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

[그냥드림 합작] 보로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8. 2. 20. 01:33

드림 [그냥드림 합작] 에 참여한 원펀맨의 >보로스< 드림글입니다

* 오리주(드림주)/오너이입有

*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성격파악이나 구성된 부분이 있어 원작과 다를 수 있습니다.




아주아주 멋지고 훌륭하신 존잘님들의 작품이 모인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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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날카로운 한파가 살짝 물러난 날. 사유라는 일이 없는 날이기에 집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무언가에 쫓기는 일 없이 여유로운 휴일에 어울리는 커피 한 잔을 마신다. 후르륵, 입 안으로 들여온 액체는 뜨겁다기 보다는 따뜻했다. 뜨거움에서 살짝 식혀진 온도가 그녀에게는 마시기 적당한 정도였다. 곧 퍼지는 커피의 향긋한 향과 쌉싸름하면서도 달달한 맛. 좋아하는 향과 맛에 휴일의 여인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부드러운 미소를 자아낸다.

 

 

"오늘은 그걸로 커피는 끝이다."

 

 

자그마한 행복을 만끽하던 도중 들려온 목소리. 정색하고 얘기해 온 인물을 향해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다. 그러자 보여 온 선명한 분홍색의 털뭉치, 아니 머리카락들. 대부분 자신의 시선 높이보다 위에 있던 색이 아래에 있다는 상황에 사유라는 아까와는 다른 미소를 만든다. 첫 번째 미소가 휴일의 아가씨라면 두 번째는 사랑에 빠진 아가씨의 미소. 혼자만의 조용한 행복과 누군가와 함께란 행복. 그 차이를 직접 느끼며 그녀는 비어있는 왼손을 움직인다.

하얀 손이 선명한 분홍색의 머리카락들을 결을 따라 쓰다듬는다. 바람은 커녕 누군가에 손길에도 움직이지 않을 듯이 뻣뻣해 보이는 털들은 제법 부드럽다. 사락사락하고 손길 따라 눕혀졌던 분홍실들은 다시 핑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그 모습이 귀엽다고 생각한 그녀의 연분홍 입술이 열린다.

 

 

"저는 저녁에도 한 잔 더 마시고 싶은데..."

"... 커피는 하루에 2잔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더군."

 

 

그녀 나름 어리광을 담은 말에 상대방은 빙둘러 막아낸다.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아닌 가슴쪽에서 간지러움이 미미하게 퍼진다. 연인의 목소리이자 입김이 자신의 옷속으로 파고듬에 사유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이러한 감각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기에.

지금 보로스는 소파에 앉은 그녀의 옆이 아닌 앞에서 끌어안고 있다. 그것도 예전보다 살짝 볼륨이 커진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말이다. 그런 자세이니 그가 말할 때마다 간지러운 것은 당연한 결과다. 거기다 이러한 상황을 예상했음에도 허락했던 그녀. 예상과 허락, 두 가지에 대해 모두 생각했던 본인이 지금와서 무어라 하기도 그랬다. 정확하게는 사유라가 싫지 않은 것 뿐이다. 오히려 평온할 정도다. 비록 커피에 대한 얘기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또 TV에서 본 건가요?"

"아니, 사이... 제노스란 녀석이 알려주었다."

 

 

그녀의 질문에 들려온 보로스의 답변. 아아, 제노스군이... 하고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며 납득하는 사유라. 그 다음은 그가 저번에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라고 했던 부탁을 들어준 것에 기뻐한다. 후훗하고 작은 웃음소리가 푸른 귀를 간지럽힌다. 그 간지러움에 한동안 골짜기 안에서 꼼짝하지 않았던 고개가 움직인다. 어떠한 일류장인도 만들 수 없는 크고도 투명한 푸른색의 눈동자가 드러난다. 사람의 눈동자와는 어딘지 틀린 눈동자엔 여성의 모습만이 담긴다. 투명한 구슬에 담긴 그녀가 입을 연다.

 

 

"왜요?"

"너의 미소는 역시 보기 좋군."

"... 그럼 저녁에 커피는 허락해주세요."

"그건 안된다."

 

 

작은 꽃의 꽃잎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유라는 묻는다. 그에 보로스는 질문에 조금 어긋난 대답인지 아닌지 애매한 문장을 내뱉는다. 동문서답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허나 그 대답이자 감상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달콤한 꿀을 달콤하다고 얘기하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녀도 어긋난, 당연하다는 듯한 흐름으로 부탁한다. 그것은 틈을 파고든 부탁이었지만 외계인은 넘어가지 않는다.

질문, 감상, 부탁, 거절. 그리 길지 않은, 짧다고 할 수 있는 대화 속에서 각각 다른 의미가 담겨 있었다. 결코 앞뒤가 맞는 것도 아닌, 자연스런 흐름도 아닌 대화. 하지만 둘은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주고 받았다. 자연스럽게 흐름을 만들고,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차린 채 답변한다. 그게 그들에게 있어 일상이자 평화였다.

 

 

"정말로 안 되나요?"

"안 된다."

"흐음, 그럼 포기하죠."

