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원펀맨 드림세계에서 환생요소가 들어간 AU입니다.

(평행세계 요소도 들어간 느낌도 있습니다)

*원작에서의 설정들도 있으면서, 오리캐나 설정도 있습니다.

*드림주는 전생을 기억하며, 최애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안에 퍼지는 약간의 달콤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코끝에 감도는 향기로움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언제인지 모를 예전 읽었던 어느 소설의 한구절을 떠올리는 그녀를 아는지 모르는지 맞은편에 앉은 뱀의 머리를 지닌 남자가 끝이 갈라진 혀를 낼름거리며 웃고 있었다. 전등에 밝혀지는 비늘이 반짝이는 것을 살짝 감상한 그녀의 하얀 손이 잔을 찻잔 위에 살며시 올려놓는다.

 

 

"흐음- 나쁘지 않은 차네요."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이군요. 저번 행성에서 구한 꽤나 구하기 힘든 차 입니다."

"저번 행성에서... 아아..."

 

 

뱀의 남성의 말에 연브라운색의 눈동자가 잠시 창 밖의 복도를 보며, 약 80시간 전에 떠나왔던 행성을 떠올린다. 분명 수많은 꽃들로 채워진 아름다운 행성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그녀로서는 나름 즐거웠던 곳이었다. 꽤나 좋은 식료품들이나 물건들을 손에 넣을 수 있었기에, 게르간슈프가 만족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의 회상이 끝나자,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지긋히 남자를 다시 바라본다. 가면을 쓰지 않아 시야는 평소보다 쾌적하였고, 남자에게도 자신의 표정이 하나하나 보일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 다크매터의 전투능력 상위권 9위이신 분이 제게 무슨 볼일로?"

"하하하 그저 아리따우신 부두목님께 귀한 차를 대접해드리고 싶었을 뿐입니다."

"...... 그런가요. 저는 두목의 뒷통수를 같이 치자는 말을 하시러 오신줄 알았는데..."

"...!! 그,그게 무슨..."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은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말하는 눈앞의 남자가 어떻게 말을 하는지 조금은 신기하다고 문장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허나 그것을 모른체, 남자는 반역이 담긴 말에 당황한다. 동요한 것인지, 제대로 찔린 것인지 테이블 밑의 꼬리의 끝이 2번 파닥였고, 힐끗 그것을 부두목은 놓치지 않았다. 허나 미소엔 흔들림이 없을 뿐이다.

 

 

"아니라면 됐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아쉽군요. 괜히 저만 설레발을 쳐버린 꼴입니다."

"설레발...?"

"슬슬 저도 두목에게 지쳐가고 있던 중이였답니다. 그래서 적당한 조력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 말씀은... 보로스님을....?"

"우주 최강의 자리가.. 패자의 자리가 탐나지 않으신지? 당신은 아직 조금 힘이 부족하지만 저와 손을 잡는다면, 이 다크매터의 두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의 패자란 자리에 앉을 수 있습니다. 저는 부두목으로서 당신의 자리가 굳건하도록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가르시씨..."

"......"

 

 

남자는, 가르시는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그녀는, 다크매터의 부두목은 두목인 보로스에 대하여 무척이나 신뢰를 받고 있으며 더불어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으로 도적단 안에서 유명하다. 간간히 보는 둘이 있는 모습에선 거리감이 없고, 친근하였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순간에는 마치 연인과도 비슷한 모습이기에 꽤 많은 선원들이 둘이 사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수근거리고 있다. 헌데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반역에 대하여 권유를 하고 있다. 침인지 자신의 독인지 모를 액을 목너머로 꿀꺽하고 삼킨 가르시는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연다.

 

 

"당신은 보로스님에게 충성을 바치신게 아니신지요?"

"물론 그와는 오래 알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와 함께하는 이유는 다른 이유입니다. 제 소원을 이루기 위해 패자의 곁에 있는 것입니다."

"패자의 곁? 소원?"

"그렇습니다. 그리고 즉 우주의 패자라면 딱히 누구든 괜찮다는 것 입니다. 아 참고로 저는 제가 우주의 패자가 된다라거나 권력이나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뭐, 믿는건 가르시씨의 판단이지만..."

