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드림전력

[드림전력] 보로사유 - 겁쟁이

サユラ (사유라) 2016. 4. 30. 23:41

*드림전력에 참여한 드림글

*원펀맨 - 보로스

*오리주(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성격은 보장못합니다..









주제 - 겁쟁이












"좀 더 먹어라."

"이제 배 불러요."



언제나와 같은 평화로운 점심. 너의 비어진 밥그릇을 보고 건낸 내 말에 너는 언제나의 말을 한다. 배가 부르다니.. 알아본 인간들의 식사양보다 적게 먹었으면서 배가 부르다고 하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보는 것이지만, 불만이 생겨버린다. 예전보다 살이 올라 더욱 보기 좋아진 모습이지만, 역시 더 살이 찌고 체력도 늘었으면 한다. 이대로면 무언가에 쉽게 부서질 것 같은 불안감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저녁에는 많이 먹었으면 좋겠군."

"노력은 해볼게요."



내 말에 웃으며 빈 그릇들을 치우는 사유라의 뒷모습은 가녀릴 뿐이다. 설거지를 하는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고, 다 끝내 손의 물기를 닦는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아본다. 아아 역시 작고도 가녀리다.



"보로스..?"

"........"



놀람이 담긴 목소리에도 답하지 않고, 아주 옅게 물기가 남겨진 하얀손을 만져본다. 작다.. 손목도 가녀리기 짝이없고 팔에는 근육도 그리 없다. 외계인이 아니더라고 같은 인간의 누군가의 힘에도 쉽게 상처 입을 것이고 부러지겠지. 아아 정말로 약해빠진 몸이다.



"너는 정말 가녀리기 짝이 없군."

"그런가요? 인간 기준에서는 보통이라 생각하는데.."

"어디가 말이냐. 내가 볼 때는 다른 인간여자들보다 가늘고, 약해 보일 뿐이다."

"체력이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제가 그렇게 보이나요?"

"아아.."



자각이 부족한 것은 알았지만, 정말 그녀는 모른다. 무엇에도 쉽게 상처 입을 것만 같이 가녀리고도 연약해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아니, 내게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까... 오늘 아침 꾸었던 꿈 때문에 예민해진 것일까... 웃으며 쓰러져 깨어나지 않던 꿈 속의 그녀의 모습은 정말로 덧없을 정도로 연약한 존재였다. 



"보로스.. 손목 아파요."

"...!!! 미안하다. 괜찮나?"

"음- 괜찮아요."

"어디가 말이냐. 자국이 남았잖나..."

"괜찮아요. 금방 사라질거에요."



꿈속에서 느꼈던 괴로움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팔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조금 들어 갔나보다. 내 손의 모양으로 붉어진 얇은 하얗었던 손목에 가슴이 죄어오는 감각이 든다. 내가 조금만 더 힘을 주었으면 부러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자, 등골이 싸늘해진다. 꿈속의 그녀가 떠올라 끌어안던 팔을 놓아버리자, 등을 돌려서 나를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 저 눈동자도 쉽게 부서져 나를 보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다.



"보로스 왜 그러세요?"

"........"

"보로스 저 정말 괜찮아요."

"나는 아니다. 너는 부서지기 쉬워서 내가 얼마나.."

"......."



작게 미소를 지으는 너의 모습조차 연약하게만 보인다. 너의 손목에 남겨진 붉은 자국은 마치 피와 같이 보여온다. 분명 매일, 매순간 너를 소중하게 여기고 조심하는데도, 방심하면 이렇게 되어버린다. 이 힘이 이렇게 쓸모가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니 우스울 따름이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너는 언제나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나를 끌어안는다. 평소 보기 힘든 네 행동에 놀라는데..



"보로스, 저 정말로 괜찮아요."

"....."

"확실히 저는 당신의 기준에서 부서지기 쉬운 특별한 힘이 없는 인간이에요. 그래도 겁내지 말아주세요."

"겁을 낸다고..? 내가..?"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제게는 그렇게 보여와요."



그녀의 말에 조금 충격을 먹었다. 겁을 냈다... 무엇에도 두려움도 느낀 적이 없던 내가 그녀로 인해 겁을 냈다는 것에... 아아- 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다.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그녀와 만난 후부터, 계속 이 감정들을 느껴왔다. 나는 눈앞의 존재로 인해 겁쟁이가 되어버린다. 



"우습나? 이런 내가.."

"아니요. 저도 겁을 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너는 괜찮다. 내가 지켜낼테니까.."

"후훗- 그럼 보로스도 괜찮아요."

"어째서지?"

"당신이 두려워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도 노력하고, 제 나름대로 당신을 지켜낼테니까요."



들려온 말에 놀라버린다. 나를 지킨다는 말에... 처음 들은 말이다. 우주에서 패자였고, 그 전에도 강한 내게 누구도 하지 않았던, 듣지 못한 말을 그녀는 미소를 지은체 얘기한다. 자신이 특별한 힘이 없다고 말했으면서도 사유라는 나를 지킨다고 말한다. 그 가녀린 팔로 나를 지킨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다. 허나 곧 이해했다. 내가 사랑하는 이 가녀린 존재는 내가 가진 이 힘과 다른 힘으로 나를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또한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있음을... 그러자 그녀가 사랑스러워서 무의식에 가깝게 끌어안아버린다.



"그거 참 든든한 말이군."

"비꼬시는거 아니시죠?"

"아니다. 정말이다. 너는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지않나..."

"그렇다면 기뻐요."



품안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우주의 패자였던 자를 겁쟁이로 만드는 이 작은 존재는 왜 이다지도 사랑스러울까... 한없이 약하고 가녀리고 힘도 없는데도, 이제는 유일하게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주는 존재. 역시 사랑하게 되어서인가... 나를 이렇게도 바꿔버린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서, 나는 이리도 쉽게 겁쟁이가 될 수 있는 것인가...



"나중에 겁을 내는 내가 싫다고 하면 안된다."

"그런 일은 없어요. 보로스야말로 제가 상처입을 것 같다고 어디 가시면 안돼요."

"가지 않을 것이다. 너 없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이제는 모른다."

"그러면 된거에요."



나를 올려다 보며 만족스럽게 웃는 그녀의 미소는 역시 사랑스럽다. 이 미소와 품안의 온기를 잊어버릴까, 부셔버릴까 생각하면 두려움이 다시 느껴진다. 그래도 괜찮다. 사유라가 그것을 막을 것이다. 이제는 예전과 같이 안타깝게 웃지 않는 사랑스러운 존재는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줄 것이다. 그러니 겁쟁이가 되어도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