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일상

[보로사유 200일 기념글] 당신을 위한 선물

サユラ (사유라) 2016. 7. 7. 00:50


*원펀맨 <<보로스>> 드림글

*오리주 (오너이입)

*캐릭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이 있어 캐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오타지적, 피드백 언제나 환영합니다!!!





 이 글은 제가 보로스에게 반한지 200일이 되어 쓴 기념글입니다! 미숙하지만 나름 챙겨본다고 써보았어요!! >ㅁ<


 PS. 끝부분이 망했으므로 주의하세요






















 그것은 잘못하면 눈치채지 못할 표시였다. 벽에 걸려진 달력에 아주 작게 푸른색의 별이 그려져 있었고, 그 표시를 보며 사유라는 작게 웃는다. 



"보로스, 일 다녀올게요."

"아아... 나중에 데리러 가마."

"네, 알았어요."



언제나의 인사를 나눈 그녀는 집을 나섰고, 조용해진 집안에 홀로 남겨진 보로스는 소파에서 일어난다. 그리고는 그녀가 서있던 자리에 서서 똑같이 달력을 지긋히 바라보더니 외출을 해버린다. 한편 그가 외출한 것을 전혀 모르는 사유라는 자신이 일하는 가게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도착한 북카페에 들어선 그녀는 다른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내더니, 안쪽으로 향한다. 그리고 직원 전용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평소의 흐름이었지만, 그녀의 다리가 움직인 곳은 가장 안쪽의 테이블이었다.



"반갑습니다. 당신이 얘기로 들은 사유라씨군요."

"안녕하세요. 사장님에게 말씀을 들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남자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조금은 중후한 느낌의 남성이었다. 초면인듯한 두 사람이었지만 어딘지 서로에게 호의적인 태도였다. 인사를 건낸 둘은 이내 무언가의 대화를 이어갔고, 그 대화의 시간이 약 20분 정도 이어졌을까... 남성은 주섬주섬 종이들을 가방에 넣더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사유라도 같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얘기해주신 대로 하겠습니다. "

"잘 부탁드립니다."



남성은 이내 가게를 나가고, 그제서야 사유라는 직원 전용 탈의실로 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그때 사장이 다가오더니 말을 건다.



"어때? 잘 된 것 같아?"

"네. 감사합니다. 사장님... 덕분에 좋으신 분을 만났어요."

"후후후 별 말씀을~ 난 그저 중간다리였는걸~ 암튼 잘 해봐! 응원할게!"

"... 감사합니다..."



자신에게 응원을 주는 사장에게 사유라는 보로스 이외에 사람에겐 드문 기분이 들뜬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미소를 찍지 못한 사장이 한번만 더 찍어달라는 것을 냉정하게 무시하는 작은 일이 있었지만, 그렇게 다시 조금은 다른 일이 섞여있던 일상이 지나간다. 




 작은 만남이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이윽고 찾아온 별이 그려진 날. 헌데 이상하게도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던 날이 되었는데 사유라의 표정은 미묘히 아침부터 조금은 어두웠다. 그 모습에 보로스가 몇번이나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그녀는 적당한 이유를 말하며 얼버무리려 했다. 사실대로 말해주지 않는 연인에 조금은 아쉬운 그였지만, 억지로 물어본다고 털어놓는 성격이 아닌 것을 알기에 그저 옆에서 말해주기를 기다려준다. 이것 또한 그가 그녀와 함께하며 이미 몇번이나 반복되어온 일 중 하나였다. 어느새 점심 식사도 마친 둘이지만, 사유라의 어딘지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상태는 여전했다.



"사유라..."

"네..?"

"대체 무슨 일이 있는거냐."

"딱히 일이 있었던거는 아니에요."

"정말 알려주지 않을거냐."

