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푸른하늘, 풍선 하나

サユラ (사유라) 2016. 7. 30. 21:26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그대의 색



















온몸을 감싸는 습하고도 더운 공기와 귓가를 맴도는 매미의 소리. 본격적인 여름의 무더위를 느끼며 툇마루에 앉는다. 옆에는 얼음을 담은 물잔을 내려놓으니, 유리벽과 자신들끼리 부딪히는 얼음들의 소리도 한번 울린다. 그것이 순간 방울소리와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이번 여름도 덥겠구나."



에어컨이 없는 이 집에선 여름이면 그리 지내기 편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래도 번화가 쪽보다는 낫다고 확신은 한다. 적어도 고층 건물이나 다른 여러가지로 이 근처는 더위가 덜한 편이기에... 물론 괴인이나 괴물로 인한 피해는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더위보다 더욱 큰 문제점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이 곳에서 살기로 했을 때는 더위따위 문제가 아니었었다. 다른 이유로 이 집을 택했던 나였었다.



"3년.. 곧 4년인가..."



이 집에 온지도 거의 4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장기간을 보고 산 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느긋히 툇마루에 앉아 얼음물을 마시는 풍경을 상상해 본 적은 없다. 오히려 텅빈 집을 생각한 적은 있다 하더라도.. 슬쩍 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온다. 기울이는 잔에 따라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따랑하고 들려온다. 입안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차가운 물은 한순간 더위에 멍해지려던 정신을 돌아오게 한다. 허나 그것은 잠시 뿐... 이내 나는 다시 생각에 잠기게 되어버린다.


작은 계기와 핑계가 필요했다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으로 문장을 만들어냈다. 계기와 핑계는 그 어느 것도 그리 당당하지 못하다. 사람들 속의 기준으로 따져서 평범과는 어울리지 않는 두가지이다. 지금은 가슴 속 깊이 묻어둔 두가지의 어둠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어본다. 그러자 시야를 채우는 푸른 하늘에 멍해져버린다.



"......"



구름 하나 없는 푸른 하늘은 어떤 곳에서 읽었던 눈이 시릴정도로 푸르다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선명한 색을 띠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푸른색. 아마 초등학생 때부터 좋아했던 푸른색... 정확하게는 가장 좋아하는 하늘색이지만, 내가 그 색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하늘이기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하늘은 달과 함께 나를 지탱해주고, 나를 잠시 망각의 순간을 가지게 해준 존재. 내 안의 하늘색과 푸른색은 하늘로 연관되어진 색이었다. 어느 곳에 있어도 곁에 있던 하늘은 내 안에서 푸른색의 원천이었다. 허나 최근은 달라져 버렸다.


푸른색을 보면 언제나 하늘을 떠올렸었다. 하늘엔 수 많은 색이 존재하더라도, 푸른색을 보면 하늘이 내 안을 채웠었다. 다른 존재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하늘보다 먼저 떠오르는 존재가 생겼다. 그 이름을 입에 담아본다.



"보로스..."



빛과 생기, 감정이 담긴 그 푸른색은 내 안에서 하늘보다 더욱 커다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 어떤 푸른색의 보석에서도 느낀 적 없는 반짝임을 가진 푸른 눈동자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 눈동자의 주인을 떠올린다. 가슴을 채우는 감정은 하늘을 바라보던 때와는 다른 감정이다.


하늘을 바라보며 느낀 감정은 평온과 매우 비슷하지만 조금은 틀린 감정이었다. 망각... 그 아름다움에 취해 가슴 속 채운 여러가지들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은 평온에 가까운 감각을 주었다. 아픔을 잠시 잊게 해주었었다. 그러나 그것 뿐... 하늘은 내게 행복을 준 순간은 그리 기억에 없다. 나를 지탱해준 존재이더라도 나를 행복하게 해준 것은 아니다.



"풍선....?"



잠시 생각에 빠져있다가 문득 푸른 색에 다른 색이 유유자적 자리 잡는 것이 보여왔다. 그것은 분홍색의 풍선이었다. 아마도 헬륨이 들은 듯한 풍선은 그 동그란 자태를 뽐내며 푸른 하늘 속에서 혼자만의 춤을 펼친다. 하늘 위에선 잔잔한 바람이 있는 것인지 흔들흔들 풍선은 하늘이란 무대에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 모습이 웃기고도 더더욱 누군가를 떠오르게 해버렸다.


푸른색과 분홍색의 조합이라니... 딱 그의 색이야


소리없는 중얼거림을 입 안에서 만드며 나는 지어지는 미소를 자각하면서 풍선의 솔로 무대를 감상한다. 어느 아이가 놓친 풍선이랄까란 별 시답지 않은 궁금증을 생각하며 눈커풀을 깜박이는데, 시야 안에서 분홍색의 존재는 사라져버린다. 



"어라?"



눈에 선명하게 남겨질 정도로 선명한 분홍색의 풍선이 갑자기 사라진 것에 자리에서 일어나버린다. 잘 못 보았던 것일까... 간간히 보는 눈에 착각이었을까... 라는 의문을 느끼는 내 곁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푸른색과 분홍색이 신기하게 어루어진 존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존재의 손에 쥐어진 사라졌다고 여긴 분홍색의 풍선이 있어, 나는 언제나보다 더욱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연다.



"다녀오셨어요. 보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