 

 

언제나 가면의 모습만을 봐왔던 가르시는 맨얼굴인체 웃는 그녀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였다. 하지만 고혹적인 미소에선 거짓이 느껴지지 않아 의심을 흐릿하게 만들어, 가르시는 섣불리 판단을 내릴 수가 없어져만 갔다. 그런 그의 내적갈등을 아는 것인지, 그녀는 후훗이라고 한번 웃음소리를 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 모습은 같은 종족이 아니더라도 매력적이라고 느껴지게 할만큼 묘한 투명함을 지니고 있었다.

 

 

"언제나 보다시피, 보로스님은 제멋대로인 분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제 슬슬 지쳤답니다. 당신같은 냉정하고도 야망이 있는 분이 두목이 되어준다면 저도 나름 편해질거라 여기는데..."

"확실히... 두목은 정말 제멋대로 입니다. 강하다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강자만을 찾아다니는 모습이라니.. 그런 녀석보다 이 내가 더더욱 우주의 패자에 어울린다 이거다!"

".... 너무 흥분하셨군요. 가르시씨..."

"크,크흠!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부두목님... 사유라님은 제가 더 패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안심을 주려는 것인지, 자신의 이유를 밝히는 그녀에 가르시는 언제나 속에 감춰두던 야망을 테이블을 주먹으로 치면서 거칠게 토해낸다. 그덕에 찻잔이 조금은 크게 흔들린 것을 잠시 바라본 그녀의 시선이 차가웠지만, 흥분한 파충류의 눈동자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가르시가 흥분을 가다듬고 부두목에게 진지하게 질문했을 때는 다시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였다.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라 판단한 가르시는 자리에서 박차 일어난다.

 

 

"하하하하! 이제 보로스는 끝이다! 내가 패자가 된다!! 모아놓은 내 부하들도 좋아하겠지!!"

"어느정도의 전력이신지?"

"조금 실력이 부족한 녀석들도 있지만, 실력이 괜찮은 자들로 우주 이곳저곳에서 1000의 개체를 모아두었다."

"흐음, 생각보다 적은 숫자군요. 그리고 가르시씨 어느사이에 말이 짧아지셨네요."

"어차피 이제 너는 내 부하다! 그런데 굳이 귀찮게 말을 가릴 필요는..!!"

"아아- 역시 안되겠군요."

"뭐..?"

 

 

이미 야망을 이루웠다는 듯이 크게 웃는 가르시에 그녀는 슬쩍 질문을 건냈고, 기분이 매우 좋은 뱀의 입은 술술 답한다. 방금까지와는 태도가 바뀐 그에 사유라의 목소리가 가라앉아졌고, 그 목소리를 들은 가르시가 천장을 향하던 시선을 내린 순간 자유를 빼앗겨버린다. 온몸이 화상을 입는듯한 감각에 가르시는 자신의 상황을 살펴보자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머리를 제외한 모든 몸은 투명한 얼음속에 갇혀 있었고, 그런 자신을 방금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그녀가 어느사이엔가 무표정으로 돌아와 바라보고 있었다. 아주 잠깐 동안의 정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얼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냉기에 방안의 온도는 점점 내려갔다.

 

 

"이게... 무슨 짓이지?"

"다시 보아도 신기하군요. 어떻게 정확한 발음을 구사하는 것인지..."

"날 속인거구나!!!"

"전부는 아닙니다. 일단 진실들도 섞어두었답니다."

"웃기지마라!! 이건 보로스의 명령이냐?!"

"그럴리가... 그는 이런 일을 딱히 좋아, 아니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당신같은 상대도 되지 않는 존재에 대해 그는 관심도 없습니다. "

 

 

가르시의 질문에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하던 그녀는, 자신에게 향해지는 격앙된 목소리와 매서운 시선에도 태연하게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해준다. 느긋히 의자에서 일어서는 몸의 하얀손은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던 가면을 들어올린다. 작은 꽃들이 그려진 하얀 가면에 가녀린 하얀 손가락은 잘 어울렸고, 그 손가락에서 무언가 작은 알갱이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테이블 위로 떨어진 그것들은 작디작은 얼음의 조각이었고, 이내 금방 녹아 작은 물방울이 되어버린다. 그것을 감상한 것인지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는 물방울을 응시한다.

 

 

"그렇다면 이건 너의 독단..."

"네. 제 독단으로 조금 귀찮을 것 같은 자들을 처리해왔습니다. 당신같은 자들을 말이죠."

"크으으... 네 녀석은 내가 반역을 계획하고 있던 것을 알고 접근한거군."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접근하거나, 이유없이 죽이는건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요."