"... 정말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



거짓말이라고 보로스는 확신했다. 웃으면서 얼버무리려 하고 있지만, 사유라가 자신에게 감추고 있는 일이 있는 것을 그는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속아넘어갔을지도 몰랐지만, 언제나 그녀만을 바라보는 자신에게는 어설픈 거짓말이었다. 거기다 평소보다 더욱 틈이 많고, 표정 관리도 어색하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 꽤나 중요한 일이었다고 추리하고 있는 보로스를 모른체, 사유라는 잠시 시선을 피하는데... 마침 조용하던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에 잽싸게 핸드폰을 낚아채 부엌으로 쌩하고 가버리더니 곧 만면에 미소를 지은체 돌아오는 연인에 고민하던 외계인씨는 표정이 굳어버린다.



"보로스! 잠시 일이 있어서 외출하고 올게요!"

"어디로..."

"잠시 누굴 만나고 올게요~!"

"뭐? 누구.."

"다녀오겠습니다!!"

"사유라!?"



파파밧하고 외출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보로스는 물어보지만, 제대로 된 대답도 하지 않은체 사유라는 집을 나가버린다.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신이 나고, 들뜬 모습으로 나가버린... 방금까지 안절부절했던 그녀가 자신의 부름을 귓등으로도 듣지않고 나가버려서 그는 상황이 파악이 되지 않아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30초 정도 시간이 지나자, 그는 일어난 일에 대해 다시 정리해본다. 분명 오늘은 무슨 날이다. 적어도 사유라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가 있는 날이며, 오늘을 들뜨며 기다린 그녀였었다. 그것을 알아도 일부러 묻지 않고 지켜보았던 자신이며 축하해주려고 했었는데, 정작 당일이 되어버리자 안절부절 못하던 연인... 



"근데 대체 누구의 전화였길래 그렇게 웃고 나간거지."



그리고 누군가의 전화에 확연하게 기분이 들뜬체 달려서 나가버린 사유라에 보로스는 복잡한 기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그녀가 기뻐하는 것은 좋다. 좋다만..... 자신이 아닌 누군가로 인해 너무 기뻐해도 질투를 느끼게 해주며, 하물며 아까처럼 만면에 밝은 미소를 지은체 나가버리다니... 궁금증을 넘어 조금은 살의욕을 일으키게 해주는 상황일뿐이다.



"쫓아가야하나..."



지금이라도 쫓아간다면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 설령 달려갔다 해도, 그녀의 체력이나 달리는 속도를 생각하면 뒤따라가는 것은 문제도 아니다. 문제는 상대방을 보고도, 또 다시 지을지도 모르는 밝은 미소를 보고도 자신이 참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한 것이 문제였다. 그렇게 되면 사유가가 분명 자신에게 화를 낼 것이고, 심각하면 화를 내며 또 여러가지 금지사항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도 나름 또 문제다. 마음이 물러터진 그녀라면 분명 꽤 금방 화를 풀 수도 있지만, 저번처럼 접촉금지라도 내리면.............



"나답지 않군."



세상이 단 한 존재로 인해 돌아가고, 그 존재만이 자신이 세상을 느끼게 해주는 감각은 기묘하다. 그녀와 만나기 전, 사이타마와 싸웠던 때까지는 그런 감각을 느낀 적이 없었다. 예전 자신에겐 자극이 필요하였으며, 허무한 생에서 유일한 자극은 강자와의 싸움뿐이었었다. 그것만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우주의 최강이란 호칭과 자리를 가지게 되었었다. 그 자리는 지겹고도 그리 무엇이 있던 자리도 아니었다. 나름 이용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길 수 있었어도 결국은 딱히 자신에게 가치가 있던 자리도 아니었었다. 무엇을 해도 지겹고, 흥미도 생기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자극을 바라는 마음만이 강해지던 나날... 가슴 속은 언제나 공허하고도 충족되는 날은 없던 나날... 우주에서의 기억은 대부분 그런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러다가 점술사에 에언을 반신반의로 믿고 20년이 걸려 찾아온 지구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강자인 사이타마와 만났고, 한계를 넘어선 힘을 모두 부딪혀서 졌었다. 그때 모든게 후련해졌었다. 가슴에 있던 공허함도, 알 수 없던 짜증도 전부 잊고, 만족감으로 인해 잠들 수 있었었다.


