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심해

サユラ (사유라) 2016. 8. 7. 23:37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우울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우울합니다!!!










주제 -  잊고 있었던



















가장 처음 느낀 것은 소리였다. 꼬르르- 그것은 물속에 잠겼을 때 들리는 특유의 소리였다. 다음은 차가움이었다. 온몸을 감싸는 차가움은 공기로 인한 것이 아닌 내 몸을 감싼 물로 인한 거였다. 다음은 구속감과 압박감이었다. 정확하게는 몸의 부자유였다. 무의식적으로 움직인 팔과 다리가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았고, 몸 곳곳이 답답했다. 무거운 눈커플을 올리며 팔을 다시 움직여보았을 때, 청각과 시각을 채운 것은 어둠과 쇠사슬이었다.




"...."

"깨어났군."

"보로스?"

"충분히 재운 것 같은데 안색이 묘하게 좋지 않군."



눈을 다시 뜨자, 보여온 것은 언제나처럼 보로스였다. 아직은 흐릿한 정신의 내 볼을 어루어 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러워 뭔가 울컥해 버렸다. 그 울컥함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이 흘러나왔고, 그도 생각지 못한 내 반응에 한순간 놀란 듯 보였으나 이내 나를 꼬옥하고 안아준다. 내가 악몽을 꾸면 그가 매번 해주는 행동이었다. 나를 안심시켜주고 나를 지켜주는 행동이었다.



"또 무슨 꿈을 꾼거냐..."

"모르겠어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 울 정도의 꿈이면서 기억하지 못하는건 뭐냐."

"죄송해요."

"사과를 바란게 아니다."

"...... 고마워요."



선명했었던 꿈의 기억은 어째서인지 사라져버렸다. 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꿈은 어딘가로 숨어버린 듯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나무라는 듯이 말한 보로스. 사실 그가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도, 자연스레 나온 내 사과.. 그것에 그가 무어라 하여 나는 잘 지어지지 않는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말을 중얼거렸다.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줄까? 하고 묻는 보로스의 물음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곧 등을 쓰다듬거나 토닥여주는 손길이 느껴졌다. 조심스럽고도 다정한 손길이었다. 몸을 감싸는 그의 몸과 손은 너무도 따스했다.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느껴져 왔다. 동시에 거부하지 않는 내 자신이 신기했다.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된걸까하고 생각해본다. 과거의 나는 이런 따스함이 익숙하지 않았었는데... 오히려 거부감이 들고도 어찌할지 모르던 온기였었다.



"졸린건가?"

"조금은요..."

"그럼 더 자라. 악몽을 꾸면 깨어주마."

"...네..."



그의 손길에 온기에 다시 잠이 몰려왔다. 오늘은 딱히 일이 없는 것을 멍하니 생각하며, 그의 친절을 받아들인다. 천천히, 그러면서도 순식간에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도 그의 온기가 이상하리만치 선명한 느낌이었다.



눈을 떴다. 생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머릿속을 억지로 깨웠다. 그러자 보여온 광경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어둠에 가까운 세상과 내 몸을 감싸는 쇠사슬들... 놀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익숙한 감각이었다. 오랜만이다란 감각까지 들었다. 곧 이곳이 내가 만들어낸 감옥이라는 것을 떠올린다. 겁쟁이인 내가 만들어낸 감옥이라는 것을 말이다.



"......"



쭉 주위를 둘러봤다. 그리 변함이 없다. 심해 속인 이곳은 변화가 그리 없다. 심해란 곳은 그런 곳이다. 어둠과 정적이 감도는 세계. 허나 바뀐 곳은 분명 있다. 벽이 없어졌다. 그리고 예전보다 밝아졌다. 몇년 동안이나 변함이 없던 내 감옥은, 심해는 변화가 있었다.


벽은 구의 형태를 지닌 투명한 벽이었다. 나는 그 안에서 심해와 보일리 없을 수면을 봤었다. 벽은 나를 가두었고, 설령 누군가가 들어와도 다가올 수 없도록하는 일종의 작은 감옥이자 보호막이었다. 헌데 지금은 그 구는 없다. 파편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밑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여전한 더욱 짙은 어둠이 가라앉아 있다. 그날로부터 변하지 않는 어둠에 미미한 안도감을 느껴버린다. 동시에 씁쓸함도 느껴버린다. 


