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열대야

サユラ (사유라) 2016. 7. 31. 22:42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31회 주제 -  열대야



















대지를 뜨겁게 달구던 태양이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 달이 그 자리를 채우는 밤이 되었다. 허나 보이지 않는 태양이지만 그 열기는 뜨거워 여전히 대지와 공기를 데워 밤 또한 영향을 미친다. 기온이 올라가 사람들은 쉽게 잠들지 못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의 없는 어느 동네에도 그 현상은 일어난다.



"......"

"자지 않을거냐."

"......"

"사유라, 정신 차려라."



언제나라면 침대에 누워 잠이 들어야 할 시간임에도 거실의 한자리에 앉아 선풍기의 바람을 쐬며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연인에게 보로스는 말을 건다. 허나 멍한 표정의 사유라는 힘이 없는 몸짓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다. 살짝 풀려진 눈동자에 제정신이 아닌듯한 느낌이 들어 말해보지만, 여전히 축쳐진 가녀린 몸에 외계인은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가 다가간다.



"왜 그러는거냐?"

"너무.. 더워요..."

"덥다? 겨우 이런 기온이?"



옆에 가까이 다가가 곁에 앉으며 묻자, 그제야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입술을 아주 작게 달짝이며 나온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자신으로서는 그리 덥다고는 할 수 없는 기온이기에 의아해하자 작은 머리는 미미하게 위아래로 움직인다. 최근 기운이 없다 했더니 여름이란 계절이 되면서 기온이 오른 이유였다는 것을 알게 된 그다. 더불어 인간이란 종족이 기온 변화에 약한 것도 말이다.


매앰맴맴


벌레가 들어올까 닫아놓은 거실의 창 너머에서 매미라고 알려준 곤충의 소리가 들려왔고, 그리 소음이 크지 않은 선풍기의 소리도 섞인다. 더워서인지 하나로 묶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에 하얀 뒷목이 드러나 있었다. 그것에 만지고 싶어 손을 뻗는 보로스인데, 닿기도 전에 하얀 손에 의해 저지되어 버린다. 



"죄송해요. 그치만 너무 더워서 도저히..."

"이정도면 자지는 못할 듯 싶군."

"그러게요. 어제는 어떻게든 잠들었는데... 오늘은 도저히..."



사과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기운이 없었다. 그녀의 말에 최근 밤에 품안에서 쉽게 잠들지 못하던 모습을 떠올린다. 그것도 전부 더위에 의한 것이란 사실을 이제서야 알아차린 자신이 한심하다고 느낀 보로스는 문득 아직 제 손에 닿고 있는 하얀 손을 잡아본다. 이번에는 거부하지 않았지만 확실히 평소보다 작은 손의 온기는 높았다. 마치 그녀가 감기란 것에 걸렸을 때나 두통이 일어날 때의 이마의 온도와 비슷할 정도로 말이다.


추위에도 약하더니 더위에도 약한건가


속으로 떠오른 의문. 허나 답은 이미 눈앞에 있다. 자신이 사랑해버린 여성은 추위에도 더위에도 그리 강한 체질은 아니다. 더불어 다른 몇몇가지의 문제도 있어, 새삼이지만 더위에 골골거리는 여성에게서 눈을 떼면 안되겠다고 다짐하는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종족의 한 개체인 그다. 




"자지 않으면 또 체력이 떨어질거다."

"...... 어떻게든 될거에요."

"......"

"보로스 시선 푸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후는 안된다. 나는 몰라도 적어도 너는 그렇다."

"그치만 어쩔 수 없는걸요. 이 집엔 에어컨도 없는걸요."

"체온 조절은 무리인가."

"이 더위는 허용범위 밖이에요."



가끔 나오는 대충적인 그녀의 태도에 보로스는 절로 눈쌀을 조금 찌푸린다. 그 모습에 사유라는 미미하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겨울은 어찌할 수 있지만 여름의 더위만큼은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매년마다 꽤나 힘겹게 넘겨왔던 것을 떠올리던 사유라는 갑자기 잡힌 손이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곧 그것이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외계인의 손으로 인해란 것을 알아차린다.



"보로스, 손이..."

"내 체온을 의도적으로 낮추었다. 어떻지?"

"시원해요."

"다행이군. 그럼 이제 닿아도 문제가 없는 거겠지?"

"네?"



아직 그의 몸에 관해선 전부 아는 것은 아니라지만, 새삼 그가 자신과는 다른 외계인이라는 것을 체감한 사유라는 손을 감싸는 살짝 서늘한 온기...라고 하기엔 미묘하지만 그의 온기에 작게 웃는다. 좀더 닿고 싶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순간 들려온 말에 아직 더위에 조금 멍했던 머리는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허나 곧 몸을 감싸는 약간의 서늘함과 구속하는 힘에 자신이 그에게 안겨진 것을 인식한다.



"이거면 너도 거부하지는 않겠지."

"... 시원하다..."

"너는 추위에도 약했지만, 더위에도 약하군. 아니면 인간은 모두 이런가?"

"전부는 아니지만... 제가 조금 더 민감한 것 같기도 해요."

"....... 일부러냐?"



볼과 몸 곳곳에 닿는 시원함에 더위로 인했던 불쾌감 지수가 내려가는 것을 체감하던 사유라는 머리 위에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의아해하며 고개를 든다. 그러자 이마에 닿은 말랑하고도 미지근한 무언가. 눈을 한번 깜박이자 그것은 볼에 다시 닿았고, 또 한번 깜박이자 입술을 덮는다. 언제나와 다른 감각에 신기하다고 조금은 멍하니 생각하던 얌전하던 몸이 움찔하고 반응한다. 그때 입술이 해방되어진다.



"보로스..."

"아까는 못 만지게 했으니까. 이 체온이면 만져도 되지 않나?"

"그렇다 해도 갑자기는..."

"가끔 너는 불만이 많군. 뭐 움찔한건 귀여웠다."



포옹도 갑작스러웠지만, 아직 열기가 높았던 뒷목에 닿은 서늘한 그의 손에 의해 움찔해버린 사유라. 허나 보로스의 미소에 불평하기도 힘들어져 그저 품안에 고개를 묻어버린다. 그러자 등을 쓰다듬는 손길에 기분이 좋아 조용하게 미소를 지은다.


한편 보로스는 또 키스하고 싶은 것을 인내한다. 아마도 무의식적인 것이라고 생각되는 연인의 태도는 무척 귀엽다. 품안에서 고개를 미미하게 부비면서 자신의 등뒤로 팔을 둘러 꼬옥하고 끌어안는 작은 몸과 일부러 낮춘 자신의 체온보다 높은 온기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사랑스러울 뿐이다. 예전이었다면 시시하다고 느꼈을 것에 마음이 뒤흔들리는 지금의 자신이 신기하고도 마음에 드는 보로스다.



"여름동안은 너에게 닿을 때에는 이렇게 체온을 낮춰야겠군."

"그럼 에어컨은 필요없겠네요."

"아 그 실내의 기온을 조절해주는 기계인가. 뭐 꼭 필요하다면 사도 상관없다만, 내게 소홀해지면 안된다."

"후훗- 그런 일은 아마 없을거에요."



품안에서 들리는 작은 웃음소리에 맞추는 밖에서 매미가 다시 한번 운다. 선풍기는 여전히 바삐 돌아가며 바람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랜 삶 속에서 한번도 본적없는 풍경이 낯설기보다는 무척 평온하여 보로스는 품안의 작은 몸을 더욱 끌어안고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