헌데 죽음이 눈앞에 있을 때, 살 수도 있었음에도 자신의 흥미를 끌 것도 어떠한 즐거움도 없을거라 여겨 죽음을 선택하려 했을때... 사유라와 만났었다. 몇명의 인간이 자신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쳤는데, 그녀는 겁도 없이 다가오더니 냉큼 '죽으셨나요?' 하고 물었었다. 다시 생각하면 웃긴 일이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때의 자신의 모습은 죽었을거라 생각하는게 너무도 당연했을텐데, 그녀는 굳이 물어보았었다. 그것도 상냥한 목소리로... 지금은 그녀의 과거를 어느정도 알게되어서, 그때의 그녀가 왜 그랬는지 아주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역시 평범한 반응은 아니었었다. 만약 그때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누군가가 나타나면 또 그럴지도 모른다.



"사유라가 보기 전에 처리해야겠군. 살아있든, 죽어있든..."



그녀가 없다고 잠시 살벌모드가 켜졌던 보로스였다. 아무튼 그때 사유라가 보여줬던 미소도, 볼을 만져주던 손가락의 온기를 그는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낯선 미소와 손길은 삶의 흥미를 어느의미로 다 잃어버린 그에게 다시 살아보는 것에 대한 흥미를 주었다. 이상한 여자지만, 왠지 곁에 있으며 살아간다면 괜찮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름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지금의 관계가 되었는데....



"여전히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지 않나, 힘들어도 괜히 감추고, 거기다 생각보다 틈도 많고, 조금만 마음을 열면 잘 웃어주고... 거기다 오늘은 그 미소는 대체..."



어느새 소파에 앉아 나름의 불평을 흘리는 보로스의 모습은 이제는 정말 한때 우주의 패자였던 때와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그저 한 여성에게 제대로 사랑에 빠진 남성일 뿐이다. 질투와 소유욕에 가끔 이제는 많이 웃게 된, 솔직해진 그녀를 데리고 아무도 볼 수 없는 우주로 데려갈까도 생각한 적도 있지만... 현재 데려갈 수단도 딱히 없고, 그렇게 하면 그녀의 미소가 줄어들게 분명하여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까지 가지고 싶고, 더더욱 독점하고 싶음에도 결국 부서지기 쉬운 미소를 지키느라 자신을 참아내는 것은 과거의 자신에게는 없던 모습이다. 이리저리 깊게 생각을 하니 묘한 피곤함이 몰려와 보로스는 이내 눈을 감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엄청난 기세로 집을 나갔던 문제의 여성은 드물정도로 싱글싱글 웃으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품에 안겨진 작은 종이 봉투를 소중히 여기며, 사유라는 집의 문을 연다. 원래 조용한 집안이지만 평소보다 더욱 고요한 듯한 느낌을 느끼며 거실쪽으로 들어선 그녀의 시야 안에 소파에 앉은체 눈을 감고 있는 소중한 이를 발견한다. 살며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안고 있던 봉투를 거실의 작은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조심조심 그의 앞으로 다가간 사유라는 잠든 듯한 얼굴을 바라본다. 상대방이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어 조금은 밑에서 올려다봐야 했다. 그로인해 허리를 조금 많이 숙여야 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한없이 즐거워 보였다.



"별일이시네... 내가 없는데도 이렇게 주무시다니..."

"......"



신기하지만 자신만이 보는 모습에 사유라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뿐이다. 그렇게 바라보던 그녀는 한번 손가락으로 보로스의 볼을 톡하고 건드려본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그에 이번에는 앞머리를 만져본다. 사락거리는 감각은 부드러웠고, 미묘하게 인간의 머리카락과는 살짝 틀린 감각이었다. 그렇지만 그 감각도 그저 좋은지 미소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 입술에 스치듯이 입술을 맞추고 떨어진다. 혹시 깨어났을까, 부끄러워하면서 안절부절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어딘지 장난을 친 어린아이 같기도 했다. 몇분과도 같은 몇 초가 지나감에도 깨어나지 않은 상대방에 안심한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했던 얼굴의 거리를 벌리려는 순간... 허리를 감싸 끌어당기는 힘을 느낀다. 그리고 곧 입술을 덮는 온기도...



"음.. 응.."