 

 

물방울을 바라보던 시선이 가르시에게 향해진다. 미소가 사라져버린 무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자신이 보았던 미소가 환상이었나 하고 가르시는 냉기에 점점 흐려지는 머리로 생각해버린다. 파충류에게는 역시 얼음이 잘 맞나보네 라고 생각한 사유라는 힐끗 복도가 보이는 창밖을 본 뒤, 가르시에게 다시 시선을 향한다.

 

 

"그래서 그 천명의 부하들은 어디에 있는지? 아아 걱정하지 마세요. 덤비는 자들에겐 그만한 응징을 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도 딱히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그걸 말할거라 여기는거냐?"

"흐음-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 됐습니다. 그들의 목숨이 허무하게 사라질 뿐이니까요."

"아니 그 전에 네가 죽을거다."

 

 

얼음에 냉기에 괴로운 것인지 살짝 떨림이 담긴 목소리가 자신의 죽음을 얘기하는 것에 사유라는 딱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엇이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다시 한번 창밖을 볼 뿐이다. 가르시는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다시 분노가 치밀었지만, 몸속의 피가 차갑게 얼어붙었는지 머리까지 피가 도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점점 생명의 위기를 느끼는 그를 알면서도 부두목은 무표정을 유지한체 창밖으로부터 시선을 거둘 뿐이다. 겨우 자신을 다시 보게 된 연브라운색의 눈동자에 가르시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고 목소리를 끄집어낸다.

 

 

"넌 내가 차에 타놓은 독으로 죽..."

"해독약이라면 이미 먹었습니다. 당신의 독 성분 분석은 이미 오래전에 끝내두었으니까요."

"....."

"할말은 이제 없는건가요? 그럼 이제 주무십시요. 다음 생엔 부디 나름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너는 절대로 편안한 죽음을 얻지 못할 것이다."

"... 아아 물론이죠.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딱히 편안한 끝을 생각하고 있지도 않으니 걱정마십시요."

 

 

가르시가 하던 말을 끊어버리고 자신의 말을 해버리는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 허나 죽일 상대의 다음생에 대해 행복을 비는 말은 빈말이 아니었으며, 나름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허나 그것을 모를 가르시는 마치 저주를 내리듯 뱉었고, 자신을 향한 뱀의 말에 사유라의 표정이 변한다. 그것은 이미 무언가를 겪고, 일어날 일들을 알고 있으며, 받아들인 미소... 아까 자신에게 보인 매혹적인 미소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미소는 아름답다고 가르시는 생각해버린다. 그래서였을까... 다가오는 손에 저항없이, 비명없이, 그저 눈을 감고 곧 있을 깊은 잠을 받아들여버린다. 죽음에 대한 공포없이...

 

 

"......"

 

 

잠시 후, 왼손에서 일어나는 푸른 스파크를 잠재우며 사유라는 오른손에 쥔 가면을 얼굴에 쓴다. 익숙한 답답함이 얼굴을 덮는 감각 속에서, 이제는 움직임이 없어진 가르시에게 그녀는 비어진 오른손을 뻗는다. 새하얀 손가락에서 투명한 얼음이 의지를 가진 듯이 움직여, 의지가 없어진 몸을 한번 더 감싼다. 투명하고도 차가운 꽃이 피어난 얼음기둥 속에 갇힌 뱀의 남자라는 작품을 보며 가면을 쓴 예술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무엇이 답답한 것인지 아니면 괴로운 것인지 목을 차가운 오른손으로 감쌌고, 왼손은 가슴의 옷깃을 쥔다. 방안에 감도는 두가지의 냄새가 환풍기로 인해 모두 빠졌을 떄가 되어서야 두 손은 힘을 풀어낸다.

 

 

"이걸로 몇 번째지..."

 

 

가면 속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엔 아까와는 달리 힘이 없었다. 지침이 담긴 목소리의 질문에 누구도 답하지 않았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은체 사유라는 주머니에서 작은 무언가를 꺼낸다. 무언가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5분 뒤, V구역 3-2 방의 얼음을 처리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일종의 통신기와 같은 물건이었든 싶었다. 통신을 마친 비밀의 일을 끝낸 그녀는 평온한 얼굴의 가르시를 바라본다.

