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평일전력] 보로사유 - 비어있는 왼손 약지

サユラ (사유라) 2016. 7. 28. 23:56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32회 주제 -  비어있는 왼손 약지




















"사유라양, 이거 5번 테이블로 부탁해."

"네."



조금은 한적하던 가게 안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이 되자, 사유라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카운터와 손님들 사이를 왕래한다. 가게 안에 작게 퍼지는 사람들의 대화소리들이 간간히 그녀의 귓가를 훑고 지나갔다. 대부분의 것들은 신경이 쓸 일이 없어 내용을 주의깊게 듣지 않았던 그녀지만, 테이블을 정리하던 중 들린 한 단어에 정신이 누군가들의 대화에 집중한다.



"너 반지 어떻게 된거야?"

"아... 버렸어. 헤어졌거든."

"언제? 일주일전만 해도 분위기 좋았잖아. 거기다 몇년이나 사귀던 사이였고."

"음- 뭐라고 해야할까. 갑자기 팍 식어버렸어. 나도, 그 사람도..."



창가에 앉은 여성 두명의 대화였다. 손님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깊게 듣는 것은 그리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녀이지만 신경쓰였다. 테이블을 정리하는 손을 멈추지 않은체, 머리카락에 살짝 가려진 하얀 귀로 흘러들어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모르는 사이 서로에게 조금씩 무언가가 쌓였었나. 그리고 며칠전에 그게 팍하고 터져서 서로 간의 애정이 식었어."

"우와- 혹시 싸웠어?"

"아니, 엄청 자연스럽고도 아무런 일도 아니란 듯이 얘기를 나누면서 헤어졌어."

"미련 없어?"

"없어. 아 근데 왼손 약지가 무척 위화감이 들어. 비어진게 익숙하지 않아."

"하긴 몇년이나 커플링을 끼도 다녔을니까."



그녀들의 대화를 결국 다 들어버린 사유라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이, 언제나의 무표정으로 비어진 잔이나 그릇을 담은 쟁반을 들고 카운터쪽으로 돌아간다. 설거지를 하는 곳에 그릇들을 담그던 그녀의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왼손 약지에 시선을 옮긴다. 거기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잔을 조금 높은 위치에서 놓아버린 것인지, 왼손 위로 몇방울의 물이 튄다. 우연인지 아닌지 그중 한방울이 그녀가 바라보던 왼속 약지에 안착한다. 아주 잠시 투명한 물방울을 바라보던 사유라는 작게 웃으며 물방울을 다른 쪽 손으로 훔쳐낸다.


몰려들었더 손님들이 빠져나가 다시 한적해진 가게 안. 조금은 지친 몸이지만 밀린 설거지들을 하는 사유라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온다. 



"사유라양 내가 할테니까 휴식할래?"

"괜찮습니다. 거의 다 끝냈는걸요."

"사장의 명령이면?"

"권력남용은 그리 좋지 못하다고 여겨집니다만..."

"괜찮아. 이건 직원의 손을 지키고픈 사장의 마음에서 하는 권력남용이니까~"



무척 여성스러우면서도 어딘지 천진난만한 느낌도 드는 사장의 말에 사유라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손을 싱크대에서 거둔다. 그 모습에 잠시 좋아한 사장이었지만, 아무것도 없는 싱크대 안쪽에 '사유라양?'이라고 그녀를 불렀고, 불려진 인물은 그저 '시간오버입니다.'라고 말하더니 수건으로 손에 물기를 닦아낸다. 아쉬운 듯이 살짝 시무룩해하던 사장은 문득 물기를 전부 닦은 그녀의 왼손을 보게 된다.



"사유라양, 왼손약지..."

"아, 그게..."



사장의 말에 답하려던 사유라였지만, 타이밍 좋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단체 손님에 끊겨진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고, 그 후에 중간에 끊겨진 대화는 다시 이어지는 일 없이 시간은 흘러 그녀의 담당타임은 끝이 난다. 유니폼에서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사유라는 언제나 처럼 가게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후, 뒷문으로 퇴근한다. 문을 닫아 두, 세걸음을 걸었을까... 갑자기 그녀의 몸이 뒤에서 튀어나온 누군가의 팔로 인해 구속되어버린다. 한순간 정말로 놀라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그녀였지만, 곧 귓가로 들려오는 목소리와 익숙한 온기에 자신을 끌어안은 인물이 누군지 눈치챈다.