곧장 깊어지는 키스에 제대로 저항도 못하고 사유라는 입안도, 몸도 조금씩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허나 생각보다 빨리 보로스는 작은 입술을 놓아주었고, 그녀는 살짝 열띤 숨을 내쉬며 고른다. 볼을 불게 물들인체, 살짝 물기어린 눈동자로 바라보는 그녀를 품안에 끌어안으며 보로스는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늦었다. 하지만 꽤나 귀여웠다."

"언제부터..."

"애초에 자고 있지 않았다. 네가 없는데 잘리가 없지 않나."

"......"

"바둥거리지마라."

"보로스 짓궂어요..."



보이지 않아도 분명 얼굴을 잔뜩 붉힌체 있을 그녀의 귀여운 얼굴을 떠올리며 보로스는 가녀린 어깨에 얼굴을 부빈다. 따스함과 그녀만의 향긋한 향에 마음이 놓이는 가운데 테이블에 시선이 갔고, 종이봉투를 발견한다. 슬쩍 그 봉투를 집어드는 보로스를 눈치챈 사유라가 당황하며 바둥인다. 그런 그녀를 간단히 한팔로 속박하며 그는 봉투 안을 살펴보는데.. 거기엔 작은 푸른색의 상자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지? 설마... 아까 만나러 간 녀석에게 받은거냐?"

"바,받았다면 받은게 맞긴 한데... 저기 보로스 일단 놓아주세요! 그리고 상자 여시면 안돼요."

"..... 남자냐, 여자냐..."

"......"

"남자군."

"......"



분위기가 무겁게 바뀌었다. 보이지 않아도 그가 꽤나 화가 난 것을 사유라는 알 수 있었고,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하려던 순간... 몸이 풀려나지더니 쪽하고 입술에 키스가 지나간다. 생각지 못한 그의 반응에 눈을 크게 뜬체 당황하는 사유라에게 보로스는 작게 미소를 지어보인다.알 수 없는, 낯선 반응에 그녀는 순간 불안감을 느껴버린다. 그는 그러한 그녀를 알았을까, 다시 입술에 부드럽게 입맞춤한다. 떨어지는 입술에 부끄러워하며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조심히 푸른 눈동자를 올려다본다.



"평소라면 더 화를 냈겠지만... 오늘은 참겠다. 정확하게 무슨 날인지는 모르겠지만, 너에게는 의미가 있는 날이지?"

"아셨어요?"

"네가 달력을 열심히 보았고, 거기에 표시까지 있었으니까..."

"보로스는 오늘이 무슨 날인지 역시 모르시군요."

"... 미안하다. 나름 지구에 대해 알아보고 있지만 오늘은 무슨 날인지 알 수가 없군. 그저 너에게 있어 의미가 있는 날이란 것만 추리할 수 있다."



참겠다라는 단어가 왠지 낯설게 들린 사유라였지만, 그가 자신을 위해 헤아려 준 것이 기뻐 금방 잊어버린다. 허나 내심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지 못하는 보로스에 조금은 섭섭함을 느껴버린다. 그가 지구의 문명을 전부 아는 것이 아니며, 그 당시 더더욱 알지 못했던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사과하는 모습에 섭섭함도 아쉬움도 잊어버리는 자신이 꽤나 단순하다고 생각해버린다.



"보로스, 그 상자 제게 주세요."

"..."

"이건 제게 아니에요."

"받은거라 하지 않았나?"

"어느 의미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는 제가 부탁한 물건이에요."



보로스는 자신에게서 상자를 받더니 상자를 어루어 만지는 사유라의 손길이 조심스럽다고 느낀다. 상자 안의 물건이 소중하다는 듯한 태도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그를 전혀 모른체 그녀는 상자를 포장한 노란 리본을 풀고는 조심히 열어 안을 보여준다. 거기엔 그에게도 익숙한 물건이 담겨있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시선으로 웃고 있는 연인을 바라본다.



"저번에 보로스가 말씀해주셨죠. 귀에 걸던 귀걸이가 있었다고...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던 물건인데 전투중에 부셔졌다고..."

"있었다만 귀걸이의 제질은 이 지구에 없을텐데."

