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펀맨/일상

보로사유

サユラ (사유라) 2016. 2. 1. 01:12




*이글은 <제목 지웠습니다> 보다 시간적배경이 더 일찍이에요~















무언가 몸이 답답하여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안으로 본홍빛의 실들이 보여오는데..


"가슴 답답해.."


왠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한 가슴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더 북실한 분홍색 실들의 집합체가 보여왔다.. 아니 그건 내가 잘 아는 존재의 머리카락.. 보로스의 머리카..보로스???


"보로..윽! 무거워..!"


놀라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키려는데 가슴부터 아래쪽 몸이 전부 무언가에 눌려 움직여지지 않았다. 원인은..... 당연히 보로스. 그가 내 몸 위에서 날 끌어안고 있었기 때문...


'덩치랑 무게를 생각하시지.. 나 용하게 깔려 죽지는 않았네..'



라고 생각하며 그를 살펴본다.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꽤나 깊이 잠든 모습.. 평소라면 아까의 내 반응만으로 깨어나고도 충분할텐데 숙면중인 그 모습은 평온해보였다. 내가 순간 다키마쿠라가 된 기분이지만, 나름 나쁘지 않은 기분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근데 언제 이런 자세가 된거지? 것보다 나 분명 티비 보던 중이었던 것 같은데..."


분명 오늘은 왠일인지 일찍 깨어나서 집안일도 미리미리 다 끝내고 점심 먹고 한가롭게 티비 보던 중이었는데... 잠들었던건가..


"그 사이 외출에서 돌아오신건가.."



점심 먹고 잠시 외출을 나갔던 보로스. 내가 깜빡 잠들었을때 돌아오더니 날 그냥 끌어안고 잠든 모양이다. 뭐 보로스의 말씀으로는 자신은 내가 없으면 잠을 못 잔다고 했으니....


"....괜히 떠올렸다.. 부끄러워졌어.."



기쁨과 부끄러움에 살짝 체온이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나름 진정하며 있는데 문득 그의 머리카락이 시야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그가 작았던.. 보쨩이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보다 한참 작았던 그의 머리를 자주 쓰다듬어 줬었지만, 지금은 워낙 커지기도 했고 내가 부끄러워 거의 쓰다듬어 주지 않게 되었다.


"....."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조심히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본다. 보기와 달리 꽤나 좋은 머리결에 손가락 사이사이로 머리카락의 감촉이 느껴진다.



"여전히 머릿결이 좋으시네.. 뭐 지금은 그때보다 귀여움은 줄어들었지만.."



보쨩이던 시절은 엄청 작은 찹쌀떡 같았던 모습과 인간의 초등학생 나이 정도까지 모습이었다. 그때는 정말 귀여웠는데..



"그래서 지금은 불만인가?"
"..!!!!"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따스한 입김이 옷안쪽 가슴에 닿아왔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너무 놀라 경직되어버린 나를 그가 고개를 움직여 바라본다.


"...... 숨 쉬어라.."
"푸하..! 하아.."
"너무 놀라는거 아닌가?"
"그치만 보로스가 갑자기.."
"네가 눈치못챈 것이 문제인거다."
"억지에요.."


너무 놀라 숨쉬는걸 멈춘 것인지 내게 명령같이 말하는 그로인해 참았던 숨을 고른다. 숨을 고르는 내게 보로스는 불만같이 물어왔고 나도 거기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버린다. 허나 그런 나에 그는 억지같은 말로 반박한다.

"보로스.. 이제 비켜주세요."
"싫다.."
"무거워요.."
"버틸만하지 않나"
"보로스..."
"네 심장소리가 잘 들려서 좋단 말이다."
"네..?"

생각하지 못한 그의 말. 약간 멍하니 있는 내 가슴에 그가 다시 고개를 묻는다.


"잠들었을때의 네 심장은 규칙적으로 평온하게 뛴다. 그 소리가 나는 좋단 말이다. 그리고 이 심장이 뛰는 소리는 네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에 더더욱 내겐 안심감을 준다.."
"......."



어딘지 평소 그의 목소리와는 틀렸다. 불안감이 섞인듯한 그 목소리는 왠지 어린아이를 연상케 했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 예전에 그에 앞에서 죽으려고 했었고, 죽음을 원했었다.. 아직 그에게 그때의 일들에 대해 걱정이 남은걸까..


