신과는 다른 부드럽고도 새하얀 피부는 아까 옮기면서 느꼈던 때보다 더욱 따스한 온기를 품고 있었다. 홀린 듯이 이름을 불러본다. 사유라...하고 부르자, 마치 답하듯이 미소를 짓는 그녀에 그는 허리와 고개를 숙여 이마에 입맞춤한다. 손보다 더욱 얇은 피부로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온기, 그리고 코끝을 감싸는 소독약 냄새가 아닌 무언가 향긋한 향기에 그는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애써 억누르며 입술을 뗀 그의 푸른 눈동자는 아직도 눈을 감고 있는 얼굴을 내려다 본다.



"잠꼬대였나..."

"..."



어느샌가 다시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로 돌아온, 조용한 사유라에 이마에 키스한 남자는 아직도 볼을 감싸고 있던 손을 거둔다. 그런데 그때 이불 속에 있던 가녀린 팔이 움직이더니, 작고도 하얀손이 그의 손가락을 잡아버린다. 이번에야말로 깨어난건가 하고 놀라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 하지만 손의 주인은 아직도 눈을 감고 있었다. 또 잠꼬대라고 생각한 그는 깨어나지 않도록 조심히 손가락을 잡은 손을 풀려고 했지만, 잠든게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들정도로 그녀의 손이 꼬옥하고 큰 손의 손가락을 쥔다.



"가지말아요... 보로스..."

"......"



그것은 처음 듣는 목소리.. 애절함과 두려움,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언제나 자신의 앞에서 부드럽고도 차분한 목소리로 얘기해오던 어른스럽던 그녀였는데, 지금의 그녀는 어딘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가슴을 채우는 두가지의 감정 중 어느 하나도 입밖으로 꺼낼 수가 없었다. 차오르는 따스한 감정도, 동시에 가슴을 찢을 듯한 애타는 감정도... 그는 어느것도 토해내지 못한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손을 빼낼 뿐이다. 그때였다. 조용한 병실 안에 금속의 소리가 들리더니 끼익하고 문이 열린다. 열린 문을 통해 들어오는 남자를 그는 바라본다.



"생각보다 늦었군."

"상관마라. 그것보다 사유라는?"

"자고 있다. 해독제로 인해 이제 몸에는 독이 남아있지 않으니 조금만 더 쉬게하면 될거다."



들어오자마자 사유라를 향해 다가가는 남자를 그는 무언으로 살펴본다. 자신과 같은 종족, 자신과 같은 외눈박이. 하지만 분홍색의 머리카락과 푸른 피부는 엄연히 달랐다. 아주 똑같은 외모인데도 남자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 사유라를 구해준 것에 대해선 감사한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오지마라."

"과보호인가? 아니면 소유욕인가."

"두가지 전부다. 그리고 너에 대한 경계다. 또 다른 나여."

"......"



또 다른 나... 무언가 거슬리는 단어라 생각하는 그의 시선에도 남자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그녀의 몸을 끌어안아 올린다. 남자의 품안에 안겨진 사유라는 자는데도 알아차린 것인지 그 품에 파고들며 미소를 지었고, 방금까지보다 더욱 평온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는 다시 가슴 속이 찢어질 듯한 감각을 느낀다. 허나 그것을 표정으로 내비치지는 않았다.



"경고해두지. 사유라에게 괜한 마음을 품지마라. 너와 싸우는 것은 상관없지만, 이 녀석이 울지도 모르는 일은 되도록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한때 다크매터의 두목이자, 우주의 패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의 대사군."

"과거는 상관없다. 내게는 사유라가 제일 중요한거다. 우주보다, 세계보다 말이다. 너와 달리..."



남자의 말에 그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남자는, 보로스는 사유라를 소중히 안은체 병실 밖으로 나가버린다. 이내 새하얀 병실에는 그만이 남는다. '보로스'만이 남는다. 



"하나의 존재가 세계보다 중요하다 인가."



고요한 병실 안에 울린 그의 목소리는 보로스와 매우 똑같은 목소리였다. 허나 그 안에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말도 안되는 말이라며 자신의 신념이 부정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로스가 부럽다고 느끼는 그다. 정의를 추구하며 지켜온 그에게 있어, 또 다른 자신의 말은 부정해야만 했던 말이다. 아니 말이었다. 허나 이제는 그 말을 완벽하게 부정할 수도 없으며, 이해가 되어버렸다. 단 한명의 여성과의 만남 이후 변해버린 자신에 '보로스'는 코웃음 친다.



"무시무시한 감정이군. 이 감정은..."



평생... 살아있는 한 자신에게는 생겨나지 않을거라 여겼던 감정. 그 감정으로 인해 흔들림이 없던 신념도, 정의에 대한 관철도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그다. 아까도 자신의 이름이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부르는 여성이 너무도 탐이 났던 자신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한순간 다른 자신을 없애버리면 가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자신에 지독한 비뚤어짐을 느껴버렸던 그였다.



"정말이지 지독한 아픔이다. 이건 전부 너로 인한건가. 사유라..."



이제는 눈앞에 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지게 만들어준 여성에게 그는 답변이 없을 질문을 건낸다. 하지만 그 이름을 입에 담는 순가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자상하고도 애절하여, 누군가가 그 목소리를 들었으면 그가 울고 있지 않을까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 하였다. 허나 그는 무표정인데 병실을 나가버린다. 새하얀 병실엔 이내 아무도 없게 되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