 

 

"편안한 죽음이라.. 절대로 없겠지요. 이번 생은 그런 생이니까요. 그리고 걱정마십시요. 저는 반드시 그를 배신할테니까요. 그에게... 보로스에게 있어 어쩌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말이에요."

 

 

이제는 자신의 말도 들을 수 없는 상대방을 향해 상냥한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나눈 사유라는 문쪽으로 걸어간다. 문과의 거리가 불과 한걸음이 남았을까, 걸음을 멈춘 그녀의 왼손이 허공으로 빠르게 뻗어지더니 무언가를 쥔듯한 형태로 멈추었고, 하얀 손에서 푸른 스파크가 크게 일어나 한순간 전등보다 밝게 방을 밝혔다. 허나 그 순간은 무척이나 짧았으며 하얀손은 허공에서 풀어지더니, 곧 방안에 털썩이라는 소리가 울린다.

 

 

"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정말로 쥐가 들을 줄은 몰랐군요."

 

 

가면 속의 눈동자가 힐끗 바라본 곳엔 연기가 피어오른 쥐와 몹시 닮은 자가 쓰러져 있었으며, 잠시 문 앞에 서 있던 그녀는 이내 방을 나가버린다. 헌데 그때....

 

 

"가르시님의 원수!!!!"

".........."

 

 

오른쪽에서 커다란 누군가의 굵직한 외침과 함께 거대한 음영이 그녀에게 드리워진다. 그러나 그녀가 눈을 한번 깜박이는 순간 음영은 사라져 있었으며, 복도 한편에는 보랏빛의 피와 함께 무언가 고기의 파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것은 벽이나 바닥을 골고루 칠하게 되어 사유라는 청소할 대원이 힘들겠다고 생각해버린다. 또한 그것을 벌여버린, 자신을 안고있는 인물을 올려다본다.

 

 

"보로스님, 힘조절을 하신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더 깔끔하게 조절을 하셨으면 합니다."

"주제도 모르는 것이 내 것에 공격하려는데 조절따위 필요있었나? 그리고 호칭과 말투..."

 

 

자신의 말에 사나운 짐승이 떠올려질 만큼 낮은 목소리를 내면서도 잊지 않고, 언제나의 불평을 하는 그에 그녀는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슬쩍 자신의 소유물로 말한 듬직한 팔의 주인에 의하여 떨린 심장을 억지로 가라앉힌다. 벗어나기 위해 나름 이리저리 움직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 팔에 결국 추욱 처지는 순간 가면이 벗겨지는 것을 느껴 저지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환해진 시야 속에 하나뿐인 커다란 푸른 눈동자가 바라봐오는 것을 사유라는 말없이 시선을 교환한다.

 

 

"흐음- 어디 좋지 않은거냐? 평소보다 얼굴색이 살짝 어둡군."

"언제나와 별 다르지 않습니다."

".... 내 눈을 속일 생각하지 마라."

"하아... 독이 아직 덜 해독되어서 그런거니 문제없습니다."

"독이라고? 또 뭔일을 벌인거냐."

"선원과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 가진 티타임에서 작은 전투가 있었던 것 뿐입니다."

"............"

"보로스님."

"그 호칭은 싫다. 하아.. 일단 의무실로 간다."

"해독약은 이미 먹었습니다."

"그럼 내 방에서 쉬게 해야겠군."

"거절합니다."

"명령이다."

"..............."

 

 

나름의 언쟁을 벌이는 둘의 모습은 확실히 평범한 두목과 부하라고 하기엔 가깝고도 거리낌이 없었다. 특히 부하인 그녀를 어딘지 과보호하는, 개인의 공간에 데려가려는 그의 모습은 더더욱 둘의 관계를 오해하게 만들기엔 충분하였다. 그러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를 지닌 여성의 표정은 불만에 살짝 뚱해진다. 다른 누군가가 보면 사실 그저 무표정이겠지만, 몇년이나 함께한 보로스에게 있어 뻔히 보이는 표정 변화였다.

 

 

"대놓고 불만이다란 표정은 짓지마라."

"그럼 명령을 거둬주..."

"그건 안된다."

"......"

"삐지지 마라."

"......"

"하아- 내게 이러는건 너밖에 없을거다. 뭐 이런 점도 내겐 꽤 귀엽게만 느껴지지만..."

"... 그런 말씀에 제 기분이 풀어지지 않아요."