"생각보다 쉽게 포기하는군."

"기껏 보로스가 절 생각해 주신 거니까요."

 

 

어딘지 가벼운 질문에 완고하게 답한 보로스. 사유라는 가벼웠던 질문과 어울리도록 커피를 단념한다. 미소를 지을 만큼 맛있게 커피를 마시던 그녀는 미련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안 된다고 했던 보로스가 미련이 있는 듯이 감상이자 질문을 건넨다. 그에 사유라는 미소를 걸진 채 이유를 알려준다.

푸른 귀에 닿은 그 목소리는 아직 따스함을 알리는 커피의 하얀 김과 닮았다. 확실히 존재함에도 손에 잡을 수 없는 존재. 그리고는 순식간에 사라진다. 무엇을 붙잡지도 않은 채, 무엇에 매달리지도 않은 채 사라져 버리는 목소리였다. 그 안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의욕과 욕망. 그런 연인의 음성에 보로스는 아무런 말 없이 다시 부드러운 골짜기 안으로 고개를 묻는다. 연인의 몸을 끌어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며 말이다.

 

 

"대신 코코아는 괜찮죠?"

"코코아?"

"네, 괜찮죠?"

"...... 그거라면 괜찮다."

 

 

따뜻한 골짜기에 묻히지 않은 귀에 다시 음성이 닿는다. 아까와는 다른 가벼움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움직인다. 푸른 구슬에 다시 여성이 담긴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그녀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조금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거기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커피가 안 되더라도 코코아라면 된다.' 라는 확신이 말이다. 비록 그 확신이 보로스에게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그는 허락한다. 싱긋, 작은 꽃이 조금 더 큰 꽃으로 바뀐다. 그 변화를 푸른 렌즈가 잡아낸다.

 

 

"그럼 제가 커피는 포기했으니까, 코코아는 보로스가 해주세요."

"......응?"

"아, 이건 조금 억지일까요. 죄송해요."

 

 

자신의 모습을 올려다보는 그에게 사유라는 뜬금없이 요구한다. 미소에 정신이 팔렸던 보로스는 이번엔 부자연스런 흐름에 따라잡지 못한다. 그런 그의 반응에 노골적인 어리광을 부렸던 그녀는 미소를 바꾼다. 미안함이라는 색으로 물들여지는 꽃에 외계인은 몸을 움직인다. 마치 꽃잎이 찢어지지도, 뭉개지지도 않도록 어루어 만지는 것 같이... 그런 조심스러움으로 푸른 손이 하얀 볼을 어루어 만진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춘다. 진짜 꽃에게는 없을 따스함이 그의 입술에 전해져 왔다. 어떠한 꽃에서도 없을 향이 코에 스쳤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그러니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요?"

"고작 코코아다. 네가 원한다는데 타줄 수 있다. 나도 이제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니."

"그럼 기왕이면 커피로 해주시면..."

"안 된다."

 

 

의도하지 않아도 절로 자상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입맞춤을 받은 사유라는 확인을 위해 묻는다. 그 목소리나 모습에서 조심스러움이 번져 나온다. 희미한 불안감과 순수한 의도만이 담긴 질문. 비록 보로스는 그것들을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연인이 안도하도록 답한다. 마치 무엇이든 해줄 수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사유라는 그렇게 느낀 것인지 다시 틈을 노린다. 허나 모든 어리광을 받아줄 것만 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를 냈던 존재는 그녀의 요구를 딱 잘라 거절한다. 기습이 실패한, 알고 보니 포기하지 않았던 여성은 작은 한숨을 내쉰다.

 

 

"알았어요. 저녁엔 코코아로 마실게요."

"그래그래, 착하다."

 

 

이번엔 정말로 포기한 사유라는 맹세한다. 그런 그녀에 보로스는 칭찬해준다. 과보호에 가까운 외계인에 저녁의 즐거움을 포기한 여성은 그나마 남은 커피를 마신다. 이제는 김이 올라오지 않는 음료는 차가웠다. 그 차가움에 절로 눈쌀을 찌푸린 그녀에 보로스는 작게 웃는다. 귀에 닿은 웃음소리에 사유라는 고개를 살짝 내린다. 그러자 푸름이 가까워지고, 곧 입술에 부드러움이 겹쳐진다. 무엇이 일어난지 몰라 놀란 그녀에게서 떨어진 그가 입을 연다.

 

 

"커피 다시 타주마."

"네?"

"대신 키스해주는 거다."

"아, 네. ...네?"

"거래성립. 다녀오마."

 

 

기습 키스에 멍하니 있는 사유라에게 보로스는 얘기한다. 영문 모를, 뜬금없는 친절에 따라잡지 못하던 그녀. 그 결과 그의 함정에 빠져버린다. 모든 걸 이해한 순간은 이미 늦은 사유라였다. 손에선 컵이 없고, 따스했던 몸은 이미 허전했다. 절로 연갈색의 눈동자는 부엌을 향해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을 뒤쫓는다. '당했다.'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사유라는 후훗하고 웃는다. 그리고 그는 결국 자신에게 무르다고 생각하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