"보로스... 마중 나와주신건 고마워요. 근데 이렇게 놀래키는건..."

"반지는 어딨지?"

"네?"

"내가 준 반지말이다."



자신을 말을 끊으며 들려온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도 화를 억누른 느낌이었다. 생각지 못한 목소리이기에 잠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던 사유라지만, 이내 그가 무엇에 기분이 상한 것인지 금방 이해한다. 해명하기 위해 움직이려고 했지만, 아직도 몸을 구속하는 그의 팔로 움직일 수 없었다.



"보로스 일단 팔 좀 잠시 풀어주세요."

"......"

"품에서 빠져나가지 않을테니까, 풀어주세요."

"....."



첫번째의 부탁에 풀어주지 않았지만, 두번째의 부탁에 스륵하고 팔의 힘을 조금은 푸는 보로스다. 그런 그의 팔안에서 빙글하고 몸을 돌린 사유라는 주섬주섬 목 부근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검은 끈을 두 세번 당겼을까, 옷 안쪽에서 익숙한 물건이 꺼내진다. 그것은 그가 200일 기념일에 그녀에게 준 반지였다. 보여진 반지에 잠시 눈에 힘이 풀린 그였지만, 이내 다시 눈에 살짝 힘을 주며 시선으로 '왜 끼고 있지 않은거냐'고 묻는다. 시선의 뜻을 알아차린 것인지 사유라는 작게 웃더니, 입을 연다.



"일을 할 때는 되도록 빼고 있기로 했어요. 잘못해서 잃어버리거나 흠집이 날 수 있으니까요."

"그럼 의미가 없지 않느냐."

"... 의미요?"

"그 반지는 네가 나의 것이라는 표시다. 다른 녀석들이 넘보지 않게 하려고 너에게 준거다. 그런데 그렇게 옷 안에 감추면 보여지지 않지 않느냐."



조금 목이 아플정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의 표정은 조금 뚱해있었다. 꽤나 반지가 타인에게 보여지지 않는 것이 불만인 듯해 보였지만, 그런 모습이 너무도 귀엽게만 보이는 사유라다. 누군가가 보면 귀여움이란 단어가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신장 2M에 인간과는 다른 외모를 지닌 보로스지만, 그녀에게는 사랑스럽고도 귀여울 뿐이다. 그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 담아내며, 그녀는 목걸이의 끈을 풀어 반지를 꺼낸다.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차하면 꺼내서 보이면 되는거죠."

"......"

"소중해서 택한 방법이에요. 이해해주세요."

"알았다. 단 다른 때에는 제대로 끼고 있어라."

"네."



사실 여전히 불만이지만 그녀가 자신이 준 물건을 소중히 여긴다는 것이 기뻐서 결국 한발 물러나는 보로스다. 어느 의미로 그에게 이긴 것을 전혀 모른체, 사유라는 반지를 자신의 왼손 약지에 끼우려 한다. 허나 그것은 반지를 빼앗은 커다란 푸른 손에 의해 저지되어 버린다.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아무런 말없이, 반지를 가져간 보로스는 처음 반지를 끼워줬던 때처럼 하얗고도 가는 왼손약지에 조심히 끼워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반지에 만족스레 웃은 그는 자신의 것인 연인의 이마에 입맞춤한다.



"돌아가자."

"....."

"또 부끄러워하는거냐."

"아니에요."

"쿡쿡- 그래. 자 손을..."

"..."



보로스는 연인의 귀여운 강한척을 모른척해주며 손을 내민다. 자신에게 내밀어진 그의 커다란 왼손을 사유라는 잠시 지긋히 본다. 그리고 그의 왼손 약지에 끼워진 자신이 낀 반지와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에 살짝 웃더니, 꼬옥하고 손을 잡는다. 이제는 비워져 있지 않은... 왼손 약지에 느껴지는 아주 미미한 감촉과 오른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기쁨을 느끼며 언제나처럼 그와 함께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가는 사유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