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일상

보로사유 - 두려움보다 커다란 마음

サユラ (사유라) 2016. 2. 18. 15:07









"혼자 우는건 그만두라고 했던 것을 잊었느냐?"

"보로스.. "

"쯧- 이래서 너를 혼자 냅두지 못하는거다."



거실에서 홀로 울고 있는 나를 보로스가 끌어안아준다. 인간과는 다른 온기가 전해져온다... 사실 나는 그의 온기가 인간과 비교할때 얼마나 다른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나는 오랫동안 타인에게 안긴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손을 잡은 기억도.. 머리를 쓰다듬 받은 기억도.. 그리고 누군가가 눈물을 닦아준 기억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또 뭐냐.."

"만약의 일들을 생각했어요.."

"만약의 일..?"

"당신과 만나지 않았을 저라던가.. 제가 죽은 후의 당신의 일들이라던가.. 아니면 그 반대의 일도요.."

"너는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군.."



쓸데없는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천성이 그런건지, 아니면 자라왔던 환경이 문제인지 스스로 아플 상상을 하곤한다. 그게 아니면 해결이 되지 않을 영원한 아픔을 일부러 끄집어내어 괴로워하거나... 그래서 아무도 없고도 조용한 새벽이면, 잠들지 못하던 새벽이면 홀로 울었다. 소리없이 울었었다.. 



"아직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한거냐.."

"습관인가요.."

"습관이다. 너는 내가 작았을 때도 이러지 않았느냐.."

"보쨩일 때.. 말씀인가요..? 것보다 봤었던건가요?"

"아아- 너는 그때도 홀로 조용히 울었지. 흐느낌 없이... 어떤 때는 공허하게.. 어떤 때는 무너질 듯이... "



설마 보로스가 그때도 봤었을 줄이야.. 아, 그 시절이면 더 심한 꼴도 봤었지.. 죽여달라고 부탁하며 울던 나를.. 그래도 습관이라고 말씀하실 줄은 몰랐다. 하긴 습관이라해도 반박할 수 없다. 나는 정말 정기적으로 새벽에 울었으니까.. 낮에는 울 수 없었다. 일상에 치이는 나날들 속에서 억지로 덮어놓은 어두운 감정은 토해내지도 없애지도 못해, 마치 그릇에서 넘치는 듯이 그 감정들이 눈물로 넘쳐났었다. 누구도 나를 알 수 없는 늦은 밤과 새벽만이 내가 유일하게 울 수 있는 시간이었었다.



"그래도 이제는 많이 줄었잖아요. "

"........"

"화났어요..?"

"아아 조금은.. "

"..... 죄송해요.. "



더욱 낮아진 그의 목소리에 나는 사과한다. 여러가지를 담아.. 혼자 운것에 대한 사과, 그를 화나게 한 것에 대한 사과, 그리고 그를 불안하게 한 것에 대한 사과.. 이런 내 의도를 알았던걸까, 보로스는 살짝 떨어져 나를 바라봐온다. 커다란 눈동자가 희미한 달빛에 보여온다. 아아- 역시 예쁜 눈동자다..



"다음에 또 혼자 울면 차라리 침대로 데려가 울릴거다."

"그건 좀 곤란하네요.."

"그렇다면 혼자 울지마라."

"노력할게요. 이건 아무리해도 잘 고쳐지질 않는거니까요.."

"..... 내가 더 너의 곁에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건가.."

"흐흣- 평소에도 제 곁에 붙어계시면서 그 이상 저에게 더 붙어계시겠다고요? "

"나에게는 좋은거다. 네 곁에 더 오래 있는 것이니까.. 거기다 그로인해 네가 덜 괴로워진다면.."

"............."



아아- 다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 남자는 언제나 내 가슴속을 따스하게 해주어 나를 울린다.. 기쁨에 울 수 있는 것을 진정한 의미로 알려준 유일한 존재는 이 남자 뿐이다. 만약 정말 내가 이 외계인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의 만남의 형태가 아닌 다른 형태로 만났다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관계였을까?



"울면서 또 뭘 생각하는거냐.."

"당신을 만나지 않았을 때의 저라던가.. 우리가 그때와 다르게 만났을 때 어떻게 되었을지에 대해서요.."

"생각할 필요없다. 너와 나는 이렇게 함께 있고, 서로를 사랑하지 않나.."

"그래도 생각하게 되는걸요. 만약 정말 그랬다면 저는 이 행복함에 우는 느낌을 알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홀로 울고 있을거라고.."

"........이쪽 말로 하자면 패러랠월드의 너를 상상하는거냐?"

"아아 비슷하네요. 그래요.. 혹시나의 저를 상상하고 있었어요. 혹시나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쁨을 맛보았기에, 행복을 느꼈기에.. '만약에'란 불안함의 상상을 하게 된다. 그를 만나지 못한 나를.. 그를 잃어버린 나를.. 그리고 혼자 남을지도 모르는 그를..