"물론 같은 재질은 아니에요. 하지만 조금 특별한 재질로 만들어서 왠만하면 부서지지 않을거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상자에 담긴 물건은 귀걸이. 2개의 정팔면체와 기다란 송곳이 달린듯한 정팔면체가 이어진 형태의 귀걸이는 한때 자신이 오랫동안 착용했던 악세사리와 매우 흡사하였다. 예전 자신이 알려준 적이 있다고는 하나 그녀가 어째서 비슷한 형태의 귀걸이를 가져온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푸른 눈동자가 의문을 담아 자신을 바라봄에 사유라는 입을 연다.



"보로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난 날로부터 날짜를 세서 특정 횟수가 되는 날을 기념일로 하기도 해요."

"......"

"특히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 기념일은 상대방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기도 해요."

"오늘이 그럼 너와 나의 특별한 날이란건가?"

"보로스에게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날이에요."

"무슨 날이지?"

"저와 보로스가 만난지 200일이 된 날이에요."



200일... 그것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과 지구로 오기까지 20년이란 시간과 비교하면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녀에게서 듣자 묘하게 길었던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녀와 만난 날이 바로 어제와도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저 품안의 소중한 존재와 매일매일을 지내었는데 어느새 200일이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과의 만났던 날을 기억하고, 일부러 챙겨준 그녀가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우리가 만난지 200일이 되었고, 이것이 기념일이란 것을 알았다. 그런데 왜 기념일이 되는 것이냐?"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어요. 100일, 200일, 300일, 아니면 1년... 만남과 어떠한 관계가 된 날에 대해 챙기고 서로를 축하해주는 것은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거라고요."

"감사한 마음?"

"네. 자신과 기념일의 날의 수만큼 함께 해줘서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엔 이런 것도 담겨 있다고 여겨져요."

"......"

"다시 그만큼의 날만큼, 그리고 더 많은 날들을 함께 해주기를 바라고... 또 잘 부탁한다는 마음을 전하는 날이라고요."



처음 듣는 이유였다. 예전이라면 이해할 수 없었을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의 보로스에겐 그녀의 말들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전부 다 가슴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단 하나의 존재로 인해 알게 되었다. 평화로운 일상의 즐거움,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 채워지는 만족감, 미소를 지어줌으로서 느끼는 행복감, 이름을 불러주는 것뿐인데 넘쳐흐르는 사랑스러움, 너무도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사유라로 인해 보로스는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미소를 참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보로스. 감사해요. 저와 만나줘서, 저와 함께 해줘서... 저를 사랑해주고 받아들여줘서... 언제나 저를 지켜주고, 챙겨줘서..."

"나도 너에게 감사한 것이 가득하다."

"예전에 말했죠... 당신과 만나 다행이라고..."

"기억한다. 눈이 가득 내리던 날이었지. 그날 내가 삶에서 처음으로 울었던 날이기도 했다."

"또 말할게요. 당신과 만나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보로스를 사랑하게 되어서 저는 정말 행복해요."



사유라는 보로스의 입술에 짧고도 부드러운 입맞춤을 했고, 수줍음과 행복이 섞인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것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보로스도 똑같이 입맞춤을 한다. 입술이 떨어지자 그가 그녀에게 '걸어주지 않겠나?'하고 말했고, 하얀손은 귀걸이를 인간의 것과는 형태와 색이 틀린 귀에 걸어준다. 양쪽에 걸어진 귀걸이는 그 금색을 반짝이며 자신을 뽐내었고, 그와 너무도 잘 어울렸다. 뿌듯함에 선물한 이는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아, 맞다. 보로스, 염치가 되지 않는다면 기념일이랄까 특별한 날을 정하고 싶어요."

"네가 생각한거다. 내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무엇이지?"

"보로스의 생일이요."

"내 생일?"



또 다시 생각지도 못한 기념일에 보로스는 조금 놀란다. 사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너무도 오래 전의 일이며, 중요하고도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니기에 잊어버린 것이다. 물론 그녀에게 자신이 태어난 날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려줬던 적이 있다. 그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었는데, 이제와서 다시 얘기를 꺼내는 연인에 외계인은 멀뚱히 바라본다. 생각보다 반응을 보이는 그에 사유라는 후훗하고 웃더니 입을 연다.