 

 

결국 제대로 삐져버린 부하에 두목이 나름 달콤한 말을 속삭여주지만 효과는 없었다. '소용이 없군. 거기다 반응도 없군.' 이라고 생각한 보로스는 내심 속으로 한숨을 쉬더니, 말없이 그녀를 안은체 복도를 걸어간다.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보로스님, 우측에서 꽤 큰 전함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염탐한 결가 가르시를 따르는 녀석들 같습니다만...>

"가르시?"

"제가 아까 죽여버린 선원이에요. 뭐가 있는건가요?"

"게르간슈프, 사유라에게도 같이 텔레파시를 해라."

<네. 사유라 들리냐?>

"네, 잘 들립니다. 가르시씨와 관련된 일인가요?"

<그녀석이 모은 녀석들이 우리쪽으로 오고 있는데... 뭐 아는거냐?>

"... 아마 제가 가르시씨를 죽여버려서 보복이 아닐까하고...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쳐들어오려는 것일지도 모르죠."

<뭐? 9위인 가르시를?! 아니 너라면 쉽겠지만... 가 아니잖아! 너 또 뭔 일을 벌인거야!>

 

 

기억이 날듯 말듯한 이름에 자신이 중얼거리니, 그녀가 반응함에 보로스는 게르간슈프에게 명령한다. 그것에 충직하게 따른 참모관은 우주선 밖에서 일어난 일들의 원인이 얌전히 있었을거라 여기고 있던 부두목이란 것에 목소리를 높여버린다. 볼륨이 커진 텔레파시에 사유라는 절로 귀를 막아버린다. 그것이 소용이 없는 것을 알음에도 무의식적인 행동을 본 보로스가 입을 연다.

 

 

"게르간슈프, 그쯤해라. 그래서 뭐가 문제인거지?"

<네? 그러니까 우리를 향해 적들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방해가 된다면 전부 죽이면 되고, 물자는 우리가 가지면 된다. 그리고 강자가 있다면 나와 겨루면 되는거다."

<...........>

 

 

게르간슈프는 마지막 보로스의 목소리에서 다리들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낀다. 그안에서 느껴지는 갈증은 짙은 어둠과도 같이 깊게만 느껴져와 무의식적으로 뒤로 조금 물러나게 되어버린다. 그리고 사유라는 그때의 그의 표정을 가까이서 목격한다. 광기와도 비슷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담겨진 푸른 눈동자와 짙은 미소. 조금 오래된 기억 속에서도 본 적이 없던 표정은 이제는 나름 익숙해져 있음을 느낀다. 동시에 가슴에 퍼지는 감각이 아픔과도 비슷하여 천천히 숨을 한번 들이쉬고 내뱉어 간신히 억누른다.

 

 

"두목님."

"호칭..."

"... 보로스 적어도 상대쪽에게 경고를 한뒤에 공격해주세요."

"......"

"됐어요. 제가 경고랑 협상의 대화를 할테니, 저쪽이 거절하면 그때 마음대로 하세요."

"너는 정말 도적단에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군."

"글쎄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이번에는 딱히 신경쓰지 않을거란 자신의 예상과 달리 변함없이 지적한 그에 몇 번째일지 모르는 마음 속 한숨을 내뱉은 사유라는 부탁한다. 허나 보로스는 그것에 대하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이 흥미가 없다는 표정으로 돌아올 뿐이다. 그걸 알아차린 부두목은 결국 언제나처럼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조금 불평이 섞인 목소리를 내버린다. 경고와 협상... 그 단어는 딱히 도적단인 자신들에게는 필요하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다. 우주에서 강자와 약자로 구분되어지고 강자가 살아남는다. 거기다 도적단인 자신들은 원하는 것을 위해 비열할 수 있는 수단을 쓰기도 하며, 약자의 사정따위 보지 않고 약탈하는 집단이다. 헌데 그러한 도적단이 미리 경고를 보낸다거나 협상을 한다. 그것은 도적단의 방식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상냥함이 담긴 행동이었다. 다른 존재들은 몰라도 적어도, 두목인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그녀의 가까이서 도적단과는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해왔던 모습을 봐왔기에... 그렇기에 솔직하게 말한 것인데, 가면이 없는 얼굴은 작게 웃으며 어딘지 힘이 없는 목소리를 냄에 다크매터의 두목은 신경이 쓰인다.

 

 

"왜 그런 표정이냐."

"무엇이 말인가요?"