"그렇게 생각한다면 끝이 없다..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없으니.."

"그렇네요..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 인간들은 두려워하고, 걱정하는거겠죠. 확인할 길이 없기에, 알 수가 없기에.. "

"사유라.."

"미안해요. 계속 이렇게 질질 끌어서.. 그래도 오늘따라 유독 떨칠 수가 없어요. "



또 나를 낮은 목소리로 부르는 그에 결국 또 사과해버린다. 아아 오늘 새벽은 정말 안되나보다.. 벗어나지를 못한다. 내 어둠에서, 두려움에서.. 내 변하지 못한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를 화나게 하고 싶지 않은데, 내게 실망하게 해드리고 싶지 않은데 나는 여전히 그날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이미 몇년이나 지나버린 그 날에서 나는 여전히..



"그렇다면 차라리 떠올리지 않도록 해주지."

"네? 웁..!!"



다시 어두운 생각에 빠지려는 내게 그가 갑자기 키스해온다. 저항할 틈도 없이 보로스는 깊이 키스해온다. 평소보다 조금은 거친 키스에 힘이 빠져나갔고, 그는 잠옷 위로 내 몸을 어루어만진다. 어깨.. 팔.. 가슴.. 허리.. 커다란 손은 꽤 섬세하게 내 몸 이곳저곳을 만진다. 머릿속이 살짝 멍해진 감각이 들자 그가 입술을 뗀다.



"보로..스.. 이게 무슨.."

"말하지 않았나? 떠올리지 않도록 해주겠다고.. "

"....."

"떠올릴 틈따위 주지 않고, 너의 머릿속을 다른 것으로.. 나로 가득차게 해주마.."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진지하고도 예뻐서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나였다면 이 진지한 모습을 보고 의문을 품었을거라고.. 거부했을거라고... '왜 나의 일로 진지해지는거지? 나를 위한 거일리가 없어.' 라고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훗.. 후후훗.. "

"사유라?"

"푸흣... 아하하하..!"

"사,사유라?"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런 나에 보로스는 당황한다. 아아 이 외계인씨는 왜 이렇게 필사적인지.. 한때 우주를 지배했다는 분이 말이다.. 물론 나는 그 이유를 안다.. 지금 보로스는 그 나름대로 나를 위하려는 것이다. 그는 나를 위해 이렇게 진지하고도 필사적인 것이다.. 나 때문에 패자라고 불렸던 존재는 지금 당황하고 있다. 정말 웃긴 광경이다. 고작 인간여자 하나에 이 존재는 필사적이고, 당황하고 쩔쩔맨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이 나는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가슴이 저려온다. 



"하하.. 배 아파.. "

"괘,괜찮은거냐? 갑자기 웃다니.."

"... 어떤 것 같아요?"

"나는 인간이 아니다. 혹시 뭐라도 잘못 된거냐?"

"쿡쿡.. 아니에요. 그런거 아니에요.. 단지 당신이 너무도 사랑스러운거에요. 보로스.."

"......"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주려는 당신의 필사적인 모습이 너무도 사랑스러워요.. "



오랜만에 크게 웃었서인지 배가 살짝 땡겨오는 느낌이 들었다. 겨우 웃음을 멈춘 나에 보로스는 걱정스레 물어왔으나 역질문을 당한다. 여전히 걱정이 담긴 눈동자에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솔직하고도 진심어린 목소리로.. 그런 나를 그는 조용히 바라봐준다.



"그리고 바뀐 제 자신이 너무 웃겼어요."

"웃겼다? 바뀐 것에?"

".... 네.. 제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이 들어버려서요."

"....."



보로스는 내 말에 이해하지 못한 듯한 눈치다. 당연하다.. 이런 느낌은 본인만이 웃긴거라 여겨지기에.. 특히 나는 바뀌지 않을거라 여긴 부분이 이렇게도 바뀌어서 더더욱 웃길 뿐이다.. 나는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를 걱정해주는 것을, 나를 위하는 것을, 나를 사랑해주는 것에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아아 예전이었다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일텐데..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도 의심도, 슬픔도, 불안도 없이 받아들이다니.. 나는 정말 많이 바뀌어버렸다. 



"그래도 아직 당신 뿐이지만.."

"...사유라?"



나도 모르게 흘러내밷어린 말에 보로스는 살짝 걱정어린 시선을 지은다.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이제 이런 모습조차 너무도 사랑스럽게 느껴버린다. 예전이었다면 상대방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걱정하거나 불안해하면 가슴이 아파서 무서워서 도망치듯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을텐데.. 걱정해주는 것이 마음 한 구석으로 진심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텐데.. 보로스에겐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기쁘고도 기뻐서 가슴이 다른 의미로 가슴이 아파온다. 내 가슴을 아프게하는 보로스의 볼에 나는 입맞춤한다.



"저는 당신으로 인해 정말 많이 바뀌고 있어요.."

"....나도 변하고 있다.."

"그런가요?"