애써 어둠으로 부터 시선을 거두어 위를 보았다.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언제나 심해로 들어오는 빛은 달빛뿐이었다. 허나 그것조차도 어쩌다가였다. 심해까지 닿아오는 달의 빛은 한없이 적어서 심해를 밝혀주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내 심해는 생각보다 밝혀져 있다. 쇠사슬의 윤곽이 보일정도로 말이다. 즉 이것은 달빛이 아니다. 태양일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미묘하다. 내 세상엔 태양이란 존재할 수 없기에...



"태양은 너무 밝아서 무서워."



솔직한 말이다. 태양은 고마운 존재지만 내 세계에선 너무도 강렬하다. 그 포용력과 밝음은 오히려 나는 두렵기까지 하다. 내가 닿아선 안될 존재 중 하나, 내가 거부하는 존재. 그렇기에 내 세계에서 태양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달만이 들어왔었다. 그렇다면 이 빛은 무엇일까? 달빛이라기엔 너무도 밝고, 태양이라기엔 내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차르륵


무의식적으로 팔을 움직인 탓에 몇개나 되는 쇠사슬의 줄이 서로 부딪힌 소리가 심해에 퍼졌다. 내 몸을 구속한 쇠사슬의 줄은 더 깊은 심해로 연결되어 있다. 언제든 나를 더 깊은 심해로 끌고 갈 수 있다는 듯이 쇠사슬이 미미한 곡선의 움직임을 보인다. 금속의 차가움과 심해의 차가움이 갑자기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 차가움에 몸을 웅크린다. 허나 소용이 없다. 이곳은 심해다. 온기따위 없다. 따스함따위 없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내가 그렇게 해놓았다. 누군가의 온기따위 잊어버린 것이다. 바랄 수 없는 것이다. 내가 일부러 잊어버리도록 한 것이다. 


잊었다. 잊었다... 친구였던 아이의 온기도, 나를 소중하게 여겨줬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온기도, 먼저 다가와줬던 누군가들의 온기도... 나는 잊었다. 잊어버린 것으로 만들었다. 그것이 나 자신을 버티게 한 방법이었다.


방법이었다.....?


과거형으로 떠올려진 생각에 나 자신이 의아해한다. 의아함을 넘어 혼란스러워지는 순간 심해가 더욱 밝아진다. 밝은 무언가가 내 심해로 들어온다. 사람의 형태를 띤 그 빛은 내게로 다가오더니 나를 끌어안아준다.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언제나라면 나를 향해 다가오는 빛과 누군가는 피했는데, 이 빛이자 존재는 피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상황에 귓가에 심해의 물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닿는다.


"---"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것은 다정한 부름이었다... 그리고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함... 아아 이것은 온기다. 타인의 온기다. 내가 거부하고 잊어버렸던 온기다. 혼자라면 느낄 수 없는 온기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심해와 다른 물방울은 둥실둥실 수면쪽으로 올라간다. 마치 수면 밖을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물방울을 올려다 보던 내 시야에 푸른 보석이 보여왔다. 하나뿐인 그 푸른 보석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해버린다.





"으음..."

"드디어 일어난 건가."

"......"

"생각보다 너무 오래 자길래, 조금 걱정하고 있었다."

"...."

"거기다 중간에 심하게 뒤척여서 깨울까도 했지만, 안아주니 얌전해졌기에 냅둔건데... 또 악몽을 꾼거냐?"

"...."



오늘로 네번째 뜨는 눈커풀. 나를 바라보는 푸른 보석이 보여온다. 몸을 감싸는 온기는 나를 구속하던 그것들과 달랐다. 걱정이 담긴 목소리가 내 귓가를 간지럽힌다. 아아 그래 이 곳은 현실이다. 그곳이 아니다.



"......"

"...사유라?"

"... 악몽은 꾸지 않았어요. 그것은 악몽은 아니었으니까요."



푸른 보석에 입맞춤한다. 그러자 그 주인은 나를 놀란듯이, 동시에 걱정스레 바라본다. 그것에 나는 차분하고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한다. 벌써 흐릿해지는 기억 속의 그곳은 악몽이 아니기에... 이제는 그가 있는 그 심해는 악몽이 아니다. 여전히 감옥일지언정, 쇠사슬과 어둠이 남아있었을지언정... 그곳의 꿈은 악몽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는 웃는다. 잊버렸던, 잊고 있었던 온기를 내게 주는 소중한 존재의 입술에 입맞춤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