"보로스가 기억하지 못한다던 태어난 날을... 당신과 제가 만난 날로 대신하지 않을래요?"

"... 괜찮군. 확실히 나는 그날 다시 태어났으니, 적절한 날이군. 헌데 생일을 정해야 할 이유가 있나?"

"그야 제가 축하해드리고 싶으니까요."

"내가 태어난 날을?"

"네... 당신이 태어난 날을 저는 축복하고 싶어요. 비록 진짜 생일은 모르더라도, 당신이 태어났다는 사실에 대하여 감사의 마음을 담아 축하해드리고 싶어요."



태어난 것에 대한 축하와 축복... 그것 또한 자신과 인연이 없는 것이었다. 가족도 없었으며, 하물며 부모가 누군지도 몰랐다. 자신의 종족은 태어난 순간부터 혼자이며,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강해지고, 본능적으로 싸움을 하기에... 어느 누구도 축하해 준 기억도, 태어난 날을 물어본 적도 없었다. 어떠한 존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악이라며 마치 저주를 퍼붓듯이 외쳤던 기억도 있다. 헌데 눈앞의 유일하게 소중한 존재가 그 어느 누구도, 하물며 당사자 본인도 안중에 없던 날을 축하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낯설고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상황... 허나 또 가슴이 따스해지면서도 떨리는 것을 보로스는 느낀다. 



"저는 사실... 누군가와의 기념일을, 생일을 오랜 기간동안 챙겨준 적도 모든 정성을 담아 축하해 준 적이 그리 없어요. 제가 거리를 두고, 두려워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다르다는 얘기인가?"

"... 보로스는 정말 특별하니까요. 당신은 절 구원해준 존재이자, 제가 처음으로 사랑하게 되고, 분명 마지막 사랑이 될 존재니까요."

"구원은 과장이 아닌가?"

"제겐 적어도 당신은 하늘이 내려준 구원자세요. 그러니까 앞으로 있을 많은 날들 속의 특별한 날들을 함께 보내고, 챙기고 싶어요."



사유라는 보로스와 만났던 날, 처음으로 키스를 나눈 날, 진정한 행복으로 울었던 날, 그의 품안에서 처음으로 불안감없이 잠들었던 날, 그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날.. 등등 많은 날들을 떠올린다. 하나같이 너무도 소중한 날들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소중한 추억... 그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은 정말로 많은 순간들을 구해졌었다. 바랬지만 포기했던 행복을 알려준 존재는 눈앞의 외계인이다.



"우주의 패자를... 도적단의 두목이었던 존재를 구원자라고 불러주는 존재는 너뿐일거다."

"제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계셨잖아요?"

"아아 알고있다. 그것 또한 내가 반한 부분 중 하나다."

"보로스도 특이하세요."

"그런 존재를 사랑해주는 것은 너다만?"

"은근 지기를 싫어하신다니까요. 보로스는..."

"딱히 이긴다, 진다를 생각한 것은 아니다만... 뭐 상관없나. 이런 대화도 나는 즐겁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한없이 따스하고도 평온한 시간. 서로가 상대방을 만나기 전까지 없었던 시간... 이제는 당연하고도 소중한 시간들에 그저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잠시동안 특별할거 없는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무언가가 떠오른 것인지 보로스가 갑자기 사유라를 안은체 어디론가로 향한다. 당황하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도 그가 향한 곳은 매일 함께 자는 침실이었고, 침대에 그녀를 품에 안은체 앉아버린다. 영문모를 상황에 안겨진 사람은 자신을 침실까지 데려온 자를 멀뚱멀뚱 바라본다. 보로스는 시선을 알아도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그것은 작고도 검은 상자였다.



"그건 뭔가요?"

"원래는 너에게 의미가 있는 기념일이라고 생각해서 준비한거다. 좀 더 기뻐해주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선물?"

"정확하게는 선물이면서도 일종의 표시다."

"표시요?"