"아아..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웃을 정도로 말이지."

"저도요. 그래서 방금 전에 웃어버린거에요."

".... 쿡쿡 그런건가.. 네가 웃은 이유를 나도 이제 이해되는군.."



그가 웃는다. 부드럽게.. 아아 또 가슴이 아프다.. 달콤하도록... 낯설지만 서서히 익숙해지는 이 감각을 그도 알아주길 바라면 욕심이 큰걸까? 아아 나는 정말로 이 남자로 인해 변해간다.. 욕심을 부리고 싶어지게 만드는 이 존재가 너무도 소중해져서 조금은 두렵다.. 그래도 그 두려움을 덮을만큼 행복이 커져간다. 아아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이 왜 그렇게 사랑을 바라고, 사랑에 목메는지 알 것같다. 이 행복이 너무도 달콤하고도 치명적이어서구나...



"역시 사랑은 잔인한 감정이구나.."

"사유라? 무슨 말을.."

"으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

"말해라."

"화내지 마세요."

"말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온 중얼거림에 그가 예민하게 반응한다. 얼버무리려는 내게 보로스는 진지하게 명령과도 같이 요구한다. 처음보는 듯한 태도에 순간 놀랐지만, 곧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이러한 이유를 나는 알고 있기에.. 조심히 손을 뻗어 나를 내려다 보는 그의 볼을 어루어 만졌다. 내 손길에 커다란 눈동자가 흔들린 것 같음은 착각일까?



"그냥 사랑이란 감정은.. 역시 쉽게 가져서는 안되겠다 생각한거에요."

"왜지?"

"이 감정은 아름답지만 역시.. 잘못하면 비틀리기 쉬운 감정이잖아요.."

"....... 나는 모른다. 내가 아는 것은 내 이 가슴에 넘치는 것은.. 너를 사랑하고 싶고, 너에게 사랑받고 싶은 감정이다."

"당신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사랑이 한없이 부드럽고도 포근하다고 할 수 없고, 사랑으로 느낄 수 있는 행복은 너무도 아름답지만 치명적이라 잘못된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어요.."

"너는 그런 사랑을 본건가?"

"아니요. 가장 가까운 사랑의 진실을 봤을 때부터 저는 타인의 사랑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지 않았어요. 이해하기 무서워서.. 막연하게 이해하여 웃고 울었어요.. 진정으로 사랑에 동감할 수 없었어요.. "

"그럼에도 왜 그런 말을 하는거냐.."

"직접 느낀 행복이 너무도 달콤하고도 치명적이라서요."

"네가 느끼는 행복이 다른 인간들이나 존재들이 평범하게 갖고 느끼는 것이라도 말이냐.. "



보로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마 이 외계인은 내가 말하는 것의 일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를 향한 사랑이 아플정도로 순수함이 깃들어 있기에... 한번 사랑으로부터 눈을 돌려 도망친 나와는 달리 보로스는 너무도 곧고도 순수하도록 내게 사랑을 고백했고, 내게 준다.. 그렇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뒷면을 모를 것이다. 아니면 이건 내 이기적인 착각일까? 그가 조금이라도 아픔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내 이기적인 생각인걸까?



"..... 그 평범한 행복이 전 두려웠어요. 그와 동시에 동경했어요... 멀리서 바라보아도 역시 눈부시던 사랑과 그로인한 행복을..."

"이제는?"

"두려움이 하나도 없다면 저는 거짓말을 하는거겠죠. 아까도 그렇게 울었기도 했고요.. 저는 아직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조심스러워요. 그래도 말이에요.. 보로스... 저는 이제 알아버리고 욕심을 내기로 했어요."

"........."

"당신과의 삶을.. 행복을.. 그러니까 보로스 저를 좀 더 행복에 물들여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당신만이 그게 가능하니까요.. 해주실거죠?"



내 조심스럽고도 어리광이 어린 질문에 보로스는 입술에 입맞춤을 내려준다. 그것만으로 나는 그의 답변을 알 수 있었기에, 두 팔로 사랑하는 존재의 목을 끌어안았다. 다시 가슴 속이 낯설었던 행복으로 가득차 떨려오는 것을 느꼈지만, 결코 예전만큼 괴롭지 않았다.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분명 믿기 어려워하겠지.. 만약 가능하다면 과거의 나를 한번 끌어안아주어 '괜찮아'라고 속삭여주고 싶다.. 많은 것에 눈을 돌리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혼자 울 과거의 내게... 아아 그런 과거의 나였기에 이 존재와 만남을 가졌고, 아픔을 겪었었고, 사랑을 하게 된거겠지. 



"사유라.. 너도 내게 줄건가? 행복과 사랑을.."

"서툴러도 좋다면 기꺼이.. 그리고 저도 당신에게 주고 싶어요. 이 넘치는 마음을.."



보로스의 조심스런 질문에 나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답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입술을 맞추었고, 희미한 달빛속에서 몸을 섞는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속삭인다.. 아아 부디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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