"내가 말한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란 것은 네가 상냥하다는 얘기였다. 너는 무엇으로 받아들인거냐."

"알고 있어요. 당신과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제가 모르겠어요. 다만... 보로스 저는 당신에게 제 전부를 보여드리지 않았어요. 그것을 명심해주세요."

"호오- 내가 모르는 너라... 흥미가 당기는군."

 

 

가깝다고 느껴지던 거리가 멀어지는 감각을 보로스는 느꼈다. 언제나의 감각이었지만, 가슴에 퍼지는 통증과 함께 짜증도 느껴버린다. 자신이 시간과 나름의 정성을 들여 가까이 가려해도, 다시 멀어지는 야속한 존재에 그 어느 존재에게도 가지지 않았던 야속함과 애달픔을 느껴버린다. 그래서였을까... 여러가지의 감정을 내면에서 섞으며, 일부러 심술궂은 듯면서도 조금은 능글맞은 목소리를 내며 그는 웃는다. 자신을 그저 바라보는 연브라운색의 눈동자를 본 우주의 패자는 하얗고 작은 손을 잡아 손바닥에 깊이 입술을 맞춘다. 평소보단 조금 서늘한 손의 부드러움이 입술에 느껴져왔다.

 

 

"분명 내가 모르는 너도 꽤나 귀엽겠지."

"... 보로스 장난은 적당히 해주세요."

"장난인가... 뭐, 그렇다고 해두지. 그래도 내가 너를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집착하고 있는 것을 알아둬라. 알았나? 사유라..."

"명심해두죠. 일단은..."

 

 

자신의 손바닥에 입술을 거의 밀착한체 얘기하는 그의 숨결이 간지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그녀는 말한다. 그 말에 그는 착각인지 방금보다 조금은 체온이 오른 듯한 하얀손을 자신의 볼을 감싸도록 하게 한 뒤, 낮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사유라는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눈동자 안에서 아까와는 다른 광기와도 비슷한 갈증, 그리고 욕망과 탐욕을 보았다. 그것은 눈을 감기 전의 기억에서도, 다시 눈을 뜬 후의 기억 속에서도 본 적이 있는 그의 감정이었다. 익숙하고도 가슴이 아파오는, 사랑스럽지만 만족시켜줄 수 없는 그 감정을 그녀는 보지 못한 듯이 알아차리지 못한 듯이 그저 다시 작게 웃으며 답할 뿐이다. 보로스는 언제나와 같이 결국 아무것도 알아주지 않은 유일하게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존재의 미소에 허무함을 느껴버리지만, 이내 웃고는 걸음을 옮긴다.

 

 

"이번 녀석들은 과연 너의 상냥한 경고를 받아들여줄지 궁금하군."

"저는 상냥하지 않아요. 그저 쓸데없는 싸움이나 죽임은 그리 좋아하지 않을 뿐입니다. 것보다 이제 놓아주세요."

"내가 볼 때는 충분히 상냥한거다. 그리고 환자를 걷게 할 수는 없다."

"다른 부하들이 다칠 때는 거들떠 보지 않으시면서 무슨 말씀을..."

"당연하지 않나. 너말고는 나는 딱히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

"강자인 듯한 존재를 만나면 기대하시는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만..."

"그건 그거다. 질투하는건가? 너보다 강자를 선택할지도 몰라서."

"보로스, 저를 놀리면서 즐거워하시는 것은 적당히 해주세요."

"후우- 너는 정말 눈치가 없는 녀석이다."

 

 

잠시 이어진 대화를 누군가가 들었으면 두 사람의 관계를 오해를 했거나, 우주의 패자를 조금 불쌍하게 봤을지도 몰랐다. 허나 그런 대화도 둘에게 있어 익숙하고도 몇번이나 반복 되어온 이제는 일상이다. 한숨을 쉬는 보로스에 사유라는 또 다시 그저 웃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은 피곤한 몸에 듬직한 가슴에 머리를 기대버린다. 가슴에 퍼지는 지독한 아픔을 뱉어내지도 못한 체, 다시 눈을 떠버린 생의 끝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을 사유라는 기다린다. 조금씩 망가져가는 몸과 마음을 붙든 체, 그렇게 그녀는 숨을 쉴 뿐이다. 그리고 곧 일어날 전투에서 과연 얼마나의 목숨이 허무히 죽을지에 대해 생각하며 눈을 살며시 감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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サユラ (사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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