알 수 없는 말에 상자를 지긋히 바라보는 연인을 본 그는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 담긴 물건을 보인다. 그러자 연브라운색의 눈이 정말 크게 동그랗게 떠지더니, 상자 안의 물건과 그를 순서대로 본다. 예상한 반응이라지만 너무도 귀여워 보로스는 무심코 웃어버린다. 상자 안에 담긴 물건은 악세사리였으며, 2개가 담겨있었다. 2개의 악세사리는 똑같은 디자인의 너무도 심플한 반지였다. 은백색의 반지는 언뜻보아도 사이즈가 달랐다. 그 중 작은 사이즈의 반지를 꺼낸 보로스는 사유라의 왼손을 잡아올린다.



"이게 뭔지는 지구인인 네가 잘 알겠지?"

"... 설마 프로포즈인가요?"

"그렇다만?"

"......."

"농담이다. 너는 아직 결혼이란 것에 망설임과 두려움을 갖고 있지 않느냐."

"죄송해요..."

"괜찮다. 말하지 않았나... 네가 두렵지 않게 된다면 되고 싶다고... 나는 네가 괜찮아질 날을 기다릴거다."



그의 질문에 언젠가 보았던 드라마의 한장면을 떠올리며 사유라는 답한다. 허나 이어진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한순간에 표정이 어두워진 연인에 보로스는 재촉하지 않고,다독여준다. 언제나 자신의 느린 걸음에 맞춰주는 연인에 그녀는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밝아지지 않는 그녀의 표정과 아래로 향한 시선에 보로스는 하얀 손등에 입맞춤한다. 그제야 그를 바라보는 눈동자엔 미미한 두려움이 담겨있다.



"또 뭘 그리 두려워하는거냐... 나는 널 떠나지 않을거다. 너의 변화가 한없이 느리다해도 나는 괜찮다."

"그치만..."

"나는 이제 널 놓아줄 마음은 없다. 너를 자유롭게 해줄 마음은 없다. 그날... 내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줬던 그날... 너는 내 마음에 답해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너를 놓아줄 순간은, 기회는 없는거다."

"소유욕 덩어리....."

"여러가지에 겁이 많고, 거부가 많은 너를 차지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만..."

"...... 반박 못하겠어요."



다시 미소가 되돌아온 사유라를 바라보며, 보로스는 자신의 손에 잡힌 작고도 하얀 손을 내려다본다. 그리고 약지에 반지를 끼워준다. 반지는 손가락에 잘 맞았고, 화려하지 않은 선물은 그녀의 손에 잘 어울렸다. 이번에는 보로스가 뿌듯함과 만족감이 담긴 시선으로 사유라를 바라본다.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지를 받은 인물은 '그럼 이건 뭔가요?'라는 말을 담아 그를 올려다 본다.



"말하지 않았나. 일종의 표시라고."

"...... 설마..."

"연인들끼리 한다던 커플링이다."

"보로스가 이걸 줄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기념일에 대해 알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그것보다 왜 이런거에 대해 알려주지 않은거냐. 알았다면 더 빨리 준비했을텐데..."

"저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너와 내가 연인인데도 말이냐?"

"지금까지 평생 인연이 없을거라 여겼던 물건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받아보니, 이렇게 기쁜 물건이었네요."



사유라는 쉽게 부서질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조심히 어루어 만진다. 눈동자엔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올라 금방이라도 흘릴듯 했다. 그걸 알아차린 보로스는 다정히 눈가에 매달린 눈물을 닦아주더니 나머지 반지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건내준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끼워 달라는 요청인 것을 알아챈 사유라는 자신의 손보다 훨씬 커다란 그의 손을 잡아 약지에 끼워준다. 자신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잠시 본 그는 다시 그녀의 손을 잡더니 반지에 키스한다.



"이걸로 네가 내것이라는 표시가 생겼군."

"표시란게 그런 의미였나요?"

"다른게 있을거라 여기나?"

"아니요. 랄까 보로스 답네요. 아, 그럼 보로스가 제것이라는 표시도 되..."

"당당하게 얘기해라. 뭘 부끄러워하는거냐."



