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나를 부르는 당신의 부름

サユラ (사유라) 2016. 7. 17. 23:38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내 이름을 불러줘















피부를 감싸는 따스함과 미묘한 시원함, 조금은 진뜩한 습함에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꼽지 않은, 옛날에는 곧 잘 노래로 막아버렸던 귀로 흘러들어오는 소리는 빗방울들의 새찬 낙하 소리다. 얕게 숨을 들이키면 평소와 틀린 흙냄새가 섞인 내음이 맡아진다. 조금은 한산한 거리에 소리는 빗소리에 옅어진다. 눈을 떠 위를 올려다보면 짙은 회색빛의 구름으로 뒤덮힌 하늘이 보여온다. 슬슬 장마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느긋히 생각해본다. 허나 그러한 내 손에는 우산이 들려있지 않다. 


비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던거지


속으로 자신을 탓했다. 누가 보아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었음에도 무슨 확신을 가졌던 것인지 우산을 챙기지 않았던 집을 나올 때의 나였다.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 가져오지 않았던걸까하고 의문을 던지며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내렸다. 내려진 시야 안에는 회색과 여러가지이 색들이 섞인 풍경이 담겨진다. 한순간 그것이 기이한 느낌이었지만, 곧 일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비는 멈추지 않고 여전히 새차게 내렸고,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문득 신기하다고 생각해버린다. 내가 음악을 듣고 있지 않은 것에... 예전이었다면 나는 일을 끝내고 나오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꼽아 노래로 내 세계를 닫아버렸을 것이다. 무엇도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 무언가를 소리로 덮어 느끼지 않기 위해.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있지 않다. 변한 부분에 지금은 그리 놀라고 있지 않다. 그저 내가 변한 이유를 떠올리며 웃을 뿐이다.



".........."



거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사람들과 차들이 지나간다. 괴인이나 괴물들도 비를 맞는 것이 그리 좋지 않은 것인지 사건이 일어날 요소가 느껴지지 않는다. 잠시의 평화 속에 나는 어딘지 방관자와 같은 시선으로 서 있는다. 아 이런 부분은 그대로구나 라고 웃어버렸다. 세상 속에 나를 이입하지 않는다. 나를 세상 속에 한부분이란 생각을 잊어버린다. 내 존재를 내가 지워버린다. 아직 고쳐지지 않은 부분에 나올 것 같은 한숨을 속으로 삼켜버리고 사람들을 구경해본다.


여러 사람들이 지나갔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이 갈 길을 간다. 혼자인 사람, 둘인 사람, 바삐 뛰어가는 사람, 통하하며 가는 사람, 그리고 4명의 가족이 보여왔다. 그 가족에게 시선이 고정되어버린다. 


아빠와 엄마, 누나와 남동생.... 누가 짠 것처럼 그러한 구성의 가족이 천천히 지나간다. 나는 그들을 쫓아 시선을 움직였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리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대화는 아니었다. 일상의 대화. 평범한 대화... 허나 내게는 거리가 먼 대화. 기억에 없는 대화는 어딘지 환상과도 같으면서도, 화면너머의 세상과도 같은 기분이 들어버렸다.


평범한 가족은 저런거겠지


무감각적인 목소리가 내 안에 퍼졌다. 방관자의 내가 중얼거렸다. 나는 그 중얼거림에 아무런 말도 건내지 않았다. 긍정의 의미와 함께 가슴에 퍼질려는 아픔을 억누르는데 필사적이었기 때문이다. 눈커풀을 닫았다. 떠오르는 옅고도 많지 않은 기억들이 그립고도 슬프고도 아련하고도 미련스럽다. 



"사유리"



팟하고 눈을 떴다. 내 이름이 아닌데도 눈을 떠 누군가의 부름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아까의 가족이 보였고, 엄마인 듯한 여성이 딸아이를 부른 듯하였다. 여자아이는 핑크색의 우산을 안쪽에서 엄마인 여성을 올려보고 웃고 있었다. 그 풍경을, 멀어지는 단란한 가족을 나는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다시 귓가를 감싸는 소리들은 빗소리와 차들의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다.



"바보 같다."



툭하고 튀어나온 말. 작디 작은 내 목소리는 새찬 빗소리에 덮어져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 맹렬하게 노래가 듣고 싶어짐에도 손을 움직일 수 없다. 귀를 막고 싶음에도 몸이 굳어진 듯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저 가슴에 퍼지는 익숙한 감각만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뿐이다. 숨을 쉬고 싶어지지 않는 감각이다.


괜찮아졌다 여긴 부분이 다시 꽃봉오리 펼치며 자신을 뽐낸다. 그 뽐내는 모습이 유쾌하지 않은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유쾌하다는 듯이 웃어버린다. 몇번 째일지 모르는 반복이다. 이것은... '그날'의 전이나 후나 이 재미없는 반복은 끝나지 않는다. 그를 만났어도, 웃게 되었어도 아직은 남은 뿌리는 다시 싹을 피우고 꽃을 피운다. 


많은 소리가 흘러들어온다. 허나 그 안에서 나와 관련된 것은 없다. 모든 것이 머나먼 세계다. 이상하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요령있게 감정을 죽이고, 방관자로 있으며, 아픔을 옅게 했었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어째서란 물음을 던진다. 방관자의 내가 답한다.


<알아버렸으니까. 포기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행복을...>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부정할 수 없는 대답. 나는 바뀌지 않았지만, 바뀌었고, 알아버렸다. 단 한 존재로 인해... 나는 잊어버렸던, 포기했던 행복들을 알아버렸다. 나는 그 행복을, 그를 이제는 부정할 수 없다. 옛날에 나는 부정했을지라도, 지금의 나는 할 수 없다.


혼자였던 나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제는 혼자이기에 편했던 내가 아니다. 그가 보고싶다. 듣고싶다. 내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가 듣고싶다. 아아 얼른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사유라"



멍하니 그를 떠올리던 때, 들려온 익숙하고도 착각할리가 없을 목소리. 그 목소리에 언제부터인지 콘크리트의 바닥을 보던 시선을 올렸다. 거기엔 내가 기다리던 존재가 커다란 우산을 든체 서있다. 검은 안대에 가려졌어도 작은 틈새로 나만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그것만으로 나는 피어난 꽃을 다시 땅속으로 묻어둔다. 



"늦어서 미안하다. 춥지 않나?"

"조금 추울지도요?"

"얼른 돌아가자. "



걱정이 묻어난 목소리는 나만을 향한다. 그 목소리가 기뻐서 미소가 지어진다. 또 이름 불러줬으면 좋겠다. 조심히 그의 손을 잡아본다. 보로스의 손을...



"왜 그러지?"

"이름 한번 더 불러주면 좋겠어요."

"뜬금없는 부탁이군. 헌데 한번이면 족하나?"

"... 그럼 돌아가는 내내 많이 불러주세요."

"대신 안고 가도 되나?"

"좋아요."



내 부탁에 짓궂은 반응을 보이던 그가 놀란다. 허나 이내 씨익하고 짙게 웃더니 나를 한팔로 안아 올린다. 가까워진 내 귓가에 그가 속삭인다. '사유라' 하고 불러주는 낮은 목소리에 안도감을 느껴버린다. 언제나의 부끄러움을 잊고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하나뿐인 우산을 다시 고쳐 잡은 보로스는 집쪽으로 걸어간다. 간간히 나를 불러주는 그의 목소리는 자상하고도 어딘지 들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웃는다. 세상을 이어주는 그의 목소리에, 부름에 나는 방관자가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