"보로스.. 저는 여기에 있어요."
"안다.."
"확인하고 싶으면 언제든 확인해도 괜찮아요. 제 심장이 잘 뛰고 있다는 것을.. "
"....."
"어차피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저는 예전에 죽었을지도 몰라요. 미련따위 없었고 지쳐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당신이 있어 살아가요."
"...."
"제 목숨을 유지하는건 당신이에요. 제 심장이 뛰는건 당신덕이에요.. 그러니까 걱정마세요. 저는 당신의 곁에서 살아갈거에요.."
"....그 말 잊지마라. 나도 이제 너 없이는 안된다. 그날 너를 만나 나는 살고싶다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없는 세상따윈 미련이 없으니까.."



그가 내게 키스를 한다. 깊지만 상냥한 키스.. 행복하다고 느껴버린다.. 그를 만나지 못했으면 몰랐을, 포기했을 행복... 나와 보로스는 아마 서로에 대해 집착하고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있어 살아가는 이유가 상대방이기 때문에.. 뭐 나는 잘 내비치지는 않지만 그는 정말 가끔 순수할정도로 나를 사랑해주고 집착해준다. 그것이 기쁘다고 느끼지만 부끄러우니까 보로스에게는 비밀..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군."
"누구 때문인데요.."
"누구지?"
"짓궂게 굴지마세요."
"도망안가나?"
"이렇게 잡혔는데 도망을 갈 수 있나요? 거기다 이번엔 도망칠 마음도 없어요.."
"......."



그가 짓궂게 말을 해도 이번엔 부끄러움에 도망가고 싶지 않아 용기를 내어 말했는데... 정작 보로스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의아함에 그저 바라보는데..



"이런게 심장에 나쁘다는 말인가.."
"보로스?"
"너는 정말 나를 가끔 자각이 없는게 문제란거다. 다른 녀석 앞에서는 절대 그러지 마라."
"..... 솔직하게 말한거요?"
"하아..역시 모르는군. 됐다.. 어차피 내가 다 쫓아내면 되니.."
"....????"


무언가 내게 들리지않게 중얼거린 그는 주의를 준다. 정확히 주의할 점을 알려주지 않은 그에 내가 물으니 어째서인지 보로스는 한숨을 쉬었고,다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한다. 그것에 나는 그저 그를 바라볼 뿐이다.



"그건 그거고.."
"........."


보로스가 갑자기 웃는데.. 왜일까... 불안함이 언습해오는 것은..


"도망치지 않는다고 선언했으니 오늘은 봐주는거 없이 해도 불평하지 않는거다."
"...그건 조금 틀린거 아닌가요.."
"전혀.. 자 그럼 침실로 이동해야겠군."
"자,잠깐만요!"
"침실이 싫은건가? 아 이대로 여기서라는 조건이었나?"


완전히 그의 페이스다. 아 몇분전의 내가 조금은 원망스럽다.. 지금 내 얼굴은 무척 붉고도 심장은 이미 터질것 같다.. 내 수명은 언제나 이 남자로 인해 깎이는 것 같다.


"침실이 더 좋아요..."
"쿡쿡 난 여기라도 별 문제 없었지만.. 사랑스런 연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들어줘야겠지."
"보로스.. 그런 대사 어디서 배우는거에요.."
"티비다."


그의 말에 사람 바보 만드는 상자라고 티비를 속으로 원망하는데, 그 사이 보로스는 나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려 일어선다. 아 이젠 진짜로 도망치는건 무리다.. 포기한 나는 그저 얌전히 안겨진체 그를 올려다본다. 내 시선을 느낀것인지 보로스도 나를 내려다본다.


"이제와서 말을 바꾸고 싶은거냐?"
"포기했으니까 걱정마세요. 그래도 적당히 해주세요.. 내일 일 가야한단 말이에요."
"..... 노력은 해보지."


절대로 내일 일에 가지 못할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아.. 정말이지, 외계인에게 휘둘리는 나날이 올줄이야.... 뭐 그래도 예전에 지친 나날보다 행복하니 된거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그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