사실인 것을 얘기하는데도 볼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 그녀에 누구의 것도 되지 않았던 그는 웃을 뿐이다. 누군가의 소유물이 된다. 절대로 있을거라 여기지 않았던 일인데, 자신보다 훨씬 약하디 약한 존재의 소유물이 된 상황은 기분 나쁘기는 커녕 만족스러움까지 느껴버린다. 그 이유가 상대가 자신에게 없었던 감정을 알려준 존재이기에 라는 것을 보로스는 잘 알고 있다. 



"저기 보로스..."

"응?"

"제 손가락 사이즈 언제 재신거에요?"

"딱히 잰적이 없다. 이미 내가 너의 신체 사이즈들을 알고 있으니까."

"... 저 보로스에게 말한 적이 있나요?"

"말하지 않았다. 단 내 손과 눈이 너의 곳곳을 다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 네?"



부끄러워하던 사유라는 문득 떠오른 의문에 대해 물었고, 보로스는 어딘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답한다. 전혀 생각지 못한 답변에 이해하지 못한 그녀의 시야가 갑자기 크게 움직이더니, 등에 아프지 않은 충격과 함께 푹식한 감각이 느껴진다. 갑작스런 상황에 두어번 눈커풀을 깜박인 그녀는 자신이 침대에 눕혀진 것을 알아차리고, 끼익하고 스프링이 가라앉는 소리와 함께 그가 자신의 위로 올라타는 것을 보게 된다. 창문으로 비치는 빛을 등져 역광을 받은 그가 아까까지와는 다른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올려다 본다.



"어떻게 기억한 것인지 궁금한가."

"... 보로스 아직 낮이에요."

"문제가 있나?"

"밝잖아요..."

"그게 뭐가 문제지? 난 사실 밤에도 전부 잘 보인다만."

"네?! 그건 처음 듣는 얘기인.. 보로스..!"



또 다시 의미심장한 웃음과 목소리에 사유라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고, 조금 말을 돌려 거부한다. 허나 그는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을 알려주기까지 하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시선을 지을 뿐이다. 뭔가 속은 기분에 따지는데 자신의 옷속으로 슬그머니 들어오는 손에 그녀가 부르지만, 손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요소더니 무어라 더 말하려는 그녀의 입술을 키스로 막아버린다. 나름 열심히 반항해보는 사유라였지만 당연하게도 소용이 없었다. 꽤나 한참 후에야 입술을 뗀 그의 눈엔 벌써 지친듯한 그녀의 모습이 비친다.



"너는 정말 체력이 없어 큰일이다."

"그럼 이번엔 참아주세요."

"싫다. 모처럼의 기념일인데 오붓한 시간을 즐기고 싶다."

"... 보로스 단어 선택이 틀렸어요."

"그럼 알맞게, 네가 부끄러워할 단어로 말하는게 좋나?"

"친절하신건지... 짓궂으신건지..."



자신이 부끄러워할만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보로스에 불평과 질색이 담긴 듯한 말을 하는 사유라지만, 결국 웃어버린다. 그에게 지는 일은 언제나의 일이었고, 그걸로 인해 끝은 행복했던 기억들이 많아 그녀는 이번에도 그가 바라는데로 해버리자고 생각해버린다. 거기다 자신을 원하는 그에 기쁨을 느껴버리는 것도 부끄러운 사실이다. 



"있죠. 보로스..."

"그만 둘 생각은 없다."

"그런게 아니에요. 반지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나도 귀걸이 고맙다. 소중히 여기마."



저지 당할까봐 조금 경계하던 보로스였지만, 그녀의 감사의 말에 웃고는 귀걸이에 대한 감사의 말을 한 후 다시 한번 키스한다. 사유라는 오늘 하루 그에게 몇번이나 입맞춤을 받았는지 문득 궁금해져 생각해보려했지만, 깊어지는 키스로 인해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다음 기념일도 행복할거란 묘한 확신과 설렘에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껴 웃고는 그의 목에 팔을 둘러안았고, 이내 둘은 서로의 온기에 집중한다. 참고로 그날 저녁은 결국